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5일(화), 저의 둘째 아들 안종찬이 논산 훈련소에서 5주간의 기본 군사훈련을 마치고 수료하는 날이었습니다.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은 누구나 그 수료식에 참관할 수 있었습니다. 수료식 마지막 순서에 “세족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논산훈련소가 세워진 이래로 처음 있는 행사라고 했습니다. 그날 수료하는 장병들이 약 2천 명 정도였는데 그 중에 세족식에 참여하기로 자원한 장병들은 150명 정도였습니다. 부모님의 발을 씻겨 드리는 행사였습니다.
그 행사에 저도 참여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교회생활하면서, 청년들, 그리고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발은 많이 씻겨준 경험이 있었지만 내가 발을 씻김을 받는 일은 처음 경험한 일이었습니다. 자식이 아버지의 발을 씻겨줄 때, 저의 마음에는 자식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날 세족식의 하이라이트는 서로에게 한 가지씩 용서를 구하며 또 용서를 해 주는 순서였습니다. 평상시에 마음속에 담고 있던 아픔과 오해, 미안함과 서운함.... 등등을 이야기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종찬이와 저도 서로 포옹한 상태에서 평상시에 마음에 남겨 두고 있었던 아픈 이야기들을 하나씩 주고받았습니다. 순간 두 사람에게서 뜨거운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주체할 수 없을 만큼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서로의 마음을 잘 헤아려 주지 못한 미안함 때문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서로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한결 더 친밀해지고 더 가까워지게 되었습니다. 마치 자식과 내 자신이 하나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서로의 마음을 더 많이 보듬어 주어야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세족식은 서로에게 엄청난 변화와 회복, 그리고 감동을 선사해 주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실하게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교우들도 가능하면, 기회를 만들어서 가족끼리 행하는 세족식도 좋은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2019. 10. 27 안현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