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신학은 인간학이다”
포이에르바하는 기독교가 사회 전반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던 19세기 유럽에서 소위 ‘이단아’ 같은 기독교 비판의 메시지를 펼쳤다. 인간과 세계를 온통 지배하던 종교(기독교)의 절대 진리와 신의 개념을 거부하고, 유물론 철학의 입장에서 기독교를 비판한 것이다. 이로 인해 그는 아버지의 우려처럼 대학 강단이나 연구 기관에 있지 못하고 평생 재야 학자로 지내야 했다.
포이에르바하는 당대에 널리 퍼져 있던 독일 관념론, 헤겔 철학을 비판, 거부하고 신(절대정신) 대신 자연과 물질을 근원적인 존재라고 주장하였다. 신이 아니라 인간이 중심이 되는 종교, 정신이 아니라 자연이 주체가 되는 철학의 복원으로 휴머니즘을 실현하려는 시도였다. 즉, 그가 실현하려는 종교(기독교)의 본질은 휴머니즘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서구 사회의 근간인 신을 부정하는 것은 당대 서구 사회의 존립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당시 교회와 사회는 그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 저자 소개
루드비히 포이에르바하(Ludwig Feuerbach)
독일의 유물론 철학자이며 종교철학자이다. 1804년 남부 독일의 작은 도시 란츠후트에서 법률가의 아들로 태어났다. 하이델베르크대학 신학과에 입학했으나 신학 교수들에게 실망하고 베를린대학으로 옮겨 헤겔 철학을 공부했다.
그는 충실한 헤겔 학도로 학문의 장도에 올랐으나 곧 헤겔 철학과 결별하고, 자신의 철학을 인간학이라고 명명했다. 그가 가장 큰 영향을 남긴 것은 종교적 비판으로, 그는 신과 모든 종교적 표상이 현세에서 인간의 고뇌, 바람, 이상의 관념적 반영이며, 인간의 자기 소외의 형상일 뿐이라고 했다.
헤겔 철학에서 관념론 철학 일반에 대한 비판과 유물론 철학으로 넘어간 그는 『죽음과 불멸성의 고찰』(1830) 등의 비판적 저술로 대학 강단에 설 길이 막혀 부르크베르크라는 시골에 은거하며 철학사, 종교비판, 행복론 등의 광범위한 저술에 전념했다.
헤겔 좌파의 가장 급진적인 사상가였던 그의 사상은 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비판적 극복을 거쳐 키에르케고르, 니체, 프로이트, 하이데거, 마르틴 부버 등에게 영향을 미쳤다.
지은 책으로 『기독교의 본질』, 『종교의 본질에 대하여』, 『베이컨에서 스피노자에 이르는 근세철학사』, 『라이프니츠 철학의 서술과 비판』, 『피에르 벨』 등이 있다.
📜 목차
개정판을 펴내며
초판 옮긴이의 글
제2판 저자 서문
1장 │ 일반적 인간의 본질
2장 │ 일반적 종교의 본질
3장 │ 오성의 본질로서의 신
4장 │ 도덕적 존재자 혹은 율법으로서의 신
5장 │ 성육신의 비밀 혹은 심성의 본질로서의 신
6장 │ 고난받는 신의 비밀
7장 │ 삼위일체의 신과 성모의 비밀
8장 │ 심성의 전능 혹은 기도의 비밀
9장 │ 하늘 혹은 인격의 비독교적 불멸
10장 │ 신앙과 사랑의 모순
결론
📖 책 속으로
인간이 의식하고 있는 인간의 본질이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혹은 인간 속에 있는 본래의 인간성, 유(Gattung)를 형성하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의 독특성과 본연의 인간성을 형성하고 있는 요소는 이성(Vernunft), 의지, 마음(das Herz)이다. 사유의 힘, 의지의 힘, 마음의 힘을 갖춘 사람이야말로 비로소 완전하다고 말할 수 있다. 사유의 힘은 인식의 빛이고, 의지의 힘은 성격의 힘이고, 마음의 힘은 사랑이다. 이성, 사랑, 의지의 힘은 완전성이며, 최고의 정력이며, 인간 자체의 절대적 본질이며 인간 생존의 목적이다. 인간은 인식하기 위하여 존재하고, 사랑하기 위해 존재하며, 의욕을 가지려고 존재한다.
“1장_ 일반적 인간의 본질” 중에서
인간은 참된 것이라고 여기는 것을 곧 현실적인 것으로 표상한다. 왜냐하면 인간에게는 근원적으로 참된 것만이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진리란 표상된 것, 몽상된 것, 상상된 것과는 대립하는 의미이다. 존재의 개념 혹은 실존의 개념은 진리의 제일 개념이며 근원적인 개념이다. 혹은 인간은 근원적으로 진리를 실존에 의존시키며, 그 결과로 실존을 진리에 의존시킨다. 신이란 인간의 본성이 최고의 진리로서 직관된 것이다. 그러나 신 혹은 그와 같은 것이지만 종교는 마치 인간이 그의 본성을 파악하여 최고의 존재로서 직관할 때의 규정성이 다양한 것만큼이나 매우 다양하다. 그러므로 인간이 신을 사유할 때 이 규정성은 인간에게는 진리이며, 바로 그 때문에 최고의 실존 혹은 실존 자체이다. 왜냐하면 오직 최고의 실존만이 본래적인 실존이며, 실존이라는 이름에 합당하기 때문이다.
“2장_ 일반적 종교의 본질” 중에서
오성은 우리 안에서 중성적이고 무관심하고 청렴하고 기만되지 않은 본질이며, 지성의 순수한 정의(情意)에 의해 흐려지지 않는 빛이다. 오성은 사상 그 자체(die Sache als Sache)의 단언적이며 공평한 의식이다. 왜냐하면 오성은 그 스스로 객관적인 성질을 갖기 때문이다. 오성은 또한 모순이 없는 의식이다. 왜냐하면 오성은 그 스스로가 모순이 없는 통일이며, 논리적 동일성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오성은 또한 법칙, 필연성, 규칙, 척도의 의식이다. 왜냐하면 오성은 그 스스로가 법칙이며, 활동이며, 자기 활동으로서의 사물의 본성의 필연성이며, 규칙의 규칙이며, 절대적 척도이며, 척도의 척도이기 때문이다. 오성의 신, 법칙, 필연성, 법이 그렇게 명한다면, 인간은 자기의 가장 소중한 인간적, 즉 개인적 감정과 모순되게 판단하거나 행동할 수 있다. 이는 오직 오성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3장_ 오성의 본질로서의 신” 중에서
오성은 율법의 엄격함에 따라서 판단한다. 심정은 순응하고, 공평, 관대, 신중하며 인간적이다. 우리는 다만 도덕적인 완전성을 제시할 뿐인 율법에는 아무도 만족하지 않는다. 율법 또한 사랑에 만족하지 않는다. 율법은 벌한다. 사랑은 죄인도 불쌍히 여긴다. 율법은 나를 단지 추상적인 본질로서 긍정할 뿐이고, 사랑은 현실적인 본질로서 나를 긍정한다. 사랑은 나에게 내가 인간이라는 의식을 부여한다. 율법은 단지 내가 죄인이라는 의식, 허무하다는 의식을 부여할 뿐이다. 율법은 인간을 복종시키고, 사랑은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
“4장_ 도덕적 존재자 혹은 율법으로서의 신” 중에서
🖋 출판사 서평
이 책 박순경 번역의 「기독교의 본질」 초판이 출간된 건 1991년이다. 보수적인 신학(칼 바르트)을 공부했던 역자가 이 책을 번역한 이유를 유추하자면 30여 년 전 우리 사회와 한국 개신교가 종교의 본질을 망각하고 있다는 그녀의 비판의식에 있었을 것이다.
역자의 사후 3주기를 맞아 이 책을 다시 펴내게 됨은 아직 여전히 한국 기독교는 신을 자기 입맛에 맞게 규정하고, 인간성을 배반하는 길, “신학은 인간학”이라는 휴머니즘에 근간한 기독교 이념의 실현이나 인간해방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의식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한국교회는 저세상의 논법에 의거해 현재를 제단하고 있고, 그리하여 현재를 세속적 논법으로 규정하여 정치적이며, 자기 이해에 충실한 탐욕의 종교로서 처신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이 시대 종교는 의식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소외로부터 해방된 인간의 실현을 지향해야 하고, 그러므로 기독교 신학의 본질은 인간학이어야 한다.
◈ 저자 서문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신과 세상의 감정을 다치게 하였다. 나는 서문에서 이미 다음과 같은 것을 말하는 “독신적(瀆神的) 대담함”이 있었던 것이다. 즉, “기독교도 역시 기독교의 고전 시대가 있었다. 그리고 다만 참된 것, 위대한 것, 고전적인 것만이 사유될 가치가 있으며, 참되지 않은 것, 왜소한 것, 비고전적인 것은 풍자극 혹은 익살극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기독교를 사유할 가치가 있는 객체(客體)로서 확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근세의 무절제하고, 무성격적이고 안이한 그리고 통속적이며 속된 에피쿠로스적 기독교를 제거하고 그리스도의 신부가 아직 순결한 처녀였던 시대로 되돌아가야 하였던 것이다….”
◈ 옮긴이의 글
철저하게 신을 인간으로 환원함으로써 신을 인간화시킨 사람이 포이에르바하이다. … 한편 포이에르바하에게서 인간화된 신 문제는 결국 자유주의신학과 관념론적 사상의 추세에서부터 필연성으로 대두된 것이라고 본다. 포이에르바하의 사상은 이러한 맥락에서 평가되어야 할 것으로 안다.
◈ 엮은이의 글
포이에르바하의 『기독교의 본질』에서 제기되어 들려오는 그의 기독교 비판이 지닌 한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젊은 마르크스가 그를 현대의 ‘연옥 불’이라 언급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는 마르크스가 보기에 “포이에르(불)-바하(개울)를 통하지 않고는 진리와 자유”로 가는 길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니,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진리와 자유로 가는 길을 추구하는 모든 이가 포이에르바하의 『기독교의 본질』을 탐독하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