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시 구영2길 12-1 1층 (신창동 1-5번지)
063-445-6879
운영시간 : 하절기 09:00-18:00 / 동절기 09:00-17:00
매주 월요일 휴무
무료관람
소고기뭇국으로 유명한 군산 맛집 한일옥 건너편에 초원사진관이 있다.
눈이 얼어서 군산 골목골목마다 빙판이다. 자동차도 기어다니고...
오전 9시30분쯤 여름 군산문화재야행에 사용한 하트포토존 근처에 주차를 하고...
바로 한석규 심은화 주연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주 촬영지였던 초원사진관이 보인다. 물론 군산시가 복원한 모습이다.
막내아들 민수 "아빠 8월의 크리스마스는 뭐야? 난 그냥 차에 있어도 되지?"
1998년에 개봉한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불치병 걸린 초원사진관 주인 정원과 불법주차 단속 요원인 다림의 만남과 이별까지
미주알고주알 고등학생인 막내민수에게 90년대의 감성을 설명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인생네컷 밖에 모를텐데.... 불법주차 단속요원이 사진인화를 하러 사진관에 자주 가야했던 개연성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온전히 그때 그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다. 차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흔쾌히 혼자서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초원사진관을 길 건너편에서 맞이하는 순간... 이제 그냥 길을 건너서 보면 되는데...
그게 정말 마치 시간여행이나 되는 것처럼 가슴을 졸이며 설레이기 까지...
거짓말같은 영화제목 8월의 크리스마스는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되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어떠한 응어리도 풀어지고 녹아내리는 뜨거운 8월이 배경인데...
그런 정원에게 다림은 절대로 녹아내리지 않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다가온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나는 긴 시간이 필요한 사랑을 하고있다."
정원이 빨간 스쿠터를 타고 달리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특히 땀을 뻘뻘 흘리며 무거운 짐을 들고가는 다림을 발견한 정원이 스쿠터에 태워준다.
그 빨간 스쿠터가 초원사진관 입구 왼편에 자리를 하고 있다.
"숙녀가 이렇게 무거운 걸 들고 가야겠어요?"
정원이 세상을 떠나고 계절이 바뀌어 흰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 어느 날
다림이 초원 사진관 앞에서 본인의 사진을 발견하고 미소를 짓는다.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
다림의 사진이 아직도 진짜 있다.
초원사진관 안으로 들어가면 소파와 선풍기 등 영화속 소품들을 그대로 전시하고 있다.
밖으로 나와 모퉁이를 돌면...
불법주차 단속요원인 다림이 타고다닌 대우자동차가 만든 국민차 티코가 전시되어 있다.
미니카 같아서 뒤로 잡아당겼다 놓으면 앞으로 간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대한민국 최초의 경차 티코는 작지만 그래도 5인승으로 1991년부터 2001년까지 생산되었다. 솔직히 다섯명이 타기는...
대우자동차는 망하고 GM(General Motors)이 인수하여 한국지엠이 되었지만 티코는 마티즈를 거쳐 스파크가 이어가고 있다.
다림이의 차는 아니고 구청 차량인데 다림이가 업무상 타고 다닌거지...
영화와 별 관련성은 없어 보이지만...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다.
진짜 별거 없는데... 정말 오래된 영화인데... 초원사진관 하나로 영화에 대한 기억이 선명해지고 그 때의 감동이 다시 자리한다.
그래서 돌아서는 발걸음도 무겁고 가슴이 먹먹하다.
그렇게 또 하나의 추억을 소환했다.
초원사진관 때문에 군산을 찾을 이유는 없지만 군산에 왔는데 초원사진관을 지나치기는 쉽지 않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