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의료시장 진출을 노리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하나 둘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COVID 19) 확진자 수가 미국, 인도, 브라질에 이어 세계 4위급이고, 의료 수준이 한 단계 정도 낮은 러시아는 국내 업체들의 입맛에 딱 맞아떨어지는 시장이다. 국내업체들에게 미국 시장은 너무 급이 높고, 인도나 브라질은 거꾸로 수준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러시아의 경우, 자사의 홍보 기사에 약간의 초를 친다(언론 용어로 과장한다는 뜻)고 해도, 이를 지적할 수 있는 전문가들도 별로 없다. 러시아에 신종 코로나 2차 파동이 불어 닥치면서 국내 업체들에겐 러시아 수출 실적을 홍보하기에 적절한 타이밍을 잡은 듯하다.
네이버를 검색해 보면, 러시아 진출 관련 기업 기사가 적지 않게 눈에 띈다. 보통사람들에게 이름조차 생소한 업체의 러시아 진출 기사도 검색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GC녹십자MS는 러시아 기업 '도브로플로트'(DOBROFLOT)에 이동식 신종 코로나(COVID 19) 진단 시스템 'Lab on a Wheel' 을 3천400만달러 어치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1일 밝혔다. 계약 기간은 2년.
이 제품은 약 3분 내 검진실을 소독할 수 있도록 자동 세척 시스템을 갖춘 이동식 검진 시설로, 지난 6월부터 GC녹십자MS가 특수차량 전문 제조기업과 함께 공동 개발해 왔다고 한다. 자체 음압 시설도 갖춰져 있어 의료진이 방호복을 착용하지 않고도 상대를 검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디든지 이동 가능해 접근성이 좋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K방역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제품이라는 느낌을 안겨준다.
그러나 수입업체인 '도브로플로트'로 시각을 옮기면 뭔가 부족해 보인다. 업체 이름부터 뭔가 좀 미심쩍다. 러시아의 네이버 격인 얀덱스(yandex.ru)에 영어와 러시아아어로 검색해봤다. 이름에서 짐작가능한 어업·수산업·수산가공식품 관련 업체다.
도브로플로트(DOBROFLOT)를 영어로 검색하면(위), 러시아어 검색어가 추가되고, 그 단어로 검색한 결과 캡처
도브로플로트 홈페이지/캡처
영어로 표현되다보니, 다른 업체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얀덱스에 검색되지 않는 수준의 업체라면, 신뢰성이 낮다. 휴일인 관계로 GC녹십자MS측에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 반론이 있다면 jhnews@naver,com으로 보내주면 바로 수정 처리할 것임을 약속드린다.
또다른 기업 뉴스를 보자.
주사제 제조업체인 로드는 러시아 기업인 '아베에스메드'와 함께 러시아 모스크바의 혁신도시 '스콜코보'의 국제의료특구 안에 세포치료제 제조 시설을 갖추고, 자연살해(NK) 세포치료제를 현지에서 배양·제조·공급하기로 하는 협약을 맺었다고 8일 밝혔다.
이 협약에 따라 로드는 세포치료제 제조 시설 구축에 350만 달러를 받기로 했다. 또 로드가 보유한 NK 세포치료제 배양 기술을 이전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아베에스메드'는 농업관련 사업을 영위하던 회사로, 이번 로드와의 협약을 통해 제약·바이오 사업에 진출한다. 로드는 NK세포치료제 기술 이전에 따라 연간 3천만 달러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역시 기사에 나온 '아베에스메드'란 회사를 얀덱스에 검색해봤다. 배포된 사진에는 АБС МЕД로 표기돼 있다. 의료 보조 장비 업체다. 농업관련 사업을 했다는 업체는 아닌 듯하다. 역시 반론을 보내주면 언제든지 수정 보완할 것을 약속드린다.
이번에는 성격이 좀 다른 기사를 하나 보자.
'앤젤파트너스'가 세르고 쿠르바노프(SERGO-SHAKHZADA M. KURBANOV) 회장과 지난달 블록체인 기반의 종합금융 플랫폼 업무협약(MOU)를 맺었다고 밝혔다. 쿠르바노프는 러시아 철도장비 제조사 'TMX'의 회장으로, 지난달 25일 방한해 개인 자격으로 앤젤파트너스와 MOU를 체결했다는 것이다.
이 협약을 통해 앤젤파트너스와 세르고 쿠르바노프 회장은 정보 교류 및 글로벌 통상 협력에 관한 네트워크 구축 등 기술 플랫폼에 대해 상호 협력할 것이라고 한다.
‘앤젤파트너스’는 해외 거래소들을 상대로 종합금융 플랫폼 서비스 솔루션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현재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세인트빈센트 등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중이다.
TMX의 홈페이지(위)와 경영진 소개. 가장 오른쪽에 세르고 쿠르바노프 부회장이 올라와 있다.
세르고 쿠르바노프가 어떤 사람이기에 개인 자격으로 이 업체와 MOU를 체결했을까? 검색해 보면 러시아의 유력기업인이다. 러시아 철도장비 제조사 'TMX'의 회장이라기에 사실 여부를 확인해 봤다. 'TMX'의 홈페이지에 가면, 세르고 쿠르바노프는 회장이 아니라, 부회장이다. 회장은 따로 있다. 직함을 잘못 표기한 것이다.
참고로 'TMX'란 회사는 영어로 'TMX'가 아니고 러시아어로 'ТРАНСМАШХОЛДИНГ'(트란스마쉬홀딩)의 약자다. '트란스'의 떼(T)와 '마쉬'의 엠(M)에 '홀딩(스)'의 하(X)로 만들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