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1절
起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承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 나라 만세
轉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結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애국가와 같이 네 소절로 된 노래는 모두 기.승.전.결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애국가처럼 4절까지 있는 노래는 1절은 기, 2절은 승, 3절은 전, 4절은 결로서 되어있다. 여기에서 기(起)란 노래의 시작을 뜻하고, 승(承)이란 그 시작을 잇는다는 뜻, 전(轉)이란 바뀐다는 뜻, 결(結)이란 마친다는 뜻이다. 그것은 起로 시작된 이야기가 承으로 이어지고, 轉에서 장면이 바뀌어서 結이 轉을 이으면서 마치기 때문이다.
▶ 이제부터 애국가 1절의 내용을 분석해 보자
1절의 핵심 내용은 하느님이 보우하사 → 우리나라 만세이다. 하느님이 보우하므로 → 우리나라 만세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하느님의 보우하심은 원인이고, 우리나라 만세는 그에 따른 결과이다. 즉 원인에 따른 → 결과이다.
하느님의 보우하심은 언제까지인가? 동해물이 마르고, 백두산이 닳도록이다. 한마디로 영원히란 말이다.
여기에서 동해물이 마르고, 백두산이 닳도록 → 영원히가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1절의 내용은 하느님이 영원토록 보우하시니 우리나라 만세라는 것이다. 이 문장의 핵심은 우리나라 만세이다. 하느님이 보우하사는 우리나라 만세를 위한 조건일 뿐이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만세는 주(主), 하느님이 보우하사는 주를 위한 종(從)이 된다.
그런데 실제 애국가 가사는 <동해물이 마르고, 백두산이 닳도록>이 아니고,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으로 되어있다. 물론 이는 우리 어법에는 맞지 않는 표현이다.
이런 문장이 있다고 하자:
A: 아버지는 북을 치고, 딸은 춤을 춘다.
B: 아버지와 딸은 북을 치고 춤을 춘다.
A와 B 두 문장은 비슷하지만 같은 문장은 아니다. A문장은 아버지와 딸의 역할분담이 명확하지만, B문장으로는 아버지와 딸의 역할을 구분할 수 없다. 애국가 첫머리에 이런 문장이 나오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작사자가 천자문을 너무 열심히 공부한 탓일 것이다.
천지현황(天地玄黃)으로 시작되는 천자문은 <하늘과 땅은 검고 노랗다.>라고 써놓고는 <하늘은 검고, 땅은 노랗다.>라고 풀이를 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노랫말을 짓다 보니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이라고 쓰고는 <동해물은 마르고, 백두산은 닳도록>이라고 풀이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생각되는 이유는 우리가 어릴 적부터 천자문을 암송하다 보니까 그 사고방식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이란 <무궁화가 화려하게 핀 → 삼천리강산>을 뜻한다. 물론 여기에서 主는 <삼천리강산>, 從은 <무궁화가 화려하게 핀>이다. 여기에서 삼천리강산은 우리나라를 이르는 말이다. <삼천리강산에 무궁화가 피었다>함은 <우리나라가 강과 산으로 이루어진 한 덩어리의 땅>이라는 말이며, 기후의 동질성을 나타내는 말이다.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는 바로 이 땅이 대한이고,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대한사람인데, 이들이 다른 곳이 아니라 바로 이곳에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도록 길이 안전하게 보호하자는 말이다. 지구촌 시대니, 세계화 시대니 하는 요즘 시각으로 보면 상당히 소극적이고, 쇄국적이며, 배타성이 짙은 노래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