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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농촌 지역에서 겪고 있는 구매난민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사용됩니다.
왜이렇게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걸까요.
지난주 점빵한지가 얼마 안된것 같은데, 벌써 목요일입니다.
이동점빵 운영을하다보니 시간이 너무나도 빨리 흘러갑니다.
오늘이 벌써 10월의 마지막 날인것 처럼 말이죠.
9시 15분,
늘 이 시간이죠.
우리의 시작 시간.
윗집 어르신께서 내려오십니다.
"물엿 큰거 있나?"
대게의 물엿 큰거는 '8리터' 짜리 큰 통에 든 물엿을 뜻합니다.
고추장을 담그실거란 이야기입니다.
어르신께서는 물엿과 더불어 설탕, 그리고 믹스커피, 육개장 사발면 묶음, 댓병 2개를 사십니다.
가족분들 내외가 모두 오셔서 고추장을 다 같이 담그시나 봅니다.
그 사이 우리 끝의집 어르신도 오십니다.
캔커피만 드시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날이 추워져서그런지 믹스커피도 큰거 하나 사십니다.
중멸치, 고등어, 계란, 장사, 콩나물, 북어채, 삼양라면 등 어르신도 많이 사주셨습니다.
지난주 장사 잘 안된걸 아셨을까요?
시작부터 좋습니다.
그러고 떠나는길, 우리 아랫집 어머님, 밭에서 또 무엇을 수확하셨는지 이쁜 호박 하나 주십니다.
늘 밭에서 수확한걸 나눠주시는 어머님.
진정 나눔의 기쁨을 아시는것 같습니다.
"집에가서 된장찌개 끓여먹어~"
9시 30분
우리 어르신 오늘은 콩나물 2봉지만 사십니다.
지난주에 많이 사셨던것 같아서, 많이 사셨으면 오늘은 이것만 사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은 알겠다고 하며 돌아가시는 길,
아까 받은 호박 드리면 좋을 것 같아서 얹혀 드립니다.
어르신 고맙다며, 집으로 들어가십니다.
9시 45분,
양옥집 어르신 오늘도 나와계십니다.
물건을 사고자 하실 땐 이젠 늘 나와계시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콩나물, 두부 하나씩 사시는 어르신.
"오늘은 불가리스 안사셔요?" 라고 여쭤보니,
"아 우리 딸내가 사왔어~ 담주엔 한 줄 갖고와~" 하십니다.
이 질문과 이 대답이 몇달째 반복입니다.
기억력이 흐릿해진다는 어르신.
이것도 일상이겠지요
9시 50분,
오늘도 불가리스를 꾸준하게 사주시는 어르신.
"담주에 올 때 쌀 20kg 3포 갖고와~" 하십니다.
"내 집에 두고 먹을거니깐, 돈은 뭐 시세대로 맞춰 주겠지." 하십니다.
보통은 선자를 받아 그 쌀로 드시는데, 어르신은 그렇지 않으신것 같습니다.
농사를 짓지 않거나 혹은 땅을 갖고 있지 않은 농촌 어르신들의 노후는 더 힘들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쌀값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결국 쌀을 사먹어야하는 입장이라면,
일반 농민들에 비해 식재료가 더 많이 들어갈테니 말입니다.
젊은 사람들이라면 쌀 대신 다른 것으로도 대체하지만, 어르신들의 위는 그렇지 않지요.
10시,
아침에 커피를 마시지 못하고 왔는걸 아시는지 우리 어르신은 보자마자 커피 한 잔 하라고 하십니다.
옆에 함꼐 계시는 이웃집 어르신. 오늘따라 얼굴이 상해보이셔서 무슨일있는지 여쭤보니,
"나 한동안 아팠잔어~ 넘 부끄러워서 병원 다니기가 얼마나 그러던지..." 하십니다.
"아니, 내가 지팡이를 짚고 다녔다니깐.. 허리 아래 다리가 안움직였어~ 워메.. 얼마나 창피시러운지."
어르신께서는 평소에도 뛰어다니실정도로 엄청나게 건강하셨었는데, 최근 허리 디스크가 심하게 왔던듯 싶습니다.
"아휴, 언니 지난 가을에도 밤 줏으러 다닌다고 산에 그렇게 다니고, 뭐 한다고 맨날 그렇게 당기니깐 그렇지~" 하시는 어르신.
"이제 나도 일을 놔야하나봐.. 아직은 할 수 있는데 말이지." 하시며 씁쓸해야하십니다.
커피 한 잔에 위로받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 참 별일 아닌것 같은데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오는 노인성 질환들은 막을 수 없는것이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어르신들은 일을 하지 않으면 마치 자신의 삶에서도 더이상 스스로가 쓸모가 없어지는 인간이 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무엇인가라도 계속 생산해내며 부지런하게 살아가는 일, 그것이 어르신들에게 삶의 원동력이었을수도 있겠구나 싶습니다.
10시 40분,
"공병 좀 갖고 갈 수 있소?"
지난번에도 엄청나게 갖고 왔는데, 그새 또 몇박스가 되는 량이 쌓였습니다. 누가 그리 많이 드시는지 여쭤보니,
"울 둘째 아들이 엄청나게 먹어~" 하십니다.
"한 번 먹으면 2~3병은 기본이니깐."
술 한 박스랑 5만원 맞추신다고 6병짜리2개, 그리고 소세지 2개 사시는 어르신.
다음번에 와서 공병 챙겨가기로 했습니다.
10시 50분,
"울 회관으로 좀 오쇼. 회관에 물건 좀 챙겨놔야게소."
그간 회관에 필요했던 물건들을 다 정리를 하셨는지 창고를 보시고는 물건을 넣어달라고 하십니다.
"화장지도 한 3통.. 그리고 음.. 액젓도 없네. 액젓도 2개, 그리고 소금있나? 소금도 하나, 설탕 하나.. 일단 이렇게 둘까." 하십니다
부억과 창고 곳곳을 보고 필요한 것을 채워넣는 회장님. 올해들어 점빵 이용을 더 자주 많이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늘 잘되라고 마음 보태주신 덕분에 조용한 마을에서도 생기가 돌기시작합니다.
11시 10분,
"계란 두판하고 콩나물 두개 주쇼"
점빵차만 오면 회관 뒷편에서 밀차 끌고 오시는 어르신이 계십니다.
"나 이 카드에 얼마 있는지는 모르는데, 일단 한판만 사면 좀 적을테니, 두판 주쇼." 합니다.
"울 아그들이 사오긴하는데, 그래도 내가 사야할건 사야지." 하시는 어르신.
물건 사고 바로 올라가십니다.
마을에 다른 어르신들은 보이질 않습니다.
밭에 일을 하러가셨을지, 장을 보러나가셨을지..
마을에서도 어르신들의 일상이 잘 보이지 않는것이 바빠서 잘 안보이는것이라면 다행이다 싶습니다.
혹여나 아파서 못나와서 아프신 일이라면, 또 다른 일이니 말입니다.,
11시 20분,
시정에 있으니 어르신 두분이 집 앞 작은 텃밭에서 콩 털고 계십니다.
작은 텃밭에 어르신 스스로 먹을것만 하신다는 어르신. 집으로가니 모종으로 쓸 콩들이 놓여져있습니다.
무슨 콩인진 모르겠으나, 콩 무늬가 화려해보입니다. 맛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커피 한 잔 나누며 한 어르신은
"치과에서 울 신랑 이빨4개 씌우라고해서 씌우고 왔더니, 4개가 금새 절단나뿌렀어!" 하십니다.
"아니, 그 돈만해도 어딘데, 어찌 이렇게 못붙인단가."
치아가 저도 매우 약한지라, 어르신들의 심정을 100% 공감하고도 충분히 이해를 합니다.
어르신께 치과 진료는 정말 신중하게 잘 받으셔야해요 라고 해도,
"아니, 돈을 다 완납해야 치료해준다는데, 이건 뭐 AS도 안되고 참나 어이가 없어 아주, 그냥 확 환불해버릴랑까." 하시는 어르신.
의료과실은 적용되기도 힘들터이니, 어르신의 속 마음만 달래드리고 옵니다.
우리 어르신들 요즘 치과만 갔다오면 치아 3~4개는 그냥 뽑고 온다는데 괜찮은 치료인지 걱정도 됩니다.
제가 할 때도 한 번에 2~3개 뽑는것이 위험한 시술이라 들었는데, 너무 대수롭지 않게 뽑아서 오니 참.. 잘모른다고 막 하시는 건지,
아니면 노인이라는 질환으로 변명하면되는건지.. 여러모로 걱정이 됩니다.
13시 40분,
마을을지나 회관으로 가는 길, 어르신께서 시정 옆으로 대라고 하십니다.
사야할 것이 많으시다며,
"일단 술 한 박스, 막걸리하나, 그리고 콩나물 하나, 꽁치도 하나, 일단 이렇게하면 얼마여?" 하십니다.
"내가 오만원은 맞춰야하니께, 안주될만한거 없는가? " 하는 말씀에 오징어 추천해드리니,
"그거까지하면 딱 5만원인가?" 하셨습니다. 500원이 넘는 금액에 콩나물 하나 빼면 49,000원인데
어르신께서 계속 5만원에 맞춰 사실려고하시길래, 잔돈 받으시면되지 않겠느냐라고 말씀드리니,
"아 그러면 되지~!" 하시며 웃으시며 가십니다.
가끔 어르신들과의 대화는 이해가 잘 안될때가 종종 있습니다.
13시 50분,
회관에 계시는 회장님과 이장님 사모님.
같이 나오셔서 반찬거리 간식거리 사십니다. 그러다
"언니 막걸리 한 잔 할래요? 나 이따 양파 모종 하러 가야하는데~" 하십니다.
힘이드니깐 술 기운으로 일 하시려고 하시는듯 싶었습니다.
좋다면서 함께 한 잔 사시는 두 분. 보기 좋았습니다.
14시 10분,
오랜만에 나오는 아드님, 그간 몸이 별로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늘도 고르는것은 간식거리, 빵과 콩나물, 환타입니다.
어르신께서 아드님 식사를 잘 안드셔서 걱정한다고 하니 웃으십니다.
그래서 그러신지 참치캔 4개 사가십니다. 집에서 참치캔에 밥 해드시려나 싶습니다.
윗집 어머님께서도 내려오셔서 설탕과 카스를 두개 고르시더니,
고민하신끝에 카스만 하나 사십니다. 갖고 온돈은 만원, 더 사려고 하였으나, 일단 넘기시나봅니다.
짜투리 돈은 포인트에서 차감합니다.
14시 40분,
공사장 인부로 보이시는 트럭이 점빵차를 보고 손짓을 하십니다.
"저기 다리쪽으로 오이소~" 하십니다.
쫓아가니 다리를 놓고 있는 인부들을 위해 간식을 사시려고 하십니다.
"콜라 한캔" 말씀하시는 순간, 콜라가 없습니다.
대신 사이다 말씀드리니 좋다고 하십니다.
그래도 날이 조금 시원해서 다행입니다. 조금이라도 음료들이 시원할 수 있어서.
사이다 한 캔, 레스비 한 박스, 카스 1갠 사서 인부 동료들과 나누십니다.
현장에서 목 마름을 해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다행입니다.
15시,
오늘도 마을 한 어귀서 젊은 분들이 오셔서 밭일 하고 계십니다.
예전에도 이곳에서 고구마를 캐던분이었던것 같은데, 동네분들에게 여쭤보니 마을분들은 아니라고 합니다.
멀리서 손짓하시는 주민들. 밭까지는 차가 들어갈 수가 없어서 오라고 말씀드리니, 차 끌고 나오십니다.
"예전엔 들어왔던것 같은데...."
편의를 봐드리고 싶었으나, 시간 관계상 그리고 충분히 나오실 수 있는 분들이라 오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우리 어르신들은 그보다도 먼거리에서도 나와서 점빵차를 기다려주시니 말입니다.
15시 30분,
우리 동네 어르신, 외상값 주신다고 기다리고 계십니다.
지난번 일하다가 물건 갖고간거 주신다고 차 붙잡습니다. 참 감사하지요.
15시 40분,
어르신께서 마당에서 수구리시고 한참 무언가를 씻으십니다.
어디선가 주어오신 은행나무 열매입니다.
어르신께서 몇번을 물에 개워내서 그런지 깨끗하고 이뻐보입니다. 냄새나던 은행이 어르신 손타니깐 깨끗합니다.
16시,
오늘도 어르신 집엔 모두 모여계십니다.
어르신께서는 요플레 2묶음 달라고 하십니다. 그 옆에 계시던 어르신은
"아이구 뭔 모기가 아직도 있대" 하시며, 모기 잡기 바쁘십니다.
회관 총무님은 회관 외상 결제해주시고, 본인 집에 코다리 하나 놔달라고 하십니다.
모두 마치고 돌아가는길,
낯선 검은색 승용차가 멈추길래 봤더니
우리 어르신을 모시고 가는 아드님 차였습니다.
어머님 필요하신것 다 고르게 하시고, 5만원권 내어주시는 아드님.
"살 때 다 사~ 필요한거~" 하십니다.
어르신은 댓다하시면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가십니다.
마을 떠나려던 끝 길,
어르신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소리나서 살려고 나와서 기당겼지~"
간장과 미원 하나 사시려고 찬바람 맞고 서계셨던 어르신.
마지막 장사를 마치고 매장으로 복귀했습니다.
어르신들과 더 따뜻하게 만나려면
우리 점빵차는 얼마나 더 천천히 달려야할까요.
어르신들의 속도에 점빵차도 속도를 맞춰 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