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교의 종교사상과 철학은 우리 민족사와 함께 이어져온 삼신일체원리(三神一體原理)라고 볼 수 있다. 우리 민속에 뿌리내린 삼신상제(三神上帝)나 ‘삼신할머니’로 일컬어지는 삼신일체의 한얼님을 말한다.
▷ 삼신일체신관 : 세검한몸이신 하느님으로 우주가 생성하기 전부터 더 위가 없는 으뜸자리에 있으면서 우주를 내시고 만물을 창조하신 조화신(造化神)으로 한임(한님)이요, 인간 세상에 내려와서는 만백성을 가르쳐 깨우친 교화신(敎化神)으로 한웅님이요, 만물과 백성을 기르고 다스리신 치화신(治化神)으로 한검님이다. 이 세검(三神)은 한몸이신 한얼님(하느님)이 된다.
▷ 체용(體用)관계 : 한얼님은 주체가 되고, 한임과 한웅과 한검은 주체의 작용이 되는 관계다. 한얼님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보이지 않는 한얼님은 주체다. 한얼님으로 백두산에 내려온 것은 보이지 않는 한얼님의 작용자리로 온 것이다. 결국 한임(한인)과 한웅과 한검은 하나인 한얼님의 두 가지 표현이다.
▷ 3대작용(三大作用) : 하느님의 세자리인 한임·한웅·한검은《삼일신고(三一神誥)》의 ‘신훈’(神訓)에서 말한 한얼님의 3대작용인 큰 덕(사랑)과 큰 슬기와 큰 힘은 ‘한’(一)의 기원점이 된다. 한얼님은 큰사랑(大德)이 있어 우주와 만물을 낳으시므로, 한얼님은 아버지이신 임(因=옛말의 父)이 되시고 큰 슬기(大慧)가 있어 만물을 화육하므로 스승이신 웅(雄=옛말의 師)이 되고, 큰 능력(大力)이 있어 우주와 만물을 완성하시므로 임금이신 검(儉=옛말의 帝)이 되시는 세 가지 자리 쓰임(用)이 있어 삼신일체 한얼님이라고 한다.
▷ 한은 우주의 본체 : 이에 한임·한웅·한검은 한의 임과 한의 웅, 한의 검이라는 말이므로 “한은 임·웅·검의 주체요 임·웅·검은 한의 작용이니 체(體)·용(用)의 관계가 된다. 이로써 ‘한’은 우주의 본체요, 진리체요, 원인자임을 알 수 있다. 한님·한얼님·하느님·한울님·하나님이라는 말들은 한을 인격화해 부르는 하나의 존칭이다. 우리 민족이 고대로부터 가지고 있는 고유명사로서 가장 위대한 말이다.
이처럼 한은 인간성, 민족성, 지역성 같은 특수성이 전혀 섞이지 않은 초월적이고 보편적인 우주의 본체요, 유일무이한 우주신이다. 그러므로 삼신일체 신은 ‘한’을 의미하고 한(一)은 수(數)의 시작으로서 본원적, 근원적인 의미를 지닌다. 삼신일체는 곧 천일(天一)·지일(地一)·인일(人一)의 일체다. 한을 인격의 의미로 보면 천지인합일(天地人合一), 즉 천인합일신인(天人合一神人)사상이다.
삼신일체는 3원론으로서 조화(調和)사상이다. 민족경전인《천부경(天符經)》에 ‘하나는 처음인데 처음이 없는 것도 하나요, 하나가 발동하면 만번 가고 만번 오며 하나는 끝인데 끝이 없는 것도 하나이다’라고 밝혔다. 이는 한(一)은 극대(極大)요, 처음이요, 끝이요, 처음도 끝도 없는 무한이라는 뜻이다.
하나와 전체가 같고, 작은 하나가 큰 무한과 같다는 인식론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원리는 서로 반대되고 모순되는 큰 것과 작은 것을 모두 한으로 표현하며 상반되는 것도 상대를 부정하지 않고 긍정하면서 일치 통일하는 논리다. 이것이 하나는 셋으로 작용하며(卽一卽三) 작용인 셋은 하나인 본체로 환원(還元) 발전한다. 즉일즉삼은 이치다.
이것이 삼일철학이며 삼일논리인 한철학이다. 삼일논리에 의하면 하나가 곧 무한대(無限大)이듯 천상과 지상이 같고 신과 인간이 같으므로 천지인(天地人)의 삼재(三才)·삼극(三極)을 같이 본다.
대개 하늘나라를 인정하는 민족은 땅을 죄악시하기 쉽고 하느님을 성스럽게 보고 사람을 죄인으로 보거나 천하게 본다. 그러나 우리 조상님은 하늘나라를 인정하면서도 홍익인간의 지상천국도 인정하고 동일시하였다.
삼일신고 진리훈에 가달을 돌이켜 참으로 나아가면 참사람인 성철(聖哲)이 되고, 다시 세참함을 하나로 돌이키면 한얼님이 같이한다. 곧, 반망즉진(返妄卽眞)하고, 반진일신(反眞一神)한다고 밝혔다.
사람이 한얼과 같이 될 수 있다고 사람과 한얼을 똑같이 보는 신인합일(神人合一) 신인일여(神人一如)의 원리요, 논리다.
서구에서 발전한 변증법은 정반합(正反合)이란 부정(不定)의 과정을 통한 종합의 논리지만 삼일철학의 논리는 상호 긍정의 과정을 통하여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종합이 아닌 환원(還元)이다. 즉, 정반합인 긍정·부정·종합의 과정이 아닌 정·정·원(正正元)의 긍정, 즉 긍정환원의 논리인 것이다. 인류는 오랫동안 부정의 논리인 변증법으로 많은 갈등과 고난을 겪어왔다. 자기와 자기가 아닌 사람과는 공존할 수 없다는 부정 논리는 생존경쟁에서 상쟁과 상극의 현상을 합리화하고 침략과 전쟁을 불러왔다. 또 이 부정의 논리는 모든 것을 분열쪽으로 몰고 가 모든 현상을 상호 반대적인 것으로 규정지어 배타적인 행동을 조장했다.
이에 반해 한사상의 삼일논리는 긍정하고 포괄하고 모든 것을 협동 조화시켜 본래의 뿌리인 하나로 일치시키고 통일시키는 원리다. 결국 본래가 상반되는 존재는 없고 서로 모여 완성체(完成體)를 이루며 서로 배타심이나 갈등 같은 것이 없이 모든 것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 이 원리와 논리야말로 상쟁과 상극의 역사를 통일 지양하여 상생(相生)의 평화와 세계역사를 이룰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