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보 다리
G.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흘러내린다.
마음속 깊이깊이 아로새겨라.
기쁨 앞에 언제나 괴로움이 있음을
밤이여 오라, 종알 울려라.
세월은 가도 나만 머문다.
손에 손을 맞잡고 얼굴 대하면
우리의 팔 밑 다리 아래로
영원의 눈길 지친 물살이
천천히 하염없이 흘러내린다.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만 머문다.
사랑이 흘러 세느 강물처럼
우리의 사랑도 흘러만 간다.
어찌하여 삶이란 이다지도 지루한 것인가
희망이란 또 왜 격렬한가.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만 마문다.
날빛도 흐로고 달빛도 흐르고
오는 세월도 흘러만 가니
우리의 사랑은 가고 오지 않고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만 흐른다.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만 머문다.
[시인의 시 이야기]
프랑스 시인 g. 마폴리네르의 <미라보 다리>는 널리 알려진 시입니다. 이 시가 좋아서도 그렇지만 그보다는 세느강을 가로 지르는 미라보 다리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독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지요. 파리하면 떠오르는 세느강, 세느강 하면 떠오르는 미라보 다리, 세느강과 미라보 다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세월은 가고 강물은 흐르지만 사랑은 추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영원히 기억되지요.
내 마음속에도 지워지지 않고 기억되는 다리가 있습니다. 그 다리는 미라보 다리처럼 멋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어떤 특색도 있지 않습니다. 그 다리는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다리입니다. 그런데 그 다리는 나의 추억이 서려 있는 다리이지요. 나는 한창 민감한 소년기에 그 다리를 건너서 도서관엘 가고, 친구를 만나러 가고, 교회를 가고, 나를 좋아하고 나도 좋아하던 소녀를 만나러 가기도 했지요. 그 다리는 나의 청소년 시절을 고이 품고 있는 다리이기에 나는 지금도 그 다리를 떠올리면 나의 풋풋했던 청소년 시절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려진답니다.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고 산다는 것은 소중한 보석을 품고 있는 것처럼 행복한 일이지요. 물론 당신에게도 아름다운 추억이 있겠지요? 그 행복을 오래 간직하기 바랍니다.
출처 : 《위로와 평안의 시》
엮은이 : 김옥림, 펴낸이 : 임종관
김옥림 :
-시, 소설, 동화, 교양, 자기개발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집필 활동을 하는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에세이스트이다. 교육 타임스 《교육과 사색》에 〈명언으로 읽는 인생철학〉을 연재하고 있다. 시집 《나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만남이고 싶다》, 《따뜻한 별 하나 갖고 싶다》, 《꽃들의 반란》, 《시가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소설집 《달콤한 그녀》, 장편소설 《마리》, 《사랑이 우리에게 이야기 하는 것들》, 《탁동철》, 에세이 《사랑하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아침이 행복해지는 책》, 《가끔은 삶이 아프고 외롭게 할 때》, 《허기진 삶을 채우는 생각 한 잔》,《내 마음의 쉼표》, 《백년 후에 읽어도 좋을 잠안 315》, 《나는 당신이 참 좋습니다》, 《365일 마음산책》, 《법정의 마음의 온도》, 《법정 행복한 삶》, 《지금부터 내 인생을 살기로 했다》, 《멋지게 나이 들기로 마음먹었다면》, 《인생의 고난 앞에 흔들리는 당신에게》, 《마음에 새기는 명품 명언》, 《힘들 땐 잠깐 쉬었다 가도 괜찮아》, 《법정 시로 태어나다》, 《이건희 담대한 명언》 외 다수가 있다. 시세계 신인상(1993), 치악예술상(1995), 아동문예문학상(2001), 새벗문학상(2010), 순리문학상(2012)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