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빌라 다 끼워넣고 "공급 충분"…집값 뛴 건 '국민 탓'이란 정부
남자천사
2021.07.29. 08:03조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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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빌라 다 끼워넣고 "공급 충분"…집값 뛴 건 '국민 탓'이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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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목 기자 · 이유정 기자
입력 2021.07.28 17:36 수정 2021.07.29 00:42 지면 A3
"집값 크게 떨어지니 사지말라"
26번째 대책은 '협박·호소'
정부 합동 부동산 담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첫 번째), 은성수 금융위원장(세 번째), 김창룡 경찰청장(네 번째)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문재인 정부의 26번째 부동산 대책은 국민을 향한 협박과 호소였다.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으니 사지 말라고 하고 시장 교란행위는 엄단하겠다고 했다. 부동산 실정(失政)에 대한 반성은 없이 집값 급등 이유를 국민의 기대심리와 투기 수요 탓으로 돌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창룡 경찰청장과 함께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관계 부처 수장들이 모여 부동산시장 전반에 대한 대책과 입장을 발표한 것은 ‘2·4대책’ 이후 5개월여 만이다.
홍 부총리는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의 요인이 주택 공급 부족이란 지적이 많다”며 “하지만 올해 서울의 입주 물량은 8만3000가구로 지난 10년 평균인 7만3000가구와 비교하면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막연한 상승 기대심리와 투기 수요, 불법·편법 거래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 부총리는 “여러 부동산 가격 지표가 최고 수준에 근접했거나 이미 넘어서고 있다”며 “부동산시장의 하향 조정 내지 가격 조정이 이뤄진다면 시장 예측보다 좀 더 큰 폭으로 나타날 수도 있겠다는 예상을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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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위원장은 “실수요와 무관한 부동산 관련 대출은 더 촘촘하게 점검·감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강화된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제2금융권 가계대출을 더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담화문 발표 후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사고는 정부가 치고 책임은 국민이 져야 한다는 뻔뻔함”이라며 “국민이 무리해 집을 사는 것은 시장을 망치고 집값을 안정시키지 못하는 정부가 미덥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읍소 수준이어서 주목할 내용은 없다”며 “짠한 느낌마저 든다”고 했다.
민간통계와 차이 큰 공급물량
불법거래가 부동산 시장 왜곡?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 “막연한 상승심리와 불법거래가 문제다.” “집값은 고점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대국민 담화에서 한 주장들이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재건축 규제로 서울 공급이 부족하고,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임대차법 시행으로 집값이 폭등한 현실을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지금 집값이 거품이라는 발언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의 공급 통계 부풀리기
홍 부총리 주재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참석한 이날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선 집값 상승의 원인이 공급이 아니라는 점이 강조됐다. 홍 부총리는 “올해 입주 물량은 전국 46만 가구, 서울 8만3000가구로 평년 수준”이라며 “2023년 이후에는 매년 50만 가구 이상 공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했다. 공급 부족이 아니라 심리적 요인, 투기수요, 불법거래 등이 집값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밝힌 올해 서울 입주 물량 8만3000가구 가운데 절반가량인 4만1000여 가구는 아파트가 아닌, 빌라·단독주택 등이다. 수요자 선호도가 낮고 그만큼 매매 및 전세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작다.
아파트만 놓고 봐도 민간기관과 차이가 크다. 정부는 올해 4만2000가구 규모의 서울 아파트 입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부동산114는 3만864가구에 그칠 것으로 봤다. 민간 통계에선 입주 물량이 작년(4만9411가구)보다 37.5%나 줄어든다. 민간 통계는 입주자모집 공고를 기준으로 입주가 확정된 물량만 통계로 잡는다. 하지만 정부는 인허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1만 가구 이상 차이가 났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위원은 “서울 입주는 지난해를 정점으로 올해부터 큰 폭의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2018년 63만 가구에서 2019년 52만 가구, 2020년 47만 가구로 전국 입주가 계속 줄어들었다”며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는 정부 주장은 거짓”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10년간 매년 수도권에 1기 신도시 전체 물량(29만 가구)보다 많은 31만 가구가 공급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 역시 ‘공급대책이 차질 없이 추진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13만6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과 5만 가구 공급이 목표인 공공재건축은 후보지 발굴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0.009% 불법거래에 책임 전가
“불법·편법거래와 시장교란 행위가 부동산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홍 부총리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토부는 작년 2월부터 12월까지 전국 주택 거래 71만여 건을 전수조사했다. 하지만 실거래가 띄우기로 의심되는 건 12건에 불과했다. 이를 포함한 법령 위반 의심 사례는 총 69건이었다. 전체 거래의 0.009% 수준이다.
임대차법에 따른 전세 불안이 집값을 끌어올렸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임대차법 시행 직후 1년간(2020년 7월~2021년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27.1% 상승했다. 매매가격 역시 9억5033만원에서 11억5751만원으로 2억원 넘게(21.8%) 올랐다.
“주택구입 부담지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등 주택가격 수준과 적정성을 측정하는 지표들이 최고 수준에 근접했거나 이미 넘어서고 있다”며 집값 고점을 주장한 것에 대한 반론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지수는 지난해 4분기 95.5로 OECD 국가 중 리투아니아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이 지수는 낮을수록 국민들이 주택을 살 여력이 크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