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떠나와 타향에서 살아가는 사람중에
고향에 대해서 추억하는 감정은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감정과 추억을 가지고 있으며
언제나 그리움의 대상인 사람이 있는 반면에
고향쪽을 보고는 오줌도 누기 싫다며 진저리를 치는 사람이 있다.
나에게 있어서 고향은 전자에 속하며
오래된 친구가 있고 내가 뛰어 놀던 골목과
가재잡던 개울과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 주던
큰 팽나무가 있으며 가을이면 감홍시가 바알갛게 익어가고
어머니 젊은 시절의 고운 얼굴이 그려지며 언제든지 달려가고 싶지만
시간이 여유롭지 않으니 항상 그리움이 많은 곳으로 남아있다.
강화가 고향인 친구가 있는데
같이 가자하고 좋은 곳을 안내하라면
그기에 뭐가 볼 게 있느냐며 싫다고 한다.
이 친구의 고향에 대한 관념은 후자에 속하는 뭔가가 있나보다.
친구 한사람도 고향에 대한 이미지는
핍박과 멸시를 받던 곳이고 몸과 마음이 시리게 추웠고
진저리치게 배가 고팟던 곳이며 고향에 대한 모든 기억을
몽땅 지워버리고 싶은 곳이라 말해서 나를 어리둥절하게 했었다.
강화도 친구는 그런 정도는 아니겠지만
안내만 하라면 볼 게 없다며 싫다하니 데리고 갈 수가 없다.
나를 무척 미워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나뿐 눔이다.ㅋㅋㅋ
이제 욕을 잔뜩 했으니 반성이 있을 것이다.ㅋㅋㅋ
바다가 젤로 가까운 곳은 강화도니... 휴무일을 맞아서...
새벽 다섯시에 출발해 강화도에 왔다.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한적한 작은 항구가 나오고 고요와 정적과
비릿한 바다 내음과 가을 향기가 스며 나오며
너른 들에는 풍요가 넘처나고 삶의 냄새가 진하게
버무려진 곳이 강화도라고 여기니 항상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다.
갯펄에서 바자락 캐어 다래끼에 담아들고
엄마가 저녁 지으러 올 것 같고 친구가 낚은 물고기를
들고 곡차 한잔하자며 멀리서 손을 흔들고 나타날 것만 같다.
강화는 무엇하나 모자람이 없는 것 같다.
너른 갯펄이 펼처진 바다와 너른 들과 온갖 과실이 넘처나니
사람살기에 아주 좋은 곳이고 풍요로움이 넘처나는 곳이라 여긴다.
그러니 고려시대에 삼별초가 몽골군에게 대항하며
여유롭게 버텨내며 나라의 맥을 이어가지 않았던가.
사실은 왕이라 칭하는 졸장부 시키들이
지들 한입 편안히 먹고 살고자 백성을 버리고 도망처서
그곳 백성들을 못살게 굴며 호의호식을 일삼던 곳이긴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기에는 모자람이 없는 더없이 좋은 곳이라 여긴다.
황토가 좋아 고구마 풍년이 들었고
문전옥답이 비옥하니 쌀이 넘처날테고
뒷뜰 돌담 넘어 밭에는 푸성귀가 넘처나니
해산물 또한 넘처나서 언제나 반찬 걱정이 없을 것이다.
이런 곳이 강화가 아닌가 한다.
한쪽 하늘은 먹구름 가득하지만
한쪽이 파랗게 열리니 가심이 다 시원해진다.
펄이 광활하게 넓으니 바닥만 파내면
온갖 조개 종류와 낙지와 갯가재가 많으니
동물성단백질 섭취하는데도 문제가 없을 것이며
언제나 해산물도 넘처나는 곳이며 곳곳에 대하 양식장이 있으며
우리나라 김장용 젖갈 새우의 70%가 강화도에서 생산된다고 한다.
넓고 넓은 바닷가에 운치있는 오막살이는 없고
화려한 코스모스 바람에 휘날리는 길가에 온갖 모양의 펜션만 가득하다.
강화도에 오면 생각나는 한음전할머니댁에 왔다
그 연세에도 나를 기억하시는지 반겨주셔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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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년에 아흔하나셨으니 올해는 아흔셋이나 되셨는데
길가의 바닥에 세상에 젤로 편한 자세로 앉아서 콩을 수확하고 계신다.
머리카락도 많이 빠지셨고 더 야위셨고 주름도 늘어나신 것같다.
아주 건강해 뵈고 오래오래 사셔야 한다며
초코렛 두개를 드리니 환한 웃음을 지으신다.
http://www.kaudio.co.kr/Gnu_Base/bbs/board.php?bo_table=owner&wr_id=11322&sca=&sfl=wr_subject%7C%7Cwr_content&stx=%C7%D1%C0%BD%C0%FC&sop=and
동해의 원색 파란 바다도 좋지만
강화의 무채색 바다도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바다는 내게 있어서 그리움이고
미지의 무언가를 기다리게 하는 마력이 있어 자주 찾고 싶어지는 곳이다.
조용하던 바닷가의 모든 갈매기 녀석들이
갑자기 하늘 높이 날아올라 장관을 이루었는데
기특한 녀석들이 나를 위해서 깜짝 군무를 펼친 게 아닌가 한다.
해장국 끓일때 사용할려고
작은 생새우를 찾았더니 벌써 다 팔리고 없단다.
하는 수 없이 중간정도의 새우를 살 수밖에 없었고
그걸 안주삼아 먹겠다고 하니 얼린 것이라 못먹는다 하시며
옆집에서 꼴뚜기를 잔뜩 얻어다 주시는데 어찌나 고맙던지...
주인장과 함께 세잔씩 나누어 먹는 곡차가 달고
금방 잡은 싱싱한 꼴뚜기도 향기롭고 달착지근했으며
운전을 해야하니 두잔 정도 남겨야 하는 곡차가 너무 아깝다.
꼴뚜기 얻어먹은 값은 해야지.
옥호는 창준호라는 집이고
새우잡는 배가 네척이나 된다고 하며
지금 한창 살이 통통하게 오른 김장용 추젖 새우가
엄청 잡힌다고 하며 미리 주문받은 물량 대기도 모자라
직접 가서는 살 수가 없다고 하니 전화로 주문하시면 된단다.
얼굴도 보지 않고 사람을 믿고 주문을 하니
더 싱싱하고 깨끗한 것으로 보내 주어야 한다는
주인장의 말에 믿음이 가며 인심 또한 후하여 기분이 좋다.
전화는 : 032-933-9545
옥호는 : 창준호.
주인장은 : 이은성님.
젖갈사셔서 맛있는 김장 담그시길.
좁은 농로가의 억새가 바람에 맡기고 휘날리고
너른 황금 들녁과 푸르게 자라는 채마 밭을 보고 있노라면
도회지에서의 번잡함과 이기적인 생각과 저절로 사라지며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렇게 강화도를 휘휘 둘러보는 맛이 아주 그만이다.
다음은 퉁퉁마디를 만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