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폭 그림 같은 해운대 끄트머리 미포항을 두고 달맞이고개를 넘는다. 고갯길 아래로 내려온 와우산 기슭이 동해를 만난다. 귀 기울이면 벚나무 우듬지에서 앞 다투어 꽃망울을 터트리려는 듯 소리 없는 아우성이 들린다. 양지 바른쪽의 성급한 꽃망울들은 이 가지 저 가지에서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남천동에서 점심을 나눈 친구 넷이 무광이가 운전하는 차에 올라 기장으로 향했다. 봄빛 완연한 3월 하순의 고갯길에서 내려다보는 동해는 물 맑은 바다가 봄빛을 머금고 초록바다를 펼쳤다. 초등학교 동기인 우리는 “걸을 수 있을 때 자주 만나자.”는 캐치프레이즈로 일주일에 한 번은 만나서 점심을 나누고 자연경관이 좋은 곳을 찾아 커피와 후식을 즐긴다. 송정 ‘아데초이’를 비롯해서 지난해부터 자주 찾는 일광 동백리의 ‘베이(Bay)266’카페와 기장 죽성리의 ‘로쏘(Rosso)’카페, 그리고 일광을 지나 월내로 가는 길의 ‘웨이브온(Wave on) 카페 등이다. 바다와 땅이 만나는 해안선은 영원한 그리움으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기억 저편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그리움이 시간과 거리를 넘어 파도를 탄다. 파도야, 잊혀진 사랑이야기를 다시 들려다오. 바다는 오늘도 강렬한 빛과 파도의 향기로 삶에 찌든 영혼을 씻는다.
바다를 통해 기쁨을 느낀다. 그 자연의 사랑을 통해 나는 더 완전한 존재로 태어난다. 한적한 곳에 카페가 자리 잡은 바닷길은 드라이브코스로 안성맞춤이다. 바다를 향해 문을 연 카페들은 하나같이 전망이 좋고 주차장이 녋다. 건물자체가 이야기를 담은 건축 작품으로 아름답다. 오늘은 기장해안로의 로쏘(Rosso)로 가기로 했다. 로쏘(Rosso)라는 말은 이탈리아어로 붉다(Red)는 뜻이다. 그리고 로쏘는 이탈리아 조각가의 이름이기도 하다. 19세기의 조각가 메다루도 로쏘(Medaro Rosso)는 19세기 프랑스 로뎅의 영향을 받아 인상주의 기법을 도입했다. 로쏘는 차량통행이 드문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붉은 벽돌로 지은 카페와 레스토랑 건물로 봐서 조각가 이름보다는 바다빛깔과 대비되는 ‘붉은 색’이라는 의미로 옥호를 지은 듯하다. 왼쪽의 카페는 1층을 테라스로 하고 2층 지붕을 비스듬히 하늘창을 내 분위기는 한결 아늑하다. 카페와 레스토랑은 모두가 1층에 테라스를 두어 에메랄드빛 바다를 마음껏 보고 느낄 수 있게 했다. ‘베이266’과 ‘웨이브온’카페는 바다 쪽에서 보면 2층이고 길에서는 1층이다. 바닷가에 세워진 카페는 전망이 그만이다. 봄빛 가득한 바다가 목마른 영혼의 그리움을 불러낸다.
아침이 좋은 고장, 기장을 지나면 모든 게 달 안에 있다는 월내(月內)로 가는 31번 국도변 바닷길에 카페가 드문드문 들어섰다. 바다에 면한 ‘웨이브온’카페는 3층 규모의 독특한 건물 외관이 마치 직육면체를 엇 쌓아 놓은 듯 설치미술작품으로 눈길을 끌고 어둠이 깃들어 불을 밝히면 야경이 지나가는 나그네의 발길을 유혹한다. 이곳 바다는 해수욕장을 낀 해운대, 광안리, 송정처럼 시끄럽고 소란스럽지 않아 좋다. 외진 자연 그대로의 갯가로 잔물결이 진종일 갯바위를 쉼 없이 쓰다듬는다. 파도가 연주하는 해조음(海潮音)이 나직하게 속삭이는 실내음악과 더불어 마치 봄꿈을 듣는 것 같다. 달맞이고개를 넘어 송정을 거쳐 연화리와 대변항을 지나면서 좁고 험한 모퉁이길을 들어서면서부터는 속력을 낮춘 채 조심스럽게 달린다. 해운대로부터 약 14km쯤 될까? 바닷물을 담수로 만드는 해양담수시설을 지나 달밭, 월전(月田)으로 넘어가는 S자형 커브 길을 몇 차례 돌면 오른 편 바다 쪽에 얼핏 보아 기하학적으로 지은 붉은 벽돌집 두 채가 바다를 향해 나란히 섰다. 주차장에 들어서면 왼편이 2층으로 세운 카페고, 오른편이 단층 레스토랑이다.
카페는 1층이 테라스고 2층은 다락방처럼 꾸몄다. 창으로 바다와 하늘을 함께 바라볼 수 있다. 오랜만에 고개를 뒤로 젖히고 밤하늘을 마음껏 바라볼 수도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창가에 앉으려고 하지만 나는 2층 다락으로 올라간다. 2층 다락은 내가 꿈꾸는 소박한 서재 같다. 테라스에 나가 앉기에는 아직 바람이 차다. 테라스에서는 발밑의 바다를 통해 힐링에 빠질 수 있다 이곳의 메뉴는 신선하고 바다를 곁에 두고 마시는 잘 뽑은 커피와 화덕에서 구운 피자와 파스타, 베이커리와 샐러드 스테이크까지 다양하다. 수준급 바리스타가 3일에 한 번 직접 로스팅 해서 축출하는 다양한 커피와 건포도 효모종을 이용한 천연발효빵이 일품이다. 그리고 하루에 두 번씩 구워내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식 깜빠뉴와 치아바타, 바질 식빵 등 블랑제리 뿐만 아니라 테라미슈, 당근케잌 등 파티세리를 맛볼 수 있다. 치즈, 블루베리, 호두 식빵은 기가 막힌 맛과 식감으로 입맛을 사로잡는다. 잘 구운 빵을 입에 물고 바라보는 바다풍광이 가슴을 더욱 시원스레 뚫어준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오션뷰는 탁 트이고 시원한 대양(大洋)의 수평선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茫茫大海)다.
처음부터 바다를 볼 수 있는 테라스와 실내가 바다 쪽을 향해 길게 놓이도록 건물을 앉혔다. 로쏘의 자리는 해풍이 찬 늦가을부터 겨울을 거쳐 이른 봄에 이르기까지는 실내 창가 테라스가 좋고 여름철이면 해풍이 싱그러운 실외 테라스가 단연 인기다. 제빵 기술이 빼어나고 커피를 맛깔스럽게 축출하는 로쏘는 입소문을 타고 부산근교의 명소가 되었다. 주말이나 휴가철이면 실내건 테라스건 자리가 없어 되돌아가는 사람이 많다. 승용차를 이용할 때는 네비게이션에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기장해안길 864 또는 전화번호 051 722 5585 번을 입력하고 찾아간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동해선의 기장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로쏘까지 가면 4,500원 정도 나오고 일광역에서 내려야 하는 ‘베이266’이나 ‘웨이브온’ 카페는 조금 더 나온다. 대변항에 봄 멸치가 올라오는 4월 하순에는 대변을 피해 죽성이나 월전으로부터 접근하는 게 외길의 교통체증에 시달리지 않는다. 그러나 한 가지 마음에 꺼림칙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고리원자력발전소가 지척에 있다는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광안리에서 영호가 사과를 사서 한 봉지씩 나누고 헤어졌다.
첫댓글 '걸을 수 있을 때 자주 만나자' 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네요.^^
늙은 이들이 '걷는다는 것'은 걸어서 낯선 세상을 만나는 일이죠.
봄빛 가득한 산길과 해변은 추억을 되살리기도 좋구요.^^*
제가 가본 곳이 나오니 더 친숙하네요. 일주일에 한 번 쯤 좋은 사람들과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테라스에서, 향긋한 커피와 갓 구운 빵을 먹으며 함께 하는 시간.. 햇살이 따사롭네요.^^
자 지내시죠?
이제 나이 드니 어릴적 죽마고우들이 얼마나 절실한 지 모릅니다.^^*
수요일날 연화리에서 모임을
갖는데, 꼭 로쏘에서 맛있는
커피와 블루베리식빵을 후식으로 할까 합니다.
감사드려요.^^
바다와 다 많은 삶의 이야기를 나누어 보십시오.
즐거운 시간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