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길은 걷지 않는다(不走尋常路)'
중국 캐주얼 패션 브랜드 미터스본위(Metersbonwe·美特斯邦威)가 내건 슬로건이다. 미터스본위는 중국 패스트패션 선구자를 자청하며 창립 10여년 만에 중국 대표 SPA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중국 내 매장 수는 4000여개. 오프라인 매장 수로는 경쟁 외국 패스트패션 브랜드를 압도한다.
미터스본위 창업자 저우청젠(周成建)은 1995년 1000만위안(약 17억원) 자본금을 들고 패스트패션 황무지였던 중국 의류시장에 디자인·연구개발은 직접하고, 생산은 외주업체를 활용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여기에 직영 매장과 가맹점을 빠른 속도로 늘리면서 저우제룬(周杰倫), 웬트워스 밀러(미국 드라마 '프리즌브레이크' 주인공) 등 젊은 스타를 모델로 내세워 인지도를 높였다. 창립 13년 만인 2008년 매출 44억7000만위안, 순이익 5억9000만위안을 달성하며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이후에도 매출은 연평균 30%씩 성장했고, 2011년 말엔 당시 상장 패션 브랜드 중 시장가치가 가장 큰 기업(261억위안)으로 꼽혔다.
미터스본위는 소비자 취향에 맞춘 다양한 서브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매일 입을 수 있는 편안한 캐주얼 의류 중심인 미터스본위가 기둥 같은 존재이며, 미앤드시티(ME&CITY)는 도시에 거주하는 22~35세 사이 소비력이 큰 전문직 소비자가 타깃이다. 무무(Moomoo)는 활동하기 좋은 아동복, 미앤드시티 키즈(ME&CITY KIDS)는 3~12세 소황제(小皇帝)를 겨냥한 고급스럽고 현대적인 아동복을 내놓는다. 의류뿐 아니라 자라 홈(ZARA Home)처럼 식품과 식기, 생활용품까지 아우르는 친(CH'IN)을 통해 소비자 생활 전반에 들어서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2016년 경영 일선에 뛰어든 저우청젠 장녀 후자자(胡佳佳) 사장이 주도한다. 후 사장은 인스티튜트 마랑고니 런던에서 패션 마케팅을 전공했다. 2012년 이후 자라와 유니클로, H&M 등 해외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중국 시장에서 총공세를 퍼붓는 와중에도 미터스본위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휘했다.
♧ 브랜드 세분화로 다양한 소비자층 공략
당시 미터스본위 최대 약점은 외주업체에 생산을 의존하다 보니 '속도전'에서 해외 브랜드에 밀렸다는 데 있다. 신상품 기획에서 매장 진열까지 한 달 이내에 마치는 패스트패션 추세와 달리 미터스본위는 2~3개월이 걸렸다. 공장·물류업체·매장을 전부 직접 운영하지 않고 중국 전역에 퍼진 외주업체를 품목별로 관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최신 유행'에 눈을 뜨기 시작한 소비자들은 미터스본위에 등을 돌렸다. 여기에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격하게 불어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주요 유통망으로 삼았던 미터스본위는 재고와 비용 문제를 떠안아야 했다. 직영점보다 가맹점 비율이 높았기에 가맹점주가 선택하지 않는 신상품은 재고로 쌓였다.
후 사장은 그저 '입기 편한 옷'으로 알려진 미터스본위 색깔을 '나를 뽐낼 수 있는 옷'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브랜드를 세분화했다. 그 결과, 잠시 주춤하던 미터스본위 매출은 다시 성장 가도를 달려 2018년 76억7700만위안을 기록했다. 미터스본위는 여전히 베이징과 상하이 같은 구매력이 큰 대도시에선 비교적 큰 규모의 직영 매장을 운영하며 브랜드 이미지와 유통 경쟁력을 높인다. 반면 2선 지방 도시에는 가맹점을 대거 모집해 본사 지출은 줄이고 소비자 접점은 유지한다.
중국 전역에 걸쳐 매장이 속속들이 뻗어 있는 만큼, 신상품이 시장에서 유통되는 기간은 다른 패스트패션 브랜드보다 긴 편이다. 2018년 기준 미터스본위 재고 자산 회전일은 203일로, 짧게는 2주 안에 신상품이 모두 소진되는 자라와 H&M에 비하면 10배 이상 길다. 미터스본위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 8개였던 중국 내 대형 물류센터를 11개로 늘려 공급망 관리 효율을 높이고, 온라인 유통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