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일부 발췌> 김기창 단편집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에서 소설 속 세상은 평균기온 최고 54도, 체감온도 73도다. 국가가 기후 대책을 미루고 미루는 동안 세상은 열탕처럼 끓어 올랐고, 짙은 미세먼지가 사람들 숨통을 조이게 됐다. 대안으로 만든 게 ‘돔시티’다. 높고 단단한 벽을 두르고, 하늘에 투명광 패널을 덮었다. 깨끗한 공기와 자동 온·습도 장치를 갖췄다. 반면에 그곳은 특권 지역, 인종·종교·재산 등에 따라 거주자와 추방자로 갈린다. 추방자들은 태양을 피해 땅속 동굴을 짓고 산다. “가족이나 연인,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가까이 붙어 지내지 않았다.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타인이 뿜어내는 열기까지 군말 없이 참아내던 사람들은 말라 죽거나 병들어 죽었다.” 요즘 속출하는 기후난민을 보는 듯하다. 그렇다고 돔시티 주민들이 마냥 행복한 것도 아니다. 추방자들과 얽힌 수치심과 죄악감을 씻을 수 없어서다. 기후재앙, 딱히 대안이 없다. 환경에 대한 개인과 사회의 각성, 탄소배출 절감을 향한 연대와 노력뿐이다. 가장 큰 적은 기후 불감증이다. 특히 공동체 회복이 최우선이다. 양극화가 사회를 무너뜨리는 최악의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회학자 에릭 클라이넨버그의 『폭염사회』에 따르면 미국 내 폭염 사망자는 인종차별 및 불평등 지도와 일치했고, 또 똑같이 열악한 지역이라도 이웃 간 네트워크가 살아 있는 곳에선 그 피해가 확연히 작았다.
김기창 소설집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은 오늘날 전 인류의 핵심 과제로 손꼽히는 기후변화를 테마로 쓴 단편소설 모음집으로, 이상 기후에서 촉발된 다양한 상황과 그에 따른 변화를 사실적이고 환상적인 이야기로 그린다. 기록적인 폭염, 급증하는 태풍, 이상 고온 현상, 에너지 문제를 둘러싼 갈등, 반 년 가까이 지속되며 숲 면적의 14퍼센트를 태운 호주 산불… 몇 년 사이 이상 기후 현상은 점점 더 심각하고 잦아지는 양상으로 우리 삶의 조건을 변화시키고 있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얼음 나라의 북극곰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자 지금 당장의 문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장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막막하고 절실한 질문에서 소설은 시작되었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책의 출간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변화가 드러나는 곳은 출판 분야만이 아니다. 기후변화 전담 팀을 꾸리는 언론사가 등장하는가 하면 국내 지자체들도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데 동참하고 있다. 우리 삶 깊숙한 곳으로 들어온 기후변화는 이제 선택적 앎이 아니라 의무적 앎이 되었다. 그러나 선택적 앎이든 의무적 앎이든, 앎의 차원은 여전히 사실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요컨대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김기창 작가는 정체되어 있는 답답한 상황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돌파할 수 있다고 믿는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정보가 아니라 정서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을 영원히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최선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후의 순간 무엇인가 선택해야 할 때, 우리를 선택하는 존재로 만드는 것은 정보가 아니라 감정일 것이다.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에 수록된 10편의 이야기는 인식하는 앎이 아닌 감각하는 앎을 제공한다. 소설을 읽는 동안 우리 내면에는 파문이 인다. 이대로 지속되면 파멸이라는 것을 알지만, 심지어 아주 잘 알지만, 아는 데에 그쳤던 ‘잔잔한’ 마음에 꼭 필요했던 파문이다. 호수에 던져진 돌과도 같은 이 소설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 태도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필환경 시대가 만들어 낸 필독서이자 같은 방향으로 한 발작 나아가기 위한 지침서. 인간 문명에 대한 절망에서 시작된 이 소설은 인간이 지닌 사랑의 능력을 포기하지 않는다.
첫댓글 지옥문이 열렸으면 천국문도 열려있겠죠
신은 항상 하나의 문만 열어놓진 않죠..
천국문이 더 좁긴 합니다만..ㅎ
기후변화 소설도 나오는군요 ㅎ
책 소개 감사합니다
읽어보고 싶네요
의외로 재미 있을거 같습니다~*
기후변화 ...그냥 썰이라 봄...
기껏 인간이 ....기후를 어찌할 수 있을 폐해 수준이라.............
...탄소 배출로 기후가 변할 정도면...
이전의 기후변화는 뭘로 설명할 건지....
탄소량 400 넘었다고 호들갑 떨고 있다는 자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