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주자의 약점을 극복하고 세계적으로 도약한 국내 전자·정보통신업체들의 사례를 통해 선진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다섯 가지 방안을 모색해 보았다.
세계 최대의 DRAM 생산국, 세계 최대의 LCD 생산국, 세계 최대의 CDMA 단말기 생산국, 등등...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뒤쫓아가기 급급했던 국내 전자·정보통신 산업에 새로운 신화가 탄생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LG필립스엘시디, 삼성 SDI, 삼성전기 등은 이미 세계 전자·정보통신산업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위상을 굳히기 시작했다. LG나 삼성의 자체 브랜드를 장착한 디지털 TV, PDP TV, LCD 모니터 등 첨단제품들이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은 물론 난공불락의 적지라고 표현할 수 있는 일본에서도 호평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포춘誌, 타임즈誌 등 세계적인 저널로부터 세계 최고의 전자기업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소니를 능가하는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6일부로 삼성전자는 약 66조원의 시장가치를 기록, 소니를 추월한 바 있다.
후발주자의 이점을 살려
90년대 초반까지 국내 전자기업들은 선진기업을 따라가기에 급급했으며, 당연히 후발주자의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선진기업들은 시장선점을 통한 지속적인 브랜드 이미지 및 고객 신인도, 설계와 생산 전반에 걸친 기술적 성숙도, 설비투자 조기 회수를 통한 우수한 원가구조 등의 장점을 활용하여 국내기업들에 대한 거대한 진입장벽을 만들었다. 각종 특허 및 라이센스는 신제품 시장 진입을 갈망하는 국내기업들을 압박하기에 충분했다. DVD의 경우 로얄티가 제품가격의 10%를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CDMA 단말기의 경우 매출액의 약 6%를 로얄티로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기업들은 후발주자의 강점을 충분히 활용했다. 우선 선진기업들의 사업 성패를 사전에 학습할 수 있어 투자비의 낭비를 줄일 수 있었다. 선진기업을 따라간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사업의 위험부담을 경감시키는 것이었다. 또한 시장의 경쟁구도 및 경쟁 우위 변화를 정확히 파악한 이후에 보다 값싼 제품을 출시해 충분한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 기존제품이나 기술을 약간 개량하면 금상첨화였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국내기업들은 새롭고 효율적인 생산공정 혁신을 통해 선진기업보다 우수한 원가경쟁력을 확보하였으며,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여 원천특허 및 핵심기술 확보에도 만전을 기했다.
이같이 후발주자의 강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핵심역량을 확보한 국내기업의 앞길에는 새로운 가능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DRAM, LCD 등 각종 부품사업은 국내기업의 비교우위와 가야할 길을 입증해 주기에 충분했으며, 디지털 TV, 휴대폰 등과 같은 디지털 정보가전 사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선발기업 따라잡기 5대 전략
국내 전자·정보통신기업의 성공사례를 분석해본 결과 모방과 혁신의 조화, 불황기의 투자, 적기 신제품 출하, 제휴, 생산기술 및 핵심부품 활용 등 다섯 가지 관점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다섯 가지 성공 방정식은 향후 사업전략 및 전개방향 수립을 위한 기본 가이드 라인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 모방과 혁신을 조화시켰다
원천기술이 전무했던 국내 가전기업의 경우 모방은 필요불가결한 시장진입 방법이었다.
50년대 후반 진공관식 라디오의 OEM 생산을 시작으로 국내 가전산업은 태동기를 맞이한다. 그러나 이때부터 60년대 후반의 흑백 TV, 70년대 후반의 컬러 TV, 80년대의 VCR 등에 이르기까지 주요 가전제품은 히타치, 산요, 도시바 등 선진기업들의 기술을 그대로 이전 받아 이들에게 OEM(주문자생산방식) 공급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이후 상황은 다소 호전되기는 했지만 선진기업의 혁신제품을 모방하거나 또는 그러한 제품을 다소 개량하는 수준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이처럼 출발점은 모방이었지만 국내기업들은 꾸준한 신제품 개발 노력과 더불어 적극적인 생산성 혁신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전자레인지, 에어컨 등 다수의 청출어람 사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전자레인지의 사례를 보자. 전자레인지는 42년 제 2차 세계대전 중에 미국의 레이시온이 레이다의 고주파 기술을 응용하여 최초 개발하였으며, 70년대 들어 상용제품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높은 가격으로 인해 본격적인 보급 확대는 80년대부터 이루어졌다. 80년대에 들어 샤프, 마츠시타, 산요 등 생산기술을 기반으로 한 일본기업들은 저가 보급형 모델을 개발하면서 단숨에 시장을 장악했다. 60년대에 1,000달러 수준이었던 전자레인지의 가격은 80년대 중반에 약 150달러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그런데 80년대 중반부터는 본격적인 국내기업들의 선전이 시작된다. 국내기업들은 수십년에 걸친 전자레인지 연구개발 격차를 제휴 등을 통해 손쉽게 따라잡았으며, 여기에 머물지 않고 일본기업을 추월할 수 있을 정도의 원가경쟁력을 갖추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9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는 LG전자, 삼성전자, 대우전자 등 국내 가전 3사를 기반으로 세계 최대의 전자레인지 생산·판매 국가가 되었다. 99년 국내 가전 3사는 약 1,500만대 이상의 전자레인지를 생산하여 세계시장 50%를 초과하는 점유율을 확보했으며, 이들 모두 세계 전자레인지 Top 3의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이중 LG전자의 중국 현지공장에서 생산하는 보급형 전자레인지의 원가의 경우 30달러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LG전자의 전자레인지는 원조격인 미국의 GE에도 공급되고 있다.
국내 가전기업의 모방과 혁신 전략은 TV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흑백 TV와 컬러 TV 즉 아날로그 TV의 경우 비록 기술이전을 통해 개발했지만 디지털 TV는 독자적인 개발을 통해 소니, 마츠시타 등 일본 유수의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LG전자는 디지털 TV의 주도권 장악을 위해 북미식 디지털 TV 규격(VSB 방식)의 원천특허를 보유한 미국의 제니스를 인수한 바 있으며, 삼성전자도 선진기업에 뒤지지 않고 디지털 TV를 출시하고 있다. 이러한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앞으로 디지털 TV 시장을 주도하려는 국내기업들의 야심찬 계획은 충분한 성과를 맺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2. 불황기에도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출 효자 종목은 바로 DRAM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세계 DRAM 시장에서 27%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여 92년부터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또한 하이닉스도 15%의 점유율로 3위를 기록했다. 두 회사의 점유율은 모두 41%로 21%인 일본기업과 20%인 미국기업과 큰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
DRAM 산업의 역사는 70년 인텔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1K DRAM ‘1103’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DRAM은 70년대에 인텔의 주력사업으로 위상을 드높였다. 그러나 70년대 후반 NEC, 히타치 등 일본업체들이 대량 생산기술을 무기로 인텔의 아성에 도전하였고, 결국 인텔은 86년 DRAM 사업을 철수하게 된다. 후발주자인 일본기업들이 선발주자인 인텔을 무너뜨린 것이다.
그러나 일본기업들은 80년대 중반이후 독자개발을 시작한 삼성전자와 90년대 초반 기술이전과 독자개발을 통해 시장에 진입한 LG반도체 및 현대전자의 가세로 세력을 잃게 되었고, 결국 90년대 후반 세계 1위 자리를 국내기업들에게 넘겨주게 되었다.
DRAM 산업의 시장점유율 부침에서 눈 여겨 볼 것은 삼성전자의 독주체제이다. 삼성전자는 2위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보다 40%나 많은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으며, 수년 전 20%에 머물던 시장지배력도 대폭 향상되어 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한때 DRAM 시장 내 Top 5에 포함되었던 TI의 메모리사업을 인수하였으며, 하이닉스도 99년 당시 3, 4위를 달리던 LG반도체와 현대전자가 합병한 회사임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의 위상은 더욱 돋보인다.
삼성전자의 독주체제 구축의 중요한 원인은 바로 불황기에서도 적극 투자하여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전략 때문이었다. 90년대 후반부터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생산설비를 적기에 구축하는 것이 DRAM 사업의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이었다. 따라서 기업들은 4M DRAM, 16M DRAM, 64M DRAM 등 DRAM 세대가 바뀔 때마다 2∼3개의 생산라인을 새로이 확충해야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생산라인 1개당 약 10억 달러의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 반면, 96년 이후 시작된 DRAM 가격 하락의 여파로 대부분의 DRAM 회사들은 극심한 자금난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80년대에 인텔을 축출했던 일본 반도체기업들은 수익구조에 민감했다. 따라서 사업의 20∼30% 비중에 불과한 반도체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기 어려웠다. 대세는 자연스럽게 국내기업 쪽으로 기울게 되었다.
DRAM은 호경기와 불경기가 교차하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삼성전자는 90년대 중반 이후 대부분의 DRAM 업체들이 불황을 겪는 가운데에도 유일하게 흑자기조를 유지함으로써 1등은 불황기에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새로운 신화를 탄생시켰다.
DRAM 신화, LCD에 이어져
작년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의 TFT-LCD 생산국으로 부상했다. 이는 95년 양산을 개시한 이후 불과 4년만에 세계 1, 2위로 등극한 삼성전자와 LG필립스엘시디의 경이로운 경영성과에 기인한다.
LCD는 68년 미국의 RCA가 액정을 디스플레이에 응용하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73년 일본의 샤프가 전자계산기에 세계 최초로 LCD를 장착하여 수요가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80년대 중반 정보단말기, 소형 TV 등에 폭넓게 사용되던 LCD는 90년대 들어 10인치 이상의 대형 TFT-LCD의 양산이 성공하면서 노트북 PC를 중심으로 대표적인 디스플레이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에는 브라운관 모니터를 급속히 대체하고 있으며, 앞으로 중소형 TV 시장에서도 위상을 굳혀나갈 전망이다.
DRAM의 성공신화는 기술, 생산, 판매 등에서 유사성을 갖는 TFT-LCD에 그대로 이어졌다. 특히 과감한 투자전략은 DRAM과 똑같은 패턴을 밟아가고 있다. 97년에는 국내기업중 삼성전자만 TFT-LCD 시장 내 3위를 기록했었다. 그러나 97년 하반기에서 98년 상반기까지 공급과잉으로 심한 불황을 겪고 있을 때 국내업체들은 13.3인치 이상의 대화면 제품에 적합한 새로운 생산라인 증설을 과감히 추진하였다. 반면 일본업체들은 12.1인치 제품을 주력으로 하여 차세대 생산라인 투자에 소극적으로 대응하였다. 결국 98년 말에는 삼성전자가 1위를 LG가 4위를 기록한 데 이어 99년에는 삼성전자가 19%의 점유율로 1위를, LG필립스엘시디가 14%로 2위를 차지하였으며, 이후 삼성전자와 LG필립스엘시디의 2년에 1개꼴의 신라인 증설(라인당 투자비 약 2조원)이 이어지면서 1, 2위의 시장지위는 강화되고 있다.
DRAM과 TFT-LCD 사례에서 나타난 불황기의 투자 확대 전략은 후발기업의 한계를 갖고 있는 국내기업들이 향후에도 선진기업을 따라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는 전략유형이라고 판단된다. 물론 국내기업들은 이 전략이 대규모 투자가 시장지위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장치산업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과 대규모 설비를 활용할 수 있는 우수한 생산기술력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편 불황기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사업에 대한 신뢰와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우선 철저한 시장정보 수집 및 고객 분석을 통해 사업의 현재 및 향후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사업에 대한 판단이 섰을 때 그대로 밀고 나갈 수 있는 강력한 의지를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3. 적기에 신제품을 출시하였다
LG전자의 CD-ROM 드라이브 사업은 후발주자가 적기 신제품 출하활동(Time to Market)을 통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사례를 제공해준다. LG전자는 CD-ROM 드라이브의 배속 경쟁을 주도하여 단기간에 세계 최고의 생산업체로 부상했다. CD-ROM 드라이브가 PC의 주력 부품으로 자리잡으면서 CD-ROM 드라이브의 느린 정보처리 속도는 상용화의 장애요인이 되었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LG전자는 4배속, 8배속, 16배속 등 고배속 CD-ROM 드라이브를 경쟁사보다 빨리 출시함으로써 세계 최대의 CD-ROM 드라이브 생산업체가 되었다. 2000년말 기준으로 LG전자는 약 100억달러의 CD-ROM 시장에서 19%의 점유율로 세계 1위를 고수하였다.
신제품의 적기 출하는 DRAM 사업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 DRAM 산업이 본격적인 성장기는 90년대 초반의 4M DRAM에서 출발한다. 당시 일본업체들은 1M DRAM의 후속 제품인 4M DRAM보다 오히려 차차세대 제품인 16M DRAM의 상용화에 주력하는 한편, 설비투자를 억제하였다. 이에 반해 국내업체들은 4M DRAM 중심의 시장형성을 예견하고 대규모 설비투자를 단행했다. 결국 승부는 시장이 원하는 제품은 4M DRAM을 적기에 출시했던 국내 반도체업체들의 승리로 종결되었다. 4M 제품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시리즈의 붐에 편승하여 수년간 10달러를 상회하는 고가격대를 유지했으며, 삼성전자에 이어 LG반도체와 현대전자가 Top 10내에 진입하면서 이어 벌어지는 국가간 DRAM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을 이길 수 있는 결정적인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
적기 제품 출시는 2차 전지사업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사업의 성공요인이다. 2차 전지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품은 휴대폰이다. 2000년 기준으로 세계 2차 전지 시장규모는 약 31억1천만셀이며, 이중 휴대폰은 43%인 13억3천만셀에 이른다. 휴대폰용 2차 전지사업은 고객과의 수주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이 시장이 99년부터 Over Capacity 문제가 심각해져 휴대폰업체가 원하는 사이즈, 원하는 용량의 2차 전지를 적기에 개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게 되었다. 따라서 고객이 원하는 2차 전지를 적기에 공급할 경우 훨씬 좋은 판가를 받을 수 있으며, 신인도 제고에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현재 휴대폰 시장은 일본업체들이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으며, 이중에도 특히 산요가 30%대의 시장점유율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LG화학과 삼성 SDI가 99년과 2000년에 사업화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시장점유율은 미미하다. 그러나 금년 들어 국내 2차 전지업체들이 Time to market에 부응하는 2차 전지를 출시하여 사업의 안정화를 꾀하고 있어 향후의 전망은 밝다. LG화학은 노트북 PC용 2.2암페어 제품을 세계 최초로 출시,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적기 출시에 필요한 역량
적기에 신제품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조사분석 능력과 상품기획 능력 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 기업들이 우수함이 돋보이는 부품사업의 경우 세트기기 업체를 리드할 수 있는 능력, 즉 세트기기의 시장 Trends 및 그와 관련된 부품 특성(Specification)을 파악하여 적합한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사업 성공요인이 된다. 여기서 세트기기의 설계구조까지 변경시킬 수 있는 기술 지원 활동을 포함하여 Total Solution 제공 능력을 갖춘다면 금상첨화이다.
한편 차세대 및 차차세대 제품의 선개발은 시장구도를 바꿔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로 나설 수 있는 역량이 된다. 따라서 국내기업들은 적기 신제품 출시를 목표로 차세대 및 차차세대 제품의 연구개발 활동에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예컨대 이동통신사업의 3G 및 4G 개발, 차세대 대용량 DVD 선개발 등이 중요한 타겟이다. 이중 이동통신산업의 경우 차세대 제품인 3G 시스템 및 단말기의 경쟁력 강화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나아가 4G를 타겟으로 원천특허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활동도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정통부 주관으로 CDMA 선행개발의 성공사례가 있으며, 현재 국가적 차원에서 민간기업, 정통부, 학계 등이 합심하여 4G 연구개발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개발은 여러 가지 응용 특허를 통한 IP(지적재산권)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더욱 중요성이 높다.
4. 독불장군식 사고를 버렸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의 CDMA 휴대폰 생산국가이다. 96년 세계 최초로 CDMA 상용화에 성공하여 97년부터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휴대폰 생산에 박차를 가했으며, 세계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시작한 99년부터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대의 CDMA 휴대폰 생산국이 되었다. 삼성전자가 부동의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LG전자는 99년과 2000년에 4위 권을 유지하다가 2001년에는 2위로 올라섰다. 이 밖에도 현대큐리텔, 팬텍 등이 CDMA 휴대폰을 생산하고 있다.
CDMA 휴대폰은 아날로그 휴대폰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지는 사업이다. 그런데 아날로그 휴대폰에서 전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국내기업들이 단숨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부상하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물론 국내 기업들의 우수한 생산기술, 디자인 및 마케팅 역량 등이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 연구기관, 기업 등이 혼연일체가 되어 추진했던 CDMA 상용화를 위한 공동연구개발 프로젝트였다는 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89년부터 96년까지 7년에 걸쳐 정부 출연 연구비 543억원을 포함하여 총 996억원의 연구개발비와 1,000여명의 연구인력이 투입되었으며, 전자통신연구소와 LG, 삼성, 현대, 맥슨 등 국내 생산업체들이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였다. CDMA의 성공 사례를 통해 국내기업들은 더 이상 우물안 개구리의 시각을 버리고 적극적인 네트워킹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가 있다.
한편 정보화 시대를 맞아 디지털화 및 네트워크화가 진전되고 각종 기술이 융합됨에 따라 표준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표준은 공식적인 국가기관이나 범세계적인 기구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공식적 표준과, 시장에서 기업간의 경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사실상의 표준이 있다. 이러한 표준화는 독불장군을 허락하지 않는다. 모든 기업이 상호간의 이해관계를 적절히 절충하지 않고서는 그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뿐만 아니라 생산, 영업, 마케팅 등 Business System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전략적 제휴를 통해 자사의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국내기업의 경우 기술을 보완하고 타 기업과 공생할 수 있는 Win-win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우수 기업을 가리지 않는 범 Global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네트워킹 전략이 필요하다.
5. 생산기술과 핵심부품에서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어 나갔다
차별화 포인트는 특성이 다른 부품사업과 세트기기사업을 분리하여 분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우선 부품사업을 보자. 전통적으로 국내 전자·정보통신 기업들은 부품사업에서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내었다. 세트기기사업을 전개하기에는 제품 디자인과 마케팅의 역량이 경쟁기업에 뒤져 그 동안 Global 시장에서는 효력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최근 들어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기업들의 Global 사업전개 역량이 강화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다.
국내기업들이 부품사업에서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바로 뛰어난 생산기술력 때문이다. DRAM과 TFT-LCD의 경우 국내기업은 세계 최고의 수율을 자랑한다. 그만큼 원가경쟁력이 높다는 말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독자적인 설비 개선 역량을 갖추고 있는데, 설비개선 역량이 원가경쟁력에 미치는 효과는 수율보다 더욱 크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DRAM과 TFT-LCD는 적어도 1∼2년에 1번 정도 새로운 생산라인을 건설해야 하며, 라인 당 투자비용은 1∼2조원에 이른다. 따라서 고정비용의 부담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여기서 국내기업들은 생산설비를 혁신하여 신라인 투자비를 20∼30% 이상 개선하는 한편, 기존 생산라인을 합리화하여 추가적인 증설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국내기업들은 Global Top의 지위를 굳건히 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유망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2차 전지의 경우 국내 기업의 시장지위가 매우 낮다. 시장 지위 면에서는 삼성 SDI와 LG화학이 6∼8위 권에 도달해 있지만 점유율의 경우 합쳐서 10% 수준에 불과하다. 그만큼 Top Tier와의 격차가 큰 실정이다. 다행히 이들 업체들이 향후 적극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어 시장 점유율은 단기간에 상당 폭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국내기업의 증설에는 반드시 생산 및 설비 개선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차 전지 시장은 기술력의 격차가 사라지고 있어 결국 Volume 게임 즉, 규모의 경쟁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에 있기 때문에 생산기술력은 앞으로 국내기업들이 경쟁구도 재편을 위해 가장 관심을 두어야 할 요소이다.
세트기기사업의 경우 핵심부품 확보가 필수적이다. LG전자는 2000년 말 대수기준으로 세계 최대의 에어컨 생산기업으로 도약했다. 에어컨과 더불어 냉장고, 세탁기 등 이른바 백색가전과 관련한 LG전자의 위상은 최근 수년간 엄청나게 변했다.
IMF 직전만 해도 LG전자는 백색가전을 성숙기에 접어든 사업으로 간주, 백색가전 사업부문의 지분 매각까지도 검토했었다. 또한 생산설비를 동남아로 이관할 계획도 세웠다. 당시의 환율 및 임금구조 하에서는 수익을 맞추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IMF로 인해 생산설비 이전 계획은 취소되었고 원가경쟁력과 환율 개선을 통해 LG전자는 단숨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백색가전 기업으로 도약했다. LG전자의 원가경쟁력은 1달러 당 1,000원의 환율구조에서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개선되어 있다. 이러한 LG전자의 원가경쟁력은 끊임없는 개선 및 혁신 활동을 통한 우수한 생산기술과 뛰어난 생산성, 그리고 핵심부품의 독자 개발 및 생산에서 기인한다. 에어컨과 냉장고의 핵심부품인 콤프레셔는 이미 세계적인 성능을 인정받고 있으며, 일본 최대의 가전기업인 마츠시타에도 제공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전자레인지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전자레인지의 핵심부품인 마그네트론(고주파발생장치)을 개발, 전세계시장의 40%를 공급하고 있다.
앞으로 국내기업이 디지털 정보가전의 주력인 휴대폰과 디지털 TV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핵심부품 확보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휴대폰의 경우 국내기업이 소형 디스플레이, 2차 전지 등에서는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 CDMA 칩셋의 경우 아직도 퀄컴사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3G 단말기에서도 이러한 추세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점진적으로 이 숙제 해결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디지털 TV의 경우 LG전자가 VSB 원천특허를 기반으로 핵심 칩셋을 독자개발 함으로써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유럽방식 및 일본방식, 그리고 CATV 등에 사용되는 다양한 칩셋 확보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다행히 디지털 TV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디스플레이의 경우 국내기업들이 PDP, LCD, 브라운관, 프로젝션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어 머지않아 그 성과가 가시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