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인명 피해를 유발하고 소중한 자연과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결코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나 인류는 전쟁의 과정에서 과학의 발전을 이루기도 한다. 전투기의 공격력 향상을 위한 개발된 제트엔진과 로켓의 예만 봐도 알 수 있다. 제트엔진과 로켓은 전시 후 항공 여객기 등에 활용되면서 인적자원의 이동과 물류, 유통 등에 혁신을 가져왔다. 미국의 방공망 시스템 구축을 위한 모뎀 개발과 핵 공격에도 안전한 네트워크인 아르파넷(ARPAnet) 개발은 정보통신기술의 초석이 되면서 현대인들에게 초고속 인터넷을 선사하였다.
이처럼 전쟁으로 인하여 발명되었지만 오히려 일상생활 영역으로 들어와 인류의 새로운 생활 양식을 만드는 발명품이 떠오르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드론(Drone)’이다.
영화 ‘오블리비언’에서 사람과 드론의 전투 장면 <출처: 영화 [오블리비언](2013)>
드론이란
드론(Drone)은 사람이 타지 않고 무선전파로 원격 조종하는 무인 항공기를 의미한다. 벌이 윙윙거리는 소리에 착안하여 만들어진 지어진 이름이다. 사람 대신 위험 지역에서 군사 임무를 수행하고, 사람 없이 무기나 연료를 실을 수 있는 운송수단으로써 드론은 빠른 속도로 개발되어 왔다. 이후 드론은 초당 80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막강한 공격력을 보유하게 되었고, 실제 전투에서 많은 활약을 했다. 그러나 그 잔인함으로 인해 인권단체나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기업, IT업체, 공과대학, 일반인 등 너나 할 것 없이 드론 개발에 뛰어들어 상용화를 시도하고 있다. 생산업체 증가와 관련 기술 발달에 따라 제작비가 낮아지고, 다양한 활용도가 민간 수요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업용으로 개발되고 있는 드론은 탁월한 기동성과 다양한 활용성에서 강점을 보인다.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기 때문에 빌딩으로 가득한 도심 속에서도 비행이 가능하다. 험난한 산악지역을 포함해 어디든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 초고속・초정밀 카메라 등 현대 과학으로 무장한 부속장치들을 추가한다면 그 활용 방법은 더욱 무궁무진할 것이다.
해상구조드론 <연합뉴스 제공>
택배의 공중전 시대가 열리다
드론의 상용화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몇몇 기업들이 드론을 통해 물류배송 시스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면서부터이다. 아마존은 2013년 ‘아마존 프라임에어(PrimeAir)’라는 드론 배달 시스템 개발을 발표하고 2015년까지 이를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라임에어는 날개가 8개 달린 드론으로, 물류센터로부터 반경 16km 지역 내의 소비자들에게 2.3kg 이하의 물건을 구매 직후 30분 이내 배송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이 시스템으로 배송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아마존 프라임에어 <자료원: 아마존닷컴>
아마존에 이어 세계적인 물류 운송업체 UPS와 DHL도 드론에 관심을 보이며 무인 물류배송 서비스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UPS는 구체적인 개발 상황을 공개하지는 않으나, 오래 전 무인 배송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UPS의 경우 배송 기술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비교적 한적한 외곽 지역에 위치한 물류센터 간의 운송에도 드론을 활용할 계획으로 아마존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DHL은 파켓콥터(PaketKopter)라는 드론을 개발해 2013년 12월 강 건너편에 있는 지역에 의약품을 배송하는 비행 실험에 성공하였다. 파켓콥터는 약 3kg의 물건을 실을 수 있고 최고 100m 고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 향후 DHL은 지리적으로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 파켓콥터를 투입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물류업체뿐 아니라 세계 최대 피자배달 업체 도미노피자 역시 영국에서 소형 무인 헬리콥터인 도미콥터(Domicopter)를 이용해 6km 떨어진 곳에 10분 만에 피자를 배달하는 데 성공했다. 러시아에서도 도도피자가 2014년 6월부터 자국에서 개발한 드론으로 피자 배달에 성공했다. 이처럼 어디든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드론은 물류업계 및 배송 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드론의 진짜 매력은 무한한 응용성이다. 그 가능성을 짐작한다면 단순히 지리적 제약을 뛰어넘어, 물건을 나르는 일은 드론이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수준의 기능이라고 볼 수 있다.
끝없는 변화, 무한한 가능성
구글과 페이스북은 드론을 활용한 인터넷 보급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구글은 2014년 4월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Titan Aerospace)를, 페이스북은 그보다 앞선 3월 영국 스타트업 기업인 어센터(Ascenta)를 각각 인수하였다.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와 어센터는 모두 태양광 패널을 이용해 자체 동력을 생산하고 드론을 개발한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이 기업들의 기술로 드론을 무선통신 기지국으로 활용하여 아프리카, 남미 등에 인터넷을 보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실제 구글은 룬(Loon)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2013년 6월에 열기구 30개를 하늘에 띄워 50여 가구에 인터넷을 공급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페이스북은 드론 1만 대를 아프리카 상공에 띄워 저렴한 인터넷 서비스를 공급하는 인터넷닷오알지(Internet.org)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구글 룬 론치 이벤트(2013. 6. 16) <출처: By iLighter @Wikimedia Commons (CC BY)>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은 미국 알래스카 지역의 석유 탐사와 송유관 파손 점검을 위해 미국연방 항공청(FAA)으로부터 드론 사용허가를 받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허리케인 중심부의 데이터 수집을 위해 드론을 사용할 계획이다. 중국은 스모그 등 환경 관련 감시용으로, 이스라엘의 어반 에어로노틱스(Urban Aeronautics)는 응급환자 수송용으로 드론을 활용하고 있거나 활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영화업계, 방송사, 취미 및 여가활동에 사진 및 영상촬영을 위해 드론을 활용하는 등 그 쓰임새가 끝없이 확장되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농약이나 사료 살포용 정도로 드론을 사용하고 있다.
드론을 이용한 항공촬영 <연합뉴스 제공>
드론의 미래 시장 가치
미국 방산전문 컨설팅 기업인 틸 그룹(Teal Group)은 향후 10년간 세계 항공우주산업 중 무인 항공기가 가장 역동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2014년 64억 달러였던 드론의 시장 규모가 10년 후 약 91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 전 세계 TV 시장 규모가 약 1,630억 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드론의 미래 시장 가치는 실로 엄청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2014년 군사용 수요가 89%, 민간 수요가 11% 차지하던 드론 시장의 판매 분포는 10년 후에는 군사용이 86%(약 783억 달러), 민간 수요가 14%(약 127억 달러)로 변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렇다면 향후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드론은 사회경제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경제적으로는 먼저 1인 기업의 확대를 예상해볼 수 있다. 드론을 활용한다면 기술에 대한 초기 투자의 중요도가 커지고 반면 관리 및 운영에서는 크게 인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케이스를 디자인하여 판매할 경우, 창업자는 제품 제작과 동시에 배송정보 입력을 수행하고 실제 운송은 입력된 GPS를 따라 드론이 하게 된다. 앞서 언급했던 러시아 도도피자의 사례와 같이 기술이 정교해지면 사장 한 사람이 배달원의 역할까지 모두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택배 배달원
한편 드론이 가져올 변화가 자연스레 실업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앞서 설명한 배달 업무를 드론이 정교하게 할 수 있다면, 패스트푸드점의 배달원들은 드론에게 고스란히 일자리를 넘겨주게 될 것이다. 심지어 드론은 식당 종업원 자리까지도 넘보고 있다. 실제로 미국 라스베이거스 코즈모폴리턴 호텔의 클럽 마르퀴에서는 2014년 5월부터 드론을 바텐더로 고용했다. 클럽 소유주에 따르면 자신이 운영하는 다른 클럽과 바에서도 드론을 바텐더로 활용하여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줄 계획이라고 한다.
반면에 차량용 블랙박스처럼 목격자가 없는 사건, 사고의 증거가 되거나 바캉스 시즌 해수욕장에서 인명 피해를 예방하는 등 드론이 가진 순기능 역시 무궁무진하게 많다. 지금이야말로 기발한 아이디어를 접목시키는 지혜로 소위 말하는 ‘대박’을 칠 기회인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이 바로 드론 시장에서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도전을 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