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29어울림’ 정기 산행에 동참을 하게 되었다.
2호선 금곡 지하철역에서 만나니까 처음엔 ‘금정산둘레길 4코스‘인 줄 알았다.
그러나 걷기를 시작하면서 안내판에서 확인을 한 건 ‘가람낙조길’이였다.
‘가람’이나 ‘낙조(落照)’는 시어(詩語)로서 서정시에서나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단어.
그 아름다운 이름의 ‘가람낙조길’ 반 토막을 친구들과 함께 느릿하게 걸을 수 있었다.
‘가람낙조길’은 천혜의 자연경관인 낙동강을 바라보며 부산의 명산인 금정산 언저리를 걸을 수 있는 길이다.
화명수목원, 대천천, 생태공원 등 친환경 생활공간과 더불어 금곡동의 율리 패총, 알터, 열녀 이씨 정려비 등 지역의 문화 유적지와도 연계되어 있다.
한국관광공사에서는 '2016년 1월 추천 걷기여행길'로 '부산의 걷기 좋은 길 10곳'을 선정했는데, 갈맷길 1-2코스를 비롯하여 구포 무장애 숲길,
절영 해안산책로, 초량 이바구길, 기장 해안산책로 등과 함께 가람낙조길이 선정됐다.
시작은 금곡역이다.
금곡동은 금정산 고당봉에서 낙동강 쪽으로 뻗은 골짜기라는 뜻이다.
금이 많이 나 '금맥 골짜기'라는 설도 있고, 가야시대 쇠를 녹인 야철터가 있어서 금곡이란 설도 있다.
진흥사 뒤로 이어지는 등로에는 생강나무 군락지가 있어 때이른 꽃망울이 노오랗게 터져 있고,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인 낙동강조망대에선
낙조(落照)가 없을 뿐 구비도는 가람(江)을 가슴벅차게 바라볼 수 있었다.
지난 2012년부터 개장한 화명수목원은 활엽수원, 침엽수원, 수서생태원 등 학습원이 있어 수목원을 관람할 수 있다.
수목원 본관 앞 대천천에는 '애기소'가 유명하다.
아이가 없는 부부에게 선녀가 아기를 점지하며, 3년 뒤에 아기를 도로 데려가기로 하였다.
아기를 낳은 부부는 3년째 되던 날 대천천 상류로 올라가 선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려고 하였다.
이때 선녀가 약속이라며 아기를 데리고 사라졌고, 그때부터 이 소(沼) 주변에 아기 울음이 들렸다고 한다.
5.23km로 아주 천천히 걸었으니 시간은 무의미하다.
고도표
<클릭하면 큰지도> "마로-바람 따라 구름 따라"에서 가져 옴.
참고: 금정산 둘레길 4구간
금곡역 6번 출구는 금곡역 2층에서 육교를 건너게 된다.
출발이다.
금곡역 5번 출구에서 도로를 횡단한 시내버스 종점과 만나...
인재개발원 앞을 지나고...
불암사와 진홍사 안내판을 따라...
올라가면...
'가람낙조길' 안내판과 이정표가 있다. '금정산둘레길 4코스'는 여기서 헤어진다.
가람낙조길 코스: 금곡역-진흥사-생강나무 군락지 -낙동강전망대-화명수목원-율리패총-전망대 -진흥사 앞(금곡주공4단지). <총 10.1km>
진홍사 일주문을 바라보며 더 들어가지 않고...
진홍사 일주문 직전에서 바로 우측 능선으로 돌아 붙는다.
그래서 진홍사의 우측 뒤로 돌아 붙어...
정자에서 잠시 쉬어간다.
정자에도 가람낙조길 구급 약품상자가 비치되어 있다.
때이른 봄꽃들이 마중나와 있는 산길을 천천히 걷노라니...
노란 생강나무꽃도 꽃망울을 터뜨렸다. 그러고보니 이 지역이 생강나무 군락지였다.
돌아본 친구들.
생강나무꽃과 산수유꽃을 구분하느라 봄이면 공부를 하지만 그 때뿐이고, 아직도 생강나무와 산수유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가람낙조길 안내판
몇 걸음 걷다가 쉼하는 벤치 옆 작은 계곡에 맑은 계곡수도 졸졸 흐른다.
군데군데 아름다운 싯귀들이 걸려있고...
진홍색 진달래 앞에서 오늘의 홍일점 최여사가 봄의 여인이 되었다.
나무에 그어진 하얀색 페인트는...
지근거리의 가람낙조길 갈림길을 말하는 듯.
고당봉 오름길에서 우측으로 꺾어지는 이정표.
이제는 우측 등고선을 따르게 된다.
-꽃을 위한 서시序詩-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의 어둠에
추억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 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면 금이 될것이다.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여.
<김 춘 수>
작은 늪지에는 도룡뇽 서식지 안내판이 붙어 있고...
낙엽 깔린 산길을 이어가다...
낙동강전망대는 왼쪽 능선으로 붙어야 하는데, 박회장과 조태근 친구가 지나쳤다가 돌아오고 있다.
WOW! 좌측 열린 공간으로 구비도는 낙동강을 볼 수 있다.
흐린 날씨에 시야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지만 낙동강 좌측으로 김해지역 낙남정맥 마루금이 뻗어있고, 강 우측으론 물금 오봉산과 토곡산도 가늠된다.
강건너 중앙에 신어산이 우뚝하고 좌측 낮은 산자락에 돛대산이, 우측으로 동신어산과 더 멀리는 무척산인가(?)
이곳이 오늘의 하이라이트임에 틀림이 없다.
좁은 석문을 통과하니...
행운을 안겨주는 돌문길이란 안내판이 붙어있다.
흔들바위라지만 흔들어보지 않았고...
위용
데크로 꾸며놓은 전망대가 있다.
데크전망대엔 망원경이 있어 주위 조망을 자세히 살필 수도 있어...
S커버를 그리며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을 다시 한번 내려다 본다.
우측으로 눈을 돌리니 암봉으로 솟구친 고당봉.
살짝 당겨 보았더니 부산의 진산으로서 위용을 갖추는 덴 부족함이 없어 뵌다.
평이한 산길을 이어가면 우측으로 성곽을 만나고...
원형이 보존된 암문(暗門)을 만난다.
암문을 통과하면 만나는 이 이정표에서 율리역 방향으로 성곽을 따라야만 '가람낙조길'이지만 실버들의 행진은 아래로 그냥 내려가고 만다.
그 길은 '학생교육원'가는 길로 '등산로 없음' 현수막이 붙어 있다.
그래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작은 나무계단을 지나지만...
우측으로 사유지 휀스가 쳐져있고...
우측 작은 능선에 붙어서야 성곽을 따라 이어진 '가람낙조길'을 만난다.
다시 성곽을 만나고...
성곽 좌측으로 학생수련원 문은 잠겨있고...
암문을 통과하면 산길은 화명수목원으로 곧장 이어진다.
금정산성은 돌의 색깔로 보아 새로 보수한 듯하다.
금정산성(金井山城)은 사적 215호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산성이지만 언제 성을 수축하였는지 알 수 없다고 한다.
지금의 산성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고 난 후인 조선 숙종(肅宗) 29년에 국방에 대한 새로운 인식속에서 해상을 방어할 목적으로 축성된 것이다.
성은 내. 외성으로 쌓았고,성의 길이는 17,336m, 높이는 1.5m~3m정도이며 동,서,남,북의 네 성문을 둔 방대한 산성이다.
화명수목원 방향으로 자연스레 이어진...
산길 좌측으로 대천천의 하얀 암반이 드러난다.
사방공사가 완벽히 이루어졌지만 계곡의 아름다움은 이미 기대할 수 없어.
아치형 나무다리를 지나면...
화명수목원의 건물이 보인다.
수목원 주위를 산책할 수도 있겠지만...
오래전의 추억을 유추해 보면 지금은 여엉 아니올시다 이다.
날이 풀린 봄날, 휴일을 맞은 많은 시민들이 나들이를 나왔다.
사방공사가 이루어져 있어 물난리는 나지 않겠지만 이러고서야 어디 계곡이라고 할 수 있을까?
화명에서 산성마을로 올라가는 도로에 도착을 하였다.
화명수목원은 최근에 새로 생긴 것.
안으로 들어와서 수목원의 내부를 대강 둘러보고...
부산의 명품 숲길과...
부산의 숲 안내판을 대강 둘러보고...
밖으로 나와...
시내버스를 타고 몸이 불편한 차상율 친구가 기다리는 화명동 아구찜 식당으로 들어와서 친구가 한 턱낸 뒷풀이.
화명동 전철역 안내판에서...
화명동 유래도 담았다.
그리고 다시 부산역에 내려 바로 가겠다는 롱펠로우 친구를 억지로 붙잡고서 포장마차에서 꼬막안주로 한 잔을 더 먹고서야 집으로 갔으니, 에구~~
<낙동강>
문석경
영남땅을 휘젖던 지류강을
대문을 활짝열고 맞이하여
일일이 달래고 어루만져
파벌 없이 젖을 물려 아우르며
징검다리 곱뛰며 가제와 같이 놀던
맑고 밝게 샘솟는 산골 이야기를
아름드리 엮어 주고받는 여정에
쉼 없이 흐르는 인생사 아랑곳 않고
하구둑을 베고 누워 단꿈을 청하는
낮잠의 여유로움으로
우리들의 마음 속으로 흐르며
사랑의 폭을 넓혀가는
어머니의 젖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