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여다실(如如茶室)에서
ㅡ 古 松
다난(多亂) 속의 세모가 며칠 남지를 않았다
하루 하루가 초침이 지나가듯
신경이 곤두서는 가운데 속절없이 시간은 흘러간다
새벽 두시 [여여실]에 앉는다
그 동안 아끼고 소중하게 보관해 오던 푸얼차 [홍인]과 [강성호]를 각 다관에 넣는다
먼저 뜨거운 물로 차를 깨운다
정성으로 차를 우려서
부처님께 헌차(獻茶)를 올린다
다색을 감상하고 다향을 맡고
거듭해서 석 잔의 차를 마신다
역시 명차(名茶)의 이름 값은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코 끝에 스미는 강한 장향
(樟香)과 부드러운 목넘김을 깊숙이 느낀다
오래된 꼬냑을 먹음었을 때 처럼 송진향이 풋풋하게 울어난다
맑고 깨끗한 회감(懷感)과
후끈한 차의 기운이 독맥으로 부터 백회 쪽으로 치솟는다
강렬한 차 기운과 장향은 역시 홍인(紅印)이 제일이고
코를 자극하는 봉밀(蜂蜜)의 달콤한 맛과 다향은 강성호
(江城號)가 으뜸이다
또 찹쌀향 같은 구수한 맛은 송빙호(宋聘號)에서 느껴진다
이렇게 신비스런 향과 맛을 80년의 긴 세월동안 간직하고 있다는 것은 시간과 더불어 [푸얼차]가 낡아가지 않고
잘 익어왔음을 증명해 주는 노차만의 고매(高邁)함이 아니겠는가
직접 끽차(喫茶)를 하면서 경험하지 않고서는 맛과 향을 전할 방법이 따로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보관에 세심한 주의를 기우려 습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해 온 경험 또한 소중하다
우리 인생도 추하게 늙어가지 말고 내면으로 인격을 도야 (陶冶)하여 고차(古茶)처럼 농익어 갔으면 좋을 텐데
인격이 농익어 간다는 것은ㅡ
겉 모습의 변화에 따르지 않고
내면의 본성을 참구(參究) 하고 참나의 깨침에 매진하는 향상일로(向上一路)의 길인 팔정도(八正道)를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을사년에는 나라의 안녕과 질서가 회복되기를 기원하자
카스 친구에게 이 차 한잔으로 고마움을 전해 드리고 싶다
모두의 덕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