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역(3호선) 1번 출구로 나오면 윤보선 길로 접어든다.
헌법 재판소와 덕성여고 지나면 안동교회 앞에
윤보선 대통령이 살았던 집이 아직은 개방이 안된 채 굳게 닫혀있다.
고층 건물이 즐비한 서울의 중심지인 그 길목 끝자락에「정독 도서관」
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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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간 옛 경기고등학교 건물을 서울시가 인수해 그 자리에, 도서관
으로 활용하면서 ‘정독 도서관’이 들어선 것이다.
정독 도서관 정원에는 세월을 보듬은 회화나무들이 있는데, 이 숲길
지나 걸어가면 총 3동으로 되어 있는 3층짜리 건물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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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곡히 자리한 책과 마주하는 순간, 사유의 욕망이 넘치니 어찌 발길을
돌릴 수 있으랴.
여기서 독서와 사색은 선물이요,낭만 산책은 덤이니 이보다 좋은 도서관
나들이가 없다.
1동 복도 거울 하단에는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훌륭한 사람과 대화
하는 것이다’ 라고 적혀 있다.
1동과 2동을 잇는 연결 통로로 가면 학생 식당인 ‘소담정’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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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정
도서관 1동과 2동, 휴게실동, 사료관동, 소담정은 근대건축 문화재 제2
호로 등록되어 있다.
1900년 한국의 첫 근대 중동교육 기관으로 출범한 경기 고등학교(종로구
화동)는, 1976년 학교가 강남으로 이전한 후 현재 정독도서관으로 사용
되고 있는데 이곳 화동 일대에는 조선말기 관료들의 거주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처음의 학교 터는 김옥균의 주택지였고, 서재필, 그리고 사육신 중 한 명
인 성삼문의 집터까지 있는 걸로 보아 경기 고등학교 자리가 명당자리는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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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옥 균 집터
여기서 태어난 김옥균이 내 고향 (충남 아산) 땅에 고이 묻혀 있으니 삶
이란 참, 아이러니 하다.
삶(The life)
여울 맹 주 상
갈증
Thirst
필자와 같은 고향 맹주상 詩人의 世上에서 가장 짧은 詩다.
우리나라 중동교육의 발상지라는 역사적 의미를 지니는 경기고등학교
는 이후 많은 인재들을 배출해 왔다.
바둑 TV에서 매년 방영되고 있는 바둑 ‘고교 동문 전’에서 경기고등학교
가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는 게 우연은 아닌 듯하다.
도심 속 쉼터로 자리매김한 정독 도서관은 4계절이 아름답다.
휴게실에서 내려다보니 정원이 고즈넉한 풍경을 연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