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스크린의 배우가 말을 못한다면, 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우리의 영화보기는 어떤 변화를 겪을까?
1927년 이전 영화관에서는 배우들이 말을 못했다.
지금의 영화필림처럼 소리를 담을 수 없었던 무성영화 시대였기 때문이다.

영화 <아티스트>는 1927년 최초의 토키영화인 <재즈 싱어>가 개봉되면서 몰락하는 무성영화배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조지 발렌틴(유명무성영화배우인 루돌프 발렌티노의 이름에서 따온 듯함)이 이제는
유성영화(토키영화)시대라는 영화사 사장에게 “당신은 유성영화를 만드시오, 나는 위대한 영화를 만들겠소”라고
말하는 것은 무성영화의 거장 챨리 채플린이 당시 토키영화에 던진 유명한 어록이다.
무성영화의 대배우들은 하나 같이 몰락의 길을 걸었다.
존 길버트, 더글라스 페어뱅크스, 루돌프 발렌티노, 해롤드 로이드, 버스트 키튼, 쥬디 갈란드, 그리고 채플린도
예외는 아니었다. 감독은 <아티스트>를 통해 유성영화의 등장으로 영화적 미학이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었다며
헐리우드 영화산업을 비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미국영화에 대한 오마쥬와 무성영화에 대한 존경을 동시에 보여준다.
위대한 예술적 성취를 이룩한 무성영화시대는 이미 80년 전에 끝났다.
아카데미 영화제가 84년 됐으니 아카데미의 역사는 토키의 역사와 같다.
따라서 감독은 관객의 사랑을 받기위해 오랜 세월, 80년전부터 통속적이고 테크닉화된 영화예술을 정면으로
비난할 수 없다. 그저 무성영화에 대한 따뜻한 온정과 향수, 그리고 그 시절을 돌아볼 뿐이다.
知好樂은 <아티스트>를 보면서 내내 입가에 미소가 멈추지 않았다.
퉁명스럽게 관객에 애를 태우며 간간히 마지못해 던지는 자막이며 과장된 몸짓, 영화 내내 흐르는 음악은
눈을 감고 화면을 보지 않더라도 즐거운 마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흑백이라서 더욱 좋았다.

죠지에게 은혜를 입은 페페 밀러(여주인공)가 그의 양복에 손을 넣고 마치 죠지를 안은 듯한
장면에서는 자넷 게이너가 떠올랐다. 이 장면은 프랭크 보저지 감독의 <제7의 천국 1927>에서
자넷 게이너가 남자 옷을 껴안는 장면을 카피한 것이다.
카피 장면은 또 있다.
죠지와 페페가 춤추는 마지막 장면은 <Top Hat 1935>에서
헐리우드 최고의 콤비인 프레드 아스테에와 진저 로저스(위 사진)의 댄스장면을 카피한 것이다.
실제 무성영화배우들은 몰락했지만 <아티스트>에서는 유성영화의 등장으로 스타가 된 페페(그녀는 무성영화
엑스트라 출신)의 도움으로 죠지는 다시 헐리우드에 복귀한다.
“중요한 것은 대중의 사랑이예요. 우리는 대중의 사랑 없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미술과 음악과 같은 예술장르가 되고 싶었던 영화는 토키의 등장으로 예술적 미학은 퇴보했지만 대중의 사랑은
더욱 커져간 영화예술의 성장기를 대변하는 여주인공 페페의 대사이다.
미셀 아자나비시우스 감독은 영화사조흐름에 결국 굴복하는 무성영화(죠지)를 유성영화(페페)와의 사랑으로
두리뭉실 넘어간다.
그러나 실제 유성영화는 영화의 미학적 토대와 발전을 이룬 무성영화를 구출하지도 않았고 도와주지도 않았으며
그냥 버려두고 갔다. 이제 대중은 말하는 배우가 필요하다며.......
영화 <아티스트>는 흑백이고 무성영화라서 예술영화는 아니다.
<아티스트>는 그 옛날, 그 시절 우리와 함께 했던 무성영화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향수를
토키영화에 익숙한 현재의 대중에게 통속적으로 훌륭히 전달한 상업영화이다.
蛇足 1. 보통 아카데미영화상은 작품상을 주면서 감독상과 남, 녀 주연상 중 1개, 촬영이나 각본, 편집상이 함께 가는
경우가 많다. 가장 뛰어난 작품이니 감독상이나 주연상, 그 외 영화완성도에 기여하는 부문이 따라가는 것이 당연하다.
<아티스트> 역시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 그리고 음악상과 의상상을 수상했다.
촬영상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휴고>에게 편집상은 <밀레니엄>에게 주었다.
이번 84회 아카데미는 프랑스 작품인 <아티스트>에게 작품, 감독, 남우주연을 몰아주는 이변을
선택하며 나머지 미국영화에 대한 예의(촬영, 편집, 각색상)도 지켰다.
2. 죠지의 생명을 구해준 강아지 어기(강아지 이름)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독립좌석을
배정받은 당당한 조연배우이다. ㅎㅎ
3.

지호락이 생각컨대 이번 아카데미의 백미는 메릴 스트립의 여우주연상 수상이 아니라
<비기너스>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82세의 크리스토퍼 플라머이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폰 트랍 대령에게 경의를 표한다.
첫댓글 무성영화라서 배우의 생각을 소리없이 전달 하려니 다소 과장된 몸짓도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군요.
지호락님의 해박한 영화 이야기.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소리가 없으니 전달하고자 하는 표현에 대해 더욱 많은 고민을 했던 시기이지요. 우리가 현재의 영화에 익숙해서 그렇지 무성영화도 계속보면 영화보는데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잘 지내시죠?
영화 내내
말은 단 한마디도 안 나오신다능
음악만 깔리고


인할 필요없이 장면이나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어서 좋겠당




기느라 작품에 몰입할(필요까지는 못 느껴지지만서도..
) 수 없는 단점이 있더라구요



간에 이번 아카데미상 받은 작품들 중 앞으로 
편은 더 보아야쥐..
마릴린 먼로와 함께 지낸 1주일

요거 볼만한 영화인가



자막
우연찮게도 아카데미상에서 주목받은 2편의 영화가 1900년대 초반 무성영화에 대한 이야기네요
'휴고'는 3D영화라 보는 내내 눈이
'철의 여인' '아티스트' 글구
아카데미 시즌이라 볼 영화들이 좀 있다는.... <철의 여인>은 메릴 스트립으로만 버틴 영화같고 <마릴린 몬로와 함께 지낸 1주일>은 흥미가 땡김....
저도
스토퍼플라머의 수상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반웠구요




..
휴고랑 봐야 할텐데...
메릴두 기다리고 있을텐데..
크리스토퍼 플라머... 멋진 배우이지요. <사운드 오브 뮤직>의 폰 트랍 대령으로만 기억하나 그는 현존하는 최고의 고전연극배우이지요. 로렌스 올리비에의 영국로얄국립극단, 로얄 세익스피어 극단의 주요멤버였지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연기자이지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고 미래로 가는 힘이 있으면 과거로 가는 반 작용이 있고 휴고가 있으면 아티스트가 있고...무성영화와 3D 영화의 싸움이 벌어진 84회 아카데미 그라운드.
스콜세지 감독의 <휴고>를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조만간에 보도록 하지요. 잘 지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