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이야기 치고는 얘기가 길어져서 상,중,하 세 개로 쓰게 됐네요-;;
요번 건 사진 없이 볼 수 없는 런던 야경 편인데, 불편하시겠지만 사진과 함께 읽어주세요 ^ㅁ^
사진 링큽니다- http://blog.naver.com/dodzj17/140040865631
Sunday, May 13th,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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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느낌 좋아! 템즈강을 따라 거닐며 야경 산책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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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채비를 마치고 다시 런던 아이에 도착한 시간이 저녁 7시쯤 이었을까.
런던 아이를 시작으로 타워 브리지까지 템즈강을 따라 거닐어 볼 작정이었다.
오늘 하루 참 길기도 하다-
하지만 정상적인 컨디션을 찾아가는 이 신체 리듬을 딱 맞춰 올라 타줘야 하는 센스!
자자, 할 수 있을때 해주자고.
나홀로 고독을 씹기 위한 산책이 아니라면, 반드시 산책에 필요한 것이 있다.
다름아닌 마음이 딱 맞는 동.반.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며 거니는 것이 산책을 통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 아니겠는가.
하지만 난, 보다시피 나홀로 떠나와 구름따라 정처없이 떠도는 외로운 나그네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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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필요했다. 하지만 없는 걸. 울먹울먹ㅠ
그러다 번쩍 뜨인 기발한 생각,
아참, 나에게 코원 D2가 있었지~ 좋아, 이제부터 너 내 남자친구 해라.
이름은 "길버트"로 해. 외로울 때마다 감미로운 노래로 내 맘을 달래달라구. 오케이?!
길버트, 누구나 그 이름이 뭐냐고 촌스럽다고 하겠지만, 아랑곳 할 내가 아니다.
Anne of Green gables (빨강머리앤)의 광팬, 자칭 "앤"이기를 자처하는 나로서,
앞으로 영적인 소울 메이트가 되어줄 mp3에게 붙여줄 이름으로는 최고의 선택이었던 것.
히히힛- 길버트~ 자아, 우리 같이 가자고~
남자친구에게 팔짱 끼듯 리시버를 귀에다 조심스럽게 꼽아 넣고, -_-;; 나도 참 불쌍하다-;;
곧바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그대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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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폴 성당 주변은 공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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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처럼 삐쭉빼쭉 솟아있긴 한데,
또 어떻게 보면 나름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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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7시의 런던.
그냥, 지금 내 기분을 묘하게 잘 잡아낸,,
길버트가 있어도, 아무리 길버트가 남자친구라고 외친들
주변 사람들 눈에 비쳐지는 지금 내 모습, 혹시 저 벤치같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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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illennium Bridge & St. Paul's Cathed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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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점점 런던의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
cloudy, gray, brown, gloomy, rainy and calm London
구름이 무겁게 땅 바로 위까지 내리깔린 런던의 하늘,
황혼의 노을녘에 무수한 수채화를 그려내는 하늘 빛,
여행 초 많은 시련을 안겨다준 런던이지만, 런던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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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te Modern
내셔널 갤러리와 테이트 브리튼의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현대 미술에 있어서는 내세울 것이 별로 없던 영국의 자존심을 일순간에 세워준 획기적인 사건.
유명 건축가, 길버트 스코트에 의해 다시 태어난 영국의 현대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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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렌 경에 의해 재건된 세인트 폴 성당
로마 바티칸의 베드로 대성당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재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고.
밀레니엄 브리지를 사이에 두고 세인트 폴 대성당과 테이트 모던이 마주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묘한 아름다움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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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난다, 나 어렸을 적.
타워 브리지를 처음으로 마주하고 그 아름다움에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던 그때를.
대한항공에서 만든 그 어느 해의 달력엔 전 세계의 유명 관광지들이 담겨 있었다.
그 땐 전혀 꿈도 꿔보지 못한 것을
이제 와 내 눈으로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
내 인생에 어떤 멋진 일들이 주옥같이 펼쳐질지 전혀 예상할 수 없기때문에
그래서 인생을 사는 재미가 있고 또 사는 맛이 있는 게 아닐까.
Tower Bridge, no need to exp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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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 브리지가 뿜어내는 그 매력에 잠시 정신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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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어가는 밤, 점점 어둑해 지는 하늘,
방금 전의 은은한 노을 빛을 여전히 품고 있는 저녁 구름,
갖가지 밝은 조명에 빛을 받아 중세의 판타지를 떠올리게 하는 런던탑.
이 모든 것들이 이루어 내는 오묘한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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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야경 탐사의 대미를 장식하는 초절정 울트라 나이스 캡숑 뷰티풀 나이트 뷰♡
숨이 막힐 듯한 아름다움이란,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 일거다.
연일 짙은 회색빛 우울한 런던 속에 갇혀 있던 내 감정이 일순간 폭발해 버린다.
세상에, 이런 아름다움이 다 있었느냐면서.
오늘 밤, 런던의 이면에 숨겨진 또 다른 런던을 발견.
내 눈 앞에 맞닥뜨린 이 숨 막힐 듯한 아름다움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저녁 7시쯤 나선 길이 밤 11시까지 이어질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길버트는 이미 기력을 다하고, 푹 죽어있는 상태.
나의 사랑이 부족했던 걸까, 나의 사랑보다 배터리의 충전 여부에 더 의존하는 길버트.
요 녀석, 교육 좀 단단히 시켜야겠군.
호스텔로 돌아가는 길,
벤치에 앉아 템즈강변의 황홀한 야경에 취해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수많은 커플들을 애써 외면하며
"그래도 오늘은 나름 뿌듯한 하루였어!"라고 자위하는 나.
오늘로 런던 체류 3일째, 외로워하지 말고 좀 더 강해져보자! 고 다짐해 본다.
첫댓글 영판 '날라리 댓글러'인 나. 오호~ 이 깔끔한 글과 사진을 지나칠 수 없어서...계속해주삼~
사진이 너무 멋져요... 길버트군이 다시 기력을 찾기를~(?)
그래도 나름 재생시간 긴 놈으로 샀는데, 정작 필요할 땐 힘을 발휘하지 못하더라구요- -_ -
저도 만약 가게 되면 혼자인 외로움을 누구와 달랠까요... ㅋㅋㅋ
그거 참 문제에요-;; 결국엔 제 자신하고 친구가 되버리던데요,,
타워 브리지.......정말 최고죠. 옆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70파운드 가까이 써서 먹은게.......휴.......ㅎㅎ
타워 브리지.......정말 최고죠. 옆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70파운드 가까이 써서 먹은게.......휴.......ㅎㅎ
치치치칠십 파운드요?? 와우- 입이 떡-벌어져 말이 안나옵니다~ 설마 혼자서는 아니셨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