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안가본 오름들이 훨씬 많기는 하지만 제주도만의 자연유산인 오름에 대해 많은 관심이 생겼습니다. 제주도 오름은 제주도 전역에 걸쳐 분포하긴 하지만 특히 동쪽에는 촘촘히 놓여있기도 합니다. 제가 머물고 있는 성산읍 수산리 가까이에는 오름이 더욱더 많은데요...
제주도 제2공항 부지가 바로 여기이다보니 이런 특별한 자연유산들이 그냥 날아가도 되는지 안타까움을 넘어 무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근처 도로 곳곳에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현수막들이 꽤 많이 붙어있습니다. 불편하더라도 기존의 공항으로 버틸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아침 식후 행사 (보충제와 약 챙겨먹기, 요플레와 커피, 준이샤워독촉, 자기샤워 등)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보내는 신호들, 나가자! 왜 빨리 안 가는가요? 이런 제스츄어는 태균이 다음으로 리틀준이도 제법 티를 냅니다. 준이는 가자고 해야 나서고, 눈치로 때려잡기 고단수인 완이는 현관문이 열리면 옷도 안입은 나체상태라도 냅다 뛰고 봅니다. 여기가 외진 곳이고 사람왕래가 드문 곳이라 그나마 다행입니다.
오늘은 낭끼오름에서 지척으로 보이는 손지오름(손자봉)을 갈 예정이었으나 입구찾기를 실패하여 일전의 모지악오름에서처럼 산길만 헤매었습니다. 그러다 겨우 자동차도로로 찾았고 얼마 가지 않아 높은오름을 발견하고 급호기심으로 목적지를 수정했는데요
팻말이 붙어있는 입구에서 거의 킬로단위로 달리는데 길가의 나무들이 줄지어져 있어 장관입니다. 수령이 꽤 되어보이는지라 한치의 삐뜨러짐없이 올곧게 뻗어있는 나무들의 열대풍경은 오름이 아니더라도 걷고싶게 만듭니다. 한참가다 스프레이페인트 하나로 방향을 알려주니 놓치기 십상으로 보이긴 합니다.
주차장도 별도로 없고 작은 도로에 차를 세워야 합니다. 험해보이는 곳을 올라가자하니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터져나옵니다. 준이를 제외한 3명은 안 가겠다는 거부의 곡소리... 리틀준이는 밥달라고 할 때 내는 목젖이 다 보이는 우렁찬 떼소리. 완이까지 주저앉아 못가겠다고 버티고... 제가 봐도 가팔라 보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쯤이야 충분히 할 수 있건만.
해발고도는 다랑쉬오름보다 더 높다는 400미터라 높은오름으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니 올라가는 경사가 거의 40도에 가깝습니다. 녀석들 곡소리 나올만 하지만 그래도 멋있고, 계단과 코코아매트 위 한걸음에 맞춰 밧줄이 고정되어 있으니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녀석들 꼬셔가며 올라갔건만 중도에 평지가 펼쳐지자 녀석들 등반을 딱 멈춥니다. 끝까지 갔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거기까지 올라간 것만 해도 기특합니다. 평지에서 조금 더 올라 계단에 옹기종기 앉아 간식파티를 하며 노고를 치하해 줍니다. 녀석들... 엄마의 노고는 아랑곳 하지 않으면서 ㅋ
그렇게 즐거운 간식타임을 갖고 내려가는데 자꾸 의지하려는 리틀준이 계단훈련시키기 너무 좋은 장소입니다. 내려가는 경사도 가파르니 계속 주의깊게 보고 발을 디뎌야 하니 좋은 훈련이 됩니다. 물론 우당탕 한번 넘어지긴 했지만 딱 한번 뿐이었지요.
다음에 꼭 한번 끝까지 가봐야 하겠습니다. 참 아쉬운 등반이었네요.
높은오름을 내려와 조금더 산길 쪽으로 달리니 자매오름처럼 등검은이오름이 나옵니다. 정상에서 두 개의 오름이 이어져 있는지 모르겠으나 여기도 오르면 기가 막힌 전경이 펼쳐질 듯 합니다. 차량이 높은오름보다 더 있는 것으로 보아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가 봅니다.
그러곤 평대리 해변으로 왔는데요, 아직 바람이 더운 쪽은 아니지만 물 속에서 놀만한 햇빛충만입니다. 마침 밀물때라서 맑은 물이 어찌나 곱게펼쳐져 있는지. 이 해변에 닿기 전에 조금 못 미쳐 CU편의점을 들러 물도 사고 과자도 사서 아주 잠시 정차를 했는데요
차문이 다 열려서 있어서 놀라뛰어가보니 역시 급한 마음에 찻길을 건너 돌둑방을 타고 내려와 벌써 물에 풍덩. 물론 물까지 간 건 완이이고 동작이 느려 리틀준이는 아직도 돌밭에서 엉거주춤 기어다니다시피 하고 있었지만, 마치 불에 뛰어드는 불나방같습니다. 아무리 급하기로서니... 들고있던 한라봉은 도로 위에 떨구고가서 다른 차량이 박살을 냈고, 그 험한 둑방길을 가겠다고 기를 쓰는 폼새가 정말 물에 환장하긴 한 듯 합니다.
겨우겨우 끌어올려 차에 다시 태우고 안전한 곳까지 데러고가서 물에 풀어놓았더니 세상 이렇게 좋을수가 있을까 신이 났습니다. 밀물 때라서 계속 밀려오는 물들로 인해 저도 같이 들어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2시간 만에 끝내고 순순히 나가자는 말에 바로 따라나오는 것은 이제 경험이 쌓여서 일까요, 아님 추워서일까요? 어느 쪽으로 정돈이 되던간에 좋은 일입니다. 오늘도 참 바쁜 하루였네요.
첫댓글 산으로 바다로 정말 하루하루가 빡샙니다. 함께 곡소리 내기도 하고, 5인 대가족 체제에서 배우는 기회가 훨 많을 것이라고 생각 됩니다. 🍒🙏🍒
물도 얕고 바다 애들 놀기 정말 좋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