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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항대립이야말로 논리의 원형이다
ex) 열림과 닫힘, 충실과 불충실, 부드러움과 딱딱함 등
말할 나위도 없이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의 기본은 주체와 객체, 즉 관찰하는 자신과 대상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다. 그렇게 인간은 대상을 자신에게서 분리하여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의 동료, 자신의 육체, 혹은 자신의 내면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하나의 객체로 취급하여 관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것도 대상이 어떤 요소를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 하는 이항대립을 명확히 함으로써 사물과 사물의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원숭이와 인간의 차이를 다양한 항목으로 나누어 어떤 요소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한다. 그렇게 하면 원숭이와 인간의 차이를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항대립으로 인간은 의미의 그물코를 손에 넣은 셈이다. 이렇게 현상을 분석하고, 어떤 명제가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되고, 그것이 바람직한지 아닌지 하는 의견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사물을 둘로 나누어놓고 생각하면 분석이 가능해진다. 어떤 요소가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 진실인지 거짓인지, 바람직한지 바람직하지 않은지를 명확히 함으로써 현상을 분석할 수 있다. 분석이란 ‘어떤 사물을 분석하여 그것을 성립시키는 성분 · 요소 · 측면을 명확히 하는 것' 이고, 요소를 나누어서 사고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현재 · 잠재·예· 아니오를 대치시키면 사물을 일방적인 시선으로 보지 않게 된다. 어떤 견해가 있으면 다른 견해가 있고, 찬성의견이 있으면 반대의견이 있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 명확해진다.
그리고 어떤 의견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다른 의견이 존재함을 전제하게 되고 그것을 고려하게 된다.
인간은 이렇게 다양한 이항대립을 통해 분석하고, 엄밀히 사고하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또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항대립을 사고의 원형으로 삼으면 자타의 구별도 명확해진다.
바꾸어 말하면 자신은 자신, 타인은 타인이라는 개인주의적 의식이 강해진다. 우리나라 사람처럼 자타구별이 애매해서 타인을 지나치게 배려하거나, 타인의 세계에 깊숙이 개입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양한 가치관을 인정하게 된다. 한 가지 사고방식뿐만 아니라 다른 사고방식이 존재하고 다른 가치관이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
이항대립을 기초로 하지 않는 사고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이항대립을 기초로 하지 않는 동양적인 사고의 전형으로 선을 들 수 있다. 선이란 스즈키 다이세쓰의 「선불교입문」에 의하면 '예'와 '아니오', 긍정과 부정이라는 이원성(이항대립)에 기초를 두지 않은 정신을 말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대상을 자신과 명확하게 구별할 수 없다. 좌선이 그 전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문외한이어서 상세히는 모르지만 좌선이란 필경 자신과 대상이라는 의식을 없애고, 자신을 대상과 동일화시켜 자신을 없애는 행위가 아닐까 한다.
동양의 사상 특히 한국과 일본의 사상은 많든 적든 근본에 이 선적인 사상이 깔려있다. 사물을 이항대립으로 파악하지 않는다. 인간과 자연은 대립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은 자연에 둘러싸여 있고, 인간을 다른 생명체와 연속된 존재로 파악한다. 생과 사, 자신과 타자, '예'와 '아니오'도 연속된 것으로 생각한다. 대상을 사랑한다는 것은 대상과 합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동양사상에는 많은 사람을 사로잡는 철학적 매력이 있다.그뿐만 아니라 나 자신도 서구사상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진실이 그 속에 내재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논리적으로 이와 같이 대상과 일체화된 사고로는 사물을 엄밀히 분석하고, 해명하고, 관찰하기는 어렵다. 논리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하지는 않기에, 그야말로 이해불능의 '선문답'이 되어버릴 것이 눈에 선하다.
대상과 일체가 되면 대상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 관찰도 할 수 없다. 이원적으로 사고하지 않기 때문에 긍정과 부정을 대체시키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토론도 할 수 없다. 타자와 같은 의견을 가지게 될 뿐 자기주장도 할 수 없다. 분석도 비판도 할 수 없게 된다.
이항대립사고가 논리의 기본이고, 이것 없이는 논리적 사고를 할 수 없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2. 형식사고
(이항대립으로 분석한 내용은 일정한 형식에 끼워 넣어야 한다)
형식사고는 지적 성장을 위해서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논리적인 사고란 기분에 따라 사고해야 할 것을 사고하지 않거나 불필요한 것을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수순에 따라 사고하여 실수 없이 타당한 결론을 도출해 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형식’이 중요하다. '형식' 이라는 순서에 따라 생각함으로써 논리를 유지할 수 있다.
물론 '형식'을 지키기만 한다고 논리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논리모순과 비약이 생기는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논리적으로 사고하기 위한 한 가지 요소를 충족시킬 수는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형식'을 지키는 것은 논리적으로 사고하기 위한 극히 효과적인 방법중 하나이다.
형식에 맞게 사고하면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자기만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도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형식에 맞추기만 하면 아주 개성적으로 사고해도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형식'을 지키면 몰개성이 된다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나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본다. 개성적으로 사고하다보면 아무래도 논리를 일탈하거나 앞뒤가 맞지 않고 주관적으로 흐르기 쉽다. 그러나 '형식을 지키고 수순을 중시하면 그 위험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안심하고 개성적인 생각을 전개할 수 있고, 그 사고는 객관성을 유지하게 된다.
모차르트는 35년이라는 짧은 생애 동안 626곡의 음악을 작곡했다. 개중에는 세 시간이 넘는 오페라와 레퀴엠을 비롯한 종교음악같은 대작, 30분 전후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교향곡과 협주곡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돈 조반니 서곡을 하룻밤에 그것도 당구를 치면서 놀며 썼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모차르트뿐만이 아니다. 비발디도 바흐도 하이든도 경이적인 수의 곡을 써냈다. 그들이 이처럼 많은 곡을 작곡할 수 있었던 것은 말할 나위 없이 '형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 모두는 '형식'을 사용했다.'형식'에 맞추어 실패 없이 차례차례 명곡을 작곡할 수 있었다.
청중도 '형식'이 있으므로 안심하고 음악을 즐겼다.
작곡가는 '형식', 즉 양식 속에 자신의 재능을 끼워 맞추려고 했다. 만일 '형식' 이 없었다면 모차르트는 신으로부터 부여받았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놀라운 재능을 주체하지 못하고, 능력을 훌륭하게 표현해 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마어마한 개성, 그 누구로부터도 이해받기 힘든 재능, 그런 것이 모두 '형식'을 지킴으로써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음악으로 창출될 수 있었던 것이다.
때로는 그 '형식' 에서 벗어나기도 하고, 그것을 무너뜨리기도 하고,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것은 전부 '형식'을 응용한 것이다. '형식'이 전혀 없었거나 처음부터 '형식'을 무시했다면 '형식'을 초월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형식'을 부수고 그것을 초월하면서 '형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능력 있는 사람이 개성을 발휘하는 것은 어느 정도 '형식'에 눌려 있다 어느 순간 거기에 반발할 때가 아닌가 한다. 처음부터 자유롭게 풀어두면 그 무엇도 습관화되지 않는다. 아카데믹한 사고방식을 배우고 일단 그것이 몸에 밴다. 그러나 점점 그 형식에 답답함을 느끼게 되고, 그러다 보면 새로운 '형식', 새로운 개성이 탄생한다.
'형식'을 강요당한다고 무너져 버릴 개성이라면 어차피 그런 개성은 금방 스러지고 말 종류의 것이다. 아카데미즘이라는 벽에 부닥치고, 그것을 뛰어넘어야 비로소 강력한 개성이 생겨난다. 베토벤 이후의 작곡가들이 독자적인 음악을 만들어낸 것은 고전파의 규범이 있었고, 때로는 그것을 응용하고 때로는 거역하면서 자신의 개성을 강건하게 다져갔기 때문이다.
어쨌든 '형식'을 응용하다 보면 보다 수월하게 논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개성을 단련시킬 수도 있다.
3. 도약사고
또 하나의 프랑스인 사고의 비밀, 그것은 도약사고로 상대방에게 자신을 크게 보이려고 하는 정신이다.
사고한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자기주장을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다른 사람과 차별되는 생각을 갖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설복시키고 싶어한다. 그러기 위해서 논리적으로 사고한다. 자신은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고, 다른 사람보다 지적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려 한다. 다른 사람보다도 뛰어난 자신을 어필하려 한다. 그러다 보면 지적이 된다.
실은 개성도 눈에 띄고 싶은 욕구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목받고 싶다, 그래서 자신을 겉으로 표현한다. 그러면서 점차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자신을 만들어 나간다. 눈에 띄기 싫어하고 사람들 뒤에 숨기만 한다면 언제까지나 개성은 자라지 않는다. 모두와 엇비슷해 보이는 것으로 만족하는 인간으로 밖에 남지 않는다.
만약 눈에 띄고 싶다는 욕구가 없었다면 앞에서 예로 든 바흐도 모차르트도 베토벤도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E단조』도, 모차르트의 마적 중의 <밤의 여왕의 아리아)도, 베토벤의 이른바 '운명도, 관중들의 갈채를 받고 싶다는 의도가 내재되어 있다.
청중에게 아첨하는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듯한 바흐의 무반주 첼로조곡 중에도,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5중주곡 중에도, 베토벤의 후기 현악4중주곡 중에도, 어느 정도 평안한 일상을 보내는 사람을 뒤흔들어 감동을 선사하고 싶다는 의식이 내재되어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그때까지의 음악과는 전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음악이 태어난 것이다. 대작곡가가 다른 많은 작곡가들과 구별되는 이유는 자신의 강렬한 개성을 적극적으로 표출해서 또 다른 자신을 표현하려고 애썼기 때문이다. 저절로 지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남들 앞에 자신이 지적임을 내보여서 먼저 눈에 띈 다음, 지성을 평가받도록 행동해야 정말로 지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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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를 발견해 내는 비결
어떻게 하면 '아니오' 라는 시점을 발견해 낼 수 있을까?
현상을 긍정하지 않고 지금 상황을 과도기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 이항대립의 기준을 지녀라
문제점을 발견해 냈다. 무엇에 대해 생각할 것인지도 정했다. 그 다음에 해야 할 일은 그 현상을 분석하는 것이다.
물론 마구잡이로 분석하려고 들면 아무 것도 분석할 수 없다. 어떤 물질의 정체를 파헤치려면 어떤 기준이 있어야 한다. 무게를 달거나 길이를 재보아야 물질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기준이 있어야 비로소 사물을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매사를 판단할 때 거기에는 어떤 이항대립이 존재하는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알기 쉽게 말하면 이런 것이다.
당신의 상사로 A부장과 B부장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두 부장은 대적하는 사이다. 직원들은 A부장파와 B부장파로 갈릴 것이다.그리고 직원들은 두 부장의 안색을 살피면서 처신하게 될 것이다. 어떤 행동은 A부장의 눈치를 본 결과이고, 어떤 행동은 B부장을 배려한 결과일 것이다.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은 A부장과 B부장을 양단하는 선택지 중에서 무언가를 하나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 행위를 보면 직원이 하는 행동의 의미, 즉 그 직원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느 쪽 파벌에 서 있는지 알 수 있다.
한 쪽으로 오로지 다 기울어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쪽으로 기울어진 사람도 있다. 항상 A부장을 따르는 사람이 있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반반씩 행동하는 사람도 있다. B부장에게 찰싹 달라붙른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행동은 이 대립 가운데의 한 부분에 속한다.
'거꾸로 말하면 어떤 직원이 한 행동의 의미를 알고 싶다면, 그 행동이 A부장과 B부장이라는 이항대립의 어느 부분에 결부되는지를 분석하면 될 것이다. 즉 A부장과 B부장이라는 이항을 둘로 나누는 기준을 가지고 그 행동을 파악하면 된다.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하려고 부장이 두 사람이라고 가정했지만, 물론 부장이 한 사람이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때는 그 부장에 대해 얼마만큼 충실한가, 아니면 불충실한가 하는 이항대립이 가능해진다.
이처럼 어떤 현상을 보면서 그 기초에 어떤 이항대립이 존재하는지, 그 이항대립 중 어떤 점에 위치하는지를 판단하면 그 현상의 의미를 분석할 수 있다.
회사 내의 대립을 예로 들었지만 물론 이것은 문자 그대로 대립에만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도로교통법을 살펴보자.
도로교통법 제1장 총칙 제1조는 “이 법은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모든 위험과 장해를 방지 · 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있다.
즉 여기서 드러난 것은 도로교통법은 '위험방지'와 '교통원활이라는 두 가지 이념의 이항대립으로 성립한다는 것이다.
진짜로 위험을 피하고 안전성을 높이려면 차가 달리지 못하게 하고 계속 정지시켜 두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것이 극단적이라면 아주 느리게 운전하거나, 조금이라도 위험한 곳에서는 정차하고, 위험지대에 들어가야 할 때는 서행하는 것이 더욱 안전한 방법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도로는 정체되고 교통은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 안전에만 신경 쓸 수는 없는 일이다.
반대로 교통의 원활한 흐름에만 중점을 둔다면 가능한 한 속도를 내 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횡단보도 따위에 신경을 쓴다면 원활한 교통은 실현되지 않는다. 위험에는 눈을 감고, 일시정지나 서행도 하지 말고, 제한속도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위험천만한 일이 되고 사고가 끊이지 않고 일어날 것이다. 도로는 지옥으로 변해버릴 것이다.
이 두 가지 완전히 대립하는 이념을 매듭짓고 안전을 확보하면서 원활한 교통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규칙을 정한 것이 도로교통법이다.
앞 차가 느리게 달릴 경우 교통 원활을 우선한다면 빨리 추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위험하다. 도로교통법에서는 비탈이나 도로의 모퉁이에서는 추월을 금하고 있다. 이렇게 안전성과 원활한 교통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려 한다.
도로교통법은 대부분 이와 같은 두 가지 이념을 어떻게 하면 타협시킬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안전성과 원활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를 오랜 세월 연구해서 축적한 성과이다. 말하자면 이 법률은 이항대립으로 성립된 것이다.
이와 같이 어떤 사건이나 결정은 대립하는 두 가지 요소의 타협과 치우침으로 완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으로 보면 무언가에 대해 생각할 때, 그 사건이 어떤 이항대립의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우선 이해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분석의 제1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 일상적인 두 가지 이항대립
극히 일상적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이항대립 분석이 있다. 그 한 가지가 현실과 이상이라는 이항대립이다.
과장으로 승진하려고 노력했지만 실제로는 대리에 머무르고 말았다. 출세가도의 상사에게 발탁되었지만 상사가 알력에서 져 불리한 처지에 놓였다. 어떤 분야를 연구해서 성과를 올리려고 했지만 그 영역에서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 부산물로 뜻하지 않은 발견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이런 일은 일상적으로 종종 일어나는데 이것은 모두 이상과 현실의 대립으로 생기는 것이다.
더욱 알기 쉬운 것은 수험이다. 사람들은 모두 좀 더 좋은 학교를 목표로 하지만 현실은 거기에 부응하지 못한다. 이상과 현실의 대맂 속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이상과 현실이라는 이항대립을 분석함으로써 그 상황은 어떤 이상을 근거로 해서 기획된 것인지, 어떤 현실적 걸림돌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되었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많은 사람이 일상적으로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저 사람은 눈이 높아서 결혼은 못할 걸", "저 집 아들은 명문 대학에 들어가려고 재수하다가 결국 단념하고 한 단계 낮은 대학에 들어갔지 뭐야" 하는 말들은 틀림없이 이상과 현실의 대립을 알아맞힌 말이다.
이런 것을 의식적으로 생각하다 보면 사물을 더욱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어떤 행동이 원하는 바와 현실과의 대립에서 생기는 것이라고 파악하고 나면 여러 가지 면이 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그 중에는 이상을 그대로 현실에서 실현시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바라던 이상과는 동떨어진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이상과 현실을 타협시킨 선에서 한 가지 결단을 내린다. 그것은 이러쿵 저러쿵 하지 않더라도 지금까지의 인생을 돌이켜 보면 대부분의 사람에게 그런 기억이 있게 마련이다.
또한 가지 본심과 가식이라는 이항대립도 일상적으로 존재한다.
말할 나위 없이 인간의 언동이 모두 본심일 수만은 없다. 입장 때문에 또는 이익을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입에 발린 말, 허식, 때로는 거짓말을 해야 현실사회에 적응해서 살아 갈 수 있다. 만약 본심만을 말하다가는 사회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도 있다.
때로는 전적으로 본심, 전적으로 가식을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소 본심에 가까운 말을 하거나 가식이 조금 섞인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가식이 들어가거나 본심이 섞이는 경우가 있다. 겉으로는 입에 발린 말을 하면서 얼굴에 본심이 드러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현실적으로 사람들은 '가식'과 '본심' 이라는 이항대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사람의 언동은 본심과 가식을 양단하는 이항대립 가운데 위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듣는 쪽은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언동을 분석하고 판단하여 가식과 본심을 구별하고 있다. 본심이 어느 정도 들어 있는지 어느 정도 가식적인 말을 하는지를 분석하려고 한다.
이처럼 인간은 다양한 이항대립에 일상적으로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현상의 바탕에 깔린 이상과 현실, 본심과 가식의 대립을 더욱 의식적으로 사고하면 상황을 더욱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 세계를 해독하는 기준
나는 수험생을 상대로 논술을 지도하고 있다. 고등학생일 경우 기초지식이 없으면 신문을 읽어도 이해하기가 어렵다. 신문에는 현재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상황은 적혀있지만, 거기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이해를 돕는 해설은 거의 없다. 그 때문에 신문을 읽어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세계정세나 정치·경제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나는 그런 수험생들에게 세계를 해독하는 기준을 부여했다. 이항대립으로 움직이는 것은 일상 문제뿐만이 아니다. 더 큰 이항대립, 세계를 뒤덮는 거대한 이항대립도 있다. 신문이나 TV를 떠들썩하게 하는 문제도 이항대립으로 넘쳐난다. 그것을 이해함으로써 현상의 의미를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다. 이항대립이라는 기준을 주면 자신이 분석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 현대사회를 해독하는 기준이 그리 알기 쉽다고는 할 수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를 뒤덮은 대립은 지극히 알기 쉬웠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라는 대립 구도로 세계를 파악하면 되었다.
세계는 냉전체제를 취하고 미소 간에 각종 다툼을 벌였다. 세계의 모든 나라는 두 이데올로기와 무관할 수 없었다. 국내의 여러 움직임도 거기에 호응했다. 정당, 노동조합, 학생운동, 시민운동은 그 큰 도식 속에서 파악되었다.
그러나 현재는 그런 단순한 이항대립으로 세계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이항대립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여러 가지 이항대립이 서로 겹치고 복잡하게 뒤얽힌 것이 현재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동서대립을 대신한 현재 이항대립의 중심은 글로벌화 추진에 대한 찬반이라고 볼 수 있다.
예전에는 정보를 국가가 장악하고 경제와 정치도 국내규모로 행해졌다. 국내에서 모든 것이 통용되었다. 그래서 국가는 강력한 권력을 지녔다. 그러나 지금은 통신과 교통이 발달해 국경을 초월하여 상품과 사람 그리고 정보를 접할 수 있다. 경제는 세계전체를 움직이고 있다. 점차 사람들 속에 국가란 의식이 희박해졌다. 국가가 국민을 컨트롤하려고 해도 국민은 외국의 정보를 입수하거나, 자유롭게 외국을 왕래하고, 외국제품을 사들이고, 외국에 일하러 나가고, 외국과 컴퓨터로 연결된 업무를 보기 때문에 통제하기 어렵다.
일부 나라처럼 극단적인 폐쇄체제를 취하지 않는 한 국가는 국민을 컨트롤할 수 없다. 세계는 하나가 되어 국경 없는 동등한 상황을 이루어가고 있다.
글로벌화는 말하자면 서구의 자본주의적인 가치관을 보편적이라고 인정하고, 세계적으로 확장시켜 나가려는 사고방식이다. "컴퓨터로 세계규모의 경제가 움직이는 현재, 나라에 따라 다른 기준이 적용되면 경제가 순조롭게 풀리지 않는다. 세계 속에서 동일한 사고방식을 갖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경제 규모를 키우고, 빈곤에 시달리는 지역도 세계의 풍부한 경제적 시혜를 받는다. 궁핍한 사회 대부분은 독재정치로 괴로움을 당하고 있지만, 윤택한 나라의 영향을 받는 것만으로도 민주주의가 정착되어 나갈 것이다. 세계를 획일화시켜야만 모든 면에서 잘 되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은 또 다음과 같은 생각을 내세운다. 즉 "글로벌화는 아메리카의 효율주의 시스템을 세계로 확장시키려는 것에 불과하다. 세계가 아메리카처럼 소비제일주의인 경쟁사회가 되면, 환경파괴는 더욱 가속화되고, 가난한 국가는 더욱 가난해지고, 시장경제의 독이 세계를 뒤덮을 것이다. 모두가 아메리카처럼 경제경쟁에 밤낮없이 뛰어들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의 문화를 지키고 고유한 문화를 유지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은 이 글로벌과 반 글로벌 현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규제완화는 물론 글로벌화를 진행시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내의 규제를 완화해서 서구 수준에 부합시키려는 것이다. 한국이나 일본도 다른 선진국 수준으로 더욱 이민족을 수용하고 외국인노동자를 정식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것도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움직임에 부응한 것이다.
■ 배후에 깔린 이항대립을 찾아라
이항대립은 여기서 예로 든 것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 많다. 각각 분야별로 이항대립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최근 여기저기서 문제가 되고 있는 '학력중시'와 '열린교육' 도 이항대립에 해당되는 문제다.
열린교육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종래의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의 자주성을 존중하고 개성을 살리는 교육을 하고자 했다. 어기에 대해 열린교육을 비판하고 학력중시를 주장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교육에는 주입이 필요한데 자주성과 개성을 존중하다보면 필요한 교육을 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 배후에 깔린 것이 '자주성을 중시하는 교육' 에 대한 옳고 그름을 논하는 문제이다.
그 외에도 교육과 관련해서 말하자면 '전문연구를 위한 대학' 과 '교양을 위한 대학' 이라는 문제가 있다. 전자의 입장에 선 사람은 대학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기관이지 취직을 위한 장소나 자격을 따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후자의 입장에 선 사람은 현재 대학은 대중화되어 전문가를 목표로 하지 않는 사람도 대학에 진학하므로, 이제 대학은 학문탐구를 위한 장소라기보다도 취직을 위해서 실학을 배우는 곳이라고 생각 한다.
문학의 세계에서는 예부터 '실천문학' 과 '순수문학'이 항상 문제가 되었다. 의료계에도 '생활의 질(QOL) 중시'와 '생명의 신성(SOL) 중시', 정치사회문제에서도 '개헌'과 '호헌', '산업중시'와 '복지중시', 사형존속'과 '사형폐지', 여성문제에서는 '젠더프리'와 '여성다움의 중시'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만큼 세계는 이항대립으로 넘쳐난다.
어떤 행동을 취한다는 것은 이항대립 중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거기에는 어떤 이항대립이 존재하는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그 행동, 그 현상은 이항대립 어느 쪽에 위치하는가? 또 어떤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반대로 무엇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함인가? 이런 것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다.
물론 실제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처럼 단순하지 않다. 실제 사건은 복합적으로 일어난다. 한 가지 이항대립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이항대립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이 있다면 복수의 이항대립에 해당하는 것도 있다.
앞에서 예로 든 A부장과 B부장 건에서도 실제 부하들의 행동은 A부장과 B부장의 대립 이외의 요소에도 영향을 받을 것이고, 개중에는 그런 상황에 신경 쓰지 않고 행동하는 사원도 있을 것이다. 자신은 A부장을 기쁘게 하려고 한 행동이 오히려 B부장에게 득이 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이항대립을 간파하고 각각의 문제에 대해 기준을 마련해 두는 것이 사물의 분석을 가능하게 해 준다. 적어도 분석의 실마리는 잡을 수 있다. 그리고 분석을 계속하다보면 현상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차츰 이해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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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보다 개성적으로 보이기 위한 고등기술
이처럼 '형식'을 쓰더라도 당연히 개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 그 몇 가지 패턴을 소개한다.
■ 제1부 <주장표명>에서 폭탄선언을 한다
처음부터 일반적인 내용과는 완전히 다른 것, 상식에 위배되는 것을 정통으로 말해버리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앞으로 더욱 자연 환경을 파괴해야 해","국제적인 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들 하지만, 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봐", "학교에서 벌어지는 집단 괴롭힘을 근절해서는 안 돼' 처럼 일견 '폭언' '망언' 이라고 생각될 정도의 내용을 발언하는 것이다.
다만 폭탄선언만 계속 이어진다면 전혀 설득력이 없다. 말 그대로 폭언으로 끝나 버린다. 과격한 의견을 '지당하다'고 인식할만한 근거가 필요하다. 역설로 깊은 인상을 준 다음, 타당한 의견으로 조금씩 수정해 나간다.
앞으로 더욱 자연 환경을 파괴해야 해" 라고 말을 시작했다면, 그 뒤에 조금씩 수정하면서 "자연 파괴로 인해 자연의 소중함을 절감했어, 파괴가 더욱 가속화되어 자연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아야 인간은 정신을 차리고 자연 파괴를 멈출 거야"라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혹은 "국제적인 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들 하지만, 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봐" 라며 말을 꺼냈다면, "섣불리 이해하려고 들기 때문에 충돌이 일어나는 거야. 처음부터 외국인과는 진정한 이해와 협력을 주고받을 수 없다고 인정하고, 그 위에 서로 침범하지 않는 영역을 구축해야 공생할 수 있어"라고 말한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집단 괴롭힘을 근절해서는 안 돼"라고 시작했다면, “집단 괴롭힘이 있기 때문에 인간은 성장할 수 있는 것이며, 괴롭힘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변변한 일을 해낼 수 없어. 끊임없이 괴롭힘이 행해지고, 집단 괴롭힘이 일상화되면 자기만 괴롭힘을 당한다는 생각에 자살하는 사람도 없어질 거야" 와 같이 이어간다.
경우에 따라서는 재미있는 생각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우선 다른 사람과 반대되는 의견을 상정해 놓고, 나중에 어떻게든 이유를 끌어대 보려는 시도를 하는 것도 좋다. 그렇게 하다가 예상치 못한 새로운 발견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사고법의 모범이 되는 것은 평론가 오지영(吳知英, 1946~)씨가 쓰는 문장이다. 그의 저서 「봉건주의자 이렇게 말했다』는 이 기법을 잘 활용하고 있다.
다만 이 테크닉은 상당한 확신과 파워가 없는 한 위세 좋게 시작해 놓고 점차 지리멸렬해지는 수가 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 방법을 과용하면 금방 밑천이 드러나므로 비장의 테크닉으로 사용하는 편이 좋다.
이 방법을 쓰려면 혼자서 길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 도중에 잘려버리면 의도했던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비참하게 끝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 <제2부 의견제시>에서 결정문구로 깊이를 더한다
다음과 같은 몇 개의 결정문구를 사용해서 <제2부 의견제시>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 어쨌든 간에 이런 결정문구를 형식으로 삼아 입에 올린다. 내용은 그 뒤에 생각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사고가 정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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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그것은 우연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은 필연이다
사건은 우연히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관련 있는 경우가 많다. 사회는 그물코와 같은 인과관계로 엮여있다. 따라서 동시대에 가까운 장소에서 일어난 일은 대부분 서로 연관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 제품에 조악한 제품이 섞여 있다는 사실이.밝혀지고, 같은 시기에 그 기업의 사원이 어떤 범죄 혐의로 체포되었다고 하자. 아마 이 두 가지 사건에는 기업의 윤리저하라는 배경이 깔려 있을 것이다. 석유가격 상승의 동일한 경제적인 원인으로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에서 동일한 사건이 일어나는 일도 있을 것이다.
현실 사회에서는 여러 가지 일이 서로 관련을 맺고 있다. 그것을 지적하고 근본 원인을 찾으려는 자체가 지적인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것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실은 필연' 이라고 운을 뗀뒤, 거기에는 어떤 배경이 있는지를 말하면 심도 깊은 토론이 이루어질 것이다.
•확실히 전체적으로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어떤 일을 전면적으로 긍정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는 발전이 없다고 본다. 비록 윗사람의 의견이라 할지라도 거기서 문제점을 찾아내고 그 문제점을 해결해야지만 건설적인 의견이 된다.
따라서 전체적으로는 긍정하면서 부분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야 문제점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자신의 지성을 어필할 수 있다.
어쨌든 "전체적으로는 이것으로 무난하지만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대략적으로 이것으로 됐다고 생각하지만 문제점이 없지는 않다", "대략적으로 이견은 없지만 부분덕으로 다소의 문제를 느낀다" 등의 말투를 쓴다.
•확실히 ㅇㅇ한 면으로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한 면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은 점이 있다
"지금까지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하면 '예' 이지만, 장래를 생각하면 '아니오' 이다", "국내적으로는 '예' 이지만, 국외를 고려하면 '아니오' 이다"와 같이 사용한다. 반대로 "OO한 면으로는 반대이지만, 스스한 면으로는 찬성이다" 라는 패턴도 좋다.
이렇게 함으로써 다면적으로 사물을 고찰함과 동시에 다면적인 견해를 지닌 지성을 어필할 수 있다.
물론 '예'와 '아니오'양쪽 모두의 의견을 표하는 것만으로는
최종적으로 어느 쪽에 찬성하는지가 확실치 않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하면 찬성이지만, 장래를 생각하면 반대다"라고 말한 뒤에 확실하게 "지금부터는 장래를 중심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와 같이 자신의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 <제3부 근거>에서 깊게 파고든다
<제3부 근거>에서도<제2부 의견제시>와 마찬가지로 '형식'을 입버릇처럼 사용하면 사고가 깊어진다. 지금까지 <제3부 근거〉는 '왜냐하면'으로 시작하라고 했지만, 고등 기술을 사용할 때는 독자성을 조금 발휘해 '왜냐하면' 외에 다른 말로 시작하는 방법도 있다.
• 원인은.…………. 따라서 대책은.……
무언가를 분석할 때 우선 그 원인을 생각하는 것이 원칙이다. 부장이 왜 그와 같은 태도를 취할까, 왜 경제는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을까, 왜 교육제도는 자주 바뀔까. 그런 일들을 우선 '원인은.………' 으로 명확하게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사물을 제언할 때는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경우가 많다. 특정한 원인을 파악하고 그 원인을 가능한 한 해결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생각한다.
대책을 세우면 대부분의 경우 부작용' 이 일어난다. 다른 폐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몇 가지 대책 중에 가장 해가 적고, 가장 간편하게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 이유는 세 가지가 있다.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다면 그 뒤에는 반드시 근거를 대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그 근거가 하나뿐이라면 좀 허전하다. 가능하다면 셋 정도가바람직하다.
우선 정확하게 "이유는 세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세 가지가 생각나지 않아도 상관없다. 일단 "세 가지가 있다"고 말해 둔다. 그런다음 이야기하면서 세 가지를 생각해 낸다.
아무래도 세 가지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면 두 가지가 있다"고 해도 괜찮다. 아니면 "네 가지가 있다"고 말해도 상관없다. “세 가지가 있다"고 말한 다음 두 가지밖에 떠오르지 않거나, 네 가지가 생각났다 하더라도 그다지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어쨌든 이렇게 말함으로써 듣는 사람에게 알기 쉽게 설명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마스터하기를 권하는 입버릇이다.
● 그것은 우리사회 (현대사회, 우리 회사)의 현상에 원인이 있다.
여러 가지 사건은 복잡하게 연관되어 있다. 현재 일어나는 일은 모두 사회 현상과 얽혀 있다. '경쟁' 이라는 말을 예로 들면 그것은 현대사회의 현상, 우리사회의 현상과 결부되어 있다. 그것을 지적하고 그 관계를 분석한다.
예를 들면 경쟁의 현상은 글로벌화라는 세계적인 상황과 얽혀 있을 것이다. 글로벌화하여 우리 기업은 세계적인 기업과 경쟁할 필요가 생겼다. 그로 인해 지금 경쟁이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우리는 원래부터 집단주의적인 경향이 강하고, 화합을 소중히 여기고,타인을 배려해 자기주장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경쟁을 좋지 않은 것으로 여기고 획일적으로 만들려고 한다. 이와 같은 분석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제2장에서 설명한 여러 가지 이항대립을 떠올리고, 그와 관련지어 사고하면 원인을 분석해낼 수 있다.
또 회사 내에서도 일등기업의 자세와 기업이념 등이 사소한 일에까지 반영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어 일등기업이 윤리가 부족하다면 말단도 기업윤리가 부족할 것이다. 말단사원이 해외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국내시장을 소홀히 한다면, 그런 체질이 회사전체에 만연해 있다는 반영이다.
이와 같이 전체의 현상은 부분에도 반영된다. 그것을 분석하고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한다. 그렇게 하면 여러 가지 사건을 해결하는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원래………란……
메모형식에서 언급한 것처럼, '원래 ・・란 ・・' 하고 말한 다음 현상과 정의를 밝히고, 그것이 실제로는 잘못되었다는 것을 밝히고 그 원인을 고찰하는 방법이다. 이것을 여기서는 비장의 카드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원래 경쟁이란 개인과 개인이 자기다움을 목표로 경쟁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의 경쟁은 모두가 같은 목적에 대하여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다투는 경쟁이다" 등으로 말해 본다.
혹은 반대로 그런 정의를 긍정적으로 이용해서 "원래……란..이니까 지금의 상태가 바람직하다" 라는 방향으로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처럼 문제가 되는 사건을 근본부터 다시 생각하고 판단의 근거로 삼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예리하게 상황을 해독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1장. 이항대립사고·형식사고·도약사고
■ 프랑스에서 발견한 세 가지
■ 프랑스 화장실의 비밀
■ 이항대립사고
■ 이항대립이야말로 논리의 원형이다
■ 프랑스인의 형식사고
■ 형식사고의 의미
■ 도약사고
■ 비논리적인 동양인
■ 동양인이 비논리적인 이유
■ 지적으로 보이게 행동하라
2장. 이항대립으로 사고력 연마하기
■ 문제발견 능력이 필요
■ 문제발견 능력은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
■ 문제를 발견해 내는 비결
■ 거인과 포볼의 이유
■ 이항대립의 기준을 지녀라
■ 일상적인 두 가지 이항대립
■ 세계를 해독하는 기준
■ 현대 사회를 해석하는 기준
■ 배후에 있는 이항대립을 찾아라
3장. 형식을 사용해서 지적으로 대화하기
■ 회화에 쓰이는 두 종류의 형식
1. 메모형식으로 생각 정리
■ 메모형식이란?
■ 3WHAT으로 문제점을 정리하라
■ 3W1H로 독자적인 시점을 찾아라
2. 논술형식으로 의견을 서술한다
■ 논술형식이란?
■ 논술형식 사용할 때의 주의점
3. 보다 개성적으로 보이기 위한 고등기술
■ 〈제1부 주장표명>에서 폭탄선언을 한다
■ 〈제2부 의견제시〉에서 결정문구로 깊이를 더한다
■ 〈제3부 근거〉에서 깊게 파고든다
■ 바보 같은 대화 파트 1
4장. 형식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지적으로 이해하기
1. 문장과 발언 어떻게 이해할까?
■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함
■ 다른 사람의 의견은 논술형식으로 고쳐서 이해하라
■ 어려운 문장도 논술형식으로 이해하라
■ 질문으로 지성을 어필하라
2. 속기 쉬운 여섯 가지 논리트릭
■ 속임수를 간파하라
5장. 형식을 사용해서 지적으로 반론하기
1. 논술형식을 써서 반론한다
■ 반론하는 힘의 필요성
■ 반론의 형식은?
■ 반론의 형식을 쓸 경우 주의점
2. 메모형식을 써서 반론한다
■ 반론의 테크닉
3. 금지된 수단으로 상대를 설복시키는 법
■ 금지된 수단은 각오하고 사용하라!
■ 바보 같은 대화 파트 2
6장. 도약사고로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 지식을 쌓으려면
■ 몰래 훔쳐 쓰라
■ 전용을 권함
■ 영향 받음
■ 이제부터의 단련법
□ 에필로그
□ 저자소개
히구치 유이치 1950년 오이타현 출생. 와세다대학 제1문학부 졸업 후, 릿쿄대학 대학원박사과정 수료. 2006년부터 교토산업대 객원교수. 프랑스문학과 아프리카문학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논술지도에 종사, 독자적인 논술 지도법을 확립. ‘논술의 신’이라고 불린다. 통신첨삭 논술전문 교실 ‘하쿠란쥬쿠白藍塾’ 운영, 도우신東進 하이스쿨에서도 지도하고 있다. 저서로는 『진짜 문장력』, 『알기 쉬운 문장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술』, 『사람이 따르는 말 사람이 떠나는 말』, 『머리가 좋아지는 클래식 입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