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피해액 5800억 .... 생존 기로 선 호텔업계 '웃픈 현실'
워커힐. 파크하얏트 등 임시 휴업
신세계.롯데도 직원들 휴가 보내
서울드래곤시티 '1+1'특가상품
중소 호텔은 관광객 끊겨 더 심각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크하얏트 서울'호텔은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6월8일까지 호텔 전체 임시 운영을 중단한다'는 안내 팻말만 문 앞으로 지키고 있었다. 호텔 레스토랑들도 문을 걸어 잠갔고, 객실 창문은 모두 커튼으로 가려졌다. 6성급(특1급)을 표방한 이 호텔이 고객 감소를 이유로 문을 닫은 것은 2005년 개장 이후 처음이다. 이 호텔은 지난달 27일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을 통보받고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방역 후 문을 열 수 있지만, 손님이 없어 6월 8일까지 임시 휴업을 하기로 한 것이다.
국내 호텔업계가 빈사 상태에 빠졌따. 외국인 입국 제한 조치로 관광객 발길이 뚝 끊겼고, 국내 여행 수요도 급감했다. 작년까지 70%를 오르내리던 호텔 객실 판매율은 3월 들어 10%대로 급전직하했다. 코로나 發 이용객 급감은 특급 호텔, 중소 호텔을 가리지 않도 덮첬다.
◆초특급 호텔도 문 닫아
지난 13일 저녁 8시쯤 서울 을지로의 '롯데 호텔 서울'의 객실 불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했다. 이내 '함께'라는 글자가 38층 건물에 나타났다. 지난 8일 이후 이 호텔에선 거의 매일. 객실 등을 이용해 메스게임을 하듯 '힘내요' '희망'등의 글자를 외벽에 적는다. 밀레니엄 힐튼, 베스트웨스턴 서울가든 등도 하트, 웃는 모양의 객실 점등식을 한다. 객실 손님이 없어 호텔 건물 전체가 깜깜해지자. 일부 객실 점등으로 응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호텔 관계자는 "정작 호텔 업계 종사자에게는 '웃픈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1983개 호텔의 객실은 15만8000여개, 이 중 90%가 비어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투숙객 급감으로 인한 피해액이 5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번 충격은 2003년 사스(sars), 2015년 메르스 때보다 크다. 지난 5년여간 국내 호텔 수는 배로 늘어난 상황에서 이용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특급 호텔 중에는 지난달 23일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호텔이 가장 먼저 객실 영업을 중단하고 식당들만 문을 열었다. 내부 수리를 제외하고 객실을 닫은 건 57년 역사상 처음이다. 14일 오후 이 호텔 카운터는 텅 비어 있었다. 호텔을 둘러보는 동안 직원을 제외하곤 레스토랑에 있는 3개 테이블 손님만 볼 수 있었다. 호텔 관계자는 "바로 옆 비스타 워커힐 서울( 옛 W호텔)도 다음 달 임시 휴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4성급)도 객실 운영을 중단했다.
중소 관광 호텔이 느끼는 피해는 더 크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지난 1월 말부터 외국인 관광객 발길이 사실상 끊기다시피 했다. 지난 2일부터 휴업에 들어간 50객실 규모 서울 을지로의 한 관광 호텔은 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다. 언제 다시 문을 열지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이 호텔 운영주는 "작년 성과급까지 줬던 직원 12명 모두 현재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운영 적자를 견디다 못한 주요 호텔들은 직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이달 들어 신세계조선호텔, 한화호텔앤리조트, 롯데호텔 직원들이 유급 또는 무급 휴가에 들어갔다.
◆특급 호텔에 등장한 '1+1' 패키지
도심 호텔들은 생존을 위해 자존심을 접고 파격적인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 호텔은 1박을 하면 다음에 1박 더 머물수 있는 바우처를 주는 패키지 상품을 14일 내놨다. 대형 마트에서나 볼 법한 '1+1' 상품이 특급 호텔에도 등장한 것이다.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오전8시 얼리 체크인, 1박2끼(소식과 점심 또는 저녁 제공) 식사가 퐇삼된 특가 패키지 상품을 운영 중이다. 롯데호텔 서울 등에서는 뷔페음식도 배달하거나, 드라이브 스루로 팔고 있다.
자가 격리 중인 해외 입국자의 가족을 위한 패키지를 만든 곳도 있다. 호텔 체인 글래드 호텔앤리조트에선 해외 입국자가 격리자들의 가족을 위해 저렴한 가격에 숙박을 제공하는 상품을 선보였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와 강남패밀리 호텔, 오크우드프리미어 코엑스센터 등도 지자체와 협의해 비슷한 상품을 제공하기로 했다. 객실을 비워두기보다 , 이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정오섭 한국호텔업협회 사무국장은 "안그래도 운영 적자인 곳이 많은데 이번 코로나 사태로 도산하는 호텔들이 잇따를 것"이러고 말했다.
출처 " 조선일보 2020년 4월 15일 이송원. 안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