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문화원 마곡사와 무령왕릉 유적지답사[1](2024.6.12.)
연초록 물결이 짙어가는 초여름의 싱그러운 산천은 어디를 보나 아름다움 그 자체다. 특히 충청도의 유월은 하얀 밤꽃 세상이다.
마곡사의 일주문을 지난다. 마곡사의 일주문은 태화산마곡사다. 어느 사찰을 막론하고 일주문에는 그 사찰을 품고 있는 산이나 강, 바다 등을 사찰 이름 앞에 붙이게 되어 있다. 선운사는 ‘도솔산 선운사요’, 부산의 바닷가에 있는 용궁사는 ‘해동용궁사’ 등이다.
또 일주문에는 문은 있으되 문짝이 없다. 이는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는다.’는 불교 신앙의 참자유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마곡사(麻谷寺)로 들어가는 길은 관광버스가 비켜갈 수 없는 좁고 구불구불한데 우리가 탄 차는 곡예 하듯 잘도 달린다. 주차장에 내려 주변 경관을 둘러본다. 깊은 산곡(山谷)에 자리 잡은 산지가람이다. 절이 위치한 곳은 산자락의 평탄한 곳이며 경내 중심을 가로질러 산골의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조금 걸어가자 해탈문(解脫門)이 나온다.
마곡사의 정문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이 문을 들어서면 속세를 벗어나 불교 세계로 들어가게 되며 해탈(解脫)한다고 한다.
해탈은 산스크리트어로 모크샤라고 하며 불교에서 몸과 마음의 고뇌와 번뇌로부터 해방되는 것 또는 해방된 상태를 말한다.
해탈에 대한 사상은 불교 이전부터 인도의 사상계에 보급되어 있었던 것으로서 인도에서는 일반적으로 인생의 궁극적인 이상과 목표를 해탈에 두고 있다. 이는 불교도 마찬가지로 불교에서는 고뇌를 낳는 근본으로서의 무명(無明)을 멸함으로써 해탈의 도가 달성된다고 한다. 이 문을 통과 함으로써 해탈하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고 하여 해탈문이라 한다.
해탈문 안에는 인왕이라 불리는 두 명의 금강역사가 문 좌ㆍ우를 지키고 있다. 불법을 훼방하려는 세상의 사악한 세력을 경계하고, 모든 잡신과 악귀를 물리치는 호법신중이며, 그 안에는 금강역사(金剛力士) 두 분과 문수ㆍ보현동자상이 안치되어있었다.
사진의 중앙이 나라연금강(那羅延金剛)과 문수동자이다.
나라연금강은 천상의 역사로서 그 힘은 코끼리의 백만 배나 된다고 하며 그런 힘으로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이라 한다. 그 옆에 지혜의 상징인 문수보살이 동자로 화현한 문수동자(文殊童子)가 사자를 타고 있는 모습이다. 석가모니불의 좌 보처, 지혜를 맡고 있고, 위험과 용맹을 나타내기 위해 사자를 타고 있다.
우측은 밀적금강(密迹金剛)이다. 금강의 무기를 가지고 부처님을 경호하는 야차신인데, 항상 부처님에게 친근하여 부처님의 비밀한 사적 이야기를 들으려는 서원이 있으므로 밀적금강이라 한다. 수행의 상징인 보현보살(普賢菩薩)이 화현(化現)한 보현동자(普賢童子)가 코끼리를 타고 있다. 해탈문을 지나면 천왕문(天王門)이 나온다.
천왕문(天王門)
천왕문은 불국토를 지키는 동서남북의 사천왕이 있는 곳으로, 이것은 불법을 수호하고 사악한 마군을 물리친다는 뜻에서 세워졌다. 즉, 천왕문은 가람을 호지하고 악귀를 내쫓아 청정도량을 유지하고, 신성한 불법의 공간에 들어온 불자들의 마음가짐을 엄숙 정연토록 하는 의미를 갖는다. 또한 험상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사천왕에게 합장하면서 수행자는 마음속에 서린 번뇌와 좌절을 없애고 한마음으로 정진할 것을 다짐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마곡사천왕문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평면 형태에 맞배지붕 양식으로 조성되며, 건물의 좌우에 천왕을 2위씩 봉안하고 가운데에는 출입통로를 조성하였다. 천왕상의 형상은 튀어나올 듯 부릅뜬 눈, 치켜 올라간 검은 눈썹, 크게 벌린 입 등의 무서운 얼굴에, 갑옷을 걸치고 각각의 지물을 들고 있으며 생령을 밟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해탈문과 천왕문은 성계(聖界)인 사찰을 출입하는 정문(正門) 혹은 출입문이다. 대개의 경우 사찰의 제일 바깥쪽의 산문으로서 일주문(一株門)이 있고 사찰 가까이 와서 사천왕문, 금강문 또는 또는 사천왕문, 해탈문 순으로 출입문을 건립한다. 여기서 일주문은 가람배치와 관계없이 먼 거리에서 세워지지만 사찬왕문, 해탈문, 금강문 등은 가람배치상에서 출입문으로서 건립된다.
사천왕문의 기능은 단순한 출입문이 아니라 사천왕상이 배열되어 있어 이 문을 경계로 안쪽은 성계(聖界)이며 그 바깥쪽은 속계(俗界)임을 스스로 구분하고 있다. 즉, 사천왕문을 출입하는 자는 사천왕에 의하여 일단 세속심(世俗心)을 버리고 불법(佛法)을 호지하는 자로서 이 문을 출입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 금강문 혹은 해탈문을 출입하는 자는 이 문을 세속인이 아닌 법계에 들게 된다는 단단한 마음가짐 혹은 해탈하고야 말겠다는 굳은 결단을 갖게 되는 문으로서 존재한다.
사천왕은 고대 인도의 토속 신이었으나 불교에서 수용하여 부처님과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이 되었다. 사천왕은 33천 중 욕계 6천의 첫 번째인 사천왕천을 관장하며 제석천의 명을 받아 수미의 4주를 다스리는 신으로 호세천이라 하며, 아래로는 팔부신중을 거느린다. 여기서의 팔부중은 법화경의 불타팔부중과는 다른 사천왕팔부중으로 수미산 중턱 4층급에 상주한다고 한다. 모두 도리천의 주인인 제석천의 명을 받아 사방천하를 돌아다니며 중생들의 행동을 살펴서 보고하는 역할을 한다.
지국천왕(持國天王)은 건달바와 부단나 두 신을 거느리고 동쪽을, 증장천왕(增長天王)은 구반다와 폐려다 두 신을 거느리며 남쪽을, 광목천왕(廣目天王)은 용과 비사사 두 신을 거느리고 서쪽을, 다문천왕(多聞天王)은 야차와 나찰 두 신을 거느리며 북쪽을 각각 수호한다.
사천왕의 조형적 특징을 살펴보면 보통 모두 보관을 쓰고 갑옷을 입은 채 상징지물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조성된다. 지국천왕은 동방을 상징하는 청색의 피부색으로 표현되며 비파를 들고 연조하는 모습을 하고 있으며, 증장천왕은 남방을 상징하는 붉은빛의 피부색에 보검을 들고 있다. 광목천왕은 서방을 상징하는 흰색의 피부에 입을 크게 벌린 채, 오른손에는 용을 움켜쥐고 왼손에는 여의주를 잡고 있으며, 다문천왕은 검은빛을 띄는 피부색에 보탑(寶塔)을 받쳐들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사천왕상을 조성하는데 그 배치나 각 천왕상이 들고 있는 지물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는 신앙 대상의 소의경전 체제가 다를 수 있겠고 천왕상 제작에 있어서 시대적 흐름과 조각이나 그림으로 나타낼 때 그 조성자에 따라 달리 배치되거나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사천왕은 천왕문 이외에도 불조전의 내외벽면, 혹은 부처님의 외호신중으로서 불ㆍ보살이 등장하는 불화의 사방에 배치하기도 한다.
이를 간단히 도표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방위 | 천왕명 | 지 물 | 오방색 | 역 할 |
동방 | 지국천왕 | 비파 | 청색 | 선한 이에게 복을, 악한 자에게는 벌을 준다. |
남방 | 증장천왕 | 칼 | 적색 | 만물을 소생시키는 덕을 베푼다.
|
서방 | 광목천왕 | 용ㆍ여의주 | 백색 | 악인에게 고통을 줘 구도심을 일으키게 한다. |
북방 | 다문천왕 | 탑 | 흑색 | 어둠 속을 방황하는 중생을 구제한다. |
중앙 |
|
| 노란색 | 함하여 오방색이라 한다. |
해탈문과 사천왕이 있는 계곡을 사이에 두고 걷다보면 사찰이 양분되는 자연의 조화 같은 느낌을 준다. 왜냐하면 계곡의 북쪽과 남쪽으로 나누어지는데 북쪽에는 대웅보전(大雄寶殿)과 대광보전(大光寶殿) 등의 두 불전과 응진전(應眞殿), 심검당(尋劍堂), 대향각(大香閣)이 있고 대광보전 앞에 5층석탑이 우뚝 솟아 있다. 남쪽에는 해탈문(解脫門)과 천왕문이 있고 해탈문 서쪽으로 돋우어진 대지(臺地) 위에 영산전(靈山殿)과 흥성루(興聖樓), 매화당(梅花堂)과 요사(寮舍)가 자리 잡고 있으며 그 북쪽 천왕문의 서편에 국사당(國師堂)이 있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불교미술 : (재)대한불교진흥원 출판부
한국의 가람 : 홍윤식 동국대, 교토불교대학 교수 역임.
불교성전 : 동국대학교 부설 동국역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