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3편. 새참 왔어요
참 아득한 기억이고, 빛바랜 추억이다. 곳곳에 벗어놓은 진흙에 젖은 장화, 손때 묻은 밀짚모자, 광주리를 이고 걸어오던 아낙, 주전자를 들고 뛰어오던 아이들. 그 짧은 논둑길이 그땐 왜 그리 넓고 커 보였을까.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정겨운 추억.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반가운 일인지.
일 년 중 가장 바쁜 농번기.
산과 들, 바다를 일구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들밥 한 끼는 어떤 의미일까. 1부. 대숲에서 한 끼 – 6월 5일 (월) 밤 9시 35분
푸른 대나무 숲이 울창하게 펼쳐진 전라남도 담양군.
싱그러운 초록빛이 가득한 마을에서 살아가는 국근섭, 김가혜 부부.
녹음이 짙어지는 계절이면 근섭 씨는 지인들과 대밭으로 향한다.
딱 이맘때만 맛볼 수 있는 죽순을 캐기 위해서다. 죽순은 열흘이 지나면 대나무로 자라기 때문에 늦지 않게 캐야 죽순을 만날 수 있다.
대밭에서 땀 흘리는 남편과 친구들을 위해 아내 가혜 씨는 새참을 준비한다.
“새참 오니까 예전에 우리 어머니 생각이 나네.”
대숲으로 새참 배달을 나온 아내 가혜 씨. 돗자리 펴고 둘러앉아 새참을 맛보는데. 죽순밥에 죽순 된장국, 죽순 회무침은 여름철 더위와 고생도 잊게 해 주는 별미 중 별미.
배 든든히 채우고 다시, 대나무밭으로 발길을 옮긴다. 대나무 이슬을 먹고 자란 야생 녹차를 따기 위해서다. 일할 때 노동요는 빠질 수 없는 법! 판소리를 배운 근섭 씨의 소리 한 자락 들으며 힘을 낸다.
일을 마친 후 대나무 숲에 폭 안긴 부부의 한옥에서 죽로차 한 잔 곁들인다.
6월, 대숲에서 부부의 고즈넉한 시간을 들여다본다.
2부. 마음은 천하장사 – 6월 6일 (화) 밤 9시 35분
주말이면 전라남도 순천에 위치한 농장을 찾는다는 서현승 씨.
배 농사와 고추 모종 심기로 바쁜 때, 지인들이 찾아와 일손을 돕는다.
건장한 남자 넷이 일을 마친 후 찾은 곳은 순천의 금전산과 해변. 산과 해변을 달리며 훈련을 하는데, 그들은 모두 생활 씨름을 하는 현역 선수들.
곧 있을 전라남도 체육대회에 앞서 막바지 훈련을 한다. 평균 나이 50세. 그들의 열정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씨름은 제 인생의 동반자라고 표현할 수 있어요”
고된 훈련 후, 빠질 수 없는 것이 체력 보충! 현승 씨 주말농장에서 닭과 삼겹살을 먹으며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진다.
모래판 위 샅바를 매고 선 열정 가득한 이들을 만나 본다.
3부. 나의 정원 일지 2 – 6월 7일 (수) 밤 9시 35분 전라남도 순천, 순천만 바로 앞에 자리한 2만 평 규모의 정원.
이곳의 주인장은 유병천 씨. 입장료 무료를 외치며 문을 연 그의 정원은 일명 ‘대문 없는 정원’으로 알려져 지난해, 한국 기행 방송 후 정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단다.
방송 9개월 후. 그의 정원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사람들이 정원에 와서 꽃을 보고 행복해하면, 그걸로 나는 행복해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쉼을 주고 싶어 더 많은 꽃을 심었다. 일명 ‘꽃이 지지 않는 정원‘이다.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갖가지 꽃이 그의 정원을 수놓는다.
그의 정성에 감동해 전남 화순에서 한 부부가 찾아온다. 화순의 맥가이버라 불리는 승모 씨는 정원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대형 풍차를 제안한다.
만들기 좋아하는 두 남자, 과연 대형 풍차 만들기에 성공했을까?
행복으로 채워지고 있는 그의 정원, 두 번째 이야기를 들어본다.
4부. 101세 어머니와 들밥 – 6월 8일 (목) 밤 9시 35분
지난해,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경상남도 사천으로 돌아온 서재영, 배정은 부부. 이곳은 남편 재영 씨의 고향이다.
부부가 고향으로 돌아온 것은 올해 101세인 어머니와 함께 살고 싶어서였다. 농촌 생활이 로망이었던 아내에게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었던 것.
“저는 새참 만들어 먹는 게 로망이었어요. 로망이 실현된 거죠.”
농사꾼한테 시집오는 게 꿈이었다는 아내는 남편과 함께 밭에서 농사를 짓고, 산에서 고사리를 캐고 밤에 해루질까지 하며 시골 생활에 열심이다.
들밥 먹는 사람들이 가장 부러웠다는 아내. 시어머니의 추억이 담긴 들밥을 만들어 한 상 내어놓는다.
101세 어머니와 부부가 들에서 밥을 먹으며 새록새록 추억을 떠올리는데. 그 시간을 따라가 본다.
5부. 함께하니 꿀맛! – 6월 9일 (금) 밤 9시 35분
전라남도 진도에는 농부 가족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광고 일을 하다 농사가 좋아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곽청현, 이숙향 부부와 15년 전, 도시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온 딸 곽그루 씨. 그리고 얼마 전 농사 대열에 합류한 아들 곽 솔 씨다.
모내기 준비를 하기 위해 모판에 물을 주고, 고추 농사를 짓기 위해 지지대를 세우는데. 부모님 눈에 자식들은 아직 초보 농부. 하지만, 하나하나 가르치는 일이 또 소중한 시간이란다.
뙤약볕에서 일한 후에는 근처 바다에서 갯것을 잡고, 쉬며 모든 걸 함께 하는 가족.
엄마는 가족을 위해 가장 맛있는 새참을 준비한다.
"일하고 먹는 밥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거 같아요. 가족과 함께 먹으니 더 맛있어요.“
밭에서 채취한 농산물로 푸짐하게 차려낸 엄마표 들밥. 매일 밭에서 함께 먹는 한 끼는 가족에게 가장 특별한 시간이란다.
사랑 넘치는 가족의 따뜻한 한 끼를 만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