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승용차를 몰고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대전에서 큰아이의 아벨라(Abela)를 빌려타고
대전 신탄진 IC를 빠져 나가서 군산까지 달려 보았던 거다.
뒷좌석 유리창엔 뒤에서 볼 수 있도록 노랑 색종이에 검은색 싸인펜으로
"초보운전"이라는 표지판을 써 붙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 건 생각도 못했었는데... 시아버지를 위한 큰 며느리의 자상한 배려였다.
섬에서 군산으로 드나들면서 운전학원의 1톤 트럭으로 강습을 받았던 운전이었다.
도로주행의 연습이나 훈련의 경험없이 학원 연습만으로 면허증을 취득했었다.
면허증만 받았지 그 후에는 운전대에 올라본 경험도 없었다.
장롱면허증이나 다름없는 '1종 보통자동차 운전면허증'으로 고속도로 주행을 해낼 수 있을까..
그날은 겁도 없이 시도를 하긴 했어도 긴장과 기대와 호기심이 교차했다.
이미 고속도로 주행에 들어섰으니 다른 차량들의 흐름에 맞출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 보면 초보운전이었으므로 참 신나는 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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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수양관으로 온 후에 운전 연습할 기회가 있었구나.
도원목장의 구c.m. 집사는 대구에 사는 그의 아우로부터 87년식 현대1톤 트럭을 인수 받아
대구에서 도원리까지 그 트럭을 몰고 왔다. 구 집사는 연습을 하라며 선선히 그차를 빌려 주었었다.
사실 나는 자동차 학원에서 가르쳐 주는 공식대로 운전연습을 했고, 실기시험은 단번에 합격했던 터다.
차라리 낙방 경험이 좀 있었더라면 실기운전 경험을 더 쌓을 수 있었을 텐데...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 하지 않던가? 그런 좋은 기회를 못 가져본 게 아쉬웠다.
차가 생기면 천천히 실력을 쌓으리라 생각하며 청주는 물론 군산, 전주까지 오토바이를 몰고 다녔다.
당시의 경제 여건상 차를 구입하는 게 막막한 기대였을 뿐이었지만...
그런데 연습할 수 있는 차가 생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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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승(同乘)한 구 집사의 지도를 받으며 수양관과 도원리 간 약 2km의 2차선 도로를 주행하고
도원리 주차장에서 좌회전, 우회전, 직진, 후진 연습을 해 보았던 것이다.
운전에 약간 자신이 생긴 어느날 나홀로 운전에 들어갔다.
그러나 아차 하는 순간 브레이크 대신 액셀을 밟는 바람에 큰(?) 사고를... ㅎㅎ
스틱차량임으로 급발진은 아니었지만 순간과속이 일어난 것이다.
거금의 초보운전 강습비를 내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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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 처음으로 고속도로 주행을 시도하는 것이었다. "과연...?"
앞으로 운전을 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고속도로주행이지 않은가.
어쨋든 모험(冒險)이다, 겁을 내서도, 피해서도 안 되는 일을 시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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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앞 차를 따라 가다가 무심코 계기판을 보니 시속 110km를 넘어서고 있다.
얼결에 속도를 늦추며 고속도로에서 규정속도를 지키는 일이 매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차량이 100km 내외로 달리는 이 소형차를 추월하고 있는 것이었다.
초보운전도 과속을 하는데 경험 많은 베테랑들이야 '일러 무삼 하리요.'
"운전에는 베테랑이 없답니다." 30년 경력의 어느 택시기사의 말이 뇌리에 떠올랐다.
가까스로 익산 톨게이트를 빠져 나와 군산행 국도로 접어 들었다.
익산시내로 들어서면서는 신호등에 따라 서다가다를 반복했고
군산에 들어가서는 시동을 꺼뜨리는 해프닝도 생겼다.
스틱 차였기에 운전미숙이 드러난 셈이랄까.
군산에서 동승했던 이** 집사는 아직도
"이젠 이 목사님 운전 잘 하세요?" 한다네요.
군산에서 보고싶은 사람도 만나고 가고 싶은 집도 방문하고...
다시 돌아올 때는 마음이 한결 느긋했다.
단 하루 만에 고속도로 주행 기술을 습득한 셈이었다.
청원 톨게이트를 빠져 나오자 큰아이가 삼거리에서 웃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여전히 뒷좌석 유리문엔 '초보운전' 표지판이
노랑색도 선명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觀-
덧글;
1998년 6월에 쓴 글
섬교회에서 모개미 권속들을 태우려고 면허증을 취득했었다.
그러나 차량구입도 못한 채 임지를 서문교회수양관으로 옮겼다.
구 집사의 속깊은 배려로 운전 연습을 하게 되었고
그 트럭은 나와 많은 사연을 만들다가 폐차 되었다.
구 집사는 내가 요르단에 가 있는 동안에 장로가 되었다.
참 고마운 분이다.
지금은 다섯 째 아우가 Optima2.0을 주어서 잘 타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