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5일 삼성 이승엽의 55호 홈런볼을 주운 박대운씨(23)가 경품을 받고 기증할지 경매에 부쳐 돈을 챙길지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섰다. 기아 팬이라고 밝힌 박씨는 이날 자신의 이름만큼 운이 좋았다.
1년에 두세 번 야구장을 찾는 그가 한국신기록이자 아시아 최다와 타이를 이루는 홈런볼을 잡았으니 ‘클 대(大)’ ‘이를 운(云)’, 즉 ‘크게 이르다’라는 의미의 이름처럼 큰 행운을 잡았다.
55호 홈런볼의 향방에 대해서는 “축하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부모님, 친구들과 상의한 뒤 결정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역대로 신기록 등 의미 있는 볼을 기증한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 경매를 통해 수익금을 챙겼다.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한 시즌 최다홈런인 73호 홈런볼은 소유자를 놓고 비디오 판독과 법정 공방까지 간 끝에 경매를 통해 수익금을 배분했다. 지난 6월 22일 대구구장에서 터진 이승엽의 세계 최연소 300호 홈런볼도 1억2000만원에 한 벤처사업가에게 팔렸다.
그러나 박씨의 결정에는 한가지 난제가 있다. 56호 홈런이 터질 경우 55호 홈런볼에 대한 가치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승엽의 홈런이 55개에서 멈춘다면 박씨가 주운 홈런볼의 경제적 가치는 ‘한국신기록 및 아시아 최다 홈런 타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여전히 높지만 이승엽이 아시아 홈런 신기록인 56호를 터뜨리면 상대적으로 55호 홈런볼의 가치는 56호의 것보다 떨어지기 마련이다. 자연히 경매를 통해 얻는 수익금도 56호 공보다 적다.
경매 희망자들도 당장 구매 의사를 밝히지 않고 이승엽의 홈런 결과에 주목하며 시즌이 끝난 후에 경매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삼성구단은 55호 홈런볼에 대해 “구단이 돈을 들여 홈런볼을 회수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