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곳에서 우리를 반겨주는 음악
고찬용의 두 번째 앨범 'Look Back'
고찬용. 그의 이름 앞에는 '낯선사람들'이 있다. '낯선사람들' 은 대중적으로 이소라가 활동했던 그룹으로 알려졌지만 음악팬들에게는 고찬용으로 기억된다.
낯선사람들 1집은 재즈풍의 세련된 사운드와 보컬 콰이어(Chior)의 매력을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전곡을 작곡하고 10곡 중 다섯 곡의 작사를 맡는 등 천재 뮤지션 고찬용의 재능을 세상에 알린 앨범이었다. 고찬용이 자신의 음악을 세상에 내보인 것은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06년이었다. 10년 만에 발표한 'After Ten Years Absence'(첫 리더작이라는 표현 대신 '10년간의 부재'를 타이틀로 했다는 점에서도 고찬용의 음악이 곧 낯선사람들의 음악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에서는 전곡을 작사, 작곡, 프로듀싱했으며 화려한 퓨전재즈 스타일로 낯선사람들을 이어가면서도 고찬용만의 색깔을 더했다.
그리고 2012년, 6년 만에 발표한 두 번째 앨범 'Look Back'에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듯 그동안의 음악적 자양분을 고은 체로 걸러내어 담백하게 담아내고 있다. 기타 연주가 중심이던 그간의 음악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1980~90년대 GRP류의 퓨전재즈 스타일이 더해져 있으며, 그리고 A.O.R.(Adult Oriented Rock) 성향까지 더해져 조 샘플, 보즈 스켁스, 알 자로, 토토, 케니 로긴스, 피터 세트라 등 여러 그림이 겹쳐지기도 한다. 그리고 이번 앨범에서는 고찬용과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베이시스트 김정렬이 힘을 보태고 있는데 그가 이끌고 있는 퓨전재즈그룹 '더 버드'(The Bird)의 멤버들이 세션으로 대거 참여하고 있다. 1990년대 음악을 한 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포크 뮤직의 대표 집단 하나뮤직(Hana Music)도 빼 놓을 수 없으며 현재 하나뮤직의 정신을 잇는 푸른곰팡이(Penicillium Music)가 또한 동반자로 함께 하고 있다.
고찬용의 음악을 설명하는 데에는 작곡이나 연주 외에도 그의 독특한 보컬을 빼놓을 수 없다. 낯선사람들 활동 당시 아카펠라 스타일의 보컬 그룹이 생소해 맨해튼 트랜스퍼나 리얼그룹 같은 재즈 보컬 그룹으로 소개되어 예나 지금이나 고찬용을 재즈 보컬리스트로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기에는 타고난 음감으로 재즈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는 화려한 스캣(Scat, 정해진 가사 없이 악기처럼 즉흥적으로 노래하는 보컬 테크닉)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능력과 화성을 빈틈없이 쌓아 감상자를 압도하는 타고난 보컬 감각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순간적인 즉흥연주가 중요한 재즈 쪽에서 본다면 그의 음악은 디테일한 편곡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웰메이드 팝 보컬 앨범이다. 최근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 때문에 목에 핏대를 세우며 노래해야만 열창으로 인정받는 현실에서 그의 노래는 TV에서 익숙하게 보아온 노래 스타일이 아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특급 세션진의 참여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연주로 인해 노랫말에 멜로디를 얹는다는 느낌보다 완성된 연주에 노랫말을 붙여 노래한다는 느낌이 강한 것도 이유 중 하나이다.
30초 안에 감상자를 사로잡아야 하는 트렌디한 '후크 송'에 비하면 고찬용의 음악은 한없이 느리다. 하지만 빨리빨리 소비해야 하는 후크 송과 달리 고찬용의 음악은 오랫동안 곁에 두고 싶은 음악이다. 낯선사람들의 노래처럼. "... 아마 너의 모든 아픔이 씻어질 거야/ 친구여"라고 노래하는 '기차'의 가사나 "두 눈을 감고 음악을 느껴봐요/ ... 그대 꿈속의 오색나비들 춤 출 때까지 그대 마음이 편안해질 때까지"라고 노래하는 '무지개나비'는 실로 오랜만에 음악을 통해 위안을 느끼게 해주었다.
김광현 월간 재즈피플 편집장
[수록곡 소개]
1. 화이팅
이소라의 프로포즈 백밴드로 익숙한 이명원(베이스), 신석철(드럼)이 리듬 섹션을 맡고 있다. 고찬용의 기타에 슬랩 베이스와 신디 연주로 더해져 그루브한 퓨전재즈 사운드가 시종일관 차고 넘친다. 삶의 굴곡이 심한 우리들에게 선사하는 고찬용 표 응원가 아닐까.
2. 바다
아기자기한 보사노바 리듬이 파도 소리를 타고 흐르는 곡이다. 야자수와 해변이 어울리는 라틴 재즈에서 자주 사용되는 플루트와 하모니카 연주가 외로움에 젖은 바다를 떠오르게 한다.
3. 무지개 나비
재즈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곡으로 비브라폰과 유니즌(Unison, 2개 악기 이상이 같은 음을 노래하거나 연주하는 방식)으로 흐르는 노래에서는 알 자로가 느껴지기도 한다. 앨범 내내 피아노로 리드미컬한 컴핑(Comping, 솔로를 위해 연주하는(주로 왼손) 반주법)과 솔로를 선사한 김태수의 연주가 인상적이다.
4. 날 위로해 줄꺼야
“만약 내가 외로울때면 누가 위로해 주지, 여러분” 2011년 임재범이 다시 불러 유명세를 탄 ‘여러분’의 마지막 노랫말로 우리는 모두 상처를 받고 위로를 받는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위로 받는 우리네 인생을 노래하고 있다.
5. 회전목마
브러시 드러밍, 워킹 베이스, 보컬 하모니, 그리고 유려한 피아노 솔로가 더해져서 재즈한 느낌이 가장 강한 곡으로 낯선사람들 팬들이라면 가장 반길만한 곡이다. 고찬용의 스캣(Scat)은 녹슬지 않았고 지금도 유쾌 발랄하다.
6. 철부지
그루브한 리듬이 반어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진지한 성찰이 담긴 노래로 보컬의 파워가 더 실리거나 보컬 사운드를 보다 더 보강했으면 어땠을까 한다.
7. 사춘기
이제는 희망을 노래하자는 ‘파이팅’과 어울리는 커플 곡이다. 특히 록 퓨전 기타리스트 마이크 스턴처럼 디스토션 사운드 넘실거리는 기타 솔로를 보여주는 고찬용을 만날 수도 있는데 그의 사춘기 시절 로망을 표현한 것은 아닌지.
8. 기차
한편의 뮤지컬을 본 듯한 큰 스케일을 가진 곡으로 멜로디와 노랫말의 어울림이 여행을 떠나는 주인공의 대사처럼 들린다. 작사, 작곡, 편곡, 프로그래밍, 코러스 뿐 아니라 기타 연주 모두 고찬용이 하고 있는데 어쿠스틱과 일렉트릭 기타를 적재적소에 채우고 있다.
9. 우울한 시간
폭넓은 그의 화려한 보컬 테크닉을 만날 수 있는 곡으로 미디엄 템포 사이사이 흐르는 비관적 정서가 창작의 불을 지피고 있는 듯하다. 노랫말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서는 2~3번 이어 들어야 할 듯.
10. 그곳에서
추억은 음악과 함께 생각나기 마련이다. 7080을 넘어 이제 8090 세대로 넘어 가고 있으니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1990년대 상징들이 이제 대중음악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속절없는 세월은 덧없이 흘러 이제 이곡처럼 차분히 나에게로 다가와 있다.
출처 :
http://www.yes24.com/24/goods/7045323?scode=032&OzSrank=1
첫댓글 멋집니다.... 예약발송하구 왔어요~~^^
소개시켜주서서 감사하구요....
아~~~ 기대됩니다~~~
최고!!!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