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 1,26─2,3; 마태 13,54-58
+ 찬미 예수님
오늘은 노동자 성 요셉 기념일입니다. 또한 오늘은 대전교구 주교좌 성당인 대흥동 성당 축성 기념일입니다. 그래서 오늘 미사는 원래 주교좌 성당 축성 기념일 전례로 하는 것이 맞는데요, 저는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당시에 노동자 성 요셉을 주보 성인으로 모시고 축성식을 했다면, 교회가 노동자와 연대한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런데 노동자 성 요셉 기념일 미사 대신 주교좌 성당 축성 기념일로 전례를 거행하는 것이 맞을까?’ 그래서 과감히, 노동자 성 요셉 기념일 미사로 봉헌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신학교에 강의 가서 어떤 신부님께 들었더니, 초대 대전교구장이신 라리보 주교님이 1963년에 프랑스 본국으로 휴가를 가셨다가 늦게 오시는 바람에 5월 1일에 주교좌 성당 축성식을 했다고 합니다. 제가 사실 여부를 좀 더 확인해 보겠습니다.
1890년부터 세계는 5월 1일을 노동절로 기념해 오고 있었는데요, 1955년에 비오 12세 교황님이 이에 대한 응답으로 이날을 노동자들의 수호자 성요셉 축일로 제정하셨습니다. 가톨릭교회는 1962년부터 65년까지 개최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하여 세상의 변화에 발맞추며 세상과 대화하는 새로운 교회의 모습으로 변화되었는데요, 공의회가 개최되기 7년 전인 1955년에 노동자의 권익 향상에 대한 세상의 요구에 교회가 함께 했다는 것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세상이 정한 것을 교회가 거룩한 것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노동은 신성한 것입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님은 1964년, 이스라엘을 방문하신 가운데 ‘나자렛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성당’에서 다음과 같은 강론을 하셨습니다. “‘목수의 아들’의 나자렛 집에서, 우리는 인간 노동의 준엄하고도 구원적인 의미를 이해하고 이를 찬미하고자 합니다.… 여기 나자렛에서 우리는 세계의 모든 노동자에게 인사를 보내고, 노동자들의 위대한 모범이시요 그들의 신적인 형제이신 분을 보여 드리고자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일생의 3년을 예언자로 사셨지만, 나머지 기간은 주로 노동자로 사셨습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목수의 아들’이셨다고 말합니다.
창세기를 근거로 노동이 원죄의 벌이라고 이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해석입니다. 하느님께서 아담에게 “너는 사는 동안 줄곧 고통 속에서 땅을 부쳐 먹으리라.”(창세 3,17)라고 하신 말씀은 ‘어렵사리 수확한 곡식을 먹고 사는 팔레스티나 지방 농부의 고된 생활을 묘사’(주석성경)한 것입니다.
창세기는 원죄 이전에 이미 아담과 하와에게 에덴 동산을 ‘일구고 돌보게’(창세 2,15) 하심으로써, 노동을 인간의 과제로 주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오늘 제1독서의 말씀은 하느님도 노동을 하셨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엿새 동안 세상을 창조하시고, 이렛날에 쉬셨다’고 독서는 말하는데요, 엿새 동안 일을 하셨기에 쉬신 것입니다.
하느님은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셨는데, 그럼 말씀하시는 것도 노동에 들어갈까요? 제가 신학생 때 들은 이야기인데, 독일에서는 신부들도 파업을 한다고 합니다. 파업할 때는 미사는 드리는데 강론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환영하시는 교우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만….
‘아니, 강론처럼 신성한 것을 노동이라고 생각한단 말입니까?’하고 질문하실 수도 있는데, 강론이 신성하지 않아서 노동에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이 신성한 것이기에 강론도 포함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아드님이 노동자이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말은, 우리가 하는 모든 노동이 거룩하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오늘 직장에서 일하거나 알바를 하거나 집에서 가사 노동을 했습니다. 내가 한 모든 일들이 노동입니다. 또한 우리는 농부가 노동으로 소출한 쌀을, 누군가 노동으로 지은 밥을 먹었습니다. 우리는 다른 이의 노동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내가 하는 노동의 신성한 가치를 깨닫고, 나의 노동으로 다른 누군가를 돕도록 노력하며, 다른 이의 노동을 귀하게 바라보고 감사해야겠습니다. 또한 온 세상과 우리나라에서 노동자들이 노동에 맞는 권리와 대우를 받도록 기도하고 협력해야겠습니다.
오늘 화답송의 말씀으로 맺겠습니다. “주님, 저희 손이 하는 일에 힘을 실어 주소서.”
게리트 반 혼토스트, 그리스도의 어린 시절(1620년)
출처: File:Gerrit van Honthorst - Childhood of Christ - WGA11656.jpg - Wikimedia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