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패(腐敗)는 반역(叛逆)을 부른다. 정신 나간 선장과 선원들, 이들을 데리고 돈만 챙겨온 선박회사 그 배후의 빅브라더 유병언 일가. 관리할 책임을 외면한 한국선급과 해운조합 그 위로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 먹이사슬 꼭지점엔 아니나 다를까 정치권(政治權)이 자리해 있었다.
2. 선주들의 모임인 한국선주협회(韓國船主協會)의 정치권 로비 사실이 오늘 대부분 언론에 보도됐다.
2014년 3월 새누리당 김무성·박상은·이채익·김한표·김성찬·함진규 의원(아랍에미리트 아크부대와 청해부대 방문 및 두바이 관광 시 비용 일부 제공), 2014년 3월 새누리당 소속 일부 보좌관(중국 상해 방문), 2013년 5월 새누리당 정의화·박상은·김희정·이채익·주영순 의원(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항만 시찰 비용 일부 제공), 2011년 11월 한나라당 소속 장광근·박상은 의원(일본 방문 비용 제공).
이들은 공항에서 특급 의전을 받으며 1등석 좌석에 앉아 신나는 여행을 즐겼을 것이다. 놀다 온 뒤엔 어김없이 묘한(?) 법률과 결의가 국회를 통과했다.
선주협회 지원으로 외유(外遊)를 다녀온 자(者)들을 포함한 여야 의원 51명은 2014년 3월 ‘국민경제 발전을 위한 해양산업 경쟁력 확보 정책 지원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정부의 해운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 확대를 촉구하는 내용이다.
3. 이것 뿐 아니다. KBS 4월26일 보도에 따르면, 여객선 선주 단체 ‘인선회’는 2007년 4월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핵심인물 A의원에게 접대하고 같은 해 3월과 6월에 각각 백만 원 씩 후원을 건냈다. 놀랍게도 당시 모임을 주최한 ‘인선회’ 회장은 세월호 청해진 해운의 대표였다.
A의원은 이후 두 가지 법안을 발의했다. ‘여객선에 싣는 차량에 대해 부가세를 면제하자는 법안’ ‘연도교(橋) 건설로 피해를 본 여객선 업체들에게 보상을 확대하자는 법안’이다.
후자의 법안에 따르면, 청해진 해운은 27억 원의 보상금을 추가로 받게 된다고 KBS는 보도했다. 이상의 후원은 물론 불법이다. 현 정치자금법은 특정단체가 관련 자금으로 정치 후원금을 전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4. 유병언식(式) 로비는 여야(與野)를 가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은 4월24일 유병헌 측근 B씨를 인터뷰했다. B씨는 “유 전 회장은 정치인을 상대로 로비를 했다”며 “여야 균형을 맞춰 골고루 금품 로비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돈을 사과박스 2개에 가득 채워 유 前회장에게 직접 전달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5. 금융권 여신(與信) 과정도 의혹투성이다. 산업은행은 2012년 청해진 해운에 100억 원 대출을 해줬다. 당시 대출의 담보는 고철이나 다름없는 세월호였다.
산업은행은 “청해진 해운이 매출 급감 등으로 재정상태가 나빠졌다”는 ‘론모니터링’이라는 은행 내부 경고(警告)마저 무시했다.
론모니터링 경고처럼, 이듬해인 2013년 청해진 해운은 8억 원 적자로 돌아섰고 부채비율은 400%로 치솟았다. 모든 절차를 무시한 ‘막가파’ 대출의 배후에 정치권 압력이나 유착이 과연 없었을까?
6. 세월호 참사의 1차 범인은 선장과 일부 선원들 그리고 선사(船社)다. 그러나 마지막 감독의 역할을 해야 할 국회 역시 방조범(幇助犯)과 다를 바 없다. 로비를 받고 특혜를 베푼 자들은 더 말할 나위 없는 공범(共犯)이다.
무능하고 부패했던 정치권이 주(主)책임자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온갖 복지(福祉) 관련 법 제정엔 흥청망청 나랏돈을 써대면서 정작 선박 등 안전(安全) 관련 법 제정엔 무책임(無責任)과 발목잡기로 일관해 온 탓이다.
의원들이 복지천국을 만드는 데 세금을 퍼붓는 바람에 지금도 제2, 제3의 참사는 바다는 물론 무너져가는 학교건물, 쓰레기장 같은 위락시설 등에서 예비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 안전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무상교육, 무상의료, 무상복지 노래를 부르며 매표(買票)에 집착해 온 국회야말로 구조적 악이다. 유병언 일가와 함께 국회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할 주 책임자인 것이다.
7. 촛불이 또 시작됐다. 유모차 부대도 나왔다. 무능(無能) 부패(腐敗) 논란의 중심에 선 무기력 웰빙여당이 이 거대한 쓰나미를 막아낼 수 있을까?
촛불은 반정부를 넘어 반체제, 반한(反韓)의 횃불로 번지는 것은 아닌가? 대통령은 해운업계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여당 정치인 등 자신의 살을 잘라내서라도 나라를 지켜낼 결단이 섰는가?
이 모든 적폐(積弊)를 해결할 ‘그나마’ 마지막 카드는 박근혜 대통령이 쥐고 있다. 썩고, 썩고 썩어버린 모든 죄인들을 내버려둔 채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구호는 그래서 넋 나간 선동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대통령은 역사의 순리와 국민의 지지를 믿고 전쟁을 치르듯, 혁명을 행하듯 칼을 들어야 한다. 여야 막론하고 썩은 정치를 도려내지 않는다면 적화통일(赤化統一)이 돼도 할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