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흥정하는 맛이 없을 때 맛 사러 반송시장 간다 마수걸이 우수리 떨이 사러 반송시장 간다 첫물이니 직배니 유기농이니 자연산이니 온갖 구실로 흥정하게 하다가 서로 수지타산 맞게 거래하는 민주적인 전통시장에 민주를 배우러 간다 한 줌 더 얹어주는 콩나물 가게에서 부처님 가르침 한 봉지 사고 어묵 떡볶이 가게에서 구약 잠언 한 구절 사고 이문 없이 판다는 과일가게에서 논어 한 구절 사고 좌판 없는 푸성귀 노점에서 채근담 한 구절 사고 뚱땡이 김밥과 반칼* 한 그릇으로 안빈낙도 사고 어깨 비비며 먹어야 제맛 알게 되는 생선회와 족발 한 접시로 태평성세를 누리게 하는 나는 오늘도 시(詩) 한 상 차리기 위해 과소비를 부추기는 만물 반송시장에 간다
*창원 반송시장 칼국수
⸻계간 《시와시학》 2021년 겨울호 --------------------- 김일태 / 1957년 경남 창녕 출생. 1998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부처고기』외 8권과 시선집 『주름의 힘』. 현재 이원수문학관 관장.