龍津渡
권근(權近, 1352~1409)권근
조선 전기의 문신·학자. 본관: 안동(安東). 자: 가원(可遠). 호: 양촌(陽村). 시호: 문충(文忠). 1368년 성균시에 합격하여 관직에 나갔다. 1393년 태조 이성계의 특별한 부름을 받고 계룡산 행재소에 달려가 새 왕조의 창업을 칭송하는 노래를 지어 바쳤다. 1401년 좌명공신 4등으로 길창군에 봉해졌다. 저서로 《입학도설》, 《오경천견록》을 남겼다.
小舟輕漾碧波間 穩涉眞同坦都安
소주경양벽파간 온섭진동탄도안
往事悠悠道是夢 浮生役役幾時閑
왕사유유도시몽 부생역역기시한
物情毁譽名多累 宦路升沈膽可寒
물정훼예명다루 환로승침담가한
未向穎川成洗耳 淸江深愧照盡顔
미향영천성세이 청강심괴조진안
작은 배가 푸른 물결 사이를 가볍게 저어 나아가니,
편안히 건너는 것이 마치 평탄한 길을 걷는 듯하네.
지난 일들은 아득하여 모두 한바탕 꿈이라 하고,
분주한 인생살이는 어느 때나 한가해질 수 있으랴.
세상 인정은 헐뜯고 칭찬함으로 명예에 얽매임이 많고,
벼슬길의 오르내림은 생각할수록 간담을 서늘하게 하네.
아직도 영천에 가 귀를 씻는 은자가 되지 못했으니,
맑은 강물에 비친 늙은 얼굴을 깊이 부끄러워하노라.
龍津渡(용진도)는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일대 북한강의 용진도(용진나루) 로 추정.
輕漾(경양): 가볍게 노를 저어 나아감. 漾(양): 출렁거리다
穩涉(온섭): 편안하게 건넘 坦道(탄도): 평탄한 길
往事(왕사): 지나간 일 悠悠(유유): 아득하고 멀다, 오래되다
浮生(부생): 덧없는 인생 役役(역역): 분주하고 바쁘게 살아감
毁譽(훼예): 비방과 칭찬 宦路(환로): 벼슬길
升沈(승침): 오름과 내림, 영달과 실의
潁川(영천): 중국 고사의 은자 許由가 요임금이 천하를 맡아 달라는 말을 듣고 귀를 더럽혔다며 영수(潁水)에서 귀를 씻고 箕山에 숨었다는 세이(洗耳)의 고사로 유명
衰顔(쇠안): 늙은 얼굴
이 시는 권근이 조선 건국 이후 고위 관료로 활동하면서 용진나루를 건너던 중 지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고려 말과 조선 초라는 격변기를 살아가며 새 왕조의 건설에 참여하였고, 오랜 관직 생활 속에서 명예와 비방, 영달과 좌절을 모두 경험하였다. 잔잔한 강을 건너는 순간, 문득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세속의 부귀와 공명이 결국 덧없음을 깨닫고, 허유처럼 벼슬을 버리고 은거하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부끄러워하는 그 심정을 잘 담아내고 있다. 이러한 성찰은 조선 초기 성리학자 권근의 인격 수양과 유학적 자기성찰의 정신을 잘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