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코 여행 / 김석수
닛코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이 많은 곳이다. 일본인에게 신성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닛코를 가보지 않고 일본의 아름다움을 논하지 말라.’라는 말이 있다.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스치우라역에서 아침 여섯 시 오 분 특급으로 도쿄 우에노역로 갔다. 신칸센으로 갈아타고 한 시간 반 걸려서 우시노미아역에 도착했다. 20여 분 기다려서 전철로 다시 갈아탔다. 차에 오르니 옆에 앉은 서양 여자가 가볍게 인사하며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그녀는 체코에서 왔다고 한다. 어제 닛코에 갔다 왔는데 오늘 다시 간다고 한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도쇼구(東照宮)를 구경하지 못해서 그런다고 한다.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 보니 어느새 닛코역이다. 40여 분 걸렸다.
개찰구를 나오자마자 관광 안내소가 눈에 띈다. 버스 투어하려고 물었더니 하루짜리 표는 없다. 당일치기 여행이지만 3,500엔 주고 이틀 동안 돌아다닐 수 있는 표를 샀다.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록된 신교(神橋)를 보려고 7번 정류장에서 내렸다. 길을 건너서 위쪽을 보니 빨간 다리가 보였다. 신의 다리라는 신교다. 도쇼구 재건하면서 이곳 영주가 만들었다고 한다. 한쪽은 막혀있고 입구에서 입장료를 받는다. 다리 옆에는 신을 모셔놓고 소원을 비는 곳도 있다. 다리 아래 물이 맑다.
신교 건너편에 혼구진자(本宮神社)가 있다. 나라 시대(710년부터 794년 사이)에 세워진 것이다. 마을의 수호신을 모신 후타라산진자(二荒山神社)의 본사다. 계단을 올라가는 길 양쪽에 아름드리 삼나무가 많다. 대낮에도 하늘이 보이지 않게 가지가 덮고 있다.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많지 않다. 신사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있는데 서양 사람이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다. 그는 호주 브리즈번에서 왔다. 일본에 세 번 왔다. 올 때마다 이곳에 들렀다고 한다. 그와 함께 도쇼구로 가려고 차가 다니는 큰길로 나왔다.
300미터쯤 걸어서 오른쪽으로 올라가니 큰절이 있다. 린노지(輪王寺)다. 닛코에서 가장 큰절이다. 나라 시대(766년) 쇼도 쇼닌이 이곳에 불교를 전하려고 지은 것이다. 에도 시대 도쿠가와 막부가 닛코에 영묘(靈廟)를 조성하면서 번성하게 된 절이다. 처음에는 시혼류지(四本龍寺)였으나 1615년 린노지로 바꾸었다. 현재는 천태종 사찰이다. 삼불당인 호마당(護摩堂)과 보물전인 소요원(逍遙園)이 있다.
법당에는 아미타여래를 주존으로 좌우에 천수관음(千手観音)과 마두관음(馬頭観音)이 안치되어 있다. 닛코에서 봉우리가 높은 세 개의 산신을 각각 모셨다고 한다. 아미타여래는 뇨호산(女峰山), 천수관음은 난타이산, 마두관음은 다로산(太郞山)을 상징한다. 모두 금박을 입힌 나무로 만들어졌으며 7미터가 넘는 큰 불상이다.
보물전은 삼불당 남쪽에 있다. 1,200년 동안 보존된 수천 점의 유물이 있는 곳이다. 그중 국보 한 점, 중요문화재 마흔아홉 점, 중요미술품 일곱 점이 있다. 조선통신사 관련 유물도 있다. 에도(동경)에 도착한 통신사 일행은 5일 동안 걸어서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대부분 세계 기록 유산이다. 내가 보기에는 하찮은 것도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자기 것을 소중히 여기는 일본인의 노력과 정성이 부럽고 샘이 난다. 보물전에 들어가려면 입장료로 500엔을 내야 한다. 린노지 구경을 마치고 도쇼구로 갔다.
도쇼구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모신 사당이다. 입장권을 사서 들어가자마자 건물 세 개가 있다. ‘산진코(三神庫)’다. 봄과 가을에 열리는 축제에서 사용하는 도구나 옷을 보관하는 곳이다. 그중 하나인 ‘가미진코(上神庫)’의 지붕 아래에 ‘상상의 코끼리’ 조각이 있다. 맞은 편에는 ‘신큐샤(神厩舎)’가 있다. 그 처마 밑에 원숭이 세 마리가 있다. “어릴 적에는 나쁜 것을 보거나 말하거나 듣지 않는다.”라는 교훈을 원숭이 행동으로 표현한 조각이다.
요메몬(陽明門)은 사당 중앙에 있다. 금과 하얀색의 대비가 아름답다. 약 500개나 되는 훌륭한 조각이 새겨져 있다. 종일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아서 ‘히구라시몬(日暮門: 날이 저무는 문)’이라 부르기도 한다. 사자, 기린, 용과 같은 희귀한 동물이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지키고 있다. 문 양쪽에 즈이진(髄身)"이라고 불리는 수호신 상이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문이라고 한다. 본전은 ‘요메몬’ 안에 있다. 구경은 가능하나 사진 촬영은 하지 못한다. 벽과 천장에 다양한 동물이 아름다운 조각으로 그려져 있다.
본전에서 나와 오쿠미야(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영묘)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잠자는 고양이’를 볼 수 있다. ‘닛코(日光)’라는 이름을 따서 햇볕(日光)을 쬐면서 낮잠 자는 형상으로 만들어진 조각이다. 사당 뒷길로 200개 돌계단을 올라가면 도쿠가와 이에야스 무덤이 있다. 계단은 반석을 한 개씩 이용해서 만들었으며 돌울타리도 큰 돌을 깎아서 만들었다. 기둥 문을 빠져나가면 관부선명(官符宣命) 등의 문서가 보관된 ‘고호조(御宝蔵)’가 있다. 계단을 더 올라가면 장군만이 들어갈 수 있었던 ‘오쿠미야하이덴’이라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관이 보관된 고호토(御宝塔)가 있다. 그 가까이에는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가나에스기’라고 불리는 신령스러운 나무도 있다.
관광객 중에 서양 사람이 많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온 젊은 부부와 독일 베를린에서 온 여학생을 만났다. 미국에서 가족과 함께 온 중학생도 만났다. 부활절 기간이라 대부분 보름 일정으로 여행 왔다고 한다. 그들은 일본이 철도 시스템이 잘되어 있어서 여행하기 편하다고 한다. 닛코박물관 카페에서 빵과 커피로 점심을 때웠다. 음식점 주인에게 길을 물어보고 9번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주센지 호수를 지나서 유모토 온천까지 갔다. 비가 많이 왔다. 4월 중순인데 하얀 눈이 아직도 산봉우리와 골짜기를 덮고 있다.
온천은 오후 세 시라 대부분 문 닫았다. 싱가포르에서 온 가족 네 명과 함께 타고 왔던 버스로 다시 돌아왔다. 폭포를 구경하려고 중간에 26번 정류장에서 내렸다. 휴게실에서 400엔 주고 어묵을 사서 먹고 버스를 타고 오다가 개울가를 걷고 싶어서 또 내렸다. 길가에서 현지인 여자에게 기차역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물었더니 40여 분 걸어야 한다고 한다. 그녀는 내게 걸어가면 기차를 놓칠 수 있으니 지나가는 차를 세워서 역으로 가라고 한다. 손을 들어 하얀 승용차를 세워 타고 닛코역으로 왔다. 아주머니가 운전하는 작은 차다. 정말 고마워서 얼마를 줘야 하냐고 했더니 필요 없단다. 여행 잘하고 집까지 안전하게 잘 가라며 손사래를 쳤다. 덕분에 예약한 신칸센을 탈 수 있었다. 민박집에 도착하니 저녁 열 시다.
첫댓글 오늘은 닛코 여행 잘 했습니다.
직접 가서 보고 싶네요.
고맙습니다.
외국 여행인데 어떻게 다 그렇게 기억하세요? 관광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는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닛코 여행 잘 했습니다. 정말 해설사 같네요.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여행 관련 책 한 권 내셔도 되겠어요. 우리 같은 사람이 참고할만 합니다.
네, 참고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꼼꼼하게 쓰신 여행 에세이 감탄하며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닛코 잘 보고 왔습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닛코.
이름도 처음 듣습니다.
덕분에 오늘은 닛코 여행 잘 했습니다.
와! 일본 가고 싶어요. 인천에 있을 때 도전해 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