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다와 나
산과바다/최 규 석
나는 뭍에 산다.
어쩌다
바다가 그리워지면
날씨 좋은 날에만
바다를 찾는다.
바다는
내 양말을 적시고
바짓가랑이를 적시더니
기어코 나를 빨개 벗겼다
하얀 이를 길게 보이며
즐거워한다.
바다에 몸 잠기며
지평선을 바라보면
하늘과 바다는 한 몸
내 몸도 잠기었으니
나도 한 몸 이려니
잔잔한 물결 일으키며
좋아서 희죽 희죽 웃는다.
내 몸을 건져 내어
집에 돌아온다.
신문을 방바닥에 폈다
지난번엔 태국에서
이번엔 사모아에서
쓰나 미가 휩쓸었단다.
맑은 날에도
6 미터도 넘게 물기둥 세우더니
집과 사람을 쓸어버리다니
신문을 깔고 엎드렸다
저들의 고통이, 슬픔이
내 배 아파 뒹구는
고통으로 느낄 수가 있을까
울컥 울컥 바닷물을 토해낸다.
아니 되겠다
내가 바다에 빠져
하늘과 바다와 내가
다시 한 몸 되어
잔잔한 물결 일으켜
저들의 어께를
어루만져 주어야겠다.
“내니라 두려워 마라”
말씀을
전하여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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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석]하늘과 바다와 나
산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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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1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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