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결핵으로 26세로 요절한 키츠(John Keats, 1795-1821)는
아름다운
요정과 사랑에 빠진 인간은 환상에 빠져
현실에서는
맛볼 수 없는 황홀한 행복을 잠시 누리게 되지만
그
만큼 현실과 멀어지게 되고 요정이 사라진 후에는
영원히
현실로 돌아오지 못하고 방황하며 시들어 간다는 것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시는
기사가 잠에서 깨어나 방황하고 있을 때
시인이
기사에게 말을 건네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시인이
질문을 두 번 한 후에 드디어 기사가 입을 엽니다.
“잠에서 깨어난 후 한 동안 넋이 나가 있었던 모양이오.”
요정이
아름다운 얼굴뿐만 아니라
달콤하고
신비스런 노래로 기사를 완전히 사로 잡았기 때문에
그만
넋을 잃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기사는 요정의 품에 안겨 잠이 들고 곧 무서운 꿈을 꿉니다.
푸르게
보일 정도로 창백한 왕자들과 기사들을 꿈에서 본 것입니다.
요정의
희생자들인 그들은 “돌 같이 차가운
미녀가 그대를 노예로 만들었구나!”하고 말하면서
기사
또한 희생물이 될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굶주린 입술’은 요정에게 희생당한 사람들을 말합니다.
그들은
달콤하고 신비로운 요정의 음식을 맛본 뒤에는
평범하기만
한 인간의 음식을 도저히 먹을 수 없어 굶어 죽었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요정도
기사에게 이 점을 경고했지만 기사가 알아들을 리가 없었습니다.
요정은
동굴에서 눈물을 흘리며 한 숨을 쉬면서
“나는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요.”라고 말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요정의 언어로
인간이 알아 들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요정이 그렇게 말한 것으로 착각했는지도 모릅니다.
환상은 아름답지만 무자비하고 비참하게 만든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 것 같습니다.
환상은 우리를 유혹하지만 오래 함께 있어주지도 않고
결코 아무 책임도 져주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 것 같습니다.
요정을 하느님으로,
요정의 음식을 천상(天上)의 양식(糧食)으로 생각해봅니다.
요정은 하느님을 뜻하고 ‘돌 같이 차가운 미녀’는
미인만 보면 엉큼한 생각을 하는 우리들의 환상을 뜻합니다.
우리는 환상 속에서 하느님께 꽃다발을 드리고
묵주 반지를 만들어 끼고 다니고
십자가 목걸이를 하고 돌아다니면서 죄만 짓고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하해(河海)와 같은 은총을 내려주셨음에도
우리는 환상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모릅니다.
어렵게 하느님을 만나고도 그것을 모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진심으로 사랑하시지만 우리는
그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 품에 안겨 엉뚱하게도 재물과 명예와
권력만 꿈꾸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요정과 사랑에 빠졌다는 것은 육욕(肉慾)이라는 환상에 빠져 있는 인간을 뜻합니다.
환상은 무자비하고 우리를 비참하게 만들고 맙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도 없게 만듭니다.
영(靈)의 언어와 육(肉)의 언어가
통할 리가 없다는 것을 노래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