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년 전 바다와 대기의 산소 수준이 높아지면서 해양생물도 함께 진화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해양생물의 진화와 혁신은 또한 동물 몸체 크기도 변화시키는 등 지구 환경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이는 생물이 환경변화에 적응해 진화해 왔다는 다윈의 이론을 넘어 지구 환경과 생명체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공동-진화한다는 이론을 확인시켜 준다.
미국 시라큐스대 연구팀이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한 이 논문은 이 대학 문리대 준리 루(Zunli Lu) 교수가 이끈 국제연구팀의 수년 간에 걸친 연구로부터 시작됐다. 이 연구에서는 5억4200만년 이상 전부터 시작된, 지층 속에 생물화석이 풍부하게 나타나는 지질시대인 현재의 현생이언(Phanerozoic Eon) 동안 바다 대륙붕에서의 산소화 증가의 원인과 결과를 재고해 봐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준리 루 교수는 “대부분의 산소 역사에 대한 연구는 생명의 진화에 대한 영향과 함께 대기와 심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우리는 대륙붕 즉, 바다 상층부에 있는 해수층의 산소 수준이 다른 종류의 것이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버지니아 석회암에 화석으로 남아있는 3억2000만년 전 완족동물류와 바다나리, 태형동물들. Courtesy of Ben Gill/Virginia Tech /Syracuse Univ. News
“바다 상층부는 훨씬 나중에 산소화돼”
연구의 핵심은 루 교수가 2010년 개발한 지구화학적 모형에 있다. 루 교수팀은 요오드 지구화학에 기초한 새로운 접근법을 사용해 탄산칼슘 광물과 화석에서 칼슘에 대한 요오드의 비율을 측정했다.
티모시 라이언스(Timothy Lyons)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대(UCR) 생물지구화학 석학교수는 요오드 지구화학을 고대 해양의 표면 및 표면 가까운 부분에서 산소 조건을 제한하는 ‘강력한 도구’로 간주하고 있다.
그는 “최초의 동물이 처음 나타나 진화하고 복잡한 생태계로 발전할 수 있었던 곳은 바로 물”이라며, “이번 연구 결과는 그 초기의 물에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환경적 역동성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그런 조건들이 동물들에게 틀림없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 교수는 이번 새 연구에 따르면 “바다의 상층부는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나중에서야 산소화되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래 두터운 메탄가스가 지구를 감싸고 있어 대기 중에는 거의 산소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광합성 에너지가 궁극적으로 충분한 화학 에너지를 생산해 대기에 자유 산소가 축적되게 됐다. “이를 통해 23억년 전의 ‘산소 대량급증 사건’(Great Oxidation Event)의 무대가 만들어졌다”는 것.
산소화에 따라 이후 수십억 년 동안 다세포 생명체가 생겨났고, 이 생명체 가운데는 세포막에 둘러싸인 핵에 유전 정보가 저장돼 있는 진핵생물도 포함됐다.
지구 역사에서의 시기별 생명체 출현 Credit: Wikimedia Commons
정교한 지구시스템 모델 적용
모든 사람들 특히 준리 루 교수와 함께 연구를 수행한 박사과정생 와니 루(Wanyi Lu) 연구원이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의문은, 언제 어떻게 지구의 바다에 오늘날과 같은 해양생물을 포함해 다양한 해양 생물체들이 살아갈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었을까 하는 점이다.
저온 지구화학과 지구 환경변화를 박사학위 주제로 삼고 있는 루 연구원은 “우리의 요오드 데이터는 약 4억년 전에 일어난 대기산소 수준의 중요한 상승과 일치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 상층부의 산소 수준은 좀더 큰 진핵 플랑크톤이 세계 바다를 지배한 2억년 전까지는 오늘날과 같은 조건으로 안정화되지는 않았고, 그 시기는 완벽하게 들어맞는다”고 밝혔다.
암석 기록에서 그런 관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기의 화학성분뿐만 아니라 대규모의 생물지구화학 및 해양학적 과정을 평가해 봐야 한다.
준리 루 교수는 “정교한 지구시스템 모델(Earth System Model)인 지니(GENIE, ‘Grid-ENabled Integrated Earth)를 사용해 두 가지의 역할을 조사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시간척도에서 지구시스템 모델 범위를 구성할 수 있는 GENIE의 시그너춰 모델링 구조는 UCR의 앤디 리지웰(Andy Ridgwel) 지구과학 교수가 개발했다. 그는 “시라큐스팀이 고대 암석 측정치를 지구 기후시스템과 탄소 순환의 복잡한 수학적 모델과 결합한 혁신적인 방법은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리지웰 교수는 연구팀의 최종 분석을 통한 주요 결론에 찬사를 보냈다. 이 결론은 진핵생물에서의 기본적인 변화가, 많은 유기물질이 바다 속으로 더 깊이 재광물화되도록 이끌었고, 이는 궁극적으로 해양 상층부의 ‘탄력적인 산소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생물지구화학 모델링과 장기 기후변화를 연구하고 있는 리지웰 교수는 “이것은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형성되기까지 취해진 핵심적인 진화의 단계에 대한 우리의 발전적인 이해와 완벽하게 일치한다”고 말했다.
연구를 수행한 지구화학자인 준리 루 교수(오른쪽)와 와니 루 연구원. Credit: Syracuse Univ. News / STEM
생명과 지구의 공동진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의 지구 및 광물과학대 리 컴프(Lee Kump) 학장은 이번 연구 결과가 다윈의 진화론이 어떻게 반 정도만 옳은지를 강력히 상기시켜준다고 말했다.
저명한 고기후학자인 컴프 교수는 “환경의 변화는 확실하게 생물학적 진화에 영향을 미치지만, 생물학적 혁신은 지구 규모에서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옥스퍼드대 지구화학 교수인 로스 리커비(Ros Rickaby) 박사는 이번 연구가 산소화와 해양생물의 몸체 크기 사이에 강력한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산소 분포의 변화를 통해 바다에서 광물화되는 미세 플랑크톤의 성공적인 증가가 지구시스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쳐 동물 몸집의 평균 크기를 늘렸을 것이라는 생각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일”이라며, “이는 해양생턔계 모든 부분 사이의 복잡한 상호연계성을 상기시켜준다”고 평했다.
준리 루 교수는 “이것이 생명과 지구 공동진화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