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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스완 댁 쪽으로
마르셀 프루스트 1871~1922
1부 꽁브레
(1)
오랫동안 나는 일찍 잠자리에 들곤 하였다. 때로는 촛불이 꺼지기 무섭게 눈이 어찌나 신속히 감기는지, ‘내가 잠드는구나’ 하는 상념에 잠길 겨를조차 없었다. ~~~또한 자면서도, 내가 막 읽은 것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생각들이 조금 기이한 양상을 띠기도 하였다. 책의 내용들, 가령 어느 교회당이나 어떤 사중주곡, 프랑수와 1세와 까를로스 낀또 간의 적대관계 등이 곧 나 자신인 것으로 여겨졌다. ~~~
그 믿음이 나의 이성에 충격을 주지는 않았으나, 마치 비늘들처럼 나의 두 눈을 짓눌러서, 촛대에 더 이상 불이 켜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나의 눈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였다.
그다음, 윤회 후 전생에 가졌던 생각들이 그러하듯, 그 믿음이 불가사의해지기 시작하였다. 책의 내용이 나로부터 분리되었고, 그리하여 내가 그것에 나 자신을 잡착시키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나의 뜻에 달리게 되었다. ~~~~나는 몇 시쯤이나 되었을까 자문하곤 하였다. 숲 속에서 들리는 한 마리 새의 노래처럼, 상당히 먼 곳으로부터 기차의 기적소리가 들렸다.
마비된 나의 옆구리는, 자신이 어느 쪽으로 향하고 있는지를 짐작해내려고 애를 쓰던 중, 가령 자신이 닫집 있는 커다란 침대 속에서 벽면을 향해 길게 누워 있다고 상상하기도 하였으며, 그럴 경우 나는 즉시 이렇게 중얼거리곤 하였다. “이런 엄마가 잘 자라는 인사를 하러 아직 오시지도 않았는데 내가 잠이 들었었군.” 그 순간 나는 이미 여러 해 전에 돌아가신 시골 할아버지 댁에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그 먼 옛날을 현재로 여겼으되, 잠시 후 내가 완전히 깨어난 후에나 더 선명히 보게 될 그 옛날을 뇌리에 정확히 떠올리지는 못하였다.
그 다음, 뒤척이던 내 몸의 새로운 자세로부터 다른 추억이 부활하였다. 이번에는 벽이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갔다. 나는 시골에, 쌩-루 부인 댁의 내 침실에 있었다. ~~~가족과 함께 가장 늦게 돌아올 때라도, 내가 나의 침실 유리창에서 발견하던 것은 석양의 붉은 반사광이었던, 그 꽁브레 시절로부터 여러 해가 흘렀기 때문이다. ※노년기에 접어들어 지난 날 겪은 일이 비몽사몽간에 되살아나는 순간, 그 부활된 추억 속의 주인공이 소년 시절의 일을 회상. -편집자-
땅송빌에서, 쌩-루 부인 댁에서, 보내는 나날은 그 유형이 전혀 다르다. 또한 오직 밤에만 외출하여, 옛날 어린 내가 햇볕 아래에서 놀던 그 길을 달빛 아래에서 걷는 것 역시 다른 유형의 즐거움이다. ~~~
내 주위를 맴도는 그리고 혼란스러운 그러한 기억의 환기는 항상 단 몇 초 밖에 지속되지 않았다. 그리하여 대개의 경우, 내가 처해 있던 장소에 대한 의구심으로 인하여, 그 불확실성을 형성하던 다양한 추측대상들을 선명하게 분별할 수 없었고, 그것은, 우리가 달리는 말 한 마리를 바라보면서, 영사기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연속적인 지점들을 하나하나 분리하지 못하는 것보다 나을 바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나의 생애 동안 내가 머물렀던 방들 중 이것 혹은 저것을 다시 보게 되었고, 잠에서 깨어 난 후 이어지던 긴 몽상 속에서 결국 그것들을 모두 뇌리에 떠올리곤 하였다. ~~~
꽁브레에서는, 날마다 오후가 끝나갈 무렵부터, 즉 잠자리에 들어 엄마와 할머니로부터 멀리 떨어진 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침대 속에 머물러 있어야 할 순간 훨씬 이전부터, 나의 침실이 고정되고 괴로운 내 관심의 초점이 되곤 하였다. ~~
스완 씨는 할아버지보다 나이가 훨씬 아래였지만, 자기의 선친과 가장 가까웠던 친구 분들 중 하나였던 할아버지와 절친한 사이였으며, 인품 좋으나 기이했던 그의 선친은, 지극히 하찮은 일에도 정열이 문득 멈추거나 사념의 흐름이 방향을 바꾸는, 그러한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
우리들 중 스완의 방문을 고통스러운 관심의 대상으로 여겼던 유일한 사람은 나였다. 손님들이 오는 날 저녁에는, 혹은 단지 스완 씨만 오셔도, 엄마가 나의 침실에 올라오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
우리들이 정원에 있을 때면, 주저하는 듯 한 작은 종소리가 두 번 울리곤 하였다. 방문객이 스완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모두들 의아스러운 기색으로 서로를 바라보다가 할머니에게 정찰 임무를 맡겼다. “포도주 보내주어 고맙다는 인사 하는 것 잊지들 말아요. 포도주가 감미롭고 상자도 엄청나게 크더군.” 할아버지께서 할머니의 두 자매에게 당부하셨다. ~~~
스완을 배웅하시는 어른들의 발소리가 들렸고, 출입문의 방울 소리가 그가 떠났음을 나에게 알렸을 때, 나는 창문으로 다가갔다. 엄마는 아버지에게, 대하 요리가 좋았는지, 그리고 스완 씨께서 카피와 삐스따치오 섞은 아이스크림을 더 드셨는지 등을 물으셨다. 그러면서 말씀하셨다. “제 생각에는 아이스크림이 너무 평범한 것 같았어요. ~~~~스완이 어쩌면 저렇게 변했나! 노인이 다 되었어!” 대고모님이 말씀하셨다. ~~~
그러한 일이 있은 지도 여러 해가 되었다. 아버지가 들고 올라오시는 촛불의 반사광이 어른거리던 층계의 벽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은지 오래 되었다. 나의 내면에서도, 언제까지라도 지속되리라고 믿던 많은 것들이 파괴되었으며, 당시에는 내가 예견하지 못하였던 새로운 고통과 기쁨을 이해하기가 어려워졌다. ~~
꽁브레 중 내 잠자리의 비극과 그 무대가 아니었던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더 이상 존재하지도 않게 된 지 여러 해가 지난 어느 겨울날, 내가 집에 돌아오자, 추위에 떠는 내 모습을 보신 어머니께서, 그것이 내 습관이 아니건만, 차를 조금 들어보라고 제안하셨다. 나는 처음 싫다고 하였다가,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생각을 바꾸었다. 그러자 어머니께서는 가리비 조개껍질처럼 가는 홈들이 파인 판에 찍어낸 듯한, 작은 마들렌느라고들 부르는 짧고 통통한 과자를 가져오게 하셨다. 그리고 이내, 흘려보낸 음울한 하루와 서글픈 다음날에 짓눌린 채, 나는 마들렌느 부스러기 하나가 잠겨 풀어진 차 한 숱을 기계적으로 나의 입술로 가져갔다. 그런데, 마들렌느 부스러기 섞인 차 한 모금이 나의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내가 소스라치면서 나의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이한 현상에 잔뜩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 감미로운 희열이 나를 엄습하였고 나를 고립시켰으나, 그 원인의 관념조차 어른거리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내가 보잘것없고 우발적 산물이며 필멸의 존재라고 느끼기를 멈추었다. 그 강력한 희열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을 어디에서 포착하여 인지한단 말인가? ~~~
그러다 문득 추억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 맛은, 꽁브레에서 일요일 아침마다 레오니 숙모님의 침실로 아침 문안을 가면, 숙모님께서 홍차나 보리수차에 담갔다가 나에게 주시ㅐ곤 하던 작은 마들렌느 과자 조각의 맛이었다. 작은 마들렌느의 외양이, 내가 그것을 맛보기 전에는 나에게 아무것도 상기시켜 주지 못하였다. 아마 그 실절 이후에는, 과자점 진열대에 있는 그것들을 바라보기만 하고 먹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들의 영상이 꽁브레 시절을 떠나 다른 근자의 날들과 결합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2)
멀리서, 인근 십리 지점에서, 우리가 부활절 직전 마지막 주에 그곳에 도착하면서 철로에서 본 꽁브레는, 그 도시를 요약해고 대변하며, 먼 곳을 향해 그 도시에 대해 그리고 그 도시를 위하여 말하는 하나의 교회당에 불과했고, 더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자기의 양들을 데리고 있는 양치기 소녀처럼, 들판 한가운데서 바람에 맞서며, 르네상스 이전 화가들의 화폭 속 작은 도시 못지않게 완벽한 원형을 이룬 선으로 중세 성벽의 자취가 여기저기 둘러싸고 있는 옹기종기 모인 집들의 양털 같은 회색 잔등들을, 빛깔 어둡고 소매 없는 긴 외투 둘레에 잔뜩 끌어안고 있는 교회당이었다.
그 고장의 거무스름한 돌로 지었고, 입구에 바깥 계단들을 설치하였으며, 앞쪽 땅바닥으로 던지듯 그늘을 드리우는 합각머리를 모자처럼 씌운 집들이 늘어서 있어, 해가 기울 시작하기 무섭게 응접실들의 커튼을 걷어 올려야 할 만큼 그곳 길들이 침침했던지라, 꽁브레에 산다는 것이 조금은 쓸쓸했다. ~~~~
그런데 꽁브레의 그 길들이 지금 내가 보기에 세상을 덮고 있는 듯한 것과 어찌나 다른 색깔들로 채색되어 있던지, 그 길들과, 그리고 그것들을 내려다보고 있던 교회당 모두가 나에게는, 환등이 비추어주던 장면들보다 오히려 도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
우리들은 할아버지의 사촌 자매- 나의 대고모 댁에 머물곤 하였는데, 그분은 레오니 숙모님의 모친이셨고, 레오니 숙모님께서는 당신의 부군이, 즉 나의 옥따브 숙부께서, 타계하신 이후 처음에는 꽁브레를 떠나시지 않더니, 그 다음에는 당신의 집을, 그 다음에는 당신의 침실을, 그 다음에는 침대조차 떠나지 않으시다 결국 더 이상 침대에서 내려오시지도 않으시고, 슬픔과 신체적 허약 증세와 질병과 고정관념과 신앙심이 뒤섞인 모호한 상태로 항상 누워 계셨다. ~~~
여러 해 전부터 숙모님을 모시었지만, 언젠가는 전적으로 우리 가족을 위해 일하게 되어 있음을 의심하지 않던 프랑수와즈가, 우리들이 그곳에서 지내는 몇 개월 동안은 숙모님을 조금 소홀히 모시던 것이 사실이었다. 내가 아주 어렸던 시절에는, 우리가 꽁브레에 가기 시작하기 전, 즉 아직은 레오니 숙모님께서 빠리에 계신 모친 댁에서 겨울을 보내시던 시절에는, 내가 프랑수아즈를 거의 모르던 때가 있었으며, 그리하여 1월 초하루에는, 대고모님 댁에 들어서기 직전, 엄마가 나의 손에 5프랑 주화 하나를 쥐어 주시면서 말씀하시곤 하였다. “특히 사람을 혼동하지 마라, 내가 프랑수아즈 안녕하신가 하면서 너의 팔을 슬쩍 건드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돈을 주거라.” 우리가 숙모님 댁의 어두운 손님 대기실에 겨우 도착한 순간, 그 어둠 속에, 눈부시고 뻣뻣하며 마치 설탕에서 뽑은 실로 짠 듯 부서지기 쉬워 보이는 헝겊 모자의 원통형 주름들 밑으로, 앞지른 사은의 미소가 만든 동심원형 소용돌이가 보이곤 하였다. 벽감 속에 세워놓은 성녀의 조각상처럼, 복도로 통하는 작은 문의 틀 한가운데에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던 프랑수아즈였다. 그리고 그 예배소의 어둠에 조금 더 익숙해지면, 그녀의 얼굴에서, 인간에 대한 무사무욕의 사랑과, 생해 선물에 대한 희망이 그녀의 가슴속 가장 훌륭한 지역에서 앙양시키고 있던 상류층에 대한 감동된 존경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엄마가 내 팔을 거세게 꼬집으며 힘찬 음성으로 말씀하셨다. “안녕하신가, 프랑수와즈.” 그 신호에 내 손가락들이 스스로 펴졌고, 나는 주화를 놓아버렸으며, 주화는, 그것을 받으려고 송구스러워하면서 이미 내민 손을 만났다. ~~~
또한 차가운 바람이 불곤 하던 부활절 전날, 즉 우리가 도착하던 날, 엄마가 그녀에게 딸과 조카들의 안부를 물으시며, 그녀의 손자가 착한지, 장차 그 아이가 무엇이 되기를 바라는지, 또 아이가 할머니를 닮았느냐고 물으실 때면, 날씨가 아직 화창하지 못하다고 우리들을 위로하면서 얼마나 기쁘게 우리들을 맞았던가! ~~~~
자신의 삶과 행복들, 촌 여인에 불과한 자신의 슬픔 등이 어떤 사람의 관심대상일 수 있고, 자기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기쁨이나 슬픔의 동기가 될 수 있다고 느끼는 그 달콤한 감동을 그녀에게 주었을 최초의 사람이 엄마였을 것이다.~~~
프랑수와즈, 자네가 오 분만 일찍 왔어도, 앵베르 부인이 깔로 할멈의 아스파라거스보다 두 배나 굵은 것들을 가지고 지나가는 것을 보았을 걸세. 그러니, 그녀가 그것들을 어디에서 구했는지, 그녀의 하녀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게. 자네가 금년에는 모든 소스에 아스파라거스를 섞으니, 우리의 여행객들을 위하여 그러한 것들을 구해 보게. 그것들이 주이사제님 댁에서 나왔다 해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니에요, 프랑수와즈가 말하였다. 아! 내가 자네 말을 믿어야겠지. 가엾은 프랑수와즈, 주임 사제님 댁이라! 숙모님이 어깨를 으쓱하시면서 대답하셨다. 하지만 자네도, 그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볼품없고 가느다란 것들만 기른다는 사실을 잘 알지. 자네에게 다시 말하네만, 내가 본 것들은 팔뚝처럼 굵다네, 물론 자네의 팔뚝처럼은 아니지만. 그러나 올해에도 부쩍 더 마른 나의 가엾은 팔만큼은 굵다네... 프랑수와즈, 자네 혹시 내 머리를 깨뜨릴 기세로 울려대던 종소리 듣지 못했나? 아뇨, 옥따브 부인. 아! 나의 가엾은 딸. 자네의 머리통은 단단하기도 하지! 착한 신께 감사드려야 하네. 삐쁘로 의사를 모시러 왔던 사람은 마글본느 였어. 의사가 그녀와 함께 즉시 나오더니 루와조 로 모퉁이로 들어갔어. 아픈 아이가 있음에 틀림없네. 오, 맙소사! 자기가 모르는 이에게 닥친 불행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심지어 그것이 이 세상의 어느 먼 구석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우선 탄식부터 하지 않고는 듣지 못하던 프랑수와즈가 한숨을 지었다. ~~~
숙모님께서 프랑수와즈와 그렇게 한담하시는 동안, 나는 부모님과 함께 미사에 참석하였다. 우리의 교회당을 내가 얼마나 좋아했던가! 그것이 지금도 내 눈에 얼마나 선한가! ~~~
그 시절 나는 극장에 대한 사랑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플라톤적인 사랑이었다. 나의 부모님이 아직 단 한 번도 내가 극장에 가는 것을 허락하시지 않았던지라, 사람들이 그곳에서 맛보는 기쁨들을 내가 어찌나 부정확하게 나의 뇌리에 떠올리고 있었던지, 각 관객이 바라보는 무대가 나머지 관객들이 각자 나름대로 바라보는 다른 수천의 무대와 비록 비슷할지라도, 각 관객은 마치 입체경 속을 들여다볼 때처럼, 오직 자신만을 위한 무대를 바라보리라는 믿음에서 별로 떨어져 있지 않았으니 말이다.
나는 매일 아침 모리스 원주까지 달려가, 그곳에 계시된 공연 예정 작품들이 무엇인지 보곤 하였다. ~~~나의 또래들과 나누던 나의 모든 대화는, 비록 나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연기의 최우선적인 형태가, 다른 모든 형태들 중에서도, 나로 하여금 예술이라는 것을 예감토록 해주는, 그러한 배우들에게로 집중되었다. 연극의 대사를 외우고 긴 독백에 섬세한 어조를 가미하는 각 배우 특유의 방법들 사이에서 발견되는 극도로 작은 상이점들이, 나에게는 이루 계측조차 할 수 없는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하여 나는, 사람들이 그들에 관해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에 입각하여 그들을 재능에 따라 분류하고 명부를 만든 다음, 그 명부를 온종일 외우곤 하였고, 결국 그것이 나의 뇌리에서 굳어져, 그 고정성으로 나의 뇌수 작용을 방해하기에 이르렀다.
훗날, 중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리시기 무섭게, 새로 생긴 친구와 쪽지를 주고받을 때마다, 나의 첫 질문은, 그가 이미 극장에 가본 적이 있는지, 그리고 가장 위대한 배우가 고이고 그 다음이 들로네라고 생각하는지 등을 묻는 것이었다. ~~~
그런데 나의 숙부님은 그녀들 중 많은 사람들을, 그리고 내가 여배우들과 선명히 분간하지 못하던, 많은 갈보들을 알고 계셨다. 그리고 그녀들이 당신의 댁에 자주 드나들게 하셨다. ~~~틀림없이 가명에 불과할 요란한 이름을 가지고 있던 백작 부인들을 나의 할머니에게 소개한다든가, 혹은 가문에 전해 내려오는 보석들을 그녀들에게 주는 등, 그녀들에게 지나칠 만큼 선뜻 예의를 표하시곤 하여, 나의 할아버지와 불화를 일으키시기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대화 도중에 어떤 여배우의 이름이 나오면, 아버지께서 미소를 지으시며 어머니에게 자주 말씀하시곤 하였다. “당신 숙부님의 여자 친구들 중 하나지.”~~~
훗날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러한 여인들이 자기들의 너그러움과 재능, 애정의 아름다움에 대한 구애됨 없는 몽상 - 예술가들처럼 그녀들도 그 꿈을 현실로 옮기지 않으니, 즉 진부한 일상생활의 틀 속으로 들어가게 하지 않으니- 즉 그녀들에게는 큰 비용이 들지 않는 그 황금을, 귀하고 세련된 세공과정을 거쳐, 남자들의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데 헌신적으로 비치는 것이, 그 한가하며 동시에 학구적인 여인들의 역할 중 감동적인 측면들 중 하나처럼 여겨졌다.~~~
우리가 아스파라거스를 유난히도 많이 먹던 해에, 그것들의 털을 뽑는 일을 항상 도맡아 하던 부엌데기는, 우리가 부활절에 도착하였을 때, 임신한 지 이미 오래 되고 병색 짙은 가엾은 소녀였고, 그리하여 프랑수아즈가 그녀에게 그토록 많은 심부름과 일을 시키는 것에 우리가 몹시 놀라기까지 하였던 바, 날마다 눈에 띄게 부풀어 오르며 그녀의 짧고 헐렁한 작업복 상의 밑으로 거대한 형태가 윤곽을 드러내던, 그 신비한 바구니를 앞에 달고 다니는 것을 힘겨워하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그 작업복은, 죠또가 그린 몇몇 상징적인 인물들이 입고 있는 폼과 소매가 헐렁한 외투를 연상시켰고, 그 그림들의 사진은 스완 씨가 나에게 선물하신 것이었다. ~~~
그림 속의 억센 가정부 역시, 그녀의 힘차고 성스러운 얼굴로는 단 한 번도 자비로운 사념을 표현했을 것 같지 않지만, 자신은 그러한 사실을 전혀 의식하지도 못한 채 그 미덕을 구현하고 있다. 화가의 아름다운 창의성에 따라 그녀가 지상의 보화를 밟고 서 있으나, 영락없이 즙을 짜내기 위하여 포도 알들을 짓밟는 형상, 혹은 자신의 키를 높이기 위하여 자루들 위에 올라선 형상이다. 그런 다음, 바닥 층에서 지하실 환기창을 통하여 코르크마개 뽑개 하나를 달라고 하는 어떤 사람에게 어느 여자 요리사가 그것을 건네듯, 그녀가 자기의 활활 타는 심장을 신에게 내미는데, 건넨다고 하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이다. 한편 질투는 조금 더 강한 질투의 표정을 지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 벽화 속에서도 상징이 어찌나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찌나 사실적으로 구현되어 있던지, 그녀의 딱 벌린 입을 어찌나 가득 채우고 있던지, 그녀의 안면 근육들은, 독사를 입속에 물고 잇느라고, 자기의 입김으로 풍선을 불어 부풀리려는 아이의 안면 근육처럼 한껏 팽창해 있고, 질투의 관심은 - 그 순간 우리의 관심 또한- 온통 자기 입술들의 움직임에 쏠려 있어, 질투의 염(念)은 품을 겨를이 없다. ~~~
훗날 나는, 그 벽화들의 인상적인 기이함이, 그 특이한 아름다움이, 그 속에서 상징이 차지하고 있던 커다란 자리에 기인하였다는 것과, 상징화된 사념이 표현되지 않은지라, 상징이 하나의 상징물로가 아니라, 실제로 겪었거나 질료적으로 빚은 현실로 구현되었다는 사실이, 작품의 의미에 더 정확하고 더 분명한 무엇을, 작품이 내포한 교훈에 더 구체적이고 더 충격적인 그 무엇을 부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
가엾은 부엌데기 소녀의 경우에 있어서도, 사람들의 시선이 끊임없이 그녀의 복부로 이끌려간 것은, 그 복부를 밑으로 당기던 하중에 의해서가 아니었다. 또한 마찬가지로, 대개의 경우, 죽어가는 사람들의 생각은, 실제적이고 고통스럽고 어둡고 본능적인 쪽으로, 죽음이 정확히 그들에게 제시하고 그들로 하여금 격렬하게 느끼게 하며 우리가 죽음의 개념이라고 부르는 것보다는 그들을 짓누르는 짐이나 호흡곤란이나 절박한 갈증 등과 더 유사한 쪽으로, 즉 죽음의 이면 쪽으로 향하고 있다. ~~~
훗날, 나의 생애 동안, 예를 들어 여러 수녀원에서, 행동하는 자비의 진실로 성스러운 화신들을 우연히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녀들은 일반적으로 바쁜 외과의사의 쾌활하고, 적극적이고, 무심하고, 퉁명스러운 기색이었고, 그녀들의 얼굴에서는 어떠한 동정심도, 인간의 고통에 대한 어떤 연민도, 그러한 고통에 상처를 주지 않을까 하는 어떠한 근심도 읽을 수 없었던 바, 그것은 다정함 없는 얼굴, 진정한 어짐을 감싸고 있는 적대적이되 숭고한 얼굴이었다. ~~~
꽁브레의 정원 마로니에 밑에서 보낸 여름날의 오후들이여, 경쾌히 흐르는 물이 적시던 고장의 품에서 영위하던 기이한 모험과 열망 가득한 삶으로 내가 대체한 내 개인적 삶의 진부한 사건들이 나에 의해 세심하게 비워졌던 여름날의 오후들이여, 내가 그대들을 생각할 때면 그대들이 아직도 그 삶을 나에게 상기시켜 주며- 고요하고, 낭랑하고, 향기롭고, 투명한 그대의 시각들로 이루어진 연속적이고 서서히 변하며 실한 잎새들이 통과하던 크리스탈 속에, 그 삶을 조금씩 둘러싸 가두었던지라, 그대는 정말 그 삶을 간직하고 있도다. ~~~
나는 베르고뜨의 책을 읽으면서, 그가 자식들을 잃고 그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약하고 실의에 빠진 노인이라고 상상하였다. 그리하여 나는 그의 산문을, 실제 쓰여 졌을 것보다도 오히려 더 부드럽게, 더 느리게, 읽고 속으로 노래하곤 하였으며, 그러노라면 가장 단순한 구절도 측은한 어조로 나에게 다가왔다. ~~~
어느 일요일 나는 정원에서 책을 읽다가 우리 집 어른들을 뵈러 오신 스완씨 때문에 독서를 잠시 중단하게 되었다. “무슨 책을 읽고 있지요? 내가 좀 봐도 될까요? 아, 베르고뜨의 책을? 누가 그의 작품을 소개하였지요?” 나는 블록이라고 말씀드렸다. 아, 그래, 내가 여기에서 한 번 본, 벨라니가 그린 마호멧 2세의 초상화를 쏙 빼닮은 그 소년이지. 오! 놀라운 일이야, 반달 모양의 눈썹, 매부리코, 돌출한 광대뼈 등이 똑같지. 장차 턱수염만 자라면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거야. 여하튼 그 아이의 취향이 고상하군. 베르고뜨가 매력적인 지성이니 말이야. ~~~
내가 정원에서 책을 읽고 있는 동안, 진지한 일은 일체 금지된지라 대고모께서는 바느질조차 하지 않으시는 일요일 이외의 날에 내가 하였다면 당신께서 도저히 납득하지 못하셨을 그 짓을 내가 정원에서 하고 있는 동안, 레오니 숙모님께서는 올랄라가 올 시각을 기다리면서 프랑수와즈와 한담을 나누셨다. 숙모님께서, 구뻘 부인이 우산도 없이, 샤또덩에서 맞춘 비단 드레스를 입고 지나가는 것을 보았노라고. 프랑수와즈에게 알리시면서 말씀하셨다. “그녀가 멀리까지 가야 한다면, 오후 예배 전에 드레스가 흠뻑 젖을 수도 있겠어.” 아아, 아마 더 호의적인 여지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으려고 프랑수와즈가 그렇게 대꾸하였다. ~~~
주임사제님, 어느 화가 하나가 그림 유리창 하나를 모사하겠다며 자기의 화고나틀을 교회당 안에 들여놓았다고들 하는데, 그것이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요? 단언하거니와, 제가 이 나이에 이르도록 그처럼 해괴한 이야기는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어요! ~~~~
울랄 리가 나가면서 대문을 다시 닫았는지, 커튼 한 귀퉁이를 통하여 확인한 후 이렇게 말하곤 하였다. “아첨꾼들이 자신들이 환대받게 하는 방법을 알고, 그렇게 돈을 긁어모으지. 하지만 두고 보라지. 착한 신께서 어느 날 갑자기 그들 모두를 벌하실 거야. 그 말을 하는 순간 그녀는, 요아스가 오직 아달리야만을 생각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할 때처럼, 눈을 흘기고 변죽을 울렸다.
“못된 자들의 행복은 급류처럼 흘러가도다.” ※(라씬느, <아달리야>2막 7장(열왕기하 11장의 이야기를 기초로 라씬느가 지은 비극이다. 요아스가 자기의 조모인 유다의 여왕 아달리야의 영화가 끝났음을 조롱하듯 암시하는 말. ) ~~~
감추어져 있던 과일 하나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익어 스스로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듯, 어느 날 밤 문득 부엌데기 소녀의 분만이 닥쳤다. 그러나 그녀의 진통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심한 데다, 꽁브레에는 조산부가 없었던지라, 프랑수와즈가 날이 밝기 전에 띠베르지로 조산부를 데리러 떠나야 했다. 부엌데기 소녀의 비명 소리 때문에 숙모님께서 쉬실 수 없는데, 프랑수와즈는 거리가 별로 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늦게서야 돌아온지라, 숙모님이 그녀를 몹시 아쉬워하셨다. ~~~
숙모님께서는 프랑수와즈가 당신을 상대로 도둑질을 하는데, 당신께서 계략을 동원하여 그 사실을 확인하였으며, 그녀를 현장에서 잡았다고 문득 상상하기를 즐기셨다. ~~~
독서 좋아하시는 우리의 도령께서는 볼 데쟈르댕의 다음 구절을 알고 계시는가?
"숲들은 벌써 검은데, 하늘은
아직도 푸르도다."
바로 이 시각을 섬세하게 묘사한 구절 아니겠어요? 아마 뽈 데쟈르댕을 아직은 읽지 않으셨겠지. 그의 작품을 읽으시오. 나의 사랑스러운 젊은이여. 사람들이 나에게 말하기를, 그가 요즈음엔 설교 꾼 수도사로 털갈이하고 있다 하지만, 전에는 한동안 투명한 수채화가였소....
숲들은 벌써 검은데, 하늘은
아직도 푸르도다.
나의 젊은 벗이여, 하늘이 그대에게는 언제나 푸르게 남기를 바라오. 그리고 지금 나에게 다가오고 있는 시각에도, 숲들이 이미 검게 변하고 밤이 신속히 드리워지는 시각에도, 내가 지금 그러듯, 그대 또한 하늘 쪽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위로할 것이오.“ 그가 호주머니에서 담배 한 가치를 꺼내더니, 눈을 지평선에 고정시킨 채 한동안 머물러 있었다. ”안녕히 가시오, 동무들.“ 그가 문득 그렇게 말하더니 우리들 곁을 떠났다. ~~~
부엌데기 소녀가, 분만한 지 얼마 아니 된 어느 날 밤, 끔찍한 복통에 휩싸였다. 엄마가 그녀의 비명소리를 듣고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프랑수와즈를 깨우셨다. 그러나 프랑수와즈는, 그 비명에 무심한 채, 그 모든 울부짖음이 꾸민 연극에 불과하며, 부엌데기 소녀가 주인마님 행세를 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
애석한 일이다! 우리들은 르그랑댕에 관한 우리의 견해를 기적적으로 바꾸어야만 했다. 뽕-비으 위에서 그와 마주친 후 아버지께서 당신의 오해였노라 고백하신 그 만남이후 어느 일요일, 미사가 끝나자 태양과 외부의 소음을 따라 어찌나 신성하지 못한 무엇이 교회당 안으로 들어오던지, 구뻘 부인과 뻬르스삐 부인이, 우리가 이미 광장에 나가 있기라도 한 듯, 세속적인 일들에 관해 큰 소리로 우리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였을 때, 출입구의 타는 듯 뜨거운 문지방 위에서 장터처럼 소란스러운 법석을 내려다보고 있던 르그랑댕이 우리들 눈에 띄었고, 지난번 그를 만났을 때 그와 동행하였던 여인의 남편이, 인근에 사는 다른 대지주의 아내에게 그를 소개하고 있었다.~~~
바로 전날 그는 나의 부모님에게, 자기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도록, 나를 다음날 자기의 집에 보내달라고 요청하였으며, 그러면서 나에게 말하였다. “와서 그대의 늙은 친구와 자리를 함께 해주게나. 우리가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고장으로부터 어느 나그네가 보낸 꽃다발처럼, 나 역시 아주 먼 옛날에 통과한 봄날들의 꽃들을, 그대의 청춘으로부터 멀리에서나마 호흡할 수 있게 해주게나. 앵초와 야생 마타리와 미나리아재비를 가지고 오시게. 발쟉의 꽃들 중 사랑의 꽃다발 만드는데 사용된 꿩 비름, 부활의 날에 핀다는 데이지, 부활절에 쏟아져 마지막 눈덩이들을 이룬 진눈개비가 채 녹지도 않았는데 그대의 대고모님 댁 정원 오솔길에서 향기를 발산하기 시작하는 가막살나무등을 가지고 오시게. 솔로몬에 걸맞는 백합의 영광스러운 비단의복과 삼색제비꽃의 울긋불긋한 에나멜을 가지고 오시게. 그러나 특히, 마지막 서리에서 일어난지라 아직도 선선하며, 오늘 아침 이후 내내 문 앞에서 기다리는 듯 두 마리 나비를 위하여 최초의 예루살렘 장미를 살짝 피어나게 해줄, 그 미풍을 가지고 오시게. ~~~
나는 르그랑댕과 함께 그의 집 테라스에서 저녁식사를 하였다.~~~이제 우리 집에서도 더 이상 르그랑댕 씨에 대해서는 어떤 환상도 품지 않게 되었고, 그와 우리의 관계가 부쩍 소원해졌다. 엄마는, 그가 여전히 사면 가능성 없는 범죄라고 부르던 그 속물적 행태, 그가 결코 자백하지 않던 그 범행을 현장에서 적발하실 때마다 무척 즐거워하셨다. ~~~
우리들은 살문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라일락의 계절이 그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정원의 이곳저곳을 가리키시면서, 부친 스완 씨의 부인이 작고하던 날 그와 함께 정원에서 산책하시던 때 이후, 어떤 점에서 그곳 모습이 바뀌었고, 또 어떤 점에서 바뀌지 않았는지를 아버지에게 설명하셨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한 번 그 산책 이야기를 하셨다.~~~스완 씨의 부모님이 파놓은 작은 웅덩이 하나가, 그것을 둘러싸고 있던 키 큰 나무들의 그늘로 인하여 우중충한 빛을 띠고 있었다. p230 ~~
스완 아가씨의 떠남이 -그녀가 어느 오솔길에 홀연히 나타나는 것을 보고, 베르고뜨를 친구로 두어 그와 함께 대교회당들을 방문하기도 하는 특전 받은 작은 소녀의 눈에 띄어 멸시당하는, 그 어마어마한 기회를 나에게서 박탈하면서 - 나로 하여금, 그것이 처음으로 허용된 것이건만, 땅송빌은 돈담무심하게 바라보도록 한 반면,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보시기에는, 그 사유지에 따라 여러 편안함과 일시적인 쾌적함을 덧붙여 주고, 쾌청함이 산악지방에서의 소풍을 위해 그렇게 해주듯, 그 예외적인 날이 땅송빌 쪽으로의 산책을 순조롭게 해주는 것처럼 여겨졌다. 나는 두 분의 계산이 빗나가기를 바랐고, 어떤 기적이 스완 아가씨와 그녀의 부친을 우리들 아주 가까이에 나타나게 하여, 우리가 그녀를 피할 겨를이 없게 되고, 그리하여 그녀와 인사를 나눌 수밖에 없게 되기를 은근히 원하였다. 그리하여, 풀밭 위에 왕골 바구니 하나가, 수면에 찌를 띄운 채 놓여 있는 낚시줄 옆에 내버려져 있는 것이, 마치 그녀가 집에 있다는 징후처럼 문득 내 눈에 보였을 때, 나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시선을 서둘러 다른 쪽으로 돌렸다. p232 ~~~
울타리를 통하여 정원 안에 있는 오솔길 하나가 보였고. 그 양쪽 가장자리를 이루고 있던 재스민, 삼색제비꽃, 마편초들 사이에서는 꽃무들이, 낡은 꼬르도바산 가죽의 향기롭고 바랜 분홍빛을 띤 자기들의 싱싱한 주머니를 열고 있었는데, 그러는 동안 자갈밭 위에서는, 물 뿌리는데 사용하는 긴 초록색 호스 한 가닥이 자신의 환상선을 펼치면서, 구멍들이 뚫린 부분들로부터, 자기가 그 향기들을 축축하게 적시고 있던 꽃들 위로, 자기의 알록달록한 작은 물방울들로 형성된 수직적이고 프리즘으로 분광된 부채를 펼치고 있었다. 별안간 내가 걸음을 멈추었고, 하나의 시각적 대상이 단지 우리의 시선만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더 깊숙한 인지를 요구하면서 우리의 존재를 몽땅 사로잡을 때처럼, 더 이상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산책에서 돌아오는 듯 하고, 손에 원예용 삽 하나를 든, 붉은 색조 감도는 금발의 작은 소녀 하나가, 분홍색 반점들 가득한 얼굴을 쳐들어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검은 눈이 반짝였고, 그 당시에는 내가 하나의 강력한 인상을 객관적인 요소들로 축소 변형시킬 줄 몰랐고, 또 그 이후에도 그것을 배우지 못하였던지라, 다시 말해, 흔히들 말하듯, 눈의 색깔이 가지고 있던 개념을 추출해낼 만큼 충분한 관찰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오랜 세월 동안, 내가 거듭 그녀 생각을 할 때마다, 그녀의 눈에서 발산되던 광채의 추억이 짙은 하늘색의 추억처럼 즉시 내 앞에 어른거렸든 바, 그녀가 금발의 소녀였기 때문이다. ~~~
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눈의 대변자일 뿐만 아니라, 불안해지고 화석처럼 굳어진 모든 감각기관들이 그 창문을 통하여 밖으로 상체를 내미는 그러한 시선으로, 다시 말해, 자기가 바라보는 몸뚱이를 그 영혼과 함께 촉지하고 사로잡아 자기에게로 끌어당기려고 하는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혹시 그 소녀를 발견하시고 나에게 당신들보다 조금 앞에서 뛰어가라고 하시어, 당장이라도 나를 그녀로부터 멀어지게 하시지 않을까 어찌나 두려웠던지, 그 다음에는, 그녀로 하여금 나에게 주의를 집중하여 나를 깊숙이 알도록 하게 하려는 무의식적으로 애원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녀가 나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정확히 인지하려는 듯, 자기의 두 동공을 앞쪽으로 그리고 옆으로 던지듯 움직였고, 그런 다음 그녀가 거두어들인 생각은 우리들이 모두 우스꽝스럽다는 것임에 틀림없었던 바, 그녀가 무관심하고 깔보는 기색으로 얼굴을 돌리더니, 자기의 얼굴이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시야에서 벗어나도록 비켜섰다. 그러더니, 계속 걸으신지라 또 그녀를 발견하시지 못한지라 두 분이 나를 앞지르시게 되었고, 그러자 내가 있던 방향으로 그녀가 자기의 시선을 한껏 뻗어가도록 내버려 두었는데, 그 시선에 특별한 표정도, 나를 바라보는 기색도 없었으나, 일종의 집요함과 감춘 미소가 감돌았고, 그것을 나는 좋은 교육에 관해 내가 배운 개념들에 입각하여, 하나의 모욕적인 멸시로밖에 해석할 수 없었다. ~~~
어서, 질베르뜨, 이리 와, 뭘 하고 있는거야? 내가 아직까지 본 적이 없는 흰 옷 차림의 한 부인이, 날카롭고 권위적인 음성으로 소리를 질렀고, 그 여인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서, 즈크제 옷을 입었고 내가 모르는 어느 신사 하나가, 그의 머리통에서 곧 튀어나올 듯 한 눈으로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그러자 소녀가 문득 미소를 멈추더니, 자기의 삽을 집어든 다음, 내가 있던 쪽으로는 얼굴 한번 돌리지 않은 채, 고분고분하며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없고 앙큼한 기색으로 멀어져 갔다. p239
질베르뜨라는 이름이 그렇게 내 곁을 스쳐 지나갔고, 그 순간 직전까지도 하나의 막연한 영상에 불과하였으되, 그 이름이 이제 막 하나의 인격체로 규정해 준 그 사람을 나로 하여금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해줄지도 모를 하나의 호신부처럼, 나에게 주어졌다. ~~~
질베르뜨의 어머니가 말을 할 때 그녀가 아무 항변도 할 수 없을 만큼 전제적이던 그 어조가, 누구에겐가 복종하기를 강요당하는 그리고 모든 것 위에 있지 않은 그녀를 나에게 보여 주면서 나의 내면에 남긴 인상이, 잠시(그동안 우리는 울타리로부터 멀어져 갔고 할아버지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리셨다. “불쌍한 스완. 그녀가 자기의 샤를뤼스와 오봇이 함께 있으려고 그로 하여금 집을 떠나게 하다니. 도대체 저것들이 그에게 무슨 역할을 안겨 준 거야! 틀림없이 샤를뤼스야. 내가 그를 보았어! 그리고 저 어린것이 그 모든 수치스러운 일에 휩쓸려들게 하다니!”) 나의 괴로움을 조금 가라앉혀 주었고, 나에게 다소간의 희망을 돌려주었으며, 그녀에게로 향한 나의 사랑을 감소시켰다. 그러나 아주 신속히 그 사랑이 나의 내면에서 하나의 반발처럼 다시 고개를 쳐들었고, 모욕감을 느낀 나의 심정은, 그 반발을 이용해 스스로를 질베르뜨와 같은 높이에 놓든가 그녀를 자기의 수준으로 끌어내리려고 하였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였고, 그리하여 그녀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그녀에게 고통을 주어, 그녀로 하여금 나를 회상하도록 하는데 필요한 시간과 기지가 나에게 없음을 애석하게 여겼다. 내 눈에 그녀가 어찌나 아름다워 보이던지, 할 수만 있다면 가던 길을 되돌아와, 어깨를 으쓱하면서 그녀에게 소리치고 싶었다. “내 눈에는 당신이 어찌나 못생기고 기괴한지, 당신이 나에게 혐오감을 일으켜! 하지만 그러면서도 나는, 원예용 삽 하나를 손에 들고 앙큼하며 무표정한 긴 시선이 나에게로 한껏 흐르도록 내버려 두면서 미소를 짓던 머리가 적갈색이고 피부에 분홍빛 반점 가득한 작은 소녀의 영상을, 거스를 수 없는 자연법칙 때문에 나와 같은 부류의 아이들에게는 접근이 불가능한 행복의 최초 전형인 양, 영원히 간직하여 가지고 그곳으로부터 멀어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벌써부터, 그녀의 이름이 그녀에게와 동시에 나에게도 들렸던 분홍빛 산사나무 밑 그 자리를 영광스럽게 만든 그 이름의 매력이, 형언할 수 없는 행복을 누리시며 나의 조부모님이 사귀셨던 그녀의 조부모님, 증구너 중매인이라는 숭고한 직업, 그녀가 살고 잇던 그리고 나에게 괴로움을 주던 빠리의 샹젤리제 구역들, 그녀와 가까이 있던 모든 것에 번져 그것들을 뒤덮어 향기로 감싸려 하고 있었다.
레오니, 나는 오늘 오후 자네가 우리들과 동행하였으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을 하였네. 집에 돌아오신 즉시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자네가 아마 땅송빌을 알아보지 못할 걸세. 나에게 그럴 용기가 있었다면, 자네가 그토록 좋아하던 분홍색 산사나무꽃 가지 하나쯤 자네에게 꺾어다 줄 수 있었으련만. 할아버지는 그렇게 우리의 산책에 대하여 레오니 숙모님께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숙모님의 기분을 전환시켜 드리기 위해서였거나, 숙모님으로 하여금 외출하시도록 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우리가 완전히 상실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숙모님이 전에는 그 사유지를 무척 좋아하셨을 뿐만 아니라, 이미 모든 사람들의 출입을 금하신 후에도, 스완의 방문만은 마지막까지 허락하셨다. 또한 그와 마찬가지로, 스완이 숙모님의 안부를 여쭙기 위하여 올 때마다(그가 우리 집에서 아직도 뵙기를 청하는 유일한 사람은 숙모님이었다), 숙모님은 당신께서 매우 피곤하시다고 사람을 시켜 말씀하셨으며, 그러나 다음에는 그를 접견하겠노라고 하셨다. 우리가 산책을 다녀온 날 저녁에도 역시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래요, 날씨가 화창한 날을 골라, 마차를 타고 그 정원 출입문까지라도 갈 생각이에요. 숙모님께서는 그 말씀을 진지하게 하셨다. ~~~
숙모님은 분홍색 산사나무로 이루어진 울타리를 보러 가지 않으셨으나, 나는 혹시 숙모님이 그곳에 가시지 않을지, 전에는 땅송빌에 자주 가셨는지 등을 틈만 나면 부모님께 여쭈었고, 그러면서 나에게는 신들처럼 위대해 보이던 스완 아가씨의 부모님과 조부모님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시게 하려고 애를 썼다. 내가 부모님과 한가하게 이야기를 할 때에는, 나에게 거의 신화적으로 보이게 된 그 스완이라는 이름이 부모님의 입에서 나오는 것을 듣고 싶은 욕구 때문에 몸살이 날 지경이었고, 또 내가 감히 그 이름을 나의 입에 담을 수 없었으나, 나는 질베르뜨와 그녀의 가문에 인접해 있고 그녀와 관련되어 있으되 내가 그녀로부터 너무 멀리 축출되지 않은 주제들 가까이로 부모님을 이끌어가곤 하였다. ※ 이 부분에서 나오는 질베르뜨 는 스완 아가씨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동일인이 아님. 스완 아가씨는 질베르뜨의 어머니, 즉 오테드 드 크레시를 말한다. 스완씨와 결혼 전에는 사교계의 여인이었으며 스완씨와 결혼 후에 스완 부인이 된다. 소설에서 프루스트는 그가 사랑에 빠진 질베르뜨와의 관계, 그리고 스완씨가 사랑에 빠진 오데드 부인 관계를 서로 다른 시간에 겹쳐지는 사랑의 관계를 묘사하고 있다. -편집자
그러다가 나는, 예를 들어 할아버지가 수행하시던 직책이 할아버지 당대 이전에도 이미 우리 집안의 것이었다거나, 혹은 레오니 숙모님이 보고 싶어 하시는 분홍색 산사나무 울타리가 시 공유지 안에 있다고 믿는 척함으로써, 문득 아버지로 하여금 나의 그러한 단언을 바로잡으시도록 하여, 마치 내가 원하지 않았음에도, 그리고 그것이 아버지의 뜻인 것처럼,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천만에, 그렇지 않단다. 그 직책은 스완의 부친 것이었고, 그 울타리는 스완 가문 정원의 일부란다. ※ 숙모님이 스완의 정원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다분히 과거의 친분 때문만이 아니라 현재 스스로의 은둔의 삶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허세 같은 것으로 프루스트는 묘사하고 있다 -편집자
그러면 내가 한숨을 크게 내쉴 수밖에 없었는데, 항상 나의 내면에 적혀 있는 그 자리에 스스로를 놓아 나를 질식시킬 지경으로 짓누르던 그 이름이, 내가 그것을 듣는 순간, 다른 어느 이름보다도 육중하게 보였음이며, 그것은 내가 그 이름을 마음속으로 미리 하도 여러 차례 반복해 불러, 그만큼 그 이름이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그 이름이 나에게 기쁨을 주었지만, 내가 감히 그 기쁨을 부모님께 요구하였다는 사실이 송구스러웠다. 왜냐하면 그 기쁨이 어찌나 컸던지, 부모님께서 그것을 나에게 주시기 위해서는 많은 괴로움을 겪으셨음에 틀림없었을 것이며, 그 기쁨이 그분들에는 기쁨이 아니었던지라, 괴로움의 보상도 받지 못하셨기 때문이다. ~~~
내가 스완이라는 이름에 부여하던 모든 특이한 매력들을, 나는 부모님이 그 이름을 발음하시는 순간 즉시 그 속에서 다시 발견하곤 하였다. 그럴 때면 문득, 부모님께서 그 매력들을 느끼지 않으실 수 없을 것으로 여겨졌고, 두 분 역시 나의 관점에 계신 것 같았으며, 그 매력들을 드디어 포착하시어, 나의 몽상을 용서하시고 그것에 동조하시는 것 같았던지라, 나는 마치 내가 두 분을 정복하여 타락시키는 듯 슬퍼지곤 하였다.
그해에는 나의 부모님께서 예년보다 일찍 빠리로 돌아가기로 하고 출발일을 정하셨는데, 그리하여 떠나는 날 아침, 사진을 찍기 위하여 나의 머리를 곱슬곱슬하게 말았고 ~~~~~벨벳 외투를 나에게 입혀 놓았건만, 내가 문득 사라져, 어머니가 나를 사방으로 찾아 헤매신 끝에, 땅송빌 곁 비탈길에서, 가시투성이 가지들을 두 팔로 얼싸안은 채, 그리고 그 모든 헛된 치장물들이 무겁게만 여겨질 비극 속 어느 왕녀처럼, ~~~~머리를 말던 종이를 몽땅 떼어내어 나의 새 모자와 함께 발로 짓밟으면서, 산사나무 꽃들에게 눈물을 흘리며 작별을 고하고 있던 나를 발견하셨다. ~~~~오! 나의 가엾은 어린 산사나무 꽃들아, 나에게 슬픔을 안겨 주면서 나를 억지로 또나 보내는 것은 너희들이 아니야. 너희들은 결코 나를 괴롭힌 적이 없단다! 그리하여 나는 너희들을 영원히 사랑할 거야. 그런 다음, 눈물을 닦으면서 그것들에게 약속하기를, 훗날 내가 어른이 되면, 다른 사람들의 몰지각한 삶을 모방하지 않을 것이며, 비록 빠리에 살더라도, 봄날에는, 사람들을 방문하여 이리석은 말에 귀를 기울이는 대신, 제일 먼저 피는 산사나무꽃들을 보기 위하여 시골로 떠나겠노라 하였다.
일단 들판에 들어서면, 메제글리즈 쪽으로 산책을 하는 동안 내내 들판을 벗어나지 않았다. 나에게는 꽁브레 특유의 정령이 있던 바람이, 눈에 보이지 않는 떠돌이처럼 끊임없이 들판을 이리저리 쏘다녔다. 매년 우리가 꽁브레에 도착하는 날이면, 내가 정말 꽁브레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기 위하여, 들판으로 올라가 그 바람을 만났고 ~~~~나는 스완 아가씨가 자주 랑에 가서 며칠 동안 그곳에 머물곤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그곳이 비록 수십 리 밖이지만, 어떤 장애물도 중간에 없다는 점이 먼 거리를 상쇄해 주는지라, 날씨 뜨거운 오후, 예의 그 바람이 지평선 끝으로부터 와서, 가장 멀리 있는 밀들까지 구부려 낮추고, 파도처럼 평원 전체를 휩쓴 다음, 웅얼거리면서 또 미지근해진 상태로, 나의 발치에 있는 잠두풀과 클로버 사이에 눕는 것을 볼 때마다, 우리 두 사람이 공유하고 있던 그 평원이 우리들을 서로에게로 이끌어가 결합시켜주는 것처럼 여겨졌고, 나는, 그 바람결이 그녀 곁을 지나왔을 것이고, 바람이 나에게 속삭여 주었으나 내가 이해할 수 없던 것이, 그녀로부터의 어떤 소식이리라 생각하였으며, 따라서 그것이 내 곁을 지나갈 때마다 그것을 포옹하곤 하였다. ~~~
때로는 오후의 하늘 속에, 한 점 구름처럼 하얗고, 자기의 공연 시간이 아니므로 평상복 차림으로 관객석에서 잠시 동료들의 공연을 바라보다가, 혹시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않을까하여 자취를 감추어버리는 어느 여배우처럼 은밀하고 광채 없는 달이 지나가곤 하였다. ~~~그러한 예술품들이, 그 시절에는 - 적어도 블록이 나의 눈과 생각을 더 세련된 조화에 익숙해지도록 해주기 전, 나의 인생 초기 시절에는 - 내가 알아보지 못하였으되 오늘에 이르러서는 아름답게 여기게 된 달을 담고 있는 예술품들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
어느날 우리가 스완 씨와 함께 꽁브레의 어느 길을 따라 걷고 있을 때, 다른 길로부터 나오던 뱅뙤이유 씨가 너무 급작스럽게 우리들과 마주쳐, 우리들을 미쳐 피하지 못하였다. 그러자 스완 씨가, 자기의 모든 윤리적 편견이 붕괴된 상태에서는 다른 이의 치욕을 오히려 그에게 친절을 베풀어야 할 이유로 여기며, 친절의 표현이 그것을 베푸는 사람의 자존심에게 쾌감을 주는 것 못지않게 그것을 받는 사람에게도 귀하게 여겨짐을 느끼는, 사교계 인사 특유의 오만한 자비심에 이끌려, 그때까지는 말 한마디 건네지 않던 뱡뙤이유 씨와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고, 우리들과 헤어지기 전에, 그의 딸을 땅송빌에 보내어 연주를 하게 하지 않겠느냐고 그에게 물었다. 두 해 전만 해도 뱅뙤이유 씨가 분개하였을 초대였으나, 그것이 이제는 그를 어찌나 고마운 정으로 가득 채웠던지, 그는 자신이 그 초대에 응하는 무례를 저지르지 않는 것이 자기의 의무라고 여겼다. 자기의 딸에게로 향한 스완의 친절이 그 자체로 어찌나 명예롭고 감미로운 지지로 여겨졌던지, 그러한 지지를 고이 간직하는 풀라톤적 감미로움을 느끼기 위하여 그것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 아마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
숙모님의 막바지 환후가 계속되던 마지막 보름 동안, 프랑수와즈는 단 한 순간도 숙모님 곁을 떠나지 않았고, 옷을 벗지 않았으며, 그 누구에게도 숙모님 보살피는 일을 맡기지 않다가, 숙모님의 시신을 매장한 후에야 그 곁을 떠났다. 우리는 프랑수와즈가 숙모님으로부터 험한 말씀을 듣고 의심을 받거나 화풀이 대상이 되면서 사는 동안, 그녀를 사로잡고 있던 그러한 두려움이 그녀 내면에 증대시킨 감정이 증오라고 여겼으나, 존경과 사랑이었음을 그제야 깨달았다. 예측하기 불가능한 결단을 내리고 좌절시키기 어려운 음모에 능하며, 누구려뜨리기 쉬운 선한 심정을 가진 그녀의 진정한 여주인, 그녀의 여제, 그녀의 신비하고 전능한 군주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숙모님에 비하면 우리들은 정말 하잘것없었다. 우리가 휴가를 보내기 위하여 꽁브레에 오기 시작하던 시절, 그리고 우리가 프랑수와즈의 눈에 숙모님 못지않게 위세 있게 보이던 시절이 먼 옛날이 되었다. ~~~
내가 오랜 세월 후 싸디즘에 대하여 나름대로 갖게 된 개념이 도출된 것은, 몇 해 후, 몽쥬밴 근처에서 느낀 인상, 당시에는 모호한 상태였던, 아마 그 인상에서였을 것이다. ~~~~몹시 무덥던 날이었다. 온종일 집을 비우셔야 했던지라, 나의 부모님께서는 내가 원하는 만큼 늦게 집에 돌아와도 좋다고 하셨다. ~~~몽쥬뱅의 늪까지 갔고, 언젠가 뱅뙤이유 씨를 방문하신 아버지를 내가 기다리던 장소에서 ~~~~그만 잠이 들었다. 내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에는 거의 날이 저물었고, ~~~아마 외출하였다가 막 돌아온 듯한 뱅뙤이유 아가씨가 나의 정면 몇 센티미터밖에 아니 되는 곳, 그녀의 부친이 나의 아버지를 맞던 그 작은 방, 그리고 이제는 그녀가 자기의 응접실로 사용하는 그 방에 있는 것이 보였다. 창문이 살짝 열려 있었고 램프에 불이 켜져 있었으며, 그녀가 나를 볼 수는 없었지만 그녀의 모든 움직임은 나에게 보였다. 하지만 내가 그 순간 그곳을 떠나면, 나의 움직임으로 인하여 관목들이 바스락 소리를 낼 것이고, 그녀가 나의 움직이는 소리를 들을 것이며, 내가 자기를 엿보려고 그곳에 숨어 있었다고 믿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정식 상복 차림이었다. 그녀의 부친이 작고한 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 이 시각에, 인적 번다한 이 촌구석에서, 누가 우리들을 볼 수도 있겠군. 그녀의 친구가 빈정거리듯 말하였다. ~~~~한 처녀가 자기의 친구로 하여금, 오직 자기만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사셨던 아버지의 초상화에 침을 뱉게 하는 장면을 볼 수 있는 것은, 현실 t고의 전원주택에 밝혀 놓은 램프 아래서이기보다는 통속적 공연 극장의 무대 발치 등의 조명 앞에서일 것이다. 또한 현실 생활에서 멜로드라마의 미학에 하나의 근거를 제공하는 것은 싸디슴 이외의 다른 것이 별로 없다. ~~~
메제글리즈 방면으로 가는 것이 상당히 간단하였다면, 게르망뜨 방면으로 가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던 바, 그 방면으로의 산책이 길고, 따라서 날씨가 어떨지 모두들 확신을 갖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내일 날씨가 좋으면 게르망뜨 방면으로 가지. 우리는 점심식사를 마친 직후 정원의 작은 문을 통하여 출발하였고, 문을 나서는 순간 뻬르상 로에 빠지듯 들어섰다. ~~~~나의 몽상은 새 건축물의 돌 한 덩이 남기지 않은 채, 뻬르샹로를 다시 뚫어 복원한다. 게다가 나의 몽상은 그러한 복원을 위하여, 복원 기술자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보다 더 구체적이고 상세한 자료들을 가지고 있다. 그 자료들이란, 나의 기억이 내 유년 시절의 꽁브레에서 거두어 간직해 둔, 아마 아직까지 남아 있을지도 모를 마지막, 그러나 머지않아 영영 사라질 운명에 놓인 몇몇 영상들이다. 또한 그 영상들은 내 유년 시절의 꽁브레가 사라지기 전에 손수 나의 내면에 그려놓은 것들이라서- 할머니께서 즐겨 나에게 주시던 영광스러운 작품들의 복사본에 그 미미한 모습 하나를 감히 비교하거니와 - 최후의 만찬을 복사한 옛 판화들이나 젠띨레 벨레니의 그림만큼이나 감동적인데, 그것들 속에서는 오늘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상태로 빈치의 걸작과 싼-마르꼬 대교회당의 정면 현관을 볼 수 있다.
우리는 루와조 로에 있는 낡은 호텔 루와조 훌레쉐 앞을 지나곤 하였는데, 17세기에는 가끔 몽빠시에, 게르망뜨, 몽모랑씨 등 공작 부인들의 화려한 사륜 포장마차들이, 소작인들과의 공물에 관한 이의 때문에 그녀들이 꽁브레에 행차할 때마다, 그 호텔의 넓은 안뜰로 들어서곤 하였다. ~~~
게르망뜨 방면으로의 산책에서 느낄 수 있었던 가장 큰 매력은, 비본느 냇물 줄기를 거의 항상 곁에 두고 걷는다는 점이었다. 집을 떠난 지 십 분 후면 뽕-비으라고들 부르던 인도교를 이용하여 처음으로 그 냇물을 건너곤 하였다. ~~~나는 교회당에서 강론이 끝나기 무섭게 , 아직 치우지 않아 여기저기 널려 있는 살림살이 도구들이 화려한 축제 준비물들로 d니해 더욱 지저분해 보이던 축제일 아침의 그 무질서를 벗어나, 냇물을 보러 그 다리까지 달려가곤 하였고, 냇물은 벌써 검고 헐벗은 땅들 사이에서 하늘색 차림으로 유유히 거닐고 있는데, 오직 지나치게 일찍 도착한 약용 앵초 및 때 이른 일반 앵초 무리들만이 냇물을 수행하고 있었으며, 그동안 여기저기에서는 하늘색 부리를 내민 제비꽃이 작은 뿔 속에 간직한 향기 방울의 무게에 짓눌려 자기의 줄기가 휘어지게 내버려두고 있었다.
뽕-비으 인도교는 예선도로 사용되던 오솔길과 이어져 있었으며, 여름이면 하늘색 개암나무 잎들이 그곳을 융단처럼 뒤덮었고, 그 울창한 가지 아래에 밀짚모자 쓴 낚시꾼 하나가 뿌리를 내린 듯 앉아 있곤 하였다. 꽁브레에서는 어느 편자공이 교회당지기 제복 밑에 혹은 어느 식료품점 고용원 소년이 성개대원의 흰색 제복 밑에 숨었는지, 내가 다 알고 있었건만, 오직 그 낚시꾼의 정체만은 결코 알아내지 못하였다. 그가 우리 집 어른들을 알고 있었음은 틀림없었다. 우리가 곁을 지나갈 때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물으려 하였으나, 어른들이 나에게 손짓을 하시면서, 물고기들이 놀라지 않게 입을 다물라고 하셨다. ~~~
초지에는, 중세에 게르망뜨 성주들과 마르땡빌 수도원장들의 숱한 공격에 맞서면서, 비본느의 물줄기를 방어선으로 삼던 옛 꽁브레 백작들의 성 잔해들이, 반쯤 풀 속에 묻힌 채 흩어져 있었다. ~~그것은 땅속에 거의 묻힌, 바람을 쐬러 나온 산책꾼 처럼 냇가에 누운, 그러나 나로 하여금 몽상에 잠기게 하고, 꽁브레라는 지명 속에 있는 오늘날의 작은 마을에 전혀 다른 도시 하나를 덧붙이게 하며, 금단추 꽃들 밑에 반쯤 감추고 있는 자신의 불가사의한 옛 시절의 얼굴로 나의 사념들을 붙잡는 과거이다. 그곳에는 금단추꽃들이 유난히 많았는데, 풀밭 위에서 놀기 위하여 그곳을 선택한 후, 외톨이로, 짝을 지어, 혹은 무리를 이루고 있던, 계란의 노른자위처럼 노란 그것들을, 내가 보기에, 그것들이 나의 내면에 불러일으킨 즐거움이 나에게 어떤 시긱 충동도 주지 못하여 그만큼 더 반짝였으며, 나는 그 즐거움이 무익한 아름다움을 생산할 만큼 충분히 강력해질 때까지, 그 꽃들의 황금빛 표면에 즐거움을 축적하곤 하였다. ~~~
나는 개구쟁이들이 작은 물고기들을 잡으려고 비본느 냇물 속에 놓아둔 물병들을 바라보며 즐거워하였는데, 냇물로 가득 채워진 물병들 자체가 다시 냇물로 감싸여, 단단해진 물처럼 옆구리가 투명한 그릇 임과 동시에, 액상이며 흐르는 크리스탈로 이루어진 보다 더 큰 그릇 속에 잠긴 내용물이기도 했던 물병들을, 그것들이 식탁 위에 놓여 있을 때보다 더 감미롭고 자극적으로 시원함의 영상을 나에게 환기시켰던바 ~~~
얼마 아니가자, 비본느의 물줄기가 수생식물들에 의해 막혔다. 먼저 다른 것들로부터 외떨어져 있는 수초들이 나타났는데, 그것들 중 하나인 어떤 수련은 불행하게도 물줄기 한가운데에 있어, 물살이 그것에게 거의 휴식을 허용하지 않았고, 그리하여 끊임없이 왕복운행을 반복하면서 한쪽 기슭에 닿았다가 출발지 기슭으로 다시 돌아가는, 기계적으로 작동되는 나룻배 꼴이었다. ~~~
나는 산책길에 나설 때마다 그 가엾은 식물이 항상 같은 처지에 놓여 있음을 다시 발견하였고 ~~~신경쇠약증 환자들을 연상시켰는데~~~ 여러 해가 흘러도, 자신들이 곧 떨쳐버릴 것이라고 믿으면서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이상한 습관을 우리 앞에 드러낸다. ~~~수련은 영원토록 무한히 반복되는 기이한 고초에 시달리는 가엾은 사람들 중 하나와도 유사했는데, ~~~~
더 멀리 가자 냇물의 흐름이 느려지면서 어느 사유지를 관통하는데, 주인에 의해 사유지가 일반에게 개방되었고, 수상 원예를 좋아하던 주인이, 비본느의 물줄기에 의해 형성된 작은 연못들 수면에 진정한 수련의 정원이 피어나게 하였다. 그 지점의 양쪽 기슭에 나무들이 울창한지라, 나무들의 커다란 그림자들이 평상시에는 수면에 짙은 초록색 바탕을 만들어주지만, 가끔, 폭풍우 몰아치던 날씨가 다시 조용해진 저녁나절에 우리가 돌아올 때면, 그 초록색 바탕에, 보라색을 띤 그리고 칠보 세공과 일본식 취향을 방불케 하는 밝고 원색에 가까운 남색이 내 눈에 보이곤 하였다.~~~
그 공원을 나서면서부터는 비본느의 물이 다시 흐름을 보였다. 가느다란 노를 손에서 내려놓은 채 자기의 조각배 바닥에 누워 배가 물결 따라 흘러가게 내버려 두고, 보이는 것이라고는 자기 위로 천천히 흐르는 하늘뿐인데, 얼굴에 행복과 평화의 예감이 어린, 사공 하나를 내가 얼마나 자주 보았으며, 훗날 나의 뜻대로 살 수 있을 때가 되면 그의 삶을 본뜰 수 있기를 얼마나 갈망하였던가!
우리는 냇가의 붓꽃들 사이에 앉곤 하였다. 휴일을 맞은 하늘에는 한 가닥 구름 한 덩이가 오랫동안 천천히 배회하곤 하였다. 이따금씩, 권태를 감당하지 못한 잉어 한 마리가, 불안하게 숨을 들이키면서 물 밖으로 불쑥 솟곤 하였다. ~~
가끔, 작은 숲으로 둘러싸인 물가에서 우리들이, 고립되고 아무도 찾지 않으며 자기의 발치를 적시고 있는 냇물 이외에는 이 세상 무엇도 보지 못하는, 흔히들 별장이라고 부르는 집 한 채를 만나곤 하였다. 깊은 생각에 잠긴 얼굴과 우아한 너울이 그 고장에게는 낯설며, 틀림없이, 항간에서 흔히 사용되는 표현을 빌려 말하거니와, 자기의 이름이, 그리고 특히 자기가 그 마음을 간직할 수 없었던 남자의 이름이, 그곳에서는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느끼는 쓰디쓴 즐거움을 맛보기 위하여 그곳에 스스로를 매장하였을 여인 하나가, 출입문 근처에 정박된 나룻배 이외에 다른 것은 그녀에게 보여 주지 않는 창문에, 그림틀 속의 화폭처럼 모습을 드러내곤 하였다.
그녀가 기슭의 숲 뒤에서 들려오는 행인들의 음성에 무심히 눈을 쳐들곤 하였으나, 그들의 얼굴을 보지 않더라도, 그녀는, 자기를 배신한 남자를 그들이 본적도 없고 또 보게 될 일도 없으려니와, 그들의 과거에 그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고 그들의 미래 또한 그의 흔적을 얻게 되는 경우가 없을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을 것이다. ~~~
게르망뜨 방면으로 산책을 떠났으되 우리가 비본느의 수원지까지 거슬러 올라간 적은 없었다. 나는 그 수원지에 대해 자주 생각했었고, 그것이 나에게는 어찌나 추상적이고 이상적인 존재로 보였던지, 어느 날 사람들이, 우리가 머물던 행정구역 안에 그것이 있으며 꽁브레로부터 킬로미터 단위로 측량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는 말을 나에게 하였을 때, 나는 태곳적 사람들이 말하던 저승의 입구가 이 지상의 구체적인 지점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만큼이나 놀랐다. 또한 우리는 내가 그토록 도달하기를 희원하던 종착지에, 즉 게르망뜨 성에, 단 한 번도 이르지 못하였다. 나는 그곳에 게르망뜨 공작과 공작부인 등 성주들이 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그들이 현실 속의 그리고 현재 실존하는 인물들임도 알고 잇었다. ~~~
또한 게르망뜨 방면에서 나는 가끔 어둔 빛깔의 꽃타래들이 늘어진 작은 울타리들 앞을 지나는 경우가 있었다. 나는 진귀한 어떤 개념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믿음에 걸음을 멈추곤 하였다. ~~~
아버지의 권세가 어찌나 큰지, 아버지에 대한 고위직 인사들의 호의가 어찌나 각별한지, 삶과 죽음의 법칙보다도 더 불가피하다고 프랑수와즈가 나에게 가르쳐준 법률들을 우리가 어기는 일도 있었고, 동네에서 유독 우리집만 벽면 재정비공사를 한 해 유보시킨 경우도 있었으며 치료차 온천에 가기를 원하던 싸즈라 부인의 아들을 위하여, 이름이 S로 시작되는 응시자들의 차례를 기다리는 대신 A로 시작되는 이름을 가진 응시자들과 함께 대학 입학 자격시험을 두 달 앞당겨 치를 수 있도록 장관으로부터 허락을 얻은 일도 있었다. ~~~
어느날 어머니가 나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항상 게르망뜨 부인 이야기를 하는데 뻬르스삐에 의사가 사 년 전에 그녀를 잘 치료해 주었던지라, 그의 딸 혼례식에 참석하기 위하여 그녀가 꽁브레에 올 것이다. 혼례식장에서 그녀를 잠시나마 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게르망뜨 부인에 대한 이야기를 내가 가장 많이들은 것은 뻬르삐에 의사로부터였고, 그녀가 레옹 대공녀댁에서 열린 가장 무도회 때 입었던 의상 차림으로 소개된 산화 곁들인 잡지를 그가 우리들에게 보여주기까지 하였다.
혼례 미사 도중, 교회당 의전 담당 안내원이 자리를 옮겨 움직이는 순간, 큰 코에 눈이 푸르고 날카로우며, 매끈매끈하고 진솔이며 광채 나는 연보라색 비단으로 만든 불룩한 타이를 매었고, 코 귀퉁이에 작은 종기 하나가 난, 금발의 부인이 측면 예배소 안에 앉아 있는 것이 문득 나의 눈에 띄었다. ~~~저 부인이 게르망뜨 부인을 닮았어. 그런데 혼례 미사에 참석한 그녀가 앉아 있던 측면 예배소는 질베르 르 모배에게 헌정된 것이었고, 꿀 가득한 봉방들처럼 황금색을 띠고 팽창된 그곳의 평평한 묘석 밑에는 브라방의 옛 백작들이 안치되어 있었으며, 어떤 의식을 치르기 위하여 게르망뜨 가문 사람이 꽁브레에 올 경우, 사람들이 나에게 말하기를, 그 예배소가 그를 위해 예비된 것이라고 한 사실이 나의 기억에 되살아났다. 또한 그날, 그 예배소에 오기로 되어 있던 게르망뜨 부인의 초상화를 닮은 여인이, 아마 단 하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는 그녀의 얼굴이 붉고, 그녀가 싸즈라 부인처럼 연보라색 타이를 맬 수 있으리라고는 일찍이 상상조차 하지 못하였는데, 그녀의 달걀 모양 볼이 내가 우리 집에서 본 사람들의 모습을 어찌나 생생히 나의 기억 속에 되살려 놓았던지, 그 부인이, 생성의 근원이나 그녀를 구성하는 모든 분자들의 측면에서, 아마 실체적인 게르망뜨 공작부인이 아니며 사람들이 붙여준 이름을 까맣게 모르는 그녀의 몸뚱이 또한 의사들이나 상인들의 아내들이 포함된 어떤 여성 유형에 속하리라는 의심이, 물론 즉시 사라지긴 했지만, 나의 뇌리에 어른거렸다. 저것이야, 게르망뜨 부인이라는 것이 기껏 저것이야! ~~※게르망뜨 공작부인은 마르셀이 평생 동경했던 귀족적 이상이 현실 속에서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체험하게 해 주는 인물이며, 그 관계는 개인적 친밀함이 아니라 환상과 인식의 변화를 통해 예술가를 탄생시키는 관계이다. -편집자
오! 인간 시선의 경이로운 독립성이여! 하도 느슨하고 길고 신장성 큰 밧줄로 얼굴에 매어 있어서, 얼굴로부터 멀리까지 스스로 돌아다닐 수 있는 시신이여! ~~~
그날 이후, 게르망뜨 성 방면으로 산책길에 오를 때마다, 나에게 문학적 재능이 없다는 사실과, 그리하여 내가 유명한 문인이 되기를 영영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이, 전보다도 얼마나 더 절망스러워 보였던가! ~~~
어느 길모퉁이에서 나는, 석양빛이 드리워져 있고, 우리가 탄 마차의 움직임과 길의 구불구불함이 그 위치를 바꾸어놓는 듯한 마르땡빌의 두 종루와, 그다음. 그것들과는 동산 하나와 골짜기 하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으며, 멀리서 보면 더 높은 평지에 서 있으되, 그 두 종루와 아주 가까이 있는 듯 보이던 비으비끄의 종루를 보는 순간, 다른 어느 것과도 닮지 않은 예의 그 특이한 희열에 문득 휩싸였다. ~~~~종루들이 하도 멀리 있는 것처럼 보였고, 우리들이 그것들에 거의 접근조차 하지 못한 듯 여겨졌던지라, 잠시 후 우리가 문득 마르땡빌 교회당 앞에 머물게 되었을 때, 나는 몹시 놀랐다. 나는 지평선 위에 나타난 종루들을 보는 순간 내가 느낀 희열의 원인을 몰랐으며, 그 원인을 찾아내려 애써야 한다는 의무감이 나에게는 고통스러워 보였다. 그리하여 나는, 햇빛을 받아 움직이던 그 선들을 나의 뇌리에 저장만 해두고, 당장은 더 이상 그 생각을 하지 말자는 욕구를 느꼈다. ~~~짤막한 글을 지었으며~~~
“평원의 지표로부터 벌떡 일어서서, 그리고 탁 트인 전원에서 길을 잃은 듯, 마르땡빌의 두 종루가 외롭게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곧 이어 우리 눈에 종루 셋이 보였다. 지각한 종루 하나가, 비으비끄의 종루가, 과감하게 몸을 돌려 그것들 앞에 자리를 잡으며 그것들과 합류하였기 때문이다. 한 순간 한 순간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빠르게 가고 있었건만, 세 종루는 들판에 내려앉아 꼼짝도 하지 않는, 그리고 햇빛 아래에 선명히 보이는 세 마리 새처럼, 옂너히 멀리 우리들 전면에 있었다. 그러다가 비으비끄의 종루가 옆으로 비켜 일정한 거리를 두었고, 석양빛을 받은 마르땡빌의 종루들만 남았는데. 우리가 있던 그 먼 곳에서도 종루의 경사면에서 놀며 미소 짓는 석양빛이 보였다. ~~~우리는 다시 길을 떠났다. 우리가 마르땡빌을 떠난 지 이미 얼마쯤 지났고, 우리들을 잠시 따라오던 마을도 사라졌는데, 그곳의 종루들과 비으비끄의 종루만이 지평선에 남아, 도망치는 우리들을 바라보면서, 햇빛 어린 자기들의 꼭대기를 작별인사 하듯 흔들고 있었다. 이따금씩, 나머지 둘이 우리들을 잠시나마 다시 한 번 볼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하여, 종루 하나가 자취를 감추곤 하였다 그러나 길이 방향을 바꾸었고, 세 종루가 햇빛 속에서 세 황금 굴대처럼 선회하더니 나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조금 뒤, 우리가 꽁브레 근처에 이르렀을 때, 이제 해가 졌던지라, 내가 그것들을 매우 멀리서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에는, 그것들이 들판의 낮은 선 위 하늘에 그려놓은 세 송이 꽃들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것들은 또한 나로 하여금, 이미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는 인적 끊긴 곳에 버려진 전설 속의 세 소녀를 생각하게 하였다. 또한, 우리들이 전속력으로 멀어져가는 동안, 그것들은 머뭇거리며 자기들의 길을 더듬어 찾고, 그들의 고아한 윤곽이 몇 번 서투르게 비척거리더니, 서로 바싹 다가서며 미끄러지듯 서로의 뒤를 따라가, 아직도 분홍색을 띤 하늘에, 검고 매력적이며 체념한 듯한 단 하나의 형태를 만들어,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추는 것이 나의 눈에 보였다.”
~~~그리하여 메제글리즈 방면과 게르망뜨 방면이 나에게는, 우리가 동시에 병행시켜 영위하는 모든 다양한 삶들 중, 뜻밖의 돌발적인 사건들이 가장 많고, 일화들이 가장 풍부한 삶, 즉 지적인 삶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많은 사건들과 연관되어 남아 있다. 의심할 나위 없이, 그 지적인 삶은 우리 내면에서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진행되고, 우리에게 그 의미와 면모를 변화시켜 보여주고 새로운 길들을 열어준 진리들의 경우, 우리들은 오래전부터 그것들의 발견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상태여서였고, 따라서 그 진리들이 우리에게는, 그것들이 우리에게 보이게 된 날, 보이게 된 그 순간에야 시작된 것처럼 여겨진다. 그 시절 풀밭 위에서 놀던 꽃들, 햇빛을 받으며 흐르던 냇물 등, 그들의 출현을 둘러싸고 있던 풍경 전체가 무의식적이고 방심한 듯 한 얼굴로 그것들의 추억을 계속하여 동반한다. 또한 틀림없이, 그 이름 없는 행인, 몽상에 잠겨 있던 그 아이가 자기들을 오랫동안 응시하고 있을 때 -군중 속에 섞여 있는 어느 회고록 작자가 어떤 왕을 응시하듯- 자연의 그 구석이나 정의의 한 끄트머리는, 그들의 가장 덧없는 특징들이 그 소년 덕분에 오래 살아남게 되리라는 것을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찔레꽃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게 되어 있는 울타리를 따라 꿀벌들처럼 웅웅거리는 산사나무꽃 향기, 어느 오솔길의 조약돌들 위를 지나는 반향 없는 발자국 소리, 냇물로 인해 수초에 기대어 형성되었다가 이내 터져버리는 수포 하나 등, 나의 열광이 그것들을 간직하여 서로 이어지던 그 여러 해를 건너도록 하는데 성공한 반면, 그 주위에 있던 길들은 지워졌고, 그 길을 밟고 지나던 이들과 그들의 추억 모두 죽었다.
때로는 그렇게 오늘날까지 이끌려온 그 풍경 한 조각이 다른 모든 것들로부터 분리되어 어찌나 고립되던지, 그것이 나의 뇌리에서 불확실한 상태로 꽃 만발한 델로스 섬처럼 부유하며, 나는 그것이 어느 고장으로부터, 어느 시절로부터 -혹은 아나 어느 꿈으로부터-오는지 단언할 수 없다. 그러나 특히, 나는 내 정신적 토양의 깊은 지층이나 내가 아직도 기대고 있는 단단한 터전 생각하듯, 메제글리즈 방면과 게르망뜨 방면을 생각해야 한다. 그 두 방면을 편력하는 동안 내가 사물들과 사람들을 믿었던지라, 그 두 방면이 나로 하여금 알도록 해준 사물들과 사람들만을 나는 아직도 진지하게 여기며, 그들만이 아직도 나에게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창조하는 믿음이 나의 내면에서 고갈되어서인지, 혹은 현실이 오직 기억 속에서만 형성되기 때문인지는 모르되, 이제 누가 나에게 처음으로 보여주는 꽃들은 진정한 꽃처럼 보이지 않는다. 메제글리즈 방면과 그곳의 라일락들, 산사나무들, 수레국화들, 개양귀비들, 사과나무들, 그리고 게르망뜨 방면과 그곳의 올챙이 노니는 개울, 수련들, 미나리아재비 등이 나를 위하여, 내가 살고 싶은, 다른 그 무엇에 앞서 낚시질을 하러 갈 수 있고, 놀잇배를 타고 유유히 돌아다닐 수 있으며, 고딕풍 요새의 페허를 볼 수 있고, 밀밭 한가운데서, 쌩-앙드레-데-상이 그러하듯, 거대하고 투박하며 밀집 가리처럼 황금빛 띤 교회당 하나를 발견할 수 있는 고장들의 형상을, 영원한 모습으로 구성하여 놓았다. 그리하여 내가 여행을 하다가 역시 들판에서 수레국화와 산사나무꽃과 사과나무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 그것들이 내 과거와 같은 심층부에 처해 있기 때문에, 그것들은 나의 가슴과 즉각 소통을 이룬다. 그러나 반면, 모든 장소들에게는 개별적인 무엇이 있는지라, 게르망뜨 방면을 다시 보고 싶은 욕구가 나를 엄습하였을 때 어떤 사람이 나를, 비본느에 있는 것만큼 아름다운, 아니 그것들보다 더 아름다운, 수련들이 있는 냇가로 데려간다 하여도, 나의 그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없을 것이니, 그것은 저녘에- 세월이 흐른 후에는 사랑 속으로 이주하며, 사랑과 영영 분리될 수 없게 되어 있는, 그 극도의 불안이 나의 내면에서 깨어나곤 하던 시각에-내가 집에 돌아와, 나의 어머니보다 더 아름답고 더 이지적인 다른 어머니 하나가 나에게로 와서 밤 인사 해주기를 바라지 않는 것과 같다. ~~~
그렇게, 꽁브레 시절을, 잠 이루지 못하던 슬픈 저녁들을, 또한 최근에 그 영상이 한 잔 차의 맛에 -꽁브레에서는 향기라고들 불렀을-의해 나에게 반환된 숱한 날들을, 그리고 추억들의 연상 작용에 따라, 그 작은 도시를 떠난 지 여러 해가 흐른 후, 내가 태어나기 전에 스완이 겪었던 어떤 사랑에 대해, 우리와 가장 가까운 친구들의 삶에 관한 세부적 사실들보다 때로는 더 얻기 쉬운, 여러 세기 전에 죽은 이들의 삶과 관련된 세부사항들처럼 내가 정확히 알게 된 것 등을 회상하며 자주 아침까지 누워 있곤 하였다. 그 모든 추억들이 서로에게 추가되어 이제 하나의 덩어리만을 형성하고 있었으되. 여전히 그것들 사이에서-가장 오래된 것들과 어떤 향기에서 소생한 더 근래의 것, 그리고 내가 당사자로부터 들어 알게 된 어떤 사람의 추억들에 불과한 것들 사이에서 - 균열들이나 진정한 단층들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특정 암석이나 대리석에서 근원과 시기와 형성의 차이들을 드러내 보이는 돌결들이나 얼룩거리는 다양한 빛깔들을 분별할 수 있었다.
물론 아침이 가까워질 무렵에는, 이미 오래전에, 내가 잠에서 깨어나는 동안 잠시 지속되던 불확실성이 걷혔다.~~~내가 어둠 속에 다시 세웠던 거처는, 여명의 쳐들린 손가락이 커튼들 위에 그어놓은 그 창백한 신호에 쫓겨 달아나, 내가 깨어나던 순간의 소용돌이 속에 언뜻 보이던 거처들과 함께 합류하였다. ■
☞리뷰는 2권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