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00일도 안 돼 20%대 지지율을 기록했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법원 판결로 당 지도부가 뿌리째 흔들리는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다.
정치에서 희망을 찾는 국민의 갈증이 해소될까?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최근 매주 토요일마다 '윤석열 퇴진 운동'을 이끌고 있는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를 지난 23일, 서울 모처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윤석열 정부, 직무 유기 사태.... 국민 삶 보살피는 데 관심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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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퇴진, 김건희특검 촛불대행진에서 발언하는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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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윤석열 정권의 국정운영을 어떻게 보십니까?
"보통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집권 100일은 앞으로 국민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해나갈지 설계하고 국민 지지를 얻는 매우 중요한 시기인데 윤 정부는 전혀 그러지 않았죠. 초유의 직무 유기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폭우가 쏟아졌을 때 윤 대통령은 아파트가 침수되는 걸 보고도 집으로 갔다는 얘기를 스스로 하지 않습니까? 국가 최고 수반이 되었으면 그에 요구되는 의무를 수행해야 할 텐데 그러지 않는 모습이 모두를 경악하게 했죠.
왜 이런 모습이 나오겠습니까? 애초부터 국민 삶을 보살피는 데 관심이 없는 것입니다. 국가 권력을 검찰 권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만 여기고, 그걸로 누릴 이익에만 관심을 두기 때문입니다. 특권층을 위해 힘을 다하다 보니 국민 삶을 돌볼 여력이 없는 거죠. 국정을 운영하는 철학도 없어 보입니다.
국민 고통은 커지는데 정부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을 추진한 것을 보세요. 과정도 졸속이지만 근거도 과학적이지 않은 엉터리 정책이었습니다. 이러니 윤 정부가 하는 정책들이 국민적 반발을 사는 거죠. 비판을 들을 자세도 안 되어 있는 정부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니 정권 지지율이 20%대까지 추락한 거죠."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경제위기 등으로 국제 정세도 복잡한 상황인데요.
"윤 정부는 외교관계를 풀어나가는 데서도 국익이 무엇인가, 국익을 어떻게 관철해나갈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우리의 자주적인 입장을 가지고 주권국가의 존엄성을 어떻게 지키고 높여갈 것인가에 대한 인식과 자세가 없습니다.
흔히들 미·중 갈등이란 말을 쓰는데 저는 옳다고 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실 미국이 일방적으로 중국을 도발하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자기 패권이 흔들리니까 이를 만회하려고 공격적인 정책을 취하는 게 현 상황입니다. 우리로선 중국과 척질 이유가 전혀 없는데, 미국이 중국과 대립하게 만들면서 일본과 군사동맹까지 맺으라고 몰아가고 있죠.
여기에 대해서 단호하게 국가 이익을 바로 세워서 막아야 할 텐데 윤 정부는 어떻습니까? 일방적으로 끌려갈 뿐만이 아니라, 특히 일본에 굴종적이라 할 수 있는 태도까지 보이고 있죠."
"100일도 안 돼 국정 마비... 집권 여당 국민의힘은 계파싸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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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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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행동은 지난 8월 4일 윤석열 퇴진 특별성명 발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윤석열 퇴진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집권 100일여 만의 퇴진운동은 이르지 않냐는 우려도 있는데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다르게 보면, 윤 정부가 100일도 채 되지 않아서 이 정도의 국정 마비 상태를 가져온 것이죠. '앞으로는 어떻게 되겠는가, 재앙이 더 커지기 전에 국민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선택이 필요해졌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8월 초부터 매주 토요일 청계광장에서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을 시작했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경우 공적 권한이 없는 사람들이 국정에 관여해서 국정농단으로 퇴진 당했어요. 그런데 이 윤석열 정권은 직무 유기에 국정 파탄,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 의혹까지 굉장히 광범위한 문제를 지녔다고 봅니다. 제대로 된 사회라면 이런 일은 도저히 있을 수도 없습니다. 이런 사태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민주시민의 권리로서 주권자 국민이 요구하는 기본권 행사입니다."
- 이런 시국에 대응해야 할 정당의 현 상태는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국민의힘은 계파 싸움으로 국정이 공백인 기이한 상태죠. 여당이면 정부를 받쳐줘야 하는데, 권력 쟁탈전에 몰두하느라고 여당으로서 무한 책임을 지는 모습은 없습니다.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통해서 지금 한국 사회의 위기가 어떤 것인지, 위기 시대에 민주당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등 중요한 담론들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담론이 나왔다고 보기 힘들어요.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은 이재명 의원 경우에도 어떤 식으로 문제를 풀 건가에 대한 담론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매우 아쉽습니다. 잘하길 바라면서도 바로 그런 것 때문에 민주당에 기대를 걸어도 되는지에 대한 회의가 존재합니다."
- 민주당이 대안세력이 되기 부족하다고 보시는 것인지요?
"앞서 일본에 대한 굴종적인 윤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사에 대한 민주당의 비판 강도도 대단히 미약했고 일본의 한 정치인의 망언, '일본은 한국에 형님과 같은 존재'란 발언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유감' 정도로 끝냈습니다. 도대체 뭐 하는 것인지 질문할 수밖에 없어요.
결국 정치 전체가 국민의 뜻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대 양당 구조가 지금 굳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국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죠. 대안이 없는 상태니까 (기존 정당이) 오만한 태도를 구조화시키는 건 아닌가, 또 그에 대한 시민 분노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 새로운 정치세력, 새로운 대안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한국 사회 현실을 보면 복잡한 심경입니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거리에 나와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매주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있어요. 국민이 자기의 권리를 행사하는 굉장히 중요한 정치 변혁의 과정입니다. 이런 힘들이 역사를 전진시킨다고 봅니다.
저는 여기에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이 새 정치를 할 새 정치세력을 조직할 기회와 공간을 탄생시키지 않겠냐는 기대 또한 하게 됩니다. 이걸 해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점점 여기저기, 각 지역에서 소규모 정치 조직화 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이 모여 가시화될 만큼 하나의 아주 큰 흐름으로 이어지지 않겠는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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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대행진 서울역 집회에 참여한 김 상임대표의 모습. |
"윤석열 대통령 퇴진 운동에 여러 단체 동참 원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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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계광장을 출발, 광화문 세종로를 행진하는 촛불집회 참가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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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을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날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0일이 되기 4일 전이다.
앞서 촛불행동은 4일에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특별성명을 발표했고, 6일에는 촛불집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국민대의 김건희 여사 논문 재검증 결과를 규탄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허위경력 관련 검찰·경찰의 공정한 수사를 기대할 수 없기에 국회차원에서 특검을 도입해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설치와 관련하여 규탄의 목소리가 강하게 터져 나오기도 했다. 조종주 강제징집 녹화선도사업진실규명추진위원회 사무처장은 "경찰국을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은우근 촛불행동 상임공동대표가 '민주파괴, 민생파괴, 평화파괴 윤석열 퇴진하라'라는 주제로 발언했다.
참가자들은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팻말을 들고 청계광장을 출발해 종각, 안국동, 광화문을 거쳐 다시 청계광장으로 돌아와 집회를 마무리하였다.
한편 촛불집회를 개회한 촛불행동 권오혁 사무국장은 "해당 집회에 여러 단체가 동참을 해오고 있다"면서 "17일 윤석열 정부 취임 100일을 맞아 그간 진행해온 윤석열 퇴진 범국민선언 결과 발표와 향후 퇴진 투쟁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촛불행동은 오는 20일에도 촛불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