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아침, 머리(펌)를 하러 갔다.
단골로 가던 곳 말고 얼마 전 (이전) 개업을 한 미용실이다.
전날부터 검색을 했다.
'중년 여성 머리 잘하는 곳'
운동을 하며 오가던 길가에 있는 미용실이 눈에 띄었다.
원장님이 남자분이다. 손님도 끊이지 않는 것 같다.
머리를 잘하나? 한 번 가볼까 생각했던 곳이다.
남자 미용사에게 머리를 맡긴 것은 세 번 정도다.
다른 남자가 머리를 만지는 것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편견이 있었고 적응도 안 되었던 때문이다.
실력만 좋고 마음에 드는 머리만 해준다면야.. 미용사가 남자든 여자든 뭔 상관이람!
한 번 단골이 되면 계속 이용하는 편이다.
파격적인(?) 스타일을 원하는 것도 아니고, 미용실 원장님과 친분도 쌓여서
굳이 다른 곳을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자주 가던 미용실의 원장님 실력에 변화가 없다.
늘 그 스타일 그대로다. 원하는 헤어스타일이 아니다.
가끔 미용실 영업시간도 들쑥날쑥이다. 병원예약이라고 늦게 문을 열기도 하고
개인 사정이 많은 것 같다.
이참에 미용실을 바꿔보자.
네이버로 예약을 하니 서비스 혜택(크리닉 3단계)도 있다.
맡겨보자.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1인 미용실이라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인테리어도 세련되고 무난하다.
"머리 스타일을 좀 바꾸고 싶은데... 손질하기 편하고 관리가 쉬운 펌으로 부탁드려요."
"머리가 많이 상하셨네요. 일단 커트부터 하고 펌을 해야겠어요."
손도 빠르다.
커트도 예쁘고 마음에 들게 한다. 원하던 스타일이다. 1차 만족.
펌은 어떻게 나올까? 나름의 상상을 하며 기다린다.
이런저런 얘기를 해보니 인근 아파트 상가에서 8년을 하고 이곳으로 한 달 전에 이전했다고 한다.
나이는 내일모레 오십이고 딸 둘 아빠라고 했다.
헤어스타일이 세련되어서인지 젊어 보인다.
"원장님은 세미나(연수) 안 가세요? 요즘은 유행하는 헤어스타일이 빨리 변하던데..."
"요즘은 세미나 안 가고 유튜브 보고 배워요. 배워서 가족들한테 시연하면서 연습해요.
가족들이 고생이죠. 그렇지 않고는 손님들이 원하는 스타일을 따라갈 수가 없어요"
"아~ 그렇구나. 유튜브 보면 예쁜 헤어스타일이 많던데.. 원장님도 유튜브 보고 배우시는구나.
참 편한 세상이에요. 유튜브로 미용기술도 배우고.."
미용실 원장님도 본인 스타일이 있더라고요.
경력(연령에 따라)이 좀 되신 분들은 항상 비슷한 스타일만 해주시는 것 같아요.
매너리즘이라고 해야 할까? 별로 변화가 없더라고요.
원하는 스타일을 잘 못 맞춰주셔서... 마음에 드는 미용실 찾기가 어려워요.
지금까지는 그냥 가던 곳만 갔었거든요."
"맞아요. 원장님들 스타일대로 손님 머리 해주는 것도 있어요. 그래서는 안되죠.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공부해야 뒤처지지 않아요.."
네이버 예약 알림과 전화가 수시로 울린다.
오래된 단골도 많고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도 있다고 한다.
굳이 그렇게 멀리서까지 미용실을 찾아올까 싶지만.
마무리까지 3시간이 더 걸렸다. 기다린 보람이 있다.
지금까지 한 스타일 중 최고다. 흡족하다.
"원장님, 머리 너무 마음에 들어요. 다음 주에 염색도 예쁘게 해 주세요. 감사해요"
원픽 미용실로 정했다.
남자 미용사에 대한 편견(?)도 없어졌다. 실력만 좋으면 되지 뭐!!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도달하지) 못한다.
성공하고 싶다면 미쳐라. 미친 자가 성공한다.
남들과 똑같아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평균 수준을 유지하거나 뒤처질 수밖에 없다.
동네에는 수 십 개의 미용실이 있다.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실력뿐이다.
유튜브를 보며 공부하고 실습하는 미용실 원장님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제와 같은 나는 퇴보하는 것이다.
머물러 있어서는 변화도 발전도 없다.
자신의 일에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변화하려는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전문가이자 성공자의 모습이 아닐까?
그 모습 배우며 살아야겠다.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건 정신병 초기증세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
지금 행복하자.
happy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