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자꾸 가는데 꾸물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온 세계를 쥐었다 놓았다 하던 지난 3월이었다. B항공사 홈페이지를 검색하다가 엄청 싼 항공권이 보여 찬 바람 부는 추석 이전에 나흘 다녀오는 일정으로 아내와 같이 제주행 비행기를 예약을 했다. 사태를 주시하다가 팔월 초순 사태가 진정될 조짐이 있어 항공사 마일리지로 숙소도 예약했다. 그러다가 8.15 광복절 징검다리 임시 공휴일에 온 나라가 다시 들끓었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 중인데 코로나 방역 2.5단계가 2단계 완화로 다녀오기로 했다.
젊은 사람들 배낭여행처럼 간편 차림이다. 작년 10월 말레이시아 갔다 온 후 처음 비행기를 탄다. 항공사 SELF 체크인 모니터 앞에서 예약번호 입력하고 어렵게 탑승권을 손에 진다. 휴대폰에 입력된 정보를 체크인 카운터 직원에게 보여주면 해결했는데 이제는 옆에 도와주는 직원도 보이지 않고 혼자 처리해야 한다. 비대면 세상이 빨리 와서 늙은이가 설 장소가 좁아진다.
비행기 좌석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색하다. 통로 좌우 좌석 여섯은 모두 만석이다. 식음료 이용금지와 이동자제로 모두 흰 마스크로 쓰고 꼼짝없이 눈을 감고 안전벨트에 묶인 채로 날아간다. 버스나 지하철도 그렇지만 조금 으시시하다.
미리 선불로 예약한 렌트카 회사로 타고 갈 셔틀버스을 찾아간다. 차를 인수하는 차고지는 공항에서 제법 멀리 농가가 있는 변두리로 있다. 줄을 서서 기다리고 차 키를 건네받고 연료 게이지 확인, 휴대폰으로 차 몸체 사진을 찍고, 차량보험 등 주의사항을 듣고 GPS에 의존하여 길을 떠난다.
제주시 동문재래시장으로 간다. 늦은 아침을 먹고 저녁에 먹을 오메기떡, 밀감을 사들고 한라산 중턱 516 도로를 넘어 서귀포로 향한다. 숙소 가까이에 있는 정방폭포, 외골개, 천지연 폭포를 다녀온다. 화산이 터지면서 생기고 세월의 풍상으로 아름다운 자연으로 남아 사람들이 보러온다. 이중섭 거리를 보고 서귀포 올레 시장에서 하루를 마감한다.
둘째 날, 서귀포에서 동쪽으로 간다. 섭지코지, 성산 일출봉, 용눈이 오름에 갔다가 서귀포로 돌아온다. 실내 전시나 관람은 거의 취소가 되어있어 밖으로 다닌다.
셋째 날은 서귀포에서 서쪽으로 중문관광단지, 천제연 폭포, 주상절리, 본태박물관, 성이시돌목장까지 다녀온다.
마지막 날, 아침 여섯 시부터 서둘러 제주시로 다시 넘어온다. 관광지마다 조용하고 가게나 점포들은 문을 닫은 곳이 많다. 아나로그 세대가 디지털 속으로 갔다가 용케 사고 없이 돌아왔다.
비대면 방식으로 세상이 변했다. 물어볼 사람도 없고 말하기를 꺼려하는 세상이다. 나이 들었다고 봐 주지도 않더라. 움직이는데 시간도 많이 걸린다. 옛날 하던대로 하면 시간에 쫓긴다. 마음과 행동이 같이 움직이지 않는다. 상식이 통하지 않은 일도 생긴다. 휴대폰 어플실행이 잘 안된다. 이렇게 해보다가 안되면 방법도 바꿔야 하는데, 이 기계가 왜 이러냐고 분노조절이 안된다. 결국 젊은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 문제를 해결한다.
할 일이 없는 나는 오래전부터 재택근무를 한다. 필요한 물건이나 아내 심부름도 온 라인으로 구매하고 전자책이 익숙해 노트북으로 본다. 살아있는 동안 디지털로 진화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