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날더러 코디를 하라고 하네!! 어쩌지? ”
“무슨 당신같은 초보가 코디를 해? 그런건 프로가 하는 거 아냐?”
뉴한산 클럽에 산행코디제가 새로 부활된후 몇 주만에 남편에게 코디 역할이 맡겨졌다.
등산을 시작한 지 1년밖에 안된 남편은 걱정이 태산이다.
“걱정말고 우리 힘을 모아 열심히 해보자 여보. 후배들에게도 물어보고”
남편을 격려한 나는 우선 Web-site에 들어가 Beacon Mountain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고,
남편은 Campmor에서 우리가 가려는 지역의 Trail Map을 사 왔다. 그러던 중 우리가 아주 많이
의지하고 있는 등산회의 후배 K에게 이메일이 왔다.마침 그날 차례를 지내기에 참석을 못하고,
그대신 정보를 좀 모아 드리겠다고. ( 어휴 갈수록 태산이네…….)
토요일 아침 이메일을 확인하던 나는 또 다른 후배 S가 보내온 이메일을 발견했다.
지도 (Campmor에서 사온것과 똑 같은 지도) 2장이 attach되어있고 또 이렇게 적혀있다.
“지도를 보시고 산행기획을 해보십시요. 가는 길은 지도를 보시면 바로 찾으실 수 있겠지요? “
AA AB BA BB
보내온 지도를 열어보니 한쪽엔 A라고 써 있고 또 다른 쪽엔 B 라고 써있다. 나는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아니 이 사람들이(?) 무슨 장난을 하나? 겨우 이게 모아 주겠다 던 정보야? 쳇”
“안되겠다 여보. 우리 우선 지도 공부부터 좀 해보자.”
산악회에 조인한 후 한번도 Trail Map을 들여다 본 적 없이 그저 앞서가는 사람만 따라 다니던우리는, Beacon Mountain 에 대해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와 Trail Map을 함께 놓고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이게 아마 A에서 출발해 B로 가라는 건가봐.
아.. 이 산엔 이런 트레일들이 있네?
여기가 Northern peak 이고 저기가 Southern Peak 인가봐…
이렇게 돌면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회장님이 항상 해지기전엔 산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하셨는데……..”
고민하던 남편은 아직 8시도 안됐는데 산에 다녀오겠다고 한다.
(아침 8시에 산에가서 무얼하겠다고,,,,,,, 쯧쯧”)
집을 나간 남편은 우선 후배 K와 S 의 조언을 들은 후 산으로 갔단다.
아무래도 그들이 추천하는 트레일은 너무 짧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나름대로
머리속에 트레일을그린 후 산 밑에서 내려오는 사람들 몇명에게 물었단다.
“ 이렇게 돌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 너무 어렵지는 않은가요?”
“ 산에 눈이 많은가요?”
나름 정보를 수집한 남편은 집으로 돌아와 내일 걸을 트레일 순서를 나에게 설명하며,
산행안내를 뉴한산 웹에 올리라고 했다. 우리가 걸을 트레일을 노랗게 표시한 지도도 몇장
준비했다. “설마 오늘밤 해 떨어진 산에서 헤메는 악몽을 꾸는 건 아니겠지?.......”
드디어 일요일.
구정에 발렌타인데이라 인원도 얼마 안되고, 또 항상 하이킹을 가시던 회장님도
우리를 배신(?)하고 얼음 바위를 타러 가신딘다.
“ 우리 남편 초본데요 ………”
“ 아 이럴때 코디 능력 한번 보는거에요” 냉정한 회장님.
9시 30분부터 산행을 시작한 우리는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는 4시 40분 파킹장에 다시
도착할때까지 눈 쌓인 산길을 열심히 걸었다. 산행 4년차 서석범씨가 앞에서 잘 안내해준 덕에,
또 지도를 보며 트레일 순서를 알고 걷는 등산은 더욱 재미있었다. 지도를 들여다보며 우리가
얼마만큼 왔는 지 알 수있기에 어린애처럼 “아직 더 가야되요?”라고 물어보지 않아도 되고 ,
Scenic View가 어디있는지도 알수있고…… . 해가 떨어지기전 하산을 끝내자, 남편은 그때까지의 긴장이 확 풀리는 모양이다. (사실 처음 가보는 산에, 초보코디에, 새로 오신 2분의 복장불량(?)에
나도 좀 걱정이 되긴 했었다.)
린우드로 돌아와 구룹과 헤어진 후 남편과 나는 소주를 한잔씩 마시며 왜 산악회가 코디제를
부활했는지, 그리고 왜 초보에게 코디역을 맡겼는 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항상 예습을 하면 그 다음날 수업시간이 더욱 자신있고 재미있듯이, 산도 마찬가지였다.
“여보, 우리 앞으로는 갈 산에 대해 공부 좀 하고 가자”
음. (잘난척하며) 그리고 난 앞으로는 혼자서도 Trail Map만 있으면 산에 오를 수 있을 것 같은데?”
남편은 은근히 걱정된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아니이이…. , 모든 산이 아니라 내가 가본 산들 말이야……….”
첫댓글 .()..()..()..짝짝짝~~~디노님의 열정은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앞으로 코디하실 분들께 훌륭한 귀감이 되셨어요. (역시 물이 좋아야 고기가 크는 것일까? ㅎㅎㅎㅎㅎㅎ 아님 내조가 좋아야 되는 것일까?ㅎㅎㅎㅎㅎ)
코디는 초보일지모르지만 글솜씨는 프로이십니다 수고많이하셨읍니다
덕분에 아주 편하고 즐거운 산행이 되었습니다... 너무 감사드리고 오랬동안 기억에 남아 있을겁니다.
그리고 마지막 보너스로 맥주한잔! 정말 쵝오!!! 였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