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람봉
고기 국물이 싫어 통 안가던 거창 동바리 해장국 집에서 이른 아침을 먹고 주인 없이 뒹구는 모자 하나를 챙겨 월성리로 가다 산수리로 길이 갈라지는 산수교 앞에서 택시를 내린다.
왔다갔다 들머리룰 찾다가 길도 없는 능선을 헤치며 국제신문 표지기를 만나고 흐릿한 족적 따라 무덤가로 올라서니 어둠 속에서도 부지런한 새들이 이리저리 날라다니며 노래를 부른다.
바위지대들을 돌아 멀리 남덕유산과 월봉산을 바라보며 가파른 능선을 땀을 흘리고 올라 왼쪽에서 오는 넓직한 임도와 만나서 배낭을 베고 무거운 눈꺼풀을 잠시 감아본다.
찬 얼음 막걸리 한컵으로 갈증을 달래고 임도에서 벗어나 770.9봉으로 올라가면 오래된 삼각점(무풍448)과 안내문이 있고 살랑거리는 아침바람이 땀을 말려준다.
다시 임도와 만나 무덤 한기가 잡초에 묻혀있는 다람봉(877m)을 지나서 너른 더덕밭들이 펼쳐지는, 시멘트 임도인 다람재로 내려가니 주인 없는 농기구들만 널려있어 적막하고 옅은 안개들이 산자락을 뒤덮고 있다.
▲ 들머리
▲ 월봉산쪽 조망
▲ 770.9봉 정상
▲ 임도에서 바라본 남덕유산
▲ 다람봉 정상
▲ 다람재
- 시루봉
사면에서 바람에 실려온 굵은 더덕 몇 뿌리를 캐고 국제신문 표지기들이 촘촘히 달려있는 흐릿한 능선길 따라 잡목들을 헤치며 866봉을 넘으면 앞에 덕유산 주능선과 함께 두루뭉술한 시루봉이 모습을 보인다.
산수리의 마을들을 내려다 보며 가파른 능선을 한동안 치고 시루봉(897.5m)으로 올라가니 역시 삼각점(무풍314/1983재설)과 안내문이 있고, 정상판이 걸려있으며 조망은 가려있다.
간벌된 능선을 잠시 따라가 농장의 철조망과 만나서 오른쪽의 일반등로를 버리고 왼쪽으로 꺾어 덕유산의 실루엣을 바라보며 뚜렷한 산길을 뚝 떨어져 내려간다.
산중의 빈 펜션에서 막걸리 통을 비워 식수를 보충하고 거미줄들을 걷어가며 시멘트 도로들이 어지럽게 교차하는 하고개로 내려가면 막 병곡리로 군내버스가 넘어오며 기사가 손을 흔든다.
줄줄이 나타나는 무덤들을 지나고 부산의 산악회 표지기 하나를 보며 흐릿한 능선을 땀을 흘리며 올라가 국립공원의 경계인 듯한 내무부 시멘트석 하나를 만난다.
▲ 시루봉 정상
▲ 하고개로 내려가며 바라본 덕유 주능선
▲ 하고개
▲ 하고개
- 1433봉
구덩이 하나 파여있는 둔덕봉을 넘고 무성한 관목들을 헤치며 가파른 능선을 지나 제비봉이라고도 하는 1046.0봉으로 올라가니 삼각점(무풍446/1983재설)이 반겨주고 나물꾼들의 쓰레기가 버려져 있으며 표지기도 두엇 걸려있다.
삼각점에 걸터앉아 단 참외 하나 깍아먹고 왼쪽으로 길이 흐릿한 안부를 지나 앞을 막고있는 험한 암릉을 오른쪽으로 우회해서 나무들을 잡고 올라가면 비로서 조망이 트여 지나온 능선이 잘 보이고 무룡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거친 관목과 잡목들을 이리저리 뚫으며 끊이지 않고 나타나는 바위지대들을 넘어 길도 없는 능선을 한동안 따라가니 한여름 같은 무더위에 땀이 줄줄 흐른다.
잡목으로 가린 답답한 능선을 한동안 치고 올라가면 시야가 트이는 헬기장이 나오는데 앞에 주능선이 아직 멀리 떨어져 있어 헬기장이 있다고 하는 1381봉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뚜렷해진 산길을 만나서 지보나물을 잔뜩 뜯어 산수리로 내려간다는 노부부 한쌍을 지나쳐 한적한 능선을 따라가니 진록색 초지에는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고 암릉에서는 남덕유산과 월봉산이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아무 것도 없는 1381봉을 넘고 안부에서 가파른 능선을 한동안 치고 장쾌하게 펼쳐지는 주능선을 바라보며 백두대간상의 1433봉으로 올라서면 반가운 돌탑이 있고 등산객 몇분이 앉아 쉬고있다.
▲ 1046.0봉 정상
▲ 암릉
▲ 암릉에서 바라본 1046.0봉
▲ 암릉에서 바라본, 향적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
▲ 암릉에서 바라본, 신풍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 헬기장에서 바라본, 남덕유로 이어지는 주능선
▲ 헬기장에서 바라본, 주능선상의 1433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 암릉에서 바라본 무룡산
▲ 1433봉 정상
- 백암봉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며 땀을 딱고 반질반질한 등로를 바삐 내려가니 기대했던 산철쭉들은 다 떨어지고 곰취도 한장 볼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 생긴다.
수많은 사람들이 점심을 먹는 동엽령을 지나고 조망 트이는 암릉으로 올라서면 망봉에서 주능선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가깝게 보여 작년 여름에 산우들과 힘겹게 오르던 생각이 떠오른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그늘 공터 한쪽에서 독한 매실주 한컵에 대강 빵으로 점심을 떼우고 기운 없는 다리를 채근하며 백암봉(1503m)으로 올라가니 원추리로 뒤덮혔던 중봉과 향적봉이 지척으로 보인다.
오른쪽으로 꺾어 백두대간길로 들어가면 옛 기억대로 완만하면서도 편한 그늘길이 내내 이어지고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와 기운이 난다.
이정표들을 만나며 안부에서 봉우리를 넘어 길이 전혀 없는 남쪽 지능선으로 들어섰다가 온 능선을 살펴보고는 아직 귀봉이 아니라 되돌아 나온다.
횡계재에서 올라오며 귀봉을 보지 못했다는 등산객들의 말에 다시 지능선으로 들어섰다가 돌아와 백두대간을 한참 더 가니 이정표가 서있는 귀봉(1373m)이 나오고 작게 글씨가 쓰여있다.
▲ 암릉에서 바라본, 시루봉에서 이어온 능선
▲ 암릉에서 바라본, 가운데의 귀봉에서 정애재로 꺽어지는 산줄기
▲ 암릉에서 바라본, 월봉산에서 황석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 지나온 능선
▲ 중봉
▲ 백암봉 정상
▲ 백암봉에서 바라본, 신풍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덕유로 이어지는 주능선
▲ 전망대에서 바라본 백암봉과 향적봉
▲ 귀봉 정상
- 방곡리
조금 앞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아주 흐릿한 족적을 따라가면 길은 사라지고 거친 산죽 숲과 바위지대들이 이어지며 조망은 가려있어 주위를 가늠할 수가 없다.
능선만 따라 인적 끊어진 능선을 타고가다 남은 참외 하나 까먹고 남동쪽만 가늠하고 능선을 뚝 떨어져 내려가니 바위지대가 나오는데 모처럼 조망이 트여 지봉쪽 백두대간이 잘 보이지만 진행할 지능선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험한 바위지대들을 우회하며 남동쪽 능선을 한동안 타고 내려가다 계곡 물소리가 가깝게 들려와 오른쪽의 능선으로 두번이나 트레버스 하지만 어디선가 능선을 놓쳤는지 방향을 잡을 수가 없다.
하는 수 없이 임도가 지나가는 정애재를 넘을려던 생각을 접고 계곡으로 내려가 산악회의 표지기 한장도 보며 길 없는 계곡을 따라가다 횡경재에서 송계사로 가다 잘못 들어섰다는 등산객 한분도 만난다.
계곡을 몇번이나 건너 오른쪽에서 오는 뚜렷한 산길과 만나서 임도를 타고 내려가 개념도에도 나와있는 송어 양식장을 지나면 곧 방곡리의 식당 한곳이 나온다.
찬 계곡물에 몸을 딱은 후 젖은 옷을 갈아 입고 17시 30분에 있다는 군내버스를 기다리다 낮술에 취해 산에서 한잠 자고 내려온다는, 구미 사는 분의 차를 얻어타고 거창으로 나간다.
첫댓글 아니 얼마전에 제가 다녀간 백암봉을 다녀오셨네요.
그럼 귀봉이 백두대간/송계사 삼거리인 횡경재 지나서인가요 못미쳐서인가요?
시간상으로볼 때 지나서 같기는 한데..
백암봉에서 횡경재 바로 가기 전입니다. 대간 하는 사람들 말만 믿고 한참 헤멨네요...
산행 억시 일찍시작하셨네요... 국제신문 시그널은 거의 알바가능성이 많은 시그널같습니다..ㅎ
시원한 백두대간 능선과 진양기맥의 일부 산이 보기 좋습니다.언제나 다시 가보려나 합니다.언제라도 가고프기는 한 곳인데~~~
여기서보니 무룡산도 그높이가 한가락하네요 .. 망봉-가짜명천안산 할때1428봉직전의 정말넌덜머리나던 산죽지대지나
무룡산으로 올랐던기억이납니다 ㅎ
덕유산이 지금 꽃밭이라는데.. 꽃은 어디가고.. ㅡ.ㅡ
날 더운날 엄청 고생하셨습니다..^^
철쭉은 다 지고 원추리는 아직 안폈고... 뭔 꽃밭? 산행 같이 가자는 소리는 안하네. 맨날 친구들하고만 다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