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환 9단(왼쪽)이 커제 9단과의 10번째 공식전에서 1집반승을 거두고 통산
6승4패로 앞섰다. 사진은 한국기원 비공식전이었던 지난달 남방장성배 한ㆍ중 정상대결에서의 두 기사.
2017 중국갑조리그 19라운드
한국 기사 5명 출전 4명 승리
한국랭킹 1위 박정환 9단이 중국랭킹 1위 커제 9단을 또 한 번 꺾었다. 박정환은 8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2017
중국갑조리그 19라운드에서 항저우(쑤보얼) 팀의 주장을 맡아 샤먼 팀 주장 커제에게 322수 만에 1집반승했다.
갑조리그는 14개팀 간의 더블리그 시스템. 박정환과 커제는 대부분 주장전에 기용되고
있어 자연스럽게 마주칠 가능성이 높다(팀 무승부시 주장전 승팀이 가점을 받는다). 다만 전반기(6라운드) 때엔 박정환이 출전하지 않아 맞대결이
성사되지 않았다.
양국 랭킹에서 박정환은 47개월 연속, 커제는 25개월 연속
1위를 독주하고 있는 최강자. 이번 대결은 두 기사 간의 10번째 공식전으로 치러졌다. 돌가리기 결과는 박정환이 백. 이전 9차례 대결에서 백을
쥔 쪽이 8번(백으로 박정환이 5승1패, 커제가 3승)을 이겨 돌가리기 결과에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바둑은 쌍방 실리로 맞서다 커제가 박정환의 백진 삭감에 나섰고 박정환이 공격 기치를 높이 들었다. 정점에 있는 두
기사의 재기 넘치는 수읽기 충돌이 흥미로웠다. 일단락된 그 공방의 절충에 대해 바둑TV에서 해설한 박정상 프로는 커제의 약간 우세를
진단했다.
▲ 백1을 본 박정상 프로가 "그런 수가 있어요? 알파고 바둑을 해설하는 것 같아요.
엄청난 깊이는 느껴집니다"고 했다. 흑6에 대해선 "커제의 엄청난 수읽기"라고 했다. "붙임과 찝음은 웬만한 기사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느낌도
있다"는 박정상 프로는 그 후 일단란된 절충에 대해 "백의 중앙 폭이 좁아졌고 뒷맛도 나빠져 커제가 약간 우세해 보인다"고
진단.
좌상 공격 실패로 기분이 살짝 나빠진 박정환은 우하로 옮겨진
무대에서 커제의 작은 틈을 찔러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 그곳에서 귀의 주인을 바꿔놓으며 큰 실리 이득을 올렸다. "좌상쪽 실패보다 우하쪽
성공이 더 나아 보인다"는 박정상 프로. 역전에 성공했다.
▲ 박정환은 우하에서 따라잡았다. 선수를 가진 커제가 흑1로 먼저 두칸을 벌렸음에도
얻은 게 없는 진행. "(15까지는) 팻감으로 연타했을 때나 나오는 모양"이라는 박정상 프로. 박정환이 성공을
거뒀다.
▲ 8의 곳 막음이 아닌 흑1은 백4 때 흑5로 곧장 막겠다는 뜻. 백6은 흑이 21로
붙여서 받으면 수가 나지 않지만 커제는 굳이 흑7로 패를 내주었다. "수가 안 나는 곳을 수를 내준 것은 커제의 승부호흡"이라는 박정상 프로.
백이 졌을 경우에 7집 손해, 백이 이겼을 경우에 흑이 12집 손해를 보는 패이다. 쌍방 악수팻감을 쓰며 종반의 긴장감을 몰고 왔다. 패싸움
결과에선 박정환이 약간 실점.
새로운 변화와 바꿔치기로 미세해진 종반을
백으로 1집반승한 박정환은 커제와의 통산전적에서 6승4패로 앞섰다(한국기원 비공식전인 남방장성배 한ㆍ중 정상대결의 1패는 제외). 박정환은
2013년 10월부터 대결을 시작한 커제에게 2015년까지는 1승 후 3패로 뒤졌으나 2016년 이후엔 5승1패로 크게 우세하다(남방장성배
제외).
시즌 전적은 박정환이 6승3패(주장전 5승3패), 커제가
13승6패(주장전 12승6패). 17ㆍ18라운드를 연거푸 패했던 박정환은 시즌 첫 연패에서도 벗어났다.
이 밖에 한국 기사 5명이 출전한 19라운드에서 신진서 8단, 이세돌 9단, 이동훈 8단이 이겼다. 신진서는
2000년생 동갑내기 리웨이칭 5단과의 첫 대결을 불계승했다. 이세돌은 2010년 춘란배 16강에서 한 차례 이겼던 쑨텅위 7단을 7년 만에
만나 2승째를 수확했다.
또 이동훈은 류시 5단과의 첫 대결을 불계로 꺾었다. 그러나 강동윤
9단은 셰커 4단과의 첫 대결을 놓쳤다. 이번 라운드 28판 가운데 맨 먼저 돌을 거둔 강동윤은 국내외 기전 6연패에 빠지며 부진의 골이
깊어졌다.
시즌 전적은 신진서 6승3패, 이세돌 5승4패, 이동훈 5승4패,
강동윤 4승5패. 2017 갑조리그에 총 10명 참가하고 있는 한국 기사들은 전부 중국 기사와 대결을 벌여 19라운드까지 합산전적 50승40패를
거두고 있다. 승률로는 55.6%. 63.2%였던 지난해보다 떨어진다.
한편
미위팅 9단은 탕웨이싱 9단에게 77수 만에 불계승을 거두고 16승3패로 다승 1위를 지켰다. 중국리그는 갑조, 을조, 병조 리그로 운영되며
성적에 따라 상-하위 리그 간에 승강급을 한다. 포스트시즌 없이 14개팀 간의 더블리그 26라운드로 경쟁을 벌이는 갑조리그의 20라운드는 20일
속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