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이와 '거미줄'을 읽었습니다.
아니, 원명초등학교 3학년 친구들 20명과 함께 읽었습니다.
표지부터 심상치 않은 주인공의 표정에서 시작하여
거미줄 한가닥에 매달려 있는 수백, 수천의 죄인들의 모습에 이르자
아이들은 작은 한숨을 내 쉬었습니다.
'사람은 죽였으면서 왜 거미는 살려 줬나요?'
'끊어진 거미줄 밑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됐나요?'
'불교에서는 죽어서 다시 태어난다고 했는데, 왜 그대로 있나요?'
3학년 쯤 되자 바탕지식도 제법 많습니다.
이진이는 이제 묻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질문을 합니다.
이야기가 한동안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나 봅니다.
'한 번이라도 착한 일을 했으면 어떻게 돼?'
'착한 일하고 나쁜 일하고 똑같이 했으면?'
'지옥에 갈지 극락에 갈지 누가 결정해?'
'동물들도 지옥에 갈 수 있지?'
'음식들도 지옥에 가?'
'거미줄이 생각보다 튼튼할 수도 있지?'
사실은 내 위 거미줄에도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산 자가 죽은 자를 위해 기도할 수 있다는 것,
언제 죽을 지 모르기 때문에 살아 있는 지금 착한 일을 해야한다는 것에 대해 얘기를 하고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또 한번, 그림 작가의 위대성을 느꼈습니다.
첫댓글 그림이 좋았나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그림작가는 아니지요.) 저는 전에 이책을 읽고 이렇게 생각했어요. "못된 작가군" - 우리를 괴롭히는 책입니다. ^^
제 표현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군요. 그림이 좋았다라는 뜻이 아니라 '실감이 났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라는 게 정확한 표현이겠죠. 그래서, 지은이 류노스케가 아니라, 그림을 그린 작가가 '강렬한 에너지를 뿜었다,' '내용을 확실히 전달했다' 라는 뜻으로 '위대성'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중성적인 표현을 쓰자면 '힘' 정도. 사실, 그림만 보자면 섬뜩한 느낌이 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