그동안 보건소에서만 실시되던 영아와 유아에 대한 무료 예방접종이 일반 병원과 의원으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28일 "기획예산처와 함께 영·유아가 받아야 할 예방접종에 대해 국민의 비용부담(1인당 42만5000원)을 해소하고 표준화된 방법으로 접종률을 95% 이상 향상시키기 위해 국가필수예방접종의 보장범위를 병·의원 이용자에게로 확대하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우선 오는 7월부터 경기도 군포시와 대구광역시에서 시범적으로 국가필수예방접종 보장범위 확대 사업을 실시한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전국 확대 여부와 사업 방향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병·의원에서도 무료로 결핵(1회), B형간염(3회),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DTaP 5회, Td 1회), 폴리오(4회), 홍역, 유행성이하선염, 풍진(MMR 2회), 일본뇌염(5회), 수두(1회) 등을 접종받을 수 있게 된다.
노인 건강 도와야 요양 비용 줄어든다
이웃집에 사는 칠순이 넘은 노인네가 집안에서 넘어졌다. 부러진 뼈가 붙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게 돼 대소변까지 받아내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 간병하는 일이 힘들어지자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노인요양 시설에 입소시켰다. 그러나 입소 비용은 만만찮았고 결국 비용 분담 문제를 놓고 형제 간에 싸움이 벌어지는 것을 보았다. 자식의 치료비라면 집이라도 팔지만 부모 수발은 서로 떠넘기는 게 오늘의 세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노인요양보장 제도 도입 계획을 확정하고 시범사업을 벌일 6개 지역을 발표했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요양보장도 많은 비용 부담이 따른다는 점이다.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을 수용하는 보건시설과 요양시설의 건립, 시설 이용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따라서 제도 도입과 함께 비용 절감을 위한 장치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요양보장제도는 일본 ‘개호(介護·곁에서 돌보아 줌)보험’ 제도를 모방하고 있으므로 일본의 경험에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일본은 개호보험 도입 첫해(2000년)에 3조6000억엔의 비용을 이 사업에 썼다. 시행 5년째를 맞는 올해엔 비용이 6조8000억엔으로 늘어날 전망이라 한다. 5년 사이에 두 배가 증가한 것이다. 이에 놀란 일본 정부가 비용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바로 개호예방 사업이다. 실제로 필자가 일본에 머물면서 개호보험 이용실태를 조사해 보니 경증(輕症) 이용자의 50%가 골절·낙상·관절염 같은 폐용(♥用)증후군을 앓는 노인이었다. 그 다음이 뇌졸중과 치매 환자들이었다. 중증(重症) 이용자 가운데서도 폐용증후군은 치매나 뇌졸중보다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요양보장하면 치매나 중풍 환자를 먼저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낙상·골절·관절염·노령에 따른 쇠약증과 같은 폐용증후군 환자가 더 많다.
폐용증후군은 상당한 정도의 예방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본에선 사업비의 많은 부분을 예방사업에 쏟아붓고 있다. 노인 근력강화 운동, 노인 영양사업, 노인 치아관리 사업 등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증진사업이 그런 것들이다. 일본은 개호보험제도 도입 이전인 1978년부터 이른바 ‘건강가꾸기운동’을 시작하였고, 1982년 ‘노인보건법’을 제정하여 40세 이상에 대한 건강관리를 강화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호보험 이용자가 급증하는 형편인데 이제 건강증진사업에 착수하는 우리나라로선 앞길이 험난한 셈이다.
다행스런 것은 금년에 담뱃값을 올려 건강증진기금은 충분하게 마련되었다는 점이다. 이제부터라도 건강증진사업만 제대로 한다면 요양보험의 수요를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선 보건소에 건강증진을 전담할 전문요원(보건교육사·운동처방사·영양사 등)들이 없어 사업비를 마련해도 사업을 제대로 펼 수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보건소가 건강증진사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 배치 등 인프라를 신속히 갖춰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요양보장사업을 추진할 주체다. 건강증진사업은 보건소의 고유 업무인데 요양보장은 건강보험공단이 주도하도록 되어 있다. 이질적인 일을 하는 두 기관 간에 협력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보건사업 부서와 개호사업 부서가 나눠져 있는 일본에서도 두 기관 간의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아 개호예방 사업이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보다 앞서 노인요양보장제도를 도입한 일본의 경험에서 귀중한 교훈을 배워야 할 것이다.
[의료 지방화시대];<뇌경색>;뇌경색, 3시간 이내 막힌 혈관 뚫어줘야
암·심장병과 함께 한국인의 3대 사망 원인에 드는 ‘뇌졸중(중풍)’은 시간과의 싸움이 관건이다. 뇌졸중 중 뇌 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뇌경색은 특히나 분초를 다퉈야 한다. 발병 3시간 이내에 막힌 혈관을 뚫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의사들이 ‘시간이 곧 뇌(Time is brain)’라고 했을까? 지방에서 뇌졸중이 일어난 환자를 데리고 서울까지 가는 동안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환자를 죽이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또한 뇌경색은 재발이 잦은 만큼 집 가까운 병원에서 꾸준한 예방 치료와 관리를 받는 것이 최선이라고 전문의들은 충고한다.
조선일보가 서울의 뇌경색 전문 의사들에게 지방에서 뇌경색이 발생했을 때 믿고 맡길 수 있는 지방 전문의 추천을 의뢰한 결과, 전남대병원 신경과 조기현 교수가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인하대병원 나정호 교수와 충남대병원 김제 교수, 인제대 부산백병원 김응규 교수, 아주대병원 방오영 교수, 을지대병원 이수주 교수, 경북대병원 정두교 교수, 영남대병원 이준 교수 등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의사들로 손꼽혔다.
인하대병원 나정호 교수는 혈전용해제를 혈관에 주사해 막힌 핏덩이를 녹이는 혈전용해술 분야에서 탁월한 임상·연구 업적들을 쌓아가고 있다. 2003∼04년 미국 UCLA 뇌졸중센터에서 연수할 때도 다양한 혈전용해술에 관해 연구를 했다.
영남대병원 이준 교수는 빠른 시간 내에 혈전용해제를 투입할 수 있는 정맥 혈전용해술과 막힌 부분을 정확히 찾아 혈전용해제를 투입하는 동맥 혈전용해술을 합한 정·동맥 혈전용해술을 쓰고 있다. 두 방법을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하면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막힌 혈관을 뚫어줄 수 있다고 한다.
을지대병원 이수주 교수는 모든 뇌졸중 환자에게 CT 조영술을 실시하고 있다. 혈전용해술은 출혈의 위험이 큰 만큼 조영술로 혈관 상태를 체크한 뒤 안전한 환자에게만 혈전용해술을 시행하는 것이다.
아주대병원 방오영 교수, 인제대 부산백병원 김응규 교수, 충남대병원 김제 교수 등은 뇌경색 재발 방지를 위한 뇌혈관 확장술이나 스텐트 삽입술 등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특히 방 교수는 최근 줄기세포를 이용,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환자의 뇌 세포를 근본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는 치료법에 대한 연구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경북대병원 정두교 교수는 환자들이 치료의 주체가 돼서 비만·고혈압·당뇨·고지혈증·흡연 등 뇌경색 위험요인을 줄여 가야 한다는 차원에서 10년 넘도록 ‘뇌졸중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