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남파간첩 장민호와 <일심회>비밀조직이 드러난 사건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도 북한에는 반간첩 투쟁을 국시로 내세우고 매해 “5월과 11월은 반간첩 투쟁월간이다”라는 구호를 가는 곳마다 공공장소는 물론 붙일 수 있는 자리라면 어디든 다 붙여놓는다. 그리고는 이 기간에 반탐영화를 계속 방영한다.
그런데 남한은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방첩을 무시하고 마치 북한을 이웃 대하듯 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어떤가? 북한에는 전문 간첩들을 육성하는 대학이 있다. 그 이름이 바로 김정일 군사대학이다. 이 대학은 처음에는 송도대학으로 불리다가 김정일 군사대학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만큼 김정일의 이름을 붙일 정도로 이 대학의 비중을 높였다는 것이다.
남한에 침투되거나 해외에 파견되는 공작원들은 이 대학을 졸업하여야 한다. 간첩양성학교는 김정일 군사대학 외에도 130학교가 있다. 여기에는 월북자나 납북자들이 교관이다. 납북자 김영남씨도 아마 이런 교육기관의 교관일 것이다. 북한에는 대남공작을 위한 부서가 많다. 중앙당 35호실, 중앙당 대외연락부, 중앙당소속의 통일전선사업부, 조사부, 작전부와 평양, 남포, 원산, 청진, 사리원, 등 8개의 중앙당 연락소가 있다.
또 인민무력부에 정찰국과 국가안전보위부에서도 간첩을 파견한다. 김정일 군사대학에는 1년제와 2년제 4년제로 되어 있으며 특설반이 있다. 이 특설반에는 해외에서 흡수된 간첩들을 데려다 단기간 속성교육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번에 남파간첩으로 드러난 장민호도 이 특설반에서 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김정일 군사대학에는 중앙당 5과에서 엄정히 선발한 사람을 입학시키며 이들은 가족들조차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 일단 5과에 선발되면 그들의 집에서 본인사진을 회수하여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조치한다.
대학을 졸업하면 일단 초대소에서 임무가 정해질 때까지 휴식한다. 그들은 결혼도 제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당에서 붙여주는 여자와 결혼을 한다. 90년대 초반까지 공작원들은 공작지가 어디인가에 신경을 많이 썼다. 왜냐면 남한이 아닌 다른 나라들에 파견되면 공작을 하다가 간첩으로 붙잡힌다 해도 추방되거나 감옥생활을 좀 하면 끝나지만 남한에 침투했다가 붙잡히게 되면 무조건 자살을 해야 한다고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권시기부터 북한의 대남공작은 그야말로 순풍에 돛단배마냥 실적을 올렸다. 2001년 4월 남포시 와우도구역에 위치해 있는 중앙당 218연락소에 간적이 있다. 218연락소는 1983년 전투원들을 파견해 미얀마의 아웅산 묘소 폭파암살사건을 주도한 부서이다.
연락소의 모 간부와 술자리에서 그가 한말이 생각난다. 그는 나에게 “김대중이 대통령자리에 올라가니까 참 일하기가 좋다. 그전에는 남조선에 공작원을 침투시키기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식은 죽 먹기다. 국적 세탁만 하면 그만이니까. 안기부가 국정원으로 바뀌더니 걔(국정원요원)들이 일을 하지 않아도 김대중이가 돈을 주는 모양이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한국에 와보니 그 사람의 말이 그럴듯하다고 여겨진다. 정부의 요직에 있는 사람들까지 방북을 하지 못해 안달아 하고 북한에 돈을 보내지 못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을 보니 말이다. 이 나라는 남파간첩보다도 더 북한을 위해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일심회사건”을 계기로 정부당국자들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이번에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대변인 담화라는 데서 남한을 위협 공갈하는 김정일의 의도가 낱낱이 드러났다. 승냥이가 절대로 양이 될 수 없듯이 김정일의 대남적화정책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유용남 [2005년 탈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