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93세 노인의 마지막 낙서
* 저 자 : 이문호
* 분 량 : 122쪽
* 가 격 : 10,000원
* 책 크기 : 130 x 210mm
* 초판인쇄 : 2023년 10월 25일
* ISBN : 979-11-92945-97-2 (03810)
* 도서출판 명성서림
저/자/소/개
綠苑 李 文 浩 Mun-ho. Lee
● 평북 신의주 출생
● 수풍전기전문학교 졸업
● 미 육군통신교 유선장교반 유학
● 미 육군통신학교 EDPS프로그램 과정 유학
● 미육군 관리교육단 Computer program 분석 과정 위탁교육
● 사우디 통신공사, 사우디 체신부 유선과장
● 계간 문예지 지구문학 추천으로 시 등단
● 시집 제2집 기구한 인생서사시
제 3집 일본 Haiku“집”“한국의 하늘 일본의 하늘”
제 5집 더 가까이
제 6집 록원의 수상록
제7집 록원의 자전 산문집“거제도 포로 수용소”
제8집 록원의 자전 산문집“93세 노인의 마지막 낙서”
● email : lmh70kr@naver.com
“마지막 낙서” 참 서글픈 제목이다.
치매에 걸리지 않으려고 또는 조금이라도 지연시키려고 한 편 두 편 쓰며 모으다 보니 백 편쯤 된 것 같아 출판사에 보내기로 했다.
출판하게 된 책을 보게 될지 혹 보지 못하게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만족한다.
내가 이 책 출간을 보게 된다면 다시 치매를 지연시키며 또 한 편 한 편 쓰리라.
그러다 어쩌다 또 백 편쯤 되면 “다시 마지막 낙서”라고 출간할 것이다.
참 웃기는 망상이다.
그러나 누가 알랴! “백 세 인생 시대”인 것을….
하여간 그대들도 한 번
“나도 마지막 낙서” 같은 것을 펴내게 된다면 나로서는 더 없는 기쁜 일이 되겠다.
성심실버케어요양원에서 – 록원 이문호
차례
머리말 / 4
산문
인생과 ‘순간’ / 10
Auld lang syne / 14
93.5세 녹원의 한탄 / 16
결백 주의자들 / 171
영원히 멈추지 말아다오 / 18
아내여 나 울고 있소 / 19
종교의 차이 / 20
황당한 예언 / 21
꿈-화목했던 날 / 22
서글픈 통화 / 23
친구의 면회 / 26
커피 석 잔 / 27
1461일의 궤적 / 30
내가 친일파? / 33
딸 같은, 때론 아내 같은 요양사 / 35
치매 - 각인된 기억 / 37
요양원에 오고 / 40
안타깝다 / 41
코로나 팬데믹 / 42
개명에 얽힌 사연 / 43
남양주시 하늘에 / 46
이른 새벽 / 48
앗 이게 새똥 아닌가! / 49
이게 웬일 / 50
벽 하나 사이 / 52
구름 / 53
황당한 예언 (2) / 54
수양 / 56
언제쯤이면 / 58
거울을 안 보련다 / 59
너마저… / 61
구름이여 / 63
본향에 돌아와서 / 65
부러운 김 삿갓 / 66
나는 과연 Christian인가? / 67
고운 님 미운 놈 / 69
그립다고 말을 헐까 하니 그리워… / 70
시조 / 74
하이쿠徘句 / 82
Haiku
맺는말 / 92
해설 / 94
서글픈 통화
매년 음력 2월 19일이면 으레 나보다 35일 빠른 고등학교 동창이며 친구 하나 없는, 미국에 가서 사는 외로운 그에게 전화를 건다.
한번 전화를 걸면 20분도 30분도 하나도 변치 않는 그의 사투리에 향수를 느끼곤 하였다.
올해에도 여전히 전화를 걸었다.
응답이 없다.
잠도 못 자며 새벽 3시에 거는 전화를 안 받는다.
혹시 화장실에 갔는가 하고 샌프란시스코 시각을 확인하니 아침 여섯 시다.
십여 분 후 다시 걸었다.
역시 전화를 받지 않자 벌컥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이 나이에 전화를 받지 않으면 틀림없이 사고인 것이다.
중병 아니면 사망이다.
나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며 전화기를 놓았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하니 그럴 리가 없었다.
작년, 오늘만, 그때만 하여도 낭랑하던 그의 목소리
혹 그가 안 받으면 그 부인의 목소리가 전화를 울 리고는 하였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다시 천천히 키 판을 눌렀다
꾸르륵 꾸르륵 벨 소리가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불길하여 송수화기를 놓으려는 순간 그의 낭랑한 소리가 들렸다.
나는 벌컥 “이세끼야 와 전화 안 받니” 하였더니 다시 “여보시오” 한다.
나는 홧김에 “와 전화 안 받아!” 했는데 그제서 들었는지 “말 크게 하라우야” 하는 정다운 고향의 사투리 소리.
역시 낭랑하고 소리가 큰데 더 크게 말하란다.
그래서 “귓데기가 먹었니야”라고 하였는데도 더 크게 하란다.
그제에서야 전화를 두 번이나 받지 않은 이유를 알고 전화를 끊고 메시지로 대화를 했다.
몇 개월 전부터 귀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문자로라도 말은 주고받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내년에는 그나마 내가 전화를 못 걸게 될지 그놈이 못 받게 될지 모른다.
얼마나 서글픈 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