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한국불교아동문학회 정기총회를 마치고….
2011년 2월 26일 오전 11시에 한국불교아동문학회 정기총회가 있었습니다.
정기총회 장소가 명동보리밥쌈밥집이라는 그 사실만으로도 구미가 당겼습니다. 하루 세끼 중에서 한 끼라도 내 입에 착 들어붙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니까요. 전 값싸면서 맛난 음식 한끼만 먹어도 하루가 행복한 사람입니다. 전주비빔밥, 남원추어탕, 충무김밥, 통영굴국밥, 제부도 바지락칼국수, 금산어죽, 춘천막국수…. 생각만으로도 군침이 도네요.
총회에는 열다섯 명의 회원이 동참했습니다.
남자 회원으로는 강세준, 김영만, 김종상, 신현득, 윤사월, 이영호, 정용원, 조철규 이렇게 8명이 참석했구요, 여자 회원으로는 김재순, 신기옥, 양정화, 우점임, 이연수, 최윤정, 정명숙 7명이 참석해서 모두 15명의 회원이 참석했습니다. 특히 지난 시상식 때 뵙지 못했던 분들을 뵈어 더욱 반가웠습니다.
가장 반가웠던 분은 전남 고창에 있는 정수사라는 절에서 주지를 맡고 있는 윤사월이라는 분이셨습니다. 자연과 함께 평생을 할 수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넉넉한 자연을 닮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초창기 회원인 조철규선생님을 뵙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원년 멤버인만큼 한국불교아동문학회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셨습니다.
더불어 이런 총회가 있으면 경남 함안에서 발품을 팔아오는 김재순 선생님도 반가웠습니다. 같은 사투리를 쓴다는 자체만으로도 동질감이 들거든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양정화 회원은 창원, 우점심 회원은 진양이라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창원은 제가 살던 진해와 바로 옆이라 늘 놀러가던 곳이고, 진양은 진주 옆에 있어서 교통권이 좋은 지역으로 거론되던 곳인데 참 세상은 넓고도 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아무리 서울에 터를 박고 살면서 서울말을 쓴다고 해도 어릴 때부터 박힌 그 억양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도요.
억양 얘기를 하니까 갑자기 사투리를 소재로 한 개그 한토막이 떠오르네요.
사투리가 심한 국회의원 후보가 선거 유세를 했습니다.
“지는 이곳을 강간 단지로 개발하겠습니다. 그래할라믄 우선 구석구석에 도로를 간통하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전직 외부무장관이었던 국회의원 후보가 표준말을 쓰자고 비웃자 사투리가 심한 후보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여보시오, 전직 애무부장관당신은 애무나 열심히 할 것이지 선거엔 왜 나왔소?’
좁은 땅덩어리에 다양한 말투를 가지고 산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입니다. 이렇게 활력소가 되는 웃음꺼리를 제공해주니까요. 일상에 지쳐있는 서민들에게 웃음을 제공할 수 있다면 어떤 사투리 소재라도 다 허용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기총회는 이래서 즐겁습니다.
전국에 흩어져있는 지방 회원들도 볼 수 있고 지친 일상을 이런저런 얘기로 날려버릴 수 있으니까요. 그 뿐만 아니라 아동문학계에 한 획을 그은 대단한 분들을 뵐 수 있어서 더욱 좋습니다. 그 분들을 뵙는 자체만으로도 글을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얻어가기 때문이지요.
아동문학계의 대가이신 신현득 선생님과 김종상 선생님을 만나게 되면 꼭 이런 첫인사를 건네십니다.
“요즘 작품은 쓰고 있냐?”
“아뇨, 바빠서….”
“아무리 바빠도 매일 조금씩이라도 글 쓰는 습관을 길러야지. 작가는 작품으로 말해야 하는 거야.”
그 분들 앞에 서면 기본 자세가 안된 제 자신이 늘 부끄러울 때가 많습니다.
신현득 선생님은 트레이드마크인 가방을 꼭 짊어지고 다니십니다. 그 속에는 책과 사무용품 필기도구들이 가득 들어있습니다.
김종상 선생님은 늘 윗주머니 속에 연필과 습작한 메모지를 가지고 다니십니다. 그러면서 창작한 글을 고치고 또 고치십니다.
이분들이 대가가 된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생활 습관 자체가 글하고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아,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신임 회장으로 추대된 이영호 선생님!
예전에 아동문학계의 굵직굵직한 단체를 이끌어가신 분으로 명성이 높으신 분이십니다. 축하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정기총회가 끝나고 그냥 헤어지기가 아쉬웠던 여성 회원들은 밥집 근처의 경로당 벤치에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주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문학 단체에 관한 얘기, 글 쓰는 얘기였습니다. 동화 작가는 간결한 동시가 쓰기 어렵다고 했고, 동시 작가는 만연체인 동화가 쓰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맨날 동료와 학교 잡무에 시달린다는 푸념만 하다가 이런 얘기를 나누니 마음이 꽉 찬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최윤정 선생님은 바쁜 일이 있어서 먼저 갔고, 김재순 선생님은 남편이 차로 모시러 와서 갔고, 신기옥 선생님도 총회가 끝나자마자 가서 남은 네 사람은 누군지 알겠지요?
아, 또 일상으로 돌아가면 이런 즐거움을 누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화장도 못 지우고 지쳐 쓰러져 자는 나날의 반복이겠지요? 세월이 갈수록 나이의 무게가 얹혀질수록 왜 이렇게 일상은 바빠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시간의 여유가 없으니 정말 죽을맛입니다. 마음은 있어도 먹고 사는데 메여 문학은 저 먼 산의 일이 되니까요.
그래서 죄송했습니다.
사무국장임에도 불구하고 김종상 회장님의 일을 잘 도와드리지 못한 것이 지금도 마음에 걸립니다. 혼자 고군분투하시는 것을 알면서도 늘 마음뿐 바쁜 일상에 찌들려 제대로 일을 수행하지 못했으니까요.
더불어 감사의 인사를 드릴 분이 계십니다. 회장님과 함께 우리 협회의 온갖 궂은일을 도와준 사모님이십니다. 회보 발송, 연간집 발송, 시상식 행사 준비 등등 언제나 뒤에서 말없이 손품과 발품을 팔아 도움을 주셨습니다. 회원인 저보다 더 많은 일을 숨어서 봉사해주신 사모님께 이 지면을 통해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이렇게 표시 안내고 숨은 보시를 한 회장님과 사모님이 계셨기에 우리 한국불교아동문학회가 더욱 더 탄탄하게 규모가 커지고 제대로 자리를 잡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석주 대종사 시비를 기획하신 신현득 회장님,
동화로 쓴 본생경 개작과 사찰연수회를 기획하신 김종상 회장님,
신현득 선생님과 김종상 선생님을 회장님으로 모시고 사무국장으로 일한 것은 제게 영광이었습니다. 대가이면서도 회원들 위에 군림하지 않으시고 협회의 궂은일을 마다않고 손수 하시는 부지런함을 지켜보면서 배운 것이 참 많았습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것을요.
두 분의 협회 사랑이 밑거름이 되어 앞으로 더욱 더 발전해가는 한국불교아동문학회를 기대해 봅니다.
첫댓글 회원들이 궁금해할 총회 소식을 상세히 알려주어 참 고맙습니다.
전임 회장들이 한 일도 없이 물러나서 미안한데 칭찬까지 해주시니, 더 미안하네요.
새로 선출된 회장과 임원들이 지금까지 하지 못한 일 잘 해주시리라 기대합니다.
김종상 회장님, 일을 많이 못도와드려 무척 죄송하고 송구스러웠습니다.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전임 총무님의 회고의 글처럼 전임 두 회장님의 단체에 대한 열성과 불심, 불교아동문학에 대한 다함없는 열정이
지금의 불교아동문학회를 있게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문에 그 두 분의 뒤를 잇게 된 나 자신의 부족함에 몸둘바를 모를 지경이랍니다.
비록 자리를 바꿔 앉기는 했지만 두 분이 든든히 받쳐주시고,
회원 여러분이 부족한 사람에 대한 더 큰 열정을 보내주시지 않으면 나는 허깨비일뿐입니다.
그 사실 때문에 나는 지금도 마음이 좌불안석이랍니다. 나무 관세음보살!
이영호 회장님, 뒤에서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화이팅입니다!!!
정명숙 선생님, 이렇게 자세한 역사적인 회고록(?)를 보니 다시 한 번 그날의 반가움이 솟아납니다. 한 자리에 계셨던 여러 선생님들과의 따뜻한 시간이 또한 얼마나 고마운 자리였는지도요...가까운날 갱상도 사투리 쓰는 여린들과 한 자리 하입시더. ^^*
어릴때의 억양이 베어서 서울 말을 쓰는데도 맨날 들키네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