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개봉 신작 <암장>을 먼저 보았다. <암장>은 잘 만든 홍콩 느와르 영화이다. 제작비도 많이 썼고 감독의 연출이나 배우도 훌륭하다. 유덕화 주연, 임달화 특별출연이라니 그것만 해도 충분하다. 그런데 뭔가 2% 부족하다. 그건 이 영화가 홍콩느와르의 끝자락에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관객들은 더이상 홍콩느와르가 보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시대를 그리워하는 유덕화가 제작을 했고 주연을 맡았다. 그 시대가 그리우니 그럴 수 있지만 관객들로선 차가운 외면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난 소감은 대략 난감이다. 그래서 뭐 어쩌자는 것인가? 한 시대를 풍미했으니 세기가 지난 지금도 만들어야 하고 봐주어 하는가? 그건 아니다. 암만 잘 나가던 홍콩영화이지만 결국은 쇄락했다. 몰락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입도선매에 의해 제작되기전부터 전주가 붙어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지금은 그누구도 홍콩영화를 찾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유는 한 가지, 너무 진부해져버린 것이다. 같은 소재의 영화들이 과도하게 제작되어 풀리니 그 어느 것도 환영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홍콩 느와르 시대가 1986년 <영웅본색>으로 부터 시작되어 1997년 홍콩 반환 시기까지 성시를 이루었지만 거기까지이다. 물론 그뒤로 <무간도>시리즈나 타 장르의 주성치 영화가 흥행했지만 소수 매니어들에게 환영받는 수준이다. 물론 이 영화들이 적자를 본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잘나갈 때에 비해서 하는 말이다. 이건 순전히 홍콩영화인들이 자초한 결과이다. 장사가 되니 만든 것인데 무슨 소리냐고 할 수 있다. 맞다. 그들 역시 여러 장르의 영화를 만들었지만 결과는 홍콩 느와르 영화가 대세였고 홍콩영화하면 홍콩 느와르가 마지막 전성기를 장식한 영화가 되었다. 현재까지만 보고 얘기할 때 그렇다. 한국영화 <파묘>가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새롭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에서 최초로 시도 한 호러영화는 아니다. 일본영화, 홍콩영화가 일찌감치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간간히 만들어온 장르이다. 그러나 한국영화계에선 분명히 새로운 소재이다. 이러한 소재 개발이 살길이고 활로를 개척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파묘>가 성공했다고 <파묘2>를 찾진 않는다. 새로운 소재의 개발만이 살길이다. 잘 나갈 때 준비하지 않으면 <암장> 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