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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이사(我無爾詐)
나는 너를 속이지 않을 것이다는 뜻으로, 너도 나를 속이지 말라는 약속을 의미하는 말이다.
我 : 나 아(戈/3)
無 : 없을 무(灬/8)
爾 : 너 이(爻/10)
詐 : 속일 사(言/5)
출전 :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선공(宣公)
나는 너를 속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좀 더 자연스럽게 표현하면 '나는 너에게 거짓이 없다', 또는 '나는 너를 속이지 않을 것이다' 정도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신의(信義)와 진정성을 표현하는 고사성어나 문장으로, 어떤 관계 속에서 진심을 드러내고 신뢰를 강조할 때 사용할 수 있다.
아무이사(我無爾詐)는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선공(宣公) 11년 조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진(晉) 나라의 중군장 란지(欒枝)와 진(秦) 나라 장수 백을(白乙)이 회담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진나라의 '란지'가 진나라를 배반하고 진(秦)나라로 망명하려 했던 인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자, '백을'이 말한다. "나는 너를 속이지 않겠으니, 너도 나를 속이지 마라(我無爾詐, 爾無我虞)."
'나는 너를 속이지 않을 테니, 너도 나를 속이지 마라.' 이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평화적 교섭이나 협상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다. 오늘날 이 구절은 상호간의 신뢰와 성실한 태도를 강조할 때 종종 인용되며, 특히 정략적, 외교적 관계나 계약적 신의가 중요시되는 상황에서 인용된다.
신의(信義)와 진정성을 표현하는 고사성어나 문장은 동양 고전에서 많이 등장한다. 다음은 그 대표적인 예들이다.
사기에 출전한다. "한 마디 말이 구정(九鼎)의 무게와 같다(一言九鼎 일언구정)." 이는 말에 무게가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언행을 뜻한다. 즉, 약속을 중히 여기는 사람을 비유한 말이다.
논어 자로편이 출전이다. "말한 것은 반드시 지키고, 행동은 반드시 결과를 낸다(言必信 行必果 언필신 행필과)." 진실한 말과 책임 있는 행동을 강조하는 유가의 덕목이다.
논어와 한비자 등에 보인다. "충고는 귀에 거슬린다(忠言逆耳 충언역이)." 진심 어린 충고는 듣기 불편하지만, 그 진정성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출전은 고사성어이다. "쇠와 돌처럼 단단한 우정 또는 신의(金石之交 금석지교)" 변치 않는 신의와 진실된 관계를 말할 때 사용한다.
사람 사이의 약속에 어울리는 고사성어이다. "말은 반드시 믿을 수 있어야 하고, 행동은 반드시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言必信 行必果 언필신 행필과)." 개인 간의 약속, 직장 내 신뢰 관계 등에서 진정성과 책임감을 강조할 때 쓰인다. "한 번 한 약속은 천금처럼 무겁다(一諾千金 일낙천금)." 자신의 약속을 절대적으로 지키는 사람, 말의 신뢰성을 중시할 때 사용한다.
외교적 관계에서 어울리는 고사성어이다. "나는 너를 속이지 않을 테니, 너도 나를 속이지 마라(我無爾詐 爾無我虞 아무이사 이무아우)." 외교, 협상, 협의 등 상호 신뢰와 평등한 태도를 강조할 때 이상적 표현이다. "상은 반드시 주고, 벌은 반드시 준다(信賞必罰 신상필벌)." 국가 간 조약이나 공정한 외교 원칙과 신의를 강조할 때 적합하다.
문학적 표현으로 어울리는 고사성어이다. "쇠와 돌처럼 단단한 사귐(金石之交 금석지교)"이라는 말이다. 진정한 우정이나 신의 있는 관계를 시적으로 표현할 때 사용한다. "흠 하나 없는 흰 구슬(白璧無瑕 백벽무하)"이라는 말이다. 결백하고 진실된 인물이나 관계를 문학적으로 미화할 때 사용한다. "충직한 말은 귀에 거슬린다(忠言逆耳 충언역이)"는 말이다. 진정성 있는 조언이나, 비판 속의 신의를 문학적으로 표현할 때 사용한다.
'나는 너를 속이지 않았다'는 논어(論語)의 '宰我問曰…' 구절에서 공자의 제자 중 한 명인 자하(子夏)가 한 말로 알려져 있다. 본래 의미는 "나는 너에게 거짓을 쓰지 않았다", 즉 진실하고 정직하게 대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정직과 성실의 미덕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믿음은 거짓 없이 정직하게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또한 책임 있는 태도이다. 타인을 속이지 않고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강조한 말이다.
오늘날 디지털 정보화 사회,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익명성이 커진 사회에서도 아무이사(我無爾詐)는 중요한 덕목으로 재조명된다. 가짜 뉴스, 사기, 신뢰 붕괴가 빈번한 현대사회에서 정직은 사회 안정의 기반이 된다. 기업의 투명성, 공정 거래, 정치인의 언행 등 모두 속이지 않는 태도가 기본이다. SNS, 메신저 등 비대면 소통에서 진정성과 신뢰는 더욱 중요하다. '나는 너를 속이지 않겠다'는 마음은 건전한 인간관계 유지의 핵심이다.
소비자들은 점점 더 윤리적인 브랜드와 정직한 기업을 선호한다. 기업은 고객을 속이지 않고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활용 시대에 정보의 왜곡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알고리즘도 속이지 않는 설계가 필요하며, 이는 윤리적 책임과 연결된다.
아무이사(我無爾詐)는 단순한 고사성어가 아니라, 정직함과 진정성을 바탕으로 한 인간관계의 본질적 가치를 일깨워주는 말이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복잡한 사회 문제들에 대해 다시금 성찰하고, 정직한 태도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한다.
아무이사(我無爾詐)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선공(宣公) 15년 조 5월에 초(楚)나라가 송(宋)나라를 징벌하라 가서 두 나라가 맹서하는 가운데 나온 말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선공(宣公) 15년 조 5월에 초(楚)나라가 초나라 사신을 죽인 송(宋)나라를 징벌하라 가서 수도를 포위하고, 농사를 지으면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자 송나라는 경악을 했다.
夏, 五月, 楚師將去宋. 申叔時僕曰, 築室反耕者, 宋必聽命, 從之, 宋人懼.
송나라 재상 화원이 밤중에 초나라 장군 자반을 찾아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군주가 나를 그대에게 보내 송나라의 어려운 사정을 전하게 했소. 주군이 말하기를 ‘폐읍은 지금 역자이식(易子而食; 자식을 바꾸어 잡아먹다)하고, 석해이찬(析骸以爨; 뼈를 부수어 불을 때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라가 망하는 일이 있을지라도 성하지맹(城下之盟; 항복) 만은 맺을 수가 없습니다. 초나라 군대가 30리를 물러가면 송나라는 오직 초나라의 명만을 따르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했지요.”
使華元夜入楚師, 登子反之床, 起之曰; 寡君使元以病告. 曰; 敝邑易子而食, 析骸以爨. 雖然, 城下之盟, 有以國斃, 不能從也. 去我三十里, 唯命是聽.
자반은 화원의 갑작스런 출현에 크게 놀라 해를 당하지 않을까 두려워한 나머지 화원과 맹세한 뒤 곧 이를 초장왕에게 보고했다.
子反懼, 與之盟, 而告王.
초나라 군대가 30리를 물러나자 송나라가 초나라와 강화를 맺었다. 이때 화원은 초나라에 인질로 가게 되었다.
退三十里, 宋及楚平. 華元為質.
당시 두 나라는 이같이 맹세했다. “내가 당신을 속이지 않을 것이니, 당신도 나를 속이지 마시오(我無爾詐, 爾無我虞).”
盟曰; 我無爾詐, 爾無我虞.
(春秋左氏傳/宣公 宣公十五年)
필부(匹夫)의 정치, 대인(大人)
초왕(楚王)이 구정(九鼎)의 대소경중을 물었다. 주(周)의 왕손이 대답했다. '천자가 되고 못 되고는 덕행에 달린 것이지, 세발 솥의 무게와는 무관하오(在德不在鼎).'
그러자 초왕이 말했다. '그대는 구정을 두고 으스대지 말라(子無阻九鼎).그런 건 우리가 가진 무기의 일부만 녹여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史記 楚世家)
여기 나오는 초왕은 중국 춘추시대 초의 장왕(莊王)이다. 구정은 한낱 솥이 아니라 하(夏) 이래 중원의 통치권을 상징하는 보물인데, 초 장왕이 '세발 솥의 경중을 물은(問鼎)' 사건은 천하를 차지하겠다는 젊은 군주의 옹골찬 포부를 드러낸 유명한 장면이다. 그는 과연 남쪽 오랑캐(南蠻)라고 멸시받던 초를 춘추오패(春秋五覇)의 강대국으로 만든 성군으로 칭송된다.
뿐만 아니라 그는 통 크고 호방한 일화들을 숱하게 남겼는데, 이 덕분에 춘추전국을 통틀어 가장 매력적인 인물로 꼽히기도 한다. 특히 그가 보여 준, 일신의 이익보다 인간의 의(義)를 중요시한 대인(大人) 정치는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는 대목들이다.
그는 즉위할 때부터 남달랐다. 왕이 되고 3년 동안 정치는 아예 내팽개쳤다. 밤낮으로 여인들 품에 살면서 '나를 간(諫)하는 자는 죽음을 각오하라'고 선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 오거가 나섰다. '수수께끼를 하나 내겠습니다. 새가 3년 동안 날지 않고 울지도 않으니, 무슨 새일까요?'
장왕이 답하기를 '3년을 날지 않는 것은 한 번 날매 하늘로 치솟고자 함이요, 3년을 울지 않는 것은 한 번 울매 세상을 놀라게 하려는 것이다(三年不蜚, 蜚將沖天, 三年不鳴, 鳴將驚人). 네 뜻을 알겠으니 살려 준다.'
바로 음락(淫樂)의 자리를 털고 일어난 장왕은 과연 비상을 위해 3년을 웅크린 붕새와 다르지 않아, 금방 중원의 강자로 부상했다. 제후국들을 차례로 토벌하면서도 한 번도 왕도(王道)를 소홀히하지 않았다.
장왕이 정(鄭)을 공격했다. 석 달간 포위를 풀지 않자 정의 양공(襄公)은 예법을 제대로 갖추어 항복하면서 백성을 위해 사직만은 지켜 달라고 탄원했다. '군주가 이토록 자신을 낮추니 백성 또한 믿을 만하다. 이런 나라의 대를 끊을 순 없다(其君能下人, 必能信用其民, 庸可絶乎).' 장왕은 신하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과 강화했다. 장왕은 연이어 강대국인 진(晉)과 싸워 대승했다. 적의 시체를 쌓아 올려 전승기념탑(京觀)을 만들자는 건의가 있자 장왕은 단호히 물리쳤다.
무(武)는 싸움을 멈추게 한다는 뜻이다. 나는 병사들의 뼈를 들판에 흩고 무력으로써 제후들을 위협했으며 남의 위기를 틈타 이익을 얻었으니 무(武)의 7가지 덕(七德) 가운데 하나도 이룬 것이 없다. 하물며 경관이란 것은 패자(敗者)의 사악함을 징계하자는 것인데, 진의 백성이 왕의 명령을 지키고 충성을 다하다 죽은 것을 생각하면 어찌 그것을 세운단 말인가? 불가하다.
武有七德 : 禁暴, 戢兵, 保大, 定功, 安民, 和眾, 豐財者也.
(左傳)
좌전(左傳)에 이르기를, 무(武)에는 7가지 덕(德)이 있다. ①폭력을 금한다. ②병사를 단속한다. ③큰 것을 보호한다. ④차분하게 친다. ⑤백성을 편안케한다 ⑥무리를 화합시킨다. ⑦재물 가진 자를 풍요롭게 한다.
그는 죽기 3년 전 마지막으로 숙적인 송(宋)과 일전을 펼치는데, 초의 사신을 죽인 것을 응징하기 위해서였다. 송이 사신을 죽였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분노한 왕은 바로 옷소매를 떨치고 일어나 밖으로 뛰어나갔다. 시종이 급히 뒤따라 나가 궁문에 이르러 신발을 신기고, 궁문을 지나 검을 채웠으며, 고개를 넘어서야 간신히 수레에 태웠다.
(춘추좌전)
포위 공격이 다섯 달이나 계속됐다. 송의 대부가 몰래 와서 '성 안의 백성이 자식을 서로 바꿔 먹고 해골을 쪼개 땔감으로 쓰는(易子而食, 析骨而炊)' 참상을 전하고 강화를 요청했다. 장왕은 '너야말로 의인이다' 하며 그를 칭찬하고 바로 포위를 풀었다. 기록에는 두 나라가 이렇게 맹서했다고 전한다. '나는 그대를 속이지 않을 것이다. 그대도 나를 속이지 말라(我無爾詐, 爾無我詐).'
짧지만 비범함과 여유가 느껴지는 내용이다. '네가 이렇게 하면 나도 이렇게 하겠다'는 요새 위정자들의 어법과는 정반대다. 필부(匹夫)의 정치와 대인의 정치가 이만큼 다른 것이다.
▶️ 我(나 아)는 ❶회의문자로 手(수)와 창 과(戈; 창, 무기)部를 합(合)한 글자라고 생각하였으나 옛 모양은 톱니 모양의 날이 붙은 무기(武器)인 듯하다. 나중에 발음(發音)이 같으므로 나, 자기의 뜻으로 쓰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我자는 ‘나’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我자는 톱니 모양의 날이 달린 창을 그린 것이다. 이것은 서유기(西遊記)에서 저팔계가 가지고 다니던 삼지창과도 같다. 我자는 이렇게 삼지창을 그린 것이지만 일찍이 ‘나’를 뜻하는 1인칭 대명사로 쓰이고 있다. 갑골문이 만들어졌던 은상(殷商) 시기에도 我자를 ‘나’라는 뜻으로 사용한 것을 보면 본래의 의미는 일찌감치 쓰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我자가 왜 ‘나’를 뜻하게 됐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석은 없다. 다만 서로 같은 무기를 들고 싸웠다는 의미에서 ‘나’나 ‘우리’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는 추측만이 있을 뿐이다. 한자에는 余(나 여)나 吾(나 오), 朕(나 짐)자처럼 본래는 ‘나’와는 관계없던 글자들이 시기에 따라 자신을 뜻하는 글자로 쓰였었기 때문에 我자도 그러한 예 중 하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我(아)는 ①나 ②우리 ③외고집(자기의 생각을 굽히지 아니하는 일) ④나의 ⑤아집을 부리다 ⑥굶주리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나 오(吾),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저 피(彼)이다. 용례로는 소아에 집착함을 아집(我執), 나의 뜻을 아의(我意), 우리 나라를 아국(我國), 우리 여러 사람이나 우리들을 아등(我等), 우리 나라를 아방(我邦), 자기 의견에만 집착하는 잘못된 견해를 아견(我見), 우리 편 군대나 운동 경기 등에서 우리 편을 아군(我軍), 자기를 자랑하고 남을 업신여기는 번뇌를 아만(我慢), 나에게 애착하는 번뇌를 아애(我愛), 자기의 이익을 아리(我利), 참 나가 있는 것으로 아는 잘못된 생각을 아상(我想), 자기 혼자만의 욕심을 아욕(我慾),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식이나 관념을 자아(自我), 육체적인 나를 소아(小我), 남과 구별된 개인로서의 자아를 개아(個我), 저편과 우리편 또는 남과 자기를 피아(彼我), 스스로를 잊고 있음을 몰아(沒我), 어떤 사물에 마음을 빼앗겨 자기 자신을 잊음을 망아(忘我), 바깥 사물과 나를 물아(物我), 나 밖의 모든 것을 비아(非我), 자기의 존재를 인정하는 자아를 실아(實我), 자기의 이익만을 생각하여 행동함을 위아(爲我), 오직 내가 제일이라는 유아(唯我), 남이 자기를 따름을 응아(應我), 다른 사람과 자기를 인아(人我), 자기 논에만 물을 끌어 넣는다는 뜻으로 자기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함을 아전인수(我田引水), 내가 부를 노래를 사돈이 부른다는 속담의 한역으로 책망을 들을 사람이 도리어 큰소리를 침을 이르는 말을 아가사창(我歌査唱), 자신도 돌보지 못하는 형편이라는 뜻으로 후손이나 남을 걱정할 여력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아궁불열(我躬不閱), 이 세상에 나보다 존귀한 사람은 없다는 말을 유아독존(唯我獨尊), 자신의 존재를 완전히 잊고 흠뻑 취함을 무아도취(無我陶醉), 자기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상을 자아주의(自我主義), 남 잡이가 제 잡이로 남을 해하려 하다가 도리어 자기가 해를 입는 다는 뜻의 속담을 착타착아(捉他捉我), 상대방인 저쪽은 그르고 나는 올바름을 피곡아직(彼曲我直), 자기의 생각이나 행위에 대하여 스스로 하는 비판을 자아비판(自我批判) 등에 쓰인다.
▶️ 無(없을 무)는 ❶회의문자로 커다란 수풀(부수를 제외한 글자)에 불(火)이 나서 다 타 없어진 모양을 본뜬 글자로 없다를 뜻한다. 유무(有無)의 無(무)는 없다를 나타내는 옛 글자이다. 먼 옛날엔 有(유)와 無(무)를 又(우)와 亡(망)과 같이 썼다. 음(音)이 같은 舞(무)와 결합하여 복잡한 글자 모양으로 쓰였다가 쓰기 쉽게 한 것이 지금의 無(무)가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無자는 ‘없다’나 ‘아니다’, ‘~하지 않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無자는 火(불 화)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불’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갑골문에 나온 無자를 보면 양팔에 깃털을 들고 춤추는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무당이나 제사장이 춤추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춤추다’가 본래의 의미였다. 후에 無자가 ‘없다’라는 뜻으로 가차(假借) 되면서 후에 여기에 舛(어그러질 천)자를 더한 舞자가 '춤추다'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無(무)는 일반적으로 존재(存在)하는 것, 곧 유(有)를 부정(否定)하는 말로 (1)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 공허(空虛)한 것. 내용이 없는 것 (2)단견(斷見) (3)일정한 것이 없는 것. 곧 특정한 존재의 결여(缺如). 유(有)의 부정. 여하(如何)한 유(有)도 아닌 것. 존재 일반의 결여. 곧 일체 유(有)의 부정. 유(有)와 대립하는 상대적인 뜻에서의 무(無)가 아니고 유무(有無)의 대립을 끊고, 오히려 유(有) 그 자체도 성립시키고 있는 듯한 근원적, 절대적, 창조적인 것 (4)중국 철학 용어 특히 도가(道家)의 근본적 개념. 노자(老子)에 있어서는 도(道)를 뜻하며, 존재론적 시원(始原)인 동시에 규범적 근원임. 인간의 감각을 초월한 실재이므로 무(無)라 이름. 도(道)를 체득한 자로서의 성인(聖人)은 무지(無智)이며 무위(無爲)라고 하는 것임 (5)어떤 명사(名詞) 앞에 붙어서 없음의 뜻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없다 ②아니다(=非) ③아니하다(=不) ④말다, 금지하다 ⑤~하지 않다 ⑥따지지 아니하다 ⑦~아니 하겠느냐? ⑧무시하다, 업신여기다 ⑨~에 관계없이 ⑩~를 막론하고 ⑪~하든 간에 ⑫비록, 비록 ~하더라도 ⑬차라리 ⑭발어사(發語辭) ⑮허무(虛無) ⑯주검을 덮는 덮개 ⑰무려(無慮), 대강(大綱)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빌 공(空), 빌 허(虛)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있을 존(存), 있을 유(有)이다. 용례로는 그 위에 더할 수 없이 높고 좋음을 무상(無上), 하는 일에 막힘이 없이 순탄함을 무애(無㝵), 아무 일도 없음을 무사(無事), 다시 없음 또는 둘도 없음을 무이(無二), 사람이 없음을 무인(無人), 임자가 없음을 무주(無主), 일정한 지위나 직위가 없음을 무위(無位), 다른 까닭이 아니거나 없음을 무타(無他), 쉬는 날이 없음을 무휴(無休), 아무런 대가나 보상이 없이 거저임을 무상(無償), 힘이 없음을 무력(無力), 이름이 없음을 무명(無名), 한 빛깔로 무늬가 없는 물건을 무지(無地), 대를 이을 아들이 없음을 무자(無子), 형상이나 형체가 없음을 무형(無形), 아무런 감정이나 생각하는 것이 없음을 무념(無念), 부끄러움이 없음을 무치(無恥), 도리나 이치에 맞지 않음을 무리(無理), 아무도 도와 줄 사람이 없는 외로운 처지를 이르는 말을 무원고립(無援孤立), 끝이 없고 다함이 없음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무궁무진(無窮無盡), 능통하지 않은 것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무소불능(無所不能), 못 할 일이 없음 또는 하지 못하는 일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무소불위(無所不爲), 무엇이든지 환히 통하여 모르는 것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무불통지(無不通知), 인공을 가하지 않은 그대로의 자연 또는 그런 이상적인 경기를 일컫는 말을 무위자연(無爲自然), 일체의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무아의 경지에 이르러 일체의 상념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무념무상(無念無想), 아버지도 임금도 없다는 뜻으로 어버이도 임금도 모르는 난신적자 곧 행동이 막된 사람을 이르는 말을 무부무군(無父無君), 하는 일 없이 헛되이 먹기만 함 또는 게으르거나 능력이 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무위도식(無爲徒食), 매우 무지하고 우악스러움을 일컫는 말을 무지막지(無知莫知), 자기에게 관계가 있건 없건 무슨 일이고 함부로 나서서 간섭하지 아니함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무불간섭(無不干涉), 성인의 덕이 커서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유능한 인재를 얻어 천하가 저절로 잘 다스려짐을 이르는 말을 무위이치(無爲而治), 몹시 고집을 부려 어찌할 수가 없음을 이르는 말을 무가내하(無可奈何), 아무 소용이 없는 물건이나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무용지물(無用之物) 등에 쓰인다.
▶️ 爾(너 이)는 상형문자로 尔(이)는 통자(通字), 尔(이)는 간자(簡字), 厼(이), 尒(이), 尓(이)는 동자(同字)이다. 爾(이)는 실을 가락옷에 잘 감을 때 쓰는 물레를 본떴다. 그래서 爾(이)는 너희의 뜻으로 ①너 ②성(姓)의 하나 ③어조사(語助辭) ④같이 ⑤그(其) ⑥뿐 ⑦이(此) ⑧그러하다 ⑨가깝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지나간 얼마 동안의 아주 가까운 때를 이래(爾來), 그 뒤를 예스럽게 이르는 말을 이후(爾後), 너의 간절한 뜻이라는 뜻으로 품계가 낮은 벼슬아치의 상소에 대한 임금의 비답에 쓰는 말을 이간(爾懇), 구차한 모양을 요이(聊爾), 벌레나 무엇이 움찔움찔 움직임 또는 무지하고 하찮음이나 사람들이 수선거려 움직임을 준이(蠢爾), 빙그레 웃는 모양을 완이(莞爾), 급작스러움 또는 성질이나 언행이 신중하지 않고 소홀함을 솔이(率爾), 왈칵 일어남을 발이(勃爾), 몹시 작음을 촬이(撮爾), 네 각담 아니면 내 쇠뿔 부러지랴는 뜻으로 자기 잘못으로 입은 손해를 공연히 남에게 들씌우려고 억지로 트집을 잡는 말을 이장절각(爾牆折角), 사물이 우연히 잘 들어 맞음을 이르는 말을 우이득중(偶爾得中), 자신에게서 나온 것은 자신에게로 돌아감을 이르는 말을 출이반이(出爾反爾) 등에 쓰인다.
▶️ 詐(속일 사)는 ❶형성문자로 诈(사)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말씀 언(言; 말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어긋난다는 뜻을 나타내기 위한 乍(사)로 이루어졌다. 사실과 어긋나는 것을 말한다는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詐자는 ‘속이다’나 ‘가장하다’, ‘(말을)꾸미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詐자는 言(말씀 언)자와 乍(잠깐 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乍자는 ‘잠깐’이라는 뜻을 가지고는 있지만, ‘(옷을)짓다’가 본래의 의미였다. 이렇게 ‘짓다’라는 뜻을 가진 乍자에 言자가 결합한 詐자는 ‘말(言)을 짓다(乍)’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여기서 말하는 ‘말을 짓다’라는 것은 ‘말을 지어내다’라는 뜻이다. 누군가를 속이기 위해 말을 지어낸다는 뜻이기 때문에 주로 ‘사기’와 관련된 뜻으로 쓰인다. 그래서 詐(사)는 ①속이다, 거짓말하다 ②가장하다(태도를 거짓으로 꾸미다) ③기롱(欺弄)하다 ④말을 꾸미다, 교언(巧言)하다 ⑤함정에 빠뜨리다, 술책(術策)을 쓰다 ⑥거짓 ⑦갑자기, 문득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속일 기(欺), 속일 만(瞞), 속일 궤(詭), 속일 무(誣), 속일 휼(譎), 속일 편(騙)이다. 용례로는 꾀로 남을 속임으로 남을 속이어 착오에 빠지게 하는 위법 행위를 사기(詐欺), 이름이나 직업이나 나이나 주소 등을 남의 것을 사용하거나 거짓으로 지어내어 속여 씀을 사칭(詐稱), 남을 속여서 물건을 뺏음을 사취(詐取), 남을 속이려는 간사한 꾀를 사계(詐計), 못된 꾀로 남을 속여 넘기는 수단을 사술(詐術), 남을 교묘하게 속임을 사교(詐巧), 양심을 속이어 거짓을 꾸밈을 사위(詐僞), 사기와 폭력으로 속이는 힘을 사력(詐力), 뒤로는 못된 짓을 하면서 겉으로만 착한체 함을 사선(詐善), 겉으로만 꾸며 나타내는 거짓된 충성을 사충(詐忠), 거짓으로 항복함을 사항(詐降), 사기하여 남에게 손해를 입힘을 사해(詐害), 거짓말을 사언(詐言), 남을 속여 넘기려는 모략을 사모(詐謀), 죄인이 자기의 범죄 사실에 대하여 거짓으로 꾸며서 하는 말을 사초(詐招), 간사하고 교활함을 사힐(詐黠), 미덥지 못함으로 믿음성이 없음을 사훤(詐諼), 교묘한 수단으로 남을 속임을 교사(巧詐), 간사스러운 거짓이나 옳지 못하고 간사스러움을 궤사(詭詐), 요변스럽게 요랬다조랬다 함을 변사(變詐), 거짓을 행함을 행사(行詐), 간교하고 남을 잘 속이는 재주가 있음을 간사(奸詐), 아첨을 잘 하고 거짓이 많음을 임사(任詐), 속임수를 씀을 수사(售詐), 남을 속이기 위하여 간사한 짓을 자행함을 영사(逞詐), 완악하고 거짓이 많음을 완사(頑詐), 간사한 꾀를 써서 속임을 편사(騙詐), 남을 속이거나 기만함을 교사(矯詐), 무슨 일을 꾸며 속임을 기사(機詐), 꾀로 남을 속임을 기사(欺詐), 남을 속이기 위하여 거짓을 꾸밈을 식사(飾詐), 거짓말로 속임을 광사(誑詐), 간사한 꾀로 남을 속임을 교사(狡詐), 간사한 생각을 가짐을 협사(挾詐), 간사를 부려 남을 속임 또는 남을 속이려고 간사한 꾀를 부림을 휼사(譎詐), 용병에 있어서는 적을 속이는 것도 싫어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전쟁에서는 속임수도 꺼리지 않는다는 병불염사(兵不厭詐), 군사 상으로는 적을 속이는 것도 무방하다는 군불염사(軍不厭詐)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